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3화 〉야한 칵테일(2) (33/501)



〈 33화 〉야한 칵테일(2)


“어쩔래?”

섹스  더 비치의 속설을 알려주고 던지는 질문.
사실상 칵테일을 마시는 순간 키스를 허락하겠다는 뜻이 된다.
최미화는 술기운으로 흐릿한 눈을 들어 서주환을 바라봤다. 정확히는 그의 입술로 시선이 고정되었다.

‘입술이 야하게 생겼어….’

사실 그의입술형 자체는 섹시하다기보단 남자답게 강직한 느낌이다. 다물렸을 때의 모양새는 고집스러운 감도 느껴졌다.
하지만 관리를 한 듯 촉촉하고 매끄러운 느낌 때문일까.

‘입… 맞춰보고 싶네.’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는 어느새 잔을 입으로 가져간 후였다. 작가와 사적인 관계를 가지면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녀는 본능에 이끌려 결국 칵테일 한 모금을 마시고 말았다.
달콤한 과일 향 섞인 알코올이 몸으로 퍼져나간다. 얼굴이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동시에 서주환이  입꼬리를 올리는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웃지 마아….”

술기운 때문일 것이다.
성격에 맞지 않게 앙탈부리듯 말이 나온 건.
최미화는 스스로 말을 내뱉고도 자신의 목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 아미를 찌푸렸다.
이게 아닌데. 담당 작가랑 이러면  되는데.
갈등하는 와중 자신의 속도 모르고웃는 서주환이 얄밉다.

‘너 웃는 거 재수 없어. 그만 웃어. 바람둥이 같은 게….’

괜한 화풀이로 그리 말하려고 했지만, 생각은 소리가 되어 나오지 못 한다.
어느새 다가온 그에게 입이 막혔기 때문이었다.

“읍?”

최미화는 억눌린 소리를 내며 확신했다.
이 남자, 바람둥이가 맞다.
오늘 처음 만났을 때의순진함은 모두 연기였던 걸까.
저녁 식사 자리에서의 어리숙한 모습도 연기가 분명했다.

“쪽. 쪼릅.”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식의 키스를   없다. 언제  안에 술을 머금었던 건지 서주환의 입에서 달콤한 음료가 입 안으로 흘러들어왔던 것이다.
 받아들이지 못한 칵테일 한 방울이 목을 타고 흘러내렸다.

‘아, 맛있어.’

아까 서주환이 뭘 시켰더라?
달콤한 포도 맛이 난다. 라즈베리와 미약한라임 향도 함께 섞여서 혀끝을 자극했다.
꼴깍, 하고 식도를 타고 넘어간 칵테일에 머리가 더 어지러워진다.
최미화는 이성의 끈을 놓고 본능에 몸을 맡겼다.

“하음… 응… 으음.”
“쪼옵….”

말랑한 살덩이가 얽혔다.
혀가 서로의 입안을 탐닉하고 숨 막힌 호흡이 서로를 자극했다. 칵테일을 마셔서 그런지 키스는 소설에서나 보았던 것처럼 달콤한 맛이 났다. 이게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맞닿은 입술에 정신이 팔린 사이 어느새 가슴 위로는 손이 올라왔다. 옷 위로 주무르는데도 맨살을 만진 것처럼 민감한 자극이 느껴진다.
영원히 계속 될 것만 같던 입맞춤은 서주환의 혀가 떠나가며 끝을 맺었다. 실처럼 늘어진 타액이 색정적이었다.

“미화야.”

입술을 떼어낸 그가 눈을 쳐다본다. 사람 눈을 어찌 저렇게 직시할 수 있는 걸까. 그는 흥분으로 붉어진 얼굴과 달리 애써부드럽게 말해왔다.

“자리, 옮길까?”

말도 안 되는 소리.
앞으로 일적으로 만나야 할 담당 작가와 그럴 리 없지 않은가.
이미 키스만 해도 선을 넘어버렸다.

“…응.”

언제나 이성과 행동이 일치하지는 건 아니었다.

*

서주환은 비틀거리는 최미화를 부축한 채 걸음을 옮겼다. 그 자신도 상당히 취해서 힘들었지만 최미화 보다는 사정이 나았다.
그녀는 걸음을 옮기기 힘든지 그의 팔에 손을 둘러왔다. 팔에서 기분 좋은 감촉이 느껴진다.  정도면 B컵 정도일까 싶다.

“오늘 형이 쏜다. 썸으로 가자!”
“썸이 뭔데?”
“감주, 등신아!”

술에 취한 사람들의 목소리로 소란스러운 거리.
1번가의 밤거리는 제법 북적이는 편이었다. 안양에서 젊은 층이 놀만한 유일한거리였기 때문이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 비틀거리며 걷다보면 실수로 부딪치는 일도 생기기 마련.

“아야.”

서주환의 어깨에 여자 한 명이 부딪혔다. 그녀의 손에 들린 물건이 바닥에 떨어진다.
그는 얼른 떨어진 종이가방을 주워들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안 다치셨어요?”
“괜찮… 어, 그때  헌팅남?”
“예?”

무슨 소린가 싶어 자세히 보니 익숙한 얼굴이다. 일전에 흡연장에서 봤던 그 여자였다.

“아, 그때 공주병.”
“윽. 공주병이라뇨. 미안하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 또 헌팅남이라고 불러요?”
“아니 그건 이름을 모르니까… 뭐, 지금도 헌팅  거 아니에요?”

기대다시피 붙은 최미화를 보며 말하는 여자다.
술에 취해서일까. 흘려들을 수 있는 별 거 아닌 말임에도 그는 혀를 찼다.

“쯧. 헌팅이 아니라 일적으로 만난 겁니다. 넘겨짚지 마시죠.”
“…미안해요. 비꼬려던 건 아니었는데.”
“흠.”
“그, 진짜 미안해요.”

심성이 나쁜 여자는 아닌지 다시  번 작게 고개를 숙이며 사과한다. 충분히 오해할 수 있는 상황이기도 했다.

‘아니지. 오해도 아닌가?’

그렇다고 굳이 말해줄필요는 없다.
서주환은 여자에게 종이가방을 건네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저도 민감하게 반응했네요. 수고하세요.”
“네. 그쪽도요.”

그녀는 다시 걸음을 옮기는 서주환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비틀비틀 걷는 모양새가술에 꽤 취한 모습이다. 옆에 달라붙은 여자는 거의 인사불성인 듯 남자한테 의지해서 걷고 있었다.
잠시 두 사람을 바라보던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만스럽게 툭 내뱉었다.

“뭐야, 헌팅 맞는 거 같은데.”

두 사람이 들어간 건물은 모텔이었다.

*

모텔에 들어온 두 사람은 어색한 분위기에서 눈치를 보다가 먼저 샤워를 하기로 했다. 곱창 냄새가 몸에 밴 데다 입을 맞출 때 흐른 술 때문에 몸이 끈적거렸다.
최미화는 먼저 샤워를 한 후 수건을 두르고 욕실을 나왔다. 침대에 앉아있던 그가 눈을 크게 뜨더니 못 박힌 듯 그녀의 몸을 훑었다.
샤워를 하고 술이 조금 깬 그녀가 달아오른 얼굴로 말한다.

“뭐, 뭘 그렇게 봐.”

술기운 때문이 아니라 부끄러움에 얼굴이 뜨겁다.
여성의 몸을 훑는 남자의 시선은 그보다 더 뜨거웠다.
중요부위는 수건으로 가린 상태.
사실상 드러난 맨살은 팔 다리 정도밖에 없었음에도 알몸을 내보이는 느낌이었다.

“그, 그만 보고 빨리 씻고 오기나 해!”

그녀에게 떠밀려 샤워실에 들어온 서주환.
그는 이를 닦고 찬물로 세수를 하며 술기운을 조금 털어냈다.

끼릭.
쏴아아-

적당히 미지근한 물이 몸을 적신다.
서주환은 술도 깰 겸 물줄기를 맞으며 생각했다.

‘…성공해버렸네?’

되면 좋고  돼도 어쩔  없다고 생각했는데, 보기 좋게 모텔로 입성해버렸다.
정소라 이후로 여자와 하는 건 처음.
밖에서 자신과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여자가 있다고 생각하니 벌써 아래쪽으로 피가 몰려서 반쯤 커졌다.
그때 루시가 뜬끔없는 말을 해왔다.

[주인님, 12시가 넘었어요.]
“그게 왜?”
[아이템을 뽑으시는 걸 추천 드립니다.]
“굳이 지금?”

서주환은 그보다 얼른 샤워를 마치고 싶었다. 최미화는 술에 취한 상태. 기다리는 동안 잠이라도 들면 어쩐단 말인가.

[이런 상황이니까 추천 드리는 거지만… 주인님이싫으시다면 어쩔 수 없지요.]

루시는 거기까지 말하고 입을 다물었다. 더 이상 관여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주인의 의사를 존중한다는 걸까.
서주환은 잠시 고민했지만 곧 루시의 말대로 아이템을 뽑기로 했다. 그녀의 말을 들어서 손해  적이 없었다.
잠시 후 아이템을 뽑은 서주환은 떨떠름한 표정이 되었다.

【미끌미끌 러브젤(x3)】
▶ 효과1: 바른 부위의 감각을 소폭 민감하게 만들어준다. 성감대에 핀 포인트로 발라주고 애무하면 상대방이 자지러질지도 모른다.
▶ 효과2: 성기에 바를  오래되어 꽉 닫힌 조개라도 쉽게 열 수 있도록 한다. 처녀의 경우 고통을 느끼지 않게 된다.
※ 인체에 무해하니 걱정 말고 사용하자.

“이건… 아니지.”

설마 아니겠지.
서주환은 아닐 거라 믿기로 했다.

*

최미화는 빨리 그에게 씻고 오라고 하며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가 샤워실로 들어가고 문이 닫혔다.

“미쳤어. 최미화 넌 미친 게 분명해….”

결코 이런 생각으로 만난 게 아니었는데 분위기에 휩쓸려 버리고 말았다.

“어떻게 하루만에…  이렇게 쉬운 여자였어?”

단지 일적으로 계약을 맺기 위해 나온 자리였는데.
아니, 사실은 그보다 자신을 구해준 은인에게 대접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지만, 결코 이런 상황을 생각하고 나온 건 아니었다.
물론 그와의 이야기는 재밌었다. 취미가 맞는 사람끼리는 하루 종일도 이야기할  있다지 않는가. 서주환도 만만치 않게 책을 많이 봤는지 활자중독자인 그녀와 말이 잘 통했다.
더군다나 그는 요즘 한참 그녀가 물고 빠는 작품을 쓴 작가다. 호감이 가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따지고 보면 그는 자신을 구해준백마 탄 왕자이기도 했고.

‘미친. 백마 탄 왕자?’

최미화는 스스로  생각에 소름이 돋아서 베개를 퍽퍽 내리쳤다.
하고 많은 표현 중에 그런 유치한 단어를 떠올리다니!
머리가 어떻게   분명했다.
애초에 최미화가 그에게 품은 감정은 그리 크지 않았다. 아무리 은인이고, 이야기가 잘 통하고, 사적인 호감이 들었다지만, 그래봤자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남자였다. 하룻밤을 같이 지낼 정도는 아니란 말이다.
물론, 그와 관계를 가지는 게 싫다는 말은 아니었지만… 애초에 싫었으면 따라오지도 않았다. 담당 작가라는 게 마음에 걸릴 뿐이었지.

‘…그래. 다 큰 성인 남녀가 마음 통하면  수도 있는 거지.’

그렇게 생각을 정리했을 쯤, 욕실 문이 열렸다. 자연스럽게 그녀의 시선이 욕실 쪽으로 향했고, 헐벗은 서주환의 몸이 보였다.

‘새, 생각보다 몸이 좋네.’

식스팩이 있는 건 아니다. 그래도 남성의 태가 물씬 나는 몸이었다. 뱃살이 조금 나와 있다지만 헬스로 다져진 서주환의 몸은 어깨라던가 팔, 다리 등에 보기 좋게 근육이 붙어 있었다.
어느새 다가온 그가 말없이 침대 위로 올라왔다.
최미화는 저도 모르게 주춤 몸을 뒤로 뺐다. 익숙하지 않은 남성의 몸을 보니 머리에 피가 몰렸던 것이다.
그녀가 어떻게 반응을 하기도 전에 둘의 입술이 겹쳐졌다.

“쪽. 츄웁.”
“아, 읍. 으응….”

최미화는 그의 리드에 따라 입을 벌리고 혀를 내밀었다.

‘아으. 왜 이렇게 능숙해?’

최미화가 느끼기에 그는 키스가 능숙했다.
얽힌  혀가 간지럽다. 쪽, 하고 혀가 빨리는가 하면 입안으로 들어온 그가 여린 입천장을  훑으며 돌아다녔다.

“아, 아으. 흣. 쪼옵….”

키스를 오래 하면 침 냄새가 심하게 난다던데, 신기하게도 여전히 달콤한 잔향이 났다. 이를 닦았으니 칵테일 잔향은 사라졌을 텐데도 어째서 좋은 냄새가 나는 걸까.
그렇게 정신없이 키스를 하고 입술이 떨어졌을 때는이미 수건이 벗겨진 후였다.
드러난  가슴을 서주환의 손이 주무른다. 약간은 거칠고, 크고 두꺼운 손. 아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남자의 손이라는 게 실감이 났다.
최미화는 얼굴을 붉히면서도 그를 바라봤다. 눈이 마주치자 다시 입술을 맞추는 서주환. 조금 전과 달리 혀는 들어오지 않았다.
가벼운 버드 키스.
금새 떨어져 나간 입술에 아쉬워하는 것도 잠시.
목 아래로 내려간 그가 가슴으로 혀를 내밀었다. 뭐라 할 새도 없이 유륜을 훑은 그의 혀가 딱딱해진 유두를 희롱했다.
최미화는 당황어린 목소리를 냈다.

“아, 아응. 자, 잠깐만. 거긴… 아흑.”

하지만 목소리에는 이미 신음이 짙게 섞여 있었다. 스스로 내고도 부끄러운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혼자 할 때는 이렇게 민감하지 않았던  같은데 지금은  몸이 민감했다.
그가 낮은 목소리로 묻는다. 그도 흥분한 건지 목소리에 열기가 배어있었다.

“여기가 약하네?”
“아, 잠, 흑.”

답도 하지 않았건만 다시 유두를 핥고 이로 살살 깨문다. 찌릿한 감각이 올라와서 잠시 멈추라 말하려던 게 목구멍 너머로 사라졌다.
대신 나온 말은 애타는 요구였다.

“이, 이쪽도 해줘….”

 말에 왼쪽 가슴만 빨던 그가 반대편으로 머리를 옮겼다. 대신 왼쪽에는 큼직한 손이 하나 올라와서 유방을 주무르고 꼭지를 살살 비틀었다.
그녀가 느끼기엔 너무 능숙한 손놀림이었다. 다리가 오므려지고 자연스레 허리가 살짝 떠올랐다.
그러자 배에서 묵직하고, 뜨거운 물체가 맞닿았다.

‘어, 엄청 딱딱해.’

배에 눌린 물건을 의식하자 한창 느끼던 것도 잊고 그쪽으로 의식이 쏠린다. 저게 자신의 안으로 들어올 거라는 생각에 하부가 달아오르는 듯했다.
최미화는 손을 아래로 뻗었다. 그녀도 남자에 대한 지식이 없는  아니기에 마냥 애무 받기보단 적극적으로 임하고자 했다.
살며시 물건을 잡으니 곧바로 반응이 돌아왔다.

“윽.”
“아, 아팠어?”
“아, 아니. 기분 좋아서.”

자신의 손으로 기분이 좋아졌다니 되려 이쪽의 기분이 좋아진다. 말도 듣지 않고 맘대로 그녀의 몸을 애무하던 남자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도 꽤 흥미로웠다.

“그럼… 내가 자지 기분 좋게 해줄게.”

최미화는 손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살며시 잡은 물건을 슥슥 훑고 버섯 모양처럼 생긴 귀두를 손가락으로 비볐다. 그에 여전히 자신의 가슴과 몸을 애무를 하면서도 움찔움찔 떠는 서주환의 모양새가 재밌었다.

“주환아.”
“어, 응?”
“자지 되게 미끄럽다. 쿠퍼액 엄청 나와. 끈적여. 프흐흐.”
“…웃기는?”
“웃기잖… 하윽?”

최미화의 입에서 놀란 신음성이 나왔다.
잠깐 놀리듯 웃으며 말했더니 그가 손으로 음부를 자극했던 것이다. 입구 겉을 손가락으로 비비는가 하더니 클리 끝을 스치듯 매만졌다.

“아, 아흑. 아앙.”
“너도  엄청 나오거든? 홍수 났네.”
“그, 그건 아까부터…”
“아까부터 홍수 났다고?”

서주환은 말을 끊고 짓궂게 웃으며 받아쳤다.
그녀는 입을 벙긋거리다가 그냥 고개를 끄덕여버렸다.

“…응. 사실 바에서 키스했을 때부터 그랬어.”

아예 사실대로 말하자 그의 눈이 동그래졌다.
서주환의 놀란 눈이 곧 호선을 그렸다. 그가 몸을 앉은 자세로 일으키며 말했다.

“이제 넣을까?
“아, 응. 저기 그런데…”
“응?”
“그, 나 처음이니까 천천히 해줘.”
“…처음이야?”
“응? 응. 그런…데?”

최미화는 어쩐지 달라진 분위기를 느끼며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를 내려다보는 서주환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하더니 곤란하다는 얼굴이 되었다.

*

“…처음이야?”
“응? 응. 그런…데?”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눈을 깜빡이며 답하는 최미화.
안경을 벗으며 다소 깐깐해 보였던 그녀의 눈꼬리는 애무를 받고  결 순해진 상태였다.
서주환은 그녀의 말에 바로 답하지 못 하고 입을 다물었다.
다만 한 가지 생각만이 머리를 가득 채웠다.

‘좆됐다.’

최미화가 처녀라는 말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었다.
설마 음란물 중독에 음어를 좋아하는 그녀가 남자 경험이 한 번도 없는 처녀일 줄이야.

‘별로 사귀거나 할 생각은 없었는데.’

물론 최미화는 상당히 예쁜 외모다. 안경을 썼을 때의 지적인 모습도 그렇지만, 애무를 받고 얼굴이 풀려서 순해진 그녀는 굉장히 아름다웠다.
하지만 예쁘다고 섹스할 수는 있어도 다 사귀는 건 아니지 않는가. 애초에 사귈 생각으로 접근한 것도 아니었다.
그녀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서주환의 주된 목적은 그녀가 가진 재능이었다.구해주었을 당시를 제외하면처음 만나는 여잔데 사귈 생각이 들겠는가.
한데 처녀라고 하니 부담스러운 감정이  치고 올라왔다.

‘돌겠네.’

지금이라도 그만 하자고 해야 하나?
여기서 떡까지 다 치고 하룻밤 불장난으로 끝낼  있을까?
괜히 했다가 책임지라고 하면 어쩌지?

순간적으로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표정에 생각이 너무 드러났던 걸까.
최미화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

“야.”
“어, 어?”
“너, 지금 무슨 생각해?”
“어, 아니, 그게….”
“내가 처음이라고 하니까 곤란한 거지?”
“…….”

입이 열 개인들 무어라 말 할 수 있을까.
표정으로 답을 확인한 그녀가 이내 싸늘한 눈으로 그를 노려봤다.
잠시 후.
최미화가 굳게 다물었던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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