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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2화 〉야한 칵테일 (32/501)



〈 32화 〉야한 칵테일

최미화가 깜짝 놀란 이유는 서주환의 달라진 모습 때문이었다.
그녀가 기억하기로 서주환은 키가 더 작고 뚱뚱한 체형이었다. 한데  스타일 좋은 남자가 나왔으니 놀라지 않고 배기겠는가.

‘사실 살은 많이 안 빠졌는데.’

몸무게 자체는 최미화를 처음 봤던 날과 비교해 불과 5kg정도 밖에 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몸무게만 비교했을 때고, 겉으로 보이는 그의 체형은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달라진 상태였다. 단순히 살만 빼는 걸 넘어 키가 크고 근육이 붙었기 때문에 상당한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서주환은 놀란 눈을 한 최미화에게 씩 웃어 보이며 인사했다. 당황하던 그녀도 정신을 차리고 마주 인사를 해왔다.

‘이런 여자가 음란물 중독자에 욕설페티시라니.’

최미화의 겉모습은 지적인 이미지가 물씬 풍기는 커리어우먼이었다.
톤다운 된 네이비색 블라우스와 하얀 치마. 그리고 동그란 은테 안경이 지적인 느낌을 살려준다. 웨이브진 단발도 이미지와 잘 어울렸다.
도저히 그런 페티시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외양이었다.
최미화가 놀란 신색을 정리하고 말했다.

“작가님, 혹시 따로 드시고 싶은  있으세요?”
“아뇨. 당장 생각나는 건 없습니다만….”
“못 먹는 거는요?”
“아무거나 잘 먹어요.”
“그럼 제가 안내할게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고 앞장서는 최미화.
서주환은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속으로 아쉬워했다.

‘아, 가게도 좀 찾아볼 걸.’

외적인 것만 신경 썼지 식당 등의 요소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겉모습이나 성격의 변화 이전에 여자와 함께 해 본 절대적인 경험치가 부족했다.
서주환이 아쉬워하거나 말거나 최미화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녀의 입장에서는 데이트가 아니라 일적으로 나온 것이었으니 당연했다. 오히려 그녀는 자신의 은인인 서주환에게 직접 대접하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곱창?”

최미화가 안내한 식당은 의외의 장소였다. 여자니까 당연히 파스타 집 같은 곳에 갈 줄 알았는데 그건 순전히 서주환의 편견임이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두 사람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곱창 집에 들어갔다.
자리를 잡은 최미화가 말했다.

“여기 진짜 맛있어요. 가끔 혼밥하러  정도라니까요?”
“그래요? 피디님이 맛있다니까 기대되네요.”
“기대해도 좋아요.”

최미화는 호언장담하며 곱창을 대자로 시켰다.

지글지글.

서주환이 집게를 잡으려 했으나 그녀는 자신이 직접 구울 거라며 집개를 가져갔다. 보면 볼수록 겉보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었다.

“자, 드셔보세요.”

서주환은 그녀의 말을 따라 마늘 소스에 콕 찍어서 한 입 먹어봤다.
굉장히 기름져 보이던 것과 달리 그리 느끼하지 않은 맛이다. 입 안에서 퍼지는 기름기를 마늘소스가 잡아주어서 그런 듯했다. 그리고 곱창 특유의 쫄깃한 식감이 느껴졌는데, 그게  그의 취향이었다.
서주환은 가식 없이 진심으로 감탄했다.

“와. 이거 엄청 맛있는데요?”
“그렇죠? 제가 맛있다고 했잖아요.”
“사실 저 곱창 처음 먹어보거든요.”
“정말요? 곱창을 어떻게 처음 먹을 수가 있지?”

최미화가 왜 그런 아까운 짓을 했냐는 듯 안타까운 눈으로 서주환을 쳐다봤다.
이게 그렇게까지 슬픈 표정으로 볼 일인가?
어쨌든 맛있는 건 사실이었던지라 서주환은 열심히 곱창을 집어먹었다.

“작가님, 혹시 술도 하세요?”
“술이요?  좋아하는 편이죠.”

실제로 그는 술을 상당히 좋아하는 편으로 회귀 전에도 심심찮게 혼술을 즐기고는 했다. 조금 더 솔직히 말하면 같이 마실 사람이 없어서 혼술을 즐긴 것이지만.
최미화가  됐다는 듯 말한다.

“그럼  잔 하실래요? 여기 곱창은 술이랑 같이 먹어야 진짜거든요. 아, 혹시 이따 집필해야 돼서 안 되려나요?”

이제 먼저 술을 권하는 그녀의 모습이 재밌다. 냉철해 보이는 모습과 달리 말하는 모양새나 행동이 털털한 여자였다.
서주환은 걱정 말라는 의미로 고개를 저었다.

“아뇨. 오늘 분량은 이미 예약 걸어 놓고 왔어요. 비축분도 꽤 있고요.”

 말에 최미화의 눈이 동그랗게 뜨인다.
은테 안경 너머로 흥분한 눈동자가 보였다.

“비축분이요?! 정말? 몇 편이나요?”

최미화는 크게 흥분해서 얼굴을 들이밀었다.
최근 한참 덕질하고 있는 소설의 비축분이라니!
활자중독자인 그녀로서는 쉽게 넘길 수 없는 말이었다. 크게 뜨인 두 눈이 얼른 말하라는 듯 서주환을 재촉했다.
서주환은 조금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스, 스무 편 정도?”
“이십 편이나! 그렇게 많이?!”
“아, 네. 글 쓰는 속도가  빠른 편이라서요.”
“그, 그런데 어째서 글조아에는…?”

말끝을 흐리는 최미화.
아무래도 왜 빨리 올리지 않느냐고 묻는 듯했다.
서주환은 눈꼬리를 긁적이며 답했다.

“아직 무료니까요. 유료 전환하면 서서히 풀려고 했죠. 그 동안 비축분도 더  탄탄하게 가고 싶었고요.”
“아, 맞다. 아직 무료였죠. 인기작 치고는 편수도 이미  많이 풀린 상태고….”

최미화는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서주환의 ‘빙의사부는 무림공적’은 이미 꽤 편수가 올라간 상태였다.
업로드 된 무료 분량은 무려 45화.
인기작들이 보통 30~35화 쯤 유료로 전환하는  생각하면 상당히 늦은 편이었다.

‘실수로 쪽지를 삭제하지 않았으면 벌써 유료화 했을 텐데.’

유료화를 하지 않은  순전히 최미화가 속한 퍼니북스의 제안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여기 참이술 한 병 나왔습니다.”

술이 도착했다.
서주환과 최미화는 서로의 잔을 채워주었다.
술잔을 내려놓은 최미화가 다시 말문을 열었다.

“작가님 있잖아요. 계약하시면 제가 담당피디가 될 거거든요?”

어쩐지 말하는 모양새가 우물쭈물하다.
서주환은 신경 쓰지 않고 얼른 말을 받았다.

“좋네요. 저도 최미화 피디님이 담당해주시길 바랬어요.”
“아, 정말요? 다행이다. 아, 이게 아니라, 제가 담당 피디가 될 거라서 하는 말인데요.”

무슨 말을 하려고 뜸을 들이는 걸까.
서주환은 편히 말하라는 뜻에서 고개를끄덕여주었다.

“그, 비축분 받을  있을까요?”
“비축분이요?”
“네. 가능한 빨리.”
“어… 그건 상관없지만 아직 퇴고를  해서요. 퇴고 하고 드리겠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어지간히 기쁜 모양인지 최미화의 얼굴이 밝게 펴졌다.
 모습이 우스워서 서주환은 큭큭 눌린 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그에 최미화가 조금 민망한 듯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사실 제가 작가님 엄청 팬이거든요. 솔직히 빨리 보고 싶은 사심이 섞인 부탁이었어요.”
“하하. 담당 피디님이 팬이라니 기쁘네요.”
“아, 그래도 피드백은 확실히  거니까요?”

짐짓 안경을 올려 쓰며 깐깐한 투로 말하는 최미화.
진담 섞인 장난에 서주환은 피식 웃어보였다.

“물론이죠. 짠 할까요?”
“좋아요.”

이후로도 두 사람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야기는 순조로웠다.
서주환의 작품을 꼭 잡고 싶었던 최미화가 사장을 닦달해 얻어 낸 전권으로 굉장히 좋은 조건을 불렀던 것이다. 전작 성적이 시원찮았던 신인에게 해주는 것치고는 과해 보일 정도였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동안 술잔이  순배나 돌았다.
테이블 위의 술병은 어느덧 세 병째.
중간에 시킨 맥주까지 합치면 상당한 양이다.
최미화는 생각보다 훨씬 술을 잘 마셨다. 맥주가 나온 후에는 소맥까지 직접 말아주었는데,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 듯 황금 비율을 정확하게 맞추는 그녀였다.

“짠.”
“짜안~.”

다시 한  잔을 부딪친 후 술잔을 비운 최미화가 조금 풀린 목소리로 말했다.

“푸후. 아, 오늘 술 너무  넘어가네요. 내일 월요일이라 이렇게 마시면 안 되는데….”

꽤나 취했는지 걱정하다가도 고개를 내젓는다. 그리고는 다시 술잔을 채우려 한다.

“주환 씨 잡았으니 저한테 아무도 뭐라고 못 할 거예요. 왜냐면 유료 전환하고 성적엄청  나올 거거든.”
“어우. 부담스러워라. 만약 성적 안 나오면 미화 씨 저 갈구는 거 아니죠?”

두 사람은 어느덧 서로를 이름으로 부르며 보다 편히 말하고 있었다.
서주환은 몰랐지만, 이는 굉장히 예외적인 경우였다.
평소의 최미화라면 절대로 말을 놓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본래 작가들과 사적인 자리를 갖지 않았다. 다소 냉정하다 싶을 정도로 거리를 두며 날카롭게 피드백 하는  그녀의 본모습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녀라도 자신을 흉악한 연쇄살인범에게서 구해준 사람에게까지 냉정할 수는 없었다. 오늘은 단순히 작품 계약 때문이 아닌, 은인에게 밥이라도 한 끼 보답하고 싶어서 나온 자리였으니 말이다.

‘얘기도 잘 통하고, 스타일도 좋고 말이지.’

그녀의 친절한 태도는 제법 괜찮게 생긴 서주환의 외모도 한 몫 했다. 읽고 있는 책의 스펙트럼이 어찌나 넓은지 이야기도 잘 통했고, 특히 단정하게 차려 입은  스타일이 마음에 들었다.
검정 슬랙스와 흰색 폴라티 위로 걸친 회색 코트. 그 아래 갈색 단화까지.
단정하고 깔끔한 느낌이 드는 게  그녀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었다.

‘무엇보다 야한 걸 잘 써!’

이미지를 위해 말을 아끼고 있었지만 그의 전작인 무림색황을 얼마나 재밌게 보았던가. 현 작품을 보고 찾아본 전작은 그녀의 취향을 관통했다. 물론 필력이야 지금보다 한참 뒤떨어졌지만, 여러 가지로 원석 같은 작품이었다.
여러모로 취향을 저격당해서일까.
최미화는 평소답지 않게 다소 헤픈 웃음을 흘려버리고 말았다.

“헤헤. 엄청 깐깐하게 피드백 할 거니까 걱정 마세요. 아, 물론 작가님이 싫다면  하지만요.”
“하하… 살살 부탁드려요.”

그리 말하는 서주환은 내심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거기로 가볼까?’

슬슬 자리를 옮길 생각이었다. 분위기는 좋았지만 곱창 집에서 뭔가 더 진행될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마침 술이  떨어진 걸 보고 슬쩍 말을 꺼냈다.

“미화 씨.”
“네?”
“자리 옮기지 않으실래요? 조용한 곳에서 상담하고 싶은 게 있어서요.”
“어떤…?”
“그, 19금 작품에 관한 건데요.”

페티시를 고려해 던진 떡밥이 제대로 먹혔던 걸까.

“…어디로 갈까요?”

최미화는 곧장 짐을 챙기며 말했다.

“작품 건으로 상담하실 게 있다는데 당연히 들어드려야죠.”

변명 같은 말이 뒤따라왔지만 이미 최미화의 눈은 짙은  보이고 있었다.
덕분에 그는 자연스럽게 자리를 옮길  있었다.

*

서주환이 안내한 곳은  형태로 이루어진 칵테일 바였다.

“이런 곳이 있었네요?”
“괜찮죠?”
“네. 확실히 조용히 이야기하기 좋겠어요.”

독방으로 사방이 막혀 있는데다 은은한 재즈 풍의 음악이 나오고 있어서 분위기도 좋다. 식당은 알아보지 못 했지만 수작부릴 곳은 확실히 준비한 서주환이었다.
서주환은 적당한 과일안주와 칵테일 두 잔을 주문했다. 종업원이 나가자 최미화가 기다렸다는  말문을 열었다.

“그래서 상담하고 싶으시다는 게 뭔가요? 19금 작품이라고 하셨죠?”
“아, 네. 원래 지금 쓰는 작품보다 먼저 준비했던 건데, 19금시장이 불안해보여서 폐기해버렸거든요.”

빈 말이 아니었다. 실제로 회귀 전의 그는 이맘때 19금 작품을 준비했었다. 그리고 그도 19금 작품을 즐겨 봤던지라 미련이 조금 남아있었다.
다만시장성때문이 아니라 당시에 트라우마를 겪고 있어 폐기했다는 게 사실과 다른 점이었다.

“아….”

최미화는 안타까운 탄식을 흘렸다. 19금 작품을 즐겨 보는 그녀로서는  작품 하나가 세상에 나오지도 못하고 사장된 게 너무 아쉬웠다.
하지만 당장 써달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 그의 말처럼 성인 웹소설 시장은 날이 지날수록 죽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아. 저도 그 문제는 이렇다 할 답을 드릴 수가 없네요. 성인 시장이 협소해지고 있는 게 사실이니까요. 정부는 왜 성인들 보는 걸 음란성이란 이유로 몰아가서 죽이는 건지….”

화가 난다는  미간을 찡그리는 최미화.
그녀는 곧 말을 이었다.

“제 목표 중 하나가   아세요?”
“네? 어, 잘 모르겠네요.”

뜬금없는 말에 서주환은 어리둥절해졌다. 제법 취기가 올라서 그런 건지 그녀의 말에는 두서가 없었다.
최미화는 피곤한  안경을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다시 말문을 열었다. 동그란 은테 안경을 벗으니 인상이 훨씬 세 보였다.

“성인 웹소설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거예요.”
“그, 그래요?”
“네. 웹툰 쪽은 잠시 수그러들었다가 다시 커지고 있는 중이거든요. 오히려 그 쪽을 전문으로 하는 플랫폼도 있을 정도에요. 틈새공략이란 거죠.”
“그렇군요.”
“저는 웹소설도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사실 정부의 규제도 문제지만 그쪽 성향을 위주로 운영하는 플랫폼이나 매니지가 없는 게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작가들도 당연히 성인물을 피하게 되는 거고요.”

최미화의 말에 서주환은 떠오르는 게 있었다.
훗날 직접 매니지를 설립한 최미화.
그녀의 매니지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한 성인용 웹소설들과 제법 많은 계약을 맺었었다. 그게 본인 취향이 적극 반영된 사업이었을 줄이야.
잠시  주문한 칵테일이 도착했다.
두 사람은 칵테일을 몇 잔 더 시켰고, 성인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좋아하는 분야이기 때문인지 최미화는 곱창 집에서보다 말이 많아졌다.
이후 그와 최미화는 물을 마시듯 칵테일을 비워냈다. 곱창 집에서 몇 병을 마셨는지 기억도 안 난다. 칵테일 바에서 마셔댄 것을 합치면 술이 강한 서주환도 주량이 간당간당 했다. 최미화도 이미 얼굴이 벌게져서 혀 꼬인 소리를 냈다.

“아하하. 너 많이 치해따.”
“큭큭. 딸꾹. 남  하고 있네.”

미친 듯이 마셔댔더니 꽤 어지럽다. 당연히 최미화도 나사가 거의 풀렸다. 그와 최미화는 어느새 말을 놓고 십년지기 베프처럼 대화하고 있었다.

“미화야,  잠시 화장실 좀.”
“아, 나둥.”

화장실에 들어간 서주환은 아이템, 【매력 상승 립밤】을 꺼내 입술에 발랐다.

【매력 상승 립밤】
▶ 효과1: 입술의 매력을 상승시켜준다. 여성이 보기에 키스를 하고 싶어지는 입술일지도?
▶ 효과2: 입술이 트는  방지하고 이미 튼 입술을 재생시켜준다. 재생에는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바르면 두 시간 동안 효과가 지속된다.

립밤의 지속 효과는  시간. 최미화를 만나기 전에 발랐던 효과는 진즉에 사라졌다. 중간에 다시 바른다는 게 정신이 없어서 깜빡 잊고 있었다.

‘분위기는 좋아.’

19금 위주의 작품에 대해말해서일까. 중간 중간 야한 농담이나 이야기가 오갔다. 자제하는 듯 했던 최미화는 술에 취하자 거침없이 섹드립을 입에 올렸다.
다시 자리에 앉은 최미화가 메뉴판을 보더니 말했다.

“푸흐흫. 이거 봐. 칵테일 이름이 slippery nipple(미끄러운 젖꼭지)이야.”
“푸핳. 여기 이건  야한데?”
“어? 뭔뎅?”
“Blow Job(구강성교).”
“아, 뭐야. 야해. 서주환 변태!”

그리 말하며 서주환의 어깨를 미는 최미화였지만 얼굴은 즐겁다는 듯 웃고 있었다.

“뭐래. 너 좋아하는 거  난다? 성인 시장 살리고 싶다고 할 때부터 알아봤지. 너 야한 거 엄청 좋아하지?”
“프흐흐. 티 났어?”
“모르면 그게 바보지.”

최미화의 페티시 Narratophilia(넬레토필리아)는 막말, 욕설, 선정적인 등을 통해 흥분을 느끼는 도착증이다.
처음 봤을 때는 막말이나 욕설을 어떻게 해야 되나 싶었지만 서주환은 그녀의 또 다른 페티시인 Pictophilia(픽토필리아)에서 답을 찾았다. 음란물 중독 페티시. 그녀는 음담패설을 좋아했다.
일부러 칵테일 바로 그녀를 데려 온 이유였다. 칵테일은 야한 이름일수록 맛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런류의 이름이 많았다.

“프흫. 주환아, 우리 이거 하나씩 시킬까?”
“그럴래? 뭐 시키게?”
“나는 Sex on the beach. 야한 칵테일 하면 이게 제일 대표적이잖아?”
“와.  다시 말해봐. 발음 봐라?”
“Sex on the beach. 왜. 괜찮아?”

괜찮다마다. 유학이라도 갖다 왔는지 영어 발음이 끝내줬다. 발음이 굉장히 야했다.

“그럼 나는 지스팟으로 할게.”
“아, 이름 진짜!”
“왜. 재밌잖아.”

서주환은 테이블에 있는 테블렛으로 섹스 온 더 빗치와 지스팟을 주문했다. 테블릿이 아니었으면 민망해서 못 시켰을지도 모른다. 아, 그래서 배치해둔 걸까?
곧 주문한 칵테일이 도착했다.
서주환은 칵테일을 입으로 가져가는 최미화를 보며 말했다.

“딸꾹. 미화야, 재밌는 거 알려줄까?”
“응? 뭔데에?”

늘어지는 말꼬리와 취한 듯 흐릿한 눈.
서주환은 자신도 머리가 어지러운 걸 느끼며 말을 이었다.

“남자가 섹스 온 더 비치를 시키고, 그걸 여자가 마시면…”
“마시면?”
“…두 사람은 키스를 해야 된다는 속설이 있어.”
“…….”

침묵하는 최미화.
흐릿했던 그녀의 눈길이 서주환의 입술에 또렷히 고정되었다.
서주환은 이지러지는 시야 속에서 씩 미소 지으며 말했다.

“어쩔래?”
“…….”

여전히 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다만 꼴깍, 하고 음료를 넘기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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