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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화 〉그냥 자지가 좋은 거야 (35/501)



〈 35화 〉그냥 자지가 좋은 거야

섹스를  때 신음 소리를 내거나 대화를 나누는 건 생각보다 중요하다.
청각적인 자극도 시각적인 것만큼이나 사람을 흥분케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미화의 말이 야하고 천박해질수록 서주환의 흥분이 거세짐은 당연했다.


“하윽! 아, 아앙, 자지 좋아. 으응~!”
“흡. 흐으. 미화야, 어디가 제일 좋아?”
“학. 아앙, 안쪽. 보지 안쪽에… 쿵쿵하는 거 좋아♥”

 시작이 어렵지 두 번째는 쉽다고 했던가.
 번 트인 최미화의 외언(猥言)은 부끄러움을 모르고 계속 되었다.
 경험의 아릿한 고통 대신 보지가 녹진해질 정도로 절정을 맞이한 그녀는 정신이 헤롱헤롱해져서 일전의 문제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학! 나,  갈 것 같… 아. 아, 아흑, 흥악…!”


어느덧 다섯 번째 절정을 맞이한 최미화.
보통 여자들은 남자보다 절정에 도달하기까지 오래 걸린다고 하는데, 적어도 감도가 민감한 그녀에게는 해당사항이 아니었다.

“어? 주환아, 나 갔어. 갔다니까? 흐앙, 아앙, 그, 그마안…!”
“미안. 나는 아직 못 갔어.”
“흐익! 힉, 으긋, 으그으윽~!”

악 다물린 최미화의 잇사이로 억눌린 신음이 새어나왔다.
한창 가는 와중에 거듭 자극이 오니까 견딜 도리가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서주환의 네 번째 사정이 끝났지만, 피곤함에 지친 그녀는 씻지도 못한 채 기절하듯 잠들었다.

“너무 심했나…?”

서주환은 잠든 그녀의 몸을 닦아주며 약간의 후회를 담아 중얼거렸다.
한동안 운동을 한답시고 자위도 하지 않았더니 어지간히 쌓인 듯 했다. 오랜만에 하니까 도무지 발기가 가라앉지를 않았다.
마냥 좋다고만 생각한 『몽마신의 축복』에 이런 부작용 아닌 부작용이 있을 줄이야.
정력도 적당하고 볼 일이었다.

*


밤새 격렬한 시간을 보낸 두 사람은 수마에 빠져서 일어날 줄을 몰랐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사람이 일어난 시각은 퇴실이  시간 남았을 때였다.
눈을  최미화가 허둥지둥댔다.


“어떡해! 오늘 월요일인데!”


이미 출근 시간은 한참 전에 지났다.
그녀는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다가 꺅 하고 놀란 비명을 내며 중심을 잃었다.


“읏차.”


서주환은 재빨리 팔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감았다. 보드라운 살결이 손에 착 감겼다.
서주환 덕분에 중심을 잡은 그녀의 얼굴이 붉어진다. 허리에서 느껴지는 남자의 손길에 어젯밤 일이 뇌리에 파노라마처럼 스쳐갔기 때문이었다.

“고, 고마워.”
“별 말씀을. 몸은 좀 괜찮아?”
“…괜찮아.”

우물쭈물하며 말한 최미화는 도망치듯 그의 손길에서 벗어나 욕실로 걸음을 옮겼다.
밤새 격렬한 활동과 숙면으로 취기는 모두 달아난 상태.
맨정신으로 돌아오니 부끄러움과 당혹으로 머리가 혼란스러웠던 것이다.

“꺅. 아흑.”


하지만 그녀는 몇 발자국 걷지도 못하고 다리에 힘이 풀려서 자리에 주저앉았다. 『미끌미끌 러브젤』이 처녀상실의 순간에 고통을 없애주었다지만 첫 경험의 여파가 어디 가는 건 아니었다.
서주환은 침대에서 내려와 그녀를 일으켜주며 말했다.

“괜찮기는. 그래서 어딜 간다고.”
“…저기.”
“너무 무리하지 말고 오늘은 반차 내지 그래?”
“그게…”
“아니면 내 핑계라도 대. 웬 또라이 같은 작가가 아침부터 불러냈다고. 미리 보고 못한 건 뭐… 그건 어쩔 수 없고.”
“그게 아니라!”
“응? 그럼?”
“다, 닿는다고! 그거!”


최미화는 허리를 앞으로 빼며 소리쳤다.


“…아.”


서주환은 민망해져서 눈꼬리를 긁적였다. 어제 그렇게 혹사를 시켰음에도 자고 일어났다고 우뚝 일어선 소중이가 그녀의 엉덩이를 찌르고 있었던 것이다.
조금 당황한 그가 팔을 놓아주자 최미화는 이번에야말로 도망치듯 욕실로 들어갔다.


“쩝. 밤새 그렇게 해놓고선 뭐가 부끄럽다고….”

그것도 보지팡팡이니 자궁꾹꾹이니 하는 음탕한 말을 하던 여자가 말이다.
여자의 마음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


두 사람은 샤워를 마친 후 모텔 밖으로 나왔다.
서주환은 콜택시를 부르고 그녀를 배웅하기 위해 함께 기다렸다.


“일 하러  거야?”
“…못 가. 오늘 아파서 쉰다고 했어. 아직도 피곤해.”
“으이그. 운동  하자. 체력이 그렇게 약해서야.”

서주환이 장난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하지만 최미화는 그 말에 화가 났는지 쌍심지를 켰다. 은테 동그란 안경 너머로 치솟은 눈꼬리가 보였다.


“이…! 너 때문이잖아! 무슨 발정  개처럼… 변태새끼. 처음인 여자한테 얼마나….”
“변태라니. 너무해.”
“다섯 번이나 해대는 게 변태가 아니면 뭐야?!”
“그건… 미화 너도 중간부터는  해달라고 졸랐잖아.”
“내, 내가 언제! 그만 해달라고 한 기억밖에 없거든?”


최미화는 기억나지 않는다며 시치미를 뗐다. 밤새 주워삼았던 천박한 말들도 모르는 체 하려는 듯했다.
오호라. 이렇게 나오시겠다.
서주환은 이걸 골려줄까 봐줄까 고민하며 그녀를 응시했다.


“흐음.”
“…하지 마.”


그 기색을 느꼈던 걸까.
그녀가 흠칫하고 한 발짝 멀어지며 말한다.

“어, 어쨌든 다시는 너랑 안 해. 그리고… 오늘 일은 없었던 일로 해. 나도 잊을 테니까.”


말을 돌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최미화의 얼굴은 진지한 기색이었다. 정말로 밤새 있었던 일을 하룻밤 헤프닝으로 넘어가겠다는 듯.
서주환은 말문이 막혀서 입을 다물었다.

‘할 말이 없네.’

막상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잊어버리겠다고 하니 무어라 반박은 하고 싶은데, 냉정히 생각하면 그의 입장에서는 고마운 일이었다.
그리고 어젯밤, 첫 삽입의 순간 망설이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그녀를 간접적으로 거절하지 않았던가.
그는 최미화의 말에 뭐라 할 입장이 아니었다.
다만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을 뿐.
그를 본 최미화의 얼굴이 가볍게 일그러졌음은 당연했다.

“나쁜 새끼. 너는 빈말도 모르냐….”
“…그러면 미화 네가  상처받을 거잖아?”
“…짜증나니까 이름 부르지 마.”
“그럼 미화 누나?”
“윽. 그, 그냥 앞으로는 피디님이라고 불러. 나도 작가님이라고 부를 거니까.”

최미화가 눈길을 피하며 말했다.
그 반응에 서주환은 참지 못하고 픽 웃음을 흘려버리고 말았다. 볼수록 순진한 반응이 재밌었다. 그녀는 누나란 말이 마음에 드는 것 같았다.


‘여초 집단에만 있었다고 했지?’


전날 두 사람은 술을 마시며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 중에는 최미화의 옛날이야기도 있었는데, 그녀는 여중, 여고를 졸업한 후 곧바로 출판사에 취직했다고 한다.
그리고 취직한 출판사는 로판과 BL을 주로 다루는 여초 집단인 레드노벨.
물론 지금은 BL이 싫다며 회사를 그만뒀다지만, 어쨌거나 지금까지 남자와 사적으로 대화를 나눌 기회 자체가 거의 없었다는 뜻이다. 남자친구도 중학생  한  사귀어본  다라고 하던가.
한데 그를 작가가 아닌 남자로 인식해버리니 처음 만났을 때와 같은 자연스러움이 사라져버리고 만 것이다.
어쨌거나 서주환은 그녀가 시키는 대로 호칭을 바꿔 불렀다.

“최미화 피디님. 이렇게요?”
“…그래. 그렇게.”

최미화는 그가 막상 고분고분 시키는 대로 따르니까 맥이 빠지는 기분이었다.
겨우 하루밖에 안 지났는데 ‘피디님’이라는 호칭이 왜 이리 낯설게 들리는 걸까.
처음부터 알고 있었지만, 미련을 못 버린 쪽은 여전히 자신이었다. 호칭을 정리하자고 했으면서 아직 반말을 하는 것도 그것 때문이겠지.
지금도 격렬했던 밤을 생각하면 하복부가 뜨거웠고, 중심을 잡기 힘든 다리 때문에 전날의 감각이 머리에서 더욱 떠나가지 않았다.

빵빵.

어느새 택시가 도착했다.


“나 가볼게….”

 내지 않으려고 했건만 기운 빠진 목소리가 나와버린다.
그녀는 택시 뒷문을 열고 들어가려 했다.
그때, 그가 손을 붙잡아왔다.


“누나.”
“어, 어?”
“내가 먼저 말하지는 않을게.”
“…?”
“하지만 누나가 먼저 말하면 거절하지도 않을 거야.”
“…뭐? 그게 무슨 뜻…”
“조심히 들어가. 도착하면 연락하고.”

그는 멋쩍은 얼굴로 그리 말하며 그녀를 들여보내고 차 문을 닫았다.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니 실없이 손을 흔들고 있는  보인다.
최미화는 팩 고개를 돌린 후 핸드백을 끌어안으며 시선을 내렸다.

‘먼저 말하면 거절하지 않는다니. 대체 뭐를?’

내심 자문해보았지만, 사실 답을 알고 있다.
그녀의 얼굴은 이미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개새끼. 피디님이라고 부르라니까.’


아무래도, 나쁜 남자를 좋아하게 되어버린 모양이었다.
그녀는 속으로  마음을 부정하며 되뇌었지만,


‘그냥 자지가 좋은 거야.’


그건 또 그것대로 문제였다.

*


“나 완전 나쁜 새끼네.”

서주환은 자신이  행동이 어떤지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더 황당했다. 분명 일전의 자신은 이런 놈이 아니었는데.
그는 전생에 불행한 삶을 살았지만, 그래도 인복은 어느 정도 있는 편이어서 먼저 다가오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자기혐오에 빠져 벽을 쳤었지만.
어쨌든 그렇게 먼저 다가온 사람들은 그에게 사람이 착해서 좋다 말했었다.
한데 하루 사이의 행적들을 돌아보면 개새끼도 이런 개새끼가 없었다.


“욕망 시스템에 이상한 영향이라도 받았나?”

그렇게 생각하니 납득이 된다. 이름부터가 사악해보이지 않는가. 마신이 준 시스템이니 가능성이 있다!
루시가 반박했다.

[저랑은 상관 없습니다.]
“아, 루시 탓을 하는 건 아니었어.”
[마신 님 탓도 아닙니다. 그냥 주인님의 숨겨져 있던 성격이 나온 거지요.]
“응. 나도 괜히 해본 말이었어. 미안.”

그는 어쩐지 까칠한 투로 말하는 루시에게 사과해버렸다.
뭐지. 자기 창조주 욕해서 화난건가.
하지만 루시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투로 다시 말해왔다.


[그보다 메시지를 확인하는 게 어떠신가요?]
“응. 그러자.”


간밤에 쌓인 메시지가 많았다.
중간부터는 시끄러워서 아예 꺼버렸었지.
루시가 메시지를 띄워주었다.


[업적, 『처음을 가져간 남자』를 달성하여 10,000LP가 지급됩니다.]
[업적, 『헤롱헤롱 멀티오르가즘(女)』을 달성하여 2,000LP가 지급됩니다.]
[업적, 『여자 마음을 갖고 논 나쁜 남자』를 달성하여 5,000LP가 지급됩니다.]
[페티시, Narratophilia(下)를 수집하여 3,000LP가 지급됩니다.]
[최미화의 섹스 판타지 『천박한 외언을 나누며 음탕한 섹스』를 달성하여 5,000LP가 지급됩니다.]
[최미화가 지닌 상위  가지 재능  하나를 무작위로 습득합니다.]
[잠재등급A+, 속독(速讀)을 습득했습니다.]


주르륵 떠오르는 메시지를 본 서주환은 씩 입꼬리를 올렸다.

“25,000LP라. 낭낭하구만.”

간밤에 달성한 『첫 작품 계약』까지 더하면 총 30,000LP다.
기껏해야 페티시 수집으로  천 포인트 챙기겠거니 했는데 예상외의 고소득이었다.


“미화한테는 미안하지만….”

역시 하기를 잘 했다.
특히 새로 얻은 잠재등급 A+의 『속독』재능을 보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일이 복잡해진  같아 조금 찝찝했지만, 어쨌거나 그건 나중 일이다. 어떻게든 되겠지.
일단은.

“루시.”
[네, 주인님.]
“상점창, 재능창, 스킬창 다 띄워줘.”


오랜만에 쇼핑을 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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