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화 〉불타오르는 패션 마이너 갤러리
머리카락 성애자라니.
상상도 못한 성 판타지에 뇌정지가 오려고 한다.
도대체 머리카락을 왜 좋아하는 건데?
물론 서주환도 머릿결 좋은 사람들을 보면 부럽긴 했다.
‘그래도 머리카락에 성욕을 느끼는 건 이상하잖아?’
그의 상식으로 모발에 흥분을 느낀다는 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세상에는 사람 수 만큼이나 많은 페티시가 있는 법이지.’
잠시간 내적 갈등을 하던 그는 이내 현실을 받아들였다. 신기하게도 의외로 빠르게 현실을 수긍할 수 있었다.
그래, 머리카락을 사랑하지 못할 건 또 무언가.
이미 뚱뚱한 사람을 좋아한다거나 테디베어에 흥분하는 등 신기한 페티시를 많이 봐왔다. 심지어 그의 동생은 안구 기호증을 갖고 있었으니….
서주환은 다양한 취향을 존중해주기로 했다.
“왜 그러세요? 혹시 머리가 마음에 안 드시나요?”
미용사, 신하늘이 조심스러운 어조로 물어본다. 혼란에 빠져있던 그는 화들짝 놀라서 아무것도 아니라며 얼버무렸다.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 기울이는 신하늘.
서주환은 어색하게 웃으며 거울 너머로 보이는 그녀의 가슴께를 힐끔 쳐다봤다. 봉긋한 가슴에 명찰이 붙어 있다.
‘이름은 가명이었나 보네.’
상태창에 뜬 이름과 달리 명찰에는 ‘신바다’ 라고 적혀 있었다. 아무래도 미용실에서만 쓰는 가명인 듯했다.
신하늘이 다시금 미소 지으며 입을 열었다.
“향수 뿌리셨나봐요.좋은 냄새 나요. 혹시 어떤 향수인지 물어봐도 될까요?”
스킬 페로몬의 효과로 서주환의 몸에서는 여성들의 호감을 보다 쉽게 이끌어낼 수 있는 향이 흘러나온다.
이를 곧이곧대로 말할 수는 없는 노릇.
서주환은 적당히 둘러댔다.
“아, 미안해요. 친한 동생들이 사준 거라 저도 잘 모르고 뿌려서요.”
“에이, 미안할 것까지야 있나요. 그런데향수까지 뿌렸으면 중요한 약속인가 보네요?”
“어… 그렇죠?”
“앗, 혹시 여자?”
“여자는 맞는데….”
“어머머. 여자친구를 만나러 가는 게 아니라 만들러 가는 거였구나. 그럼 이따 세팅할 때 엄청 멋있게 해드려야겠네요.”
“하하. 잘 부탁드려요.”
“저만 믿으세요.”
싱긋웃으며 말하는 신하늘.
서주환은 마주 미소 지으면서도 약간 소름이 돋았다.
‘와, 직업정신 투철한 거 보게.’
신하늘의 친절함은 철저하게 꾸며진 것이었다.
그도 그럴게, 상태창에 나타난 호감도가 E로 표시되어 있지 않던가.
호감도는 무관심인 D를 기준으로 나누어지는데, E등급이면 비호감에 가까운 수치였다.
그나마도 페로몬의 효과 덕분에 E등급에 멈춘 것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기피, 혐오에 해당되는 F등급이었을지도 몰랐다.
그럼에도 이런 입담에 친절함을 보이는 게 대단하다. 이게 프로정신이라는 건가 싶었다.
‘그런데 왜 날 싫어하는 거지? 혹시 나 얼굴만 봐도 싫을 정도로 못 생겼나…?
그런 생각이 들자 시무룩해진다. 스스로 잘 생긴 얼굴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나름 만족하며 살아왔거늘.
그렇게조금 슬픈 생각을 하고 있으니, 어느새 신하늘이 마무리 작업을 하며 말했다.
“손님, 머리 관리 잘 안 하시죠? 모발이 너무 상해 있으셔요.”
여전히 친절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다.
그런데 왜 이렇게 소름이 돋는 걸까? 목소리에 어쩐지 한기가 서려 있는 것만 같았다.
서주환은 왠지 잘못을 걸린 것 같아서 변명하듯 대답했다.
“그, 그렇죠. 군대에서 지내다 보니까 관리가 힘들기도 했고…”
“어머. 군대에 있어도 관리하시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손님 혹시 샴푸 뭐 쓰세요? 린스는? 트리트먼트는 안 쓰시나요?”
“어… 잘 모르겠는데요.”
딱히 특정 브랜드를 지정해서 써본 적은 없다. 인터넷에서 적당히 탈모에 좋다는 상품을 발견하면 구매했었다. 린스나 트리트먼트는당연히 쓰지 않았고.
서주환의 답에 신하늘이 멈칫하더니 어딘가 떨리는 듯한 목소리로 질문했다.
“혹시… 비누로 머리 감으시는 건 아니죠?”
“네?”
“호호. 그럴 리야 없겠지만 머릿결 상태가 안 좋아서 물어봤어요.”
“아, 군대에서는 비누를 썼…”
쩔그렁.
신하늘의 손에 들려 있던 가위가 바닥에 떨어졌다.
서주환은 얼른 말을 덧붙였다
“…지만 최근에는 샴푸 쓰고 있습니다.”
“…….”
갑자기 말이 없어지는 신하늘.
거울로 확인하자 일순간 굳은 표정을 볼 수 있었다.
‘무, 무서워.’
신하늘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떨리는 목소리로 말문을 연다. 어찌나 놀란 건지 목소리에 습관처럼 배어 있던 친절함도 사라졌다.
“진짜 비누로 머리를 감으셨어요?”
“네, 네….”
“하아. 그러니까 이렇게 돼지털… 이 아니라 이렇게 머리가 상하지요."
잠깐 마음의 소리가 삐져나왔던 것 같은데 착각인가. 서주환은 그냥 닥치고 있기로 했다.
신하늘이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손님, 머리카락은 굉장히 섬세해요. 손님처럼 관리하시면 모발이 상하는 것은 물론이고 두피에도 좋지 않답니다. 그리고 모발이 거칠어지면 나중에 스타일 내기가 힘들 거고, 두피와 모근이 손상되면 탈모가 올 수도 있어요.”
“타, 탈모요?”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보기엔 이미 조금 진행 되고 있는 것 같네요.”
“저, 정말인가요?”
“네.”
단호하게 대답하는 신하늘.
대경실색한 서주환의 얼굴이 시시각각 변화한다.
‘탈모 사라진 거 아니었어?!’
탈모는 업의 정상화와 함께 사라진 줄 알았거늘.
어째서 행운 작용과 함께 아이템 뽑기에서 모발모발 영양제가 나온 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신하늘은 그제서야 심각성을 느꼈냐는 듯 혀를 쯔쯔차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더니 다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한다.
“손님, 서주환 님은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얼마 전에 전역했으니 스물 셋?”
“네. 스물 셋 맞습니다.”
“그럼 걱정 마세요. 아직 안 늦었어요. M자가 아니라 원형이니까 되돌릴 수 있어요. 제가 샴푸랑 린스, 트리트먼트, 그리고 영양제도 몇 개 알려드릴 테니까 앞으로 잘 관리하시면 돼요.”
“그렇게나 많이 필요한가요?”
“혹시 대머리로 살고 싶으세요?”
“그, 그건 아니죠!”
“그럼 제 말 들으세요. 머리도 피부처럼 젊었을 때부터 꾸준히 관리하셔야 돼요.”
“그렇군요….”
머리의 세계는 생각보다 심오하구나.
서주환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다행이지 않는가. 모발 성애자가 추천해주는 제품이라니 신뢰도가 저절로 생긴다. 본인 머릿결부터가 굉장히 좋아보였으니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보고 있자니 신하늘의 머릿결은 굉장히 좋아보였다. 어찌나 찰랑거리고 윤기가 나는지 한 번 만져보고 싶을 정도다.
서주환은 저도 모르게 입 밖으로 감상을 내뱉었다.
“엄청예쁘네요.”
“네?”
“아, 아니. 미용사님 머리요. 엄청 부드러워 보여서요.”
“아, 고마워요. 열심히 관리 했거든요. 헤헤."
띠링.
[신하늘이 호감도가 E+로 상승했습니다.]
어라.
*
“이제 샴푸 할게요.”
“네.”
눈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얇은 수건 한 장이 깔리고 신하늘이 머리를 감겨주기 시작했다.
뒷머리를 감을 때는 신하늘의 손이 머리를 들어올렸는데, 머리통이 무겁지는 않을까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목에 힘 빼셔도 돼요. 힘 빼시는 게 더 편하거든요.”
“아, 네.”
슬그머니 목에서 힘을 뺐다. 괜히 부끄럽다. 수건이 눈을 가리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쏴아아~.
물로 한 번 헹구고 린스를 발라준다. 그렇게 부드러운 손길로 두피를 문지르는데, 뭔가 점점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윽?”
“어디 불편하세요?”
“아, 아뇨. 괜찮습니다.”
사실 안 괜찮다. 딱히 큰 문제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두피를 어루만지는 손놀림이 굉장히 묘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린스는 머리카락에 바르는 거니까 이렇게 두피를 건드릴 필요가 없지 않나?
의문을 가졌을 때, 신하늘의 손톱이 뒷머리의 골을 따라 목 근처까지 쭈욱 긁어내렸다.
“흡?”
“아, 여기가 가려우시구나.”
“그, 그게… 네.”
“후후. 거의 끝났으니까 조금만 참으세요.”
띠링!
[신하늘의 호감도가 D로 상승했습니다.]
또 다시 올라가는 호감도.
서주환은 조금 황당해졌다. 아까 호감도가 올라간 거야 머릿결을 칭찬했으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뭘 했다고 올라간 건지 모르겠다.
그때 루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는 왜 그런지 알 것 같습니다]
평소 시스템에 대한 도움을 줄 때 외에는 말을 꺼내지 않는 루시다. 먼저 말을 꺼내는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뭐 때문인데?’
[제 짐작이지만, 주인님의 머리가 민감해서 기쁜가 봐요.]
‘뭐?’
[모발 성애자이니 두피가 민감한 사람을 좋아하는 게 아닐까요?]
‘내 두피가 민감하다고?’
거짓말 하지 마라. 회귀 전에는 살면서 이런 적 없었다. 눈꼬리와 머리를 자주 긁적이긴 하지만 그건 그냥 습관적인 것이다.
서주환은 자신이 그런 이상성욕자일 리가 없다며 루시의 말을 부정했다. 멀쩡한 사람을 매도하는 것도 정도가 있는 법이었다.
[정확히는 두피가 아니라 뒷골부터 이어지는 목덜미까지지만요. 사람의 뒷골은 원래 민감한 부분이랍니다.]
‘그럼 그렇지. 내가 이상성욕자일 리가 없지.’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주우욱. 긁적.
다시 한 번 뒷골을 죽 긁어내리는 신하늘의 손길.
‘헉.’
약하게 소름이 돋아서 몸이 움찔거렸다. 소중이를 자극 받았을 때와 비교하면 굉장히 미약한 느낌이었지만 마치 애무를 받는 느낌이랄까.
이는 서주환의 뒷골이 민감하기 탓도 있었지만 애초에 신하늘의 손놀림 자체가 관능적이기 때문이었다.
서주환은 결국 인정했다.
성감대는 몰라도 뒷골이 민감한 부위라는 것을 말이다. 그 증거로 그의 소중이는 어느새 시즈모드로 형태변화를한 상태였다.
그는 혹시 들킬까봐 슬쩍 다리를 오므렸다.
오히려 그런 행동 때문에 티가 났던 걸까.
“어머? 후후.”
귓가에 들리는 목소리가 즐거워 보였다.
띠링!
[신하늘의 호감도가 D+로 상승했습니다.]
‘그만 올라라 좀….’
***
“고생하셨어요~.”
“아, 네. 미용사님도 고생하셨습니다.”
“후후. 제 이름은 신하늘이에요. 나중에 또 오세요~.”
“…네.”
갑자기 본명을 알려주는 이유가 뭘까.
서주환은 도망치듯 미용실을 나왔다.
‘뭔가 정체성에 혼란이 온 느낌이야….’
뒷골이 민감한 부분이라니. 별로 알고 싶지 않은 사실을 알아버렸다.
[사람의 페티시는 다양한 법이니까 주인님께도 특이한 페티시가 있을 수 있지요.]
‘내 페티시는 상태창에 표기할 수 없어?’
[네. 저를 만드신 러스트 님이 그건 굳이 표기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나 봐요.]
‘…그래. 차라리 다행이다.’
괜히 이상한 게 표기되어 있으면 오히려 더 찝찝했을 수도 있다. 때로는 모르는 게 나은 것도 있는 법이었다.
예를 들어 그가 잡았던 살인범의 성 판타지는 강간과 신체 절단, 살인이었다. 페티시는 후천적으로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다지만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경우가 크다고 한다. 굳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볼 필요는 없었다.
루시가 질문했다.
[그래서 앞으로 그 미용실은 안 가실 건가요?]
…단골이 될 것 같았다.
*
머리 세팅을 마쳤으니 다음은 옷을 살 차례였다.
‘옷은 거기서 살까?’
1번가에는 훗날 유명해지는 옷 가게가 있다.
가게의 이름은 ‘스타일 완성’ 인데, 줄임말로는 스완이라 부르기도 한다. 스완은 줄임말인 동시에 Swan(백조)로 만들어주겠다는 이중적인 의미를 갖고 있었다.
스완은 젊은 여자가 사장으로 있는 곳이었는데, 스타일에 따른 옷 조합을 기가 막히게 잘 추천해주는 걸로 유명했다.
‘옛날에는 쫄아서 못 갔었지.’
불운을 옮길까 걱정 되어서는 아니고, 그때는 워낙 소심해서 옷을 고를 때 점원이 말을 거는 게 싫었다. 그래서 옷은 대부분 인터넷으로 사거나 점원이 말을 걸지 않는 가게로 골라서 갔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먼저 스타일링을 요청할 생각이었다. 솔직히 옷을 예쁘게 입는 것에는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서주환의 스타일은 운동복을 제외하면 패션 테러범에 가까웠다.
그렇게 약간의 기대감을 안고 기억 속에 있는 가게에 도착했는데.
『오픈 준비 중입니다.』
“아….”
서주환의 입에서 안타까운 탄성이 흘러나왔다. 스완은 아직 오픈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실망한 그는 발길을 돌려 지하상가로 향했다.
‘이렇게 된 이상 양으로 승부를 보자.’
왕창 구매하면 어울리는 게 뭐라도 있겠지 라는 생각이었다.
*
현재 시각은 오후 6시 30분.
미용실에 가고, 옷을 사는 등 시간이 꽤 걸렸지만, 충분한 시간을 두고 움직인 덕분에 약속 시간보다 30분이나 빨리 도착했다.
서주환은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어차피 이쪽에서 만나기로 했으니 미리 들어가 있을 생각이었다.
자리에 앉은 그는 남자자 패션 마이너갤러리라는 커뮤니티에 들어갔다. 지하상가에서 옷을 대량으로 구매한 후 어떻게 입을지 추천해달라며 도움을 구한 곳이었다.
그는 자신이 남긴 잔재물을 살펴보며 쓰게 웃었다.
「패알못인데 옷 조합 추천 좀. 오늘 여자 만나러 감.」
- 세 시간 남았음. 제발. 오늘 산 따끈따끈한 옷들임.
여자를 만나러 간다는 말 때문에 어그로가 확실하게 끌렸던 걸까. 게시물에는 수많은 댓글이 달렸다.
- 아 씨x 비틱질 하길래 욕하러 들어왔는데 진짜 심각한 새끼네.
- 어,,, 양보다 질이라는 말을 이럴 때 쓰는 거구나.
- 이 씹x끼 뭔 옷을 ㅈ같은 것만 골라 사왔냐.
- 등산인이세요?
- 옷 수거함에서 꺼내 옴?
- 모쏠인 내가 봐도 이건 아니야;;
- 좋은 말로 할 때 다시 사와라 진짜.
- 바지핏 지리네. 05년도에 구매함?
- 다들 왤케 진지함? 딱 봐도 장난으로 어그로 끄는 거구만. 나만그래 느낌?
- 리스트 말해줄 테니까 다시 사오셈. 빨리.
결국 서주환은 댓글에 달린 대로 옷을 다시 사왔다.
한 눈에 봐도 자신이 샀던 것보다 괜찮은 옷들.
그는 자신감을 갖고 옷을 입은 후 사진을 올렸다.
「아까 그 패알못임. 옷 다시 사와서 착용샷 올림.」
- 이정도면 ㄱㅊ?
다시 수많은 댓글이 달렸다.
- ^^ㅣ발아. 너 일부러 그러는 거지.
- 예쁜 옷들 사와서 왜 ㅈ같이 입는 거냐고ㅋㅋ
- 진짜 죽여버린다.
- ???이 분 웃자고 올린 거 아니었음? 뭐야, 진짜야???
- 아까처럼 있는 옷 하나하나 찍어서 올려보세요. 여러분 지금부터 코디를 시작합시다.
- 제발 그 옷 그대로 입고 가줘. 커플 지옥 솔로 천국!
- ^^ㅣ팔 이런 새끼도 여자 만나고 다니는데….
- 형냐 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
그렇게 패마갤은 불타올랐다.
서주환의 게시물이 올라가고, 댓글이 달리고, 다시 게시물이 올라가고, 또 다시 댓글이 달리고.
- 뭐냐, 저 밑도끝도 없는 롤업은? 롤업을 누가 그 따위로해ㅁㅊ
- 벨트 그렇게 매지 말라고 제발!
- 아니 어케 여자 만나는 거냐고. 얼굴이 ㅈㄴ 잘 생겼나? 아님 돈?
- 야야, 잠깐만. 너 양말은 뭐 샀냐?
└ 그러고 보니 신발은?
└ 아, 맞네ㅁㅊ
- 게시판 분탕 치지 마라. 여기 패션 갤러리지 미스터리 갤러리 아니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ㄹㅇㅋㅋㅋㅋ
└ 아, 바로 그거 였누ㅋㅋㅋㅋㅋ
두 시간이 지난 후.
「이 정도면 어때?」
- 알려준 옷 조합들 다 메모해놨어. 진짜 고마워. 이 정도면 괜찮겠지?
드디어 갤러리가 소각되었다.
- 드디어… 드디어!
- 하. 그래도 정상적으로 입혀 놓으니까 괜찮은데?
└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비율 상당히 좋음.
└ ㄹㅇ 아까랑 딴 사람이자너.
└ 진짜 살만 좀 더 빼면 스타일 작살나겠는데ㅇㅇ
- 그러고 보니 데이트 가는 건 이 사람인데 왜 내가 힘들어야 하는 거지?
└ 갑자기 개빡치네.
└ ㄹㅇ왜 우리가 너덜너덜해져야 되는 거냐고.
- 여러분 고생하셨습니다. 오늘 우리가 사람 하나 살린 겁니다….
댓글들을 정독한 서주환은 쓰게 웃으며 눈꼬리를 긁적였다. 자신이 옷을 못 입는다고는 생각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일 줄은 몰랐다. 말로만 듣던 패션테러범이 그 자신이었다니.
‘패션 갤러리라서 예민했던 게 아닐까? 먼저 산 옷들도 괜찮았던 거 같은데.’
이 소리를 들었다면 패션갤러리 유저들이 뒷목을 잡고 쓰러졌을지도 모르는일이었다.
그렇게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있으니 얼마 안 가 까톡 알림이 울렸다.
[최미화]
- 작가님, 저 5분 정도면 도착할 것 같아요.
- 도착하면 말해주세요~.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어느새 20분 가량이 흘러 있었다.
그는 까톡에 답장을 보냈다.
[나]: 저 도착했습니다. 창가 쪽에 있어요.
[최미화]: 아, 정말요? 빨리 갈게요!
[나]: 괜찮으니까 천천히 오세요(1)
“천천히 와도 되는데.”
1이 사라지지 않는 것을 보니 급하게 오는 중인 것 같았다.
금방 올 것 같아서 문 쪽을 바라보고 있자니 여자 한 명이 들어왔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웨이브진 단발에 동그란 은테 안경을 써 지적으로 보이는 여자였다.
‘최미화 씨 맞나?’
일전에 봤을 때는 눈물 때문에 화장이 지워지기도 했고 몰골이 심각했던 터라 전혀 다른 사람 같았다.
여성은 이쪽을 잠시 보더니 고개를 갸웃 기울이고 다시 주변을둘러봤다. 그러다 눈이 마주쳤다. 하지만 여자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분명 눈이 마주친 것 같았는데 이상한 일이다.
‘맞는 거 같은데?’
서주환은 자리에서 일어나 여성 쪽으로 다가갔다
그에 다시 그를 본 여성은 그가 가까이 다가오자 다시 고개를 갸웃하더니 이내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자, 작가님?”
왜인지 깜짝 놀라는 최미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