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화 〉《싸이킥워치:20살 군필 여고생 출격합니다!(3)》
서주환은 시청자의 질문에 대답해주면서도 한수아를 힐끔 쳐다봤다.
‘돌겠네. 이거 수아가 감당 가능한가?’
한수아가 앞서 몇 번 방송을 해봤다지만 10명도 안 되는 소수, 그마저도 고정이 아닌 유동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방송이었다.
반면 현재 시청자의 수는 1,500명에 이르렀다. 어그로가 끌려도 너무 많이 끌려버린 것이다.
누군가는 시청자가 많으면 좋은 게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도 능력이 되어야 좋은 거지 감당불가의 영역으로 가면 화가 될 수도 있었다.
그때 한수아가 불안한 눈빛으로 그를 봤다.
역시나 이 상황이 당혹스럽고 긴장이 되는 모양.
하지만 한수아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의 생각과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그녀가 작게 속삭였다.
“환이 오빠, 괜찮아?”
“…어? 나?”
“응. 내 방송 도와주다가 곤란해진 거 아니야? 오빠 분식집에서도 힘들어했잖아….”
“아.”
서주환은 잠시 멍한 얼굴이 되었다.
분식집에서 고등학생들에게 둘러싸여 곤혹스러웠던 일.
한수아는 자신에 대한 것보다 그를 걱정하고 있었다.
그는 이내 피식 웃어버리고 말았다. 네 살 차이가 나는 동생이라 마냥 어리게만 보고 있었는데 생각하는 게 기특했다.
- 둘이 무슨 얘기 하냐아!
- 방송이 장난이야?!
- 나 소외감 느껴… 빨리 겜 해줘!
“아, 죄송합니다. 고미가 자기도 게임 하고 싶다네요. 이제 고미랑 교대하겠습니다.”
“에? 어?”
“할 수 있지? 알려준 대로만 하면 돼.”
“아, 응!”
- 와! 드디어 방장이 한다!
- 난 방주 님 보러 들어온 거라고. 어서 겜 하고 비명 질러주셈ㅋㅋㅋㅋ
└ 으엑. 겜 하다 꺅꺅 대는 거 개극혐인데.
- 의외로 잘 해도 재밌을 듯ㅋㅋㅋㅋ
└ 방장 님 겜 해본 적 없대요.
└ 클베인데 당연히 못 해봤겠지.
└ ㄴㄴ살면서 온라인 게임을 해 본 적이 없다고 했음.
└ 완전 뉴비임?
└ ㅇㅇ그래서 더 기대중. 아예 못 해서 예능 찍어도 꿀잼각ㅋㅋㅋㅋㅋ
잠시 후.
매칭이 잡혔다.
*
한수아가 지닌 게임 재능의 잠재등급은 S급. 그러나 현재 등급은 D+에 불과하다. 서주환과 같은 슈퍼 플레이를 보여주는 건 불가능하다.
“앗. 아깝다! 잡을 수 있었는데!”
- 어림도 없지ㅋㅋㅋㅋ
- 잡을 수 있었다=못 잡았다ㅋㅋㅋ
- 그래도 생각보다 잘하는데?
└ ㅇㅈ 이 정도면 ㅈㄴ 잘하는 거지.
└ 물소들 여스(여자 스트리머)라고 또 빨아주는 거 좀 역하네.
└ 아니 게임 자체를 처음 하는 건데 이 정도 하면 잘하는 게 맞지.
└ 응. 고딩 빨아주는 페도들 개역겹고.
└ 고3이 무슨 페도야ㅁㅊ. 그리고 방장 20살임.
매니저가 한 명이다보니 완벽한 채팅 관리가 불가능했다. 뒤늦게 몇몇 채팅들이 블라인드 처리 되었다.
“아, 이번엔 진짜 아까웠다. 그쵸, 여러분! 그래도 이제 좀 알 것 같아요!”
예상대로 한수아는 중간 중간 멈칫거리며 헤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괜찮았다. 방송이란 게 무조건 게임을 잘한다고 해서 흥하는 건 아니었으니까.
시청자들에게는 여고생이 생전 처음으로 게임을 한다는 것 자체가 꽤나 흥미로운 놀잇감이었다. 애초에 그녀에게 실력적인 플레이를 기대하는 시청자는 거의 없었다.
오히려 첫 게임에 이 정도면 잘 하는 거라며 응원해주는 시청자가 많았다.
그러나 한 판, 두 판 게임이 진행 될수록 시청자들의 반응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탕!
[상대를 처치하셨습니다!]
한수아가 선택한 쉐도우메이커의 저격총이 불을 뿜었다.
게임에 집중한 한수아는 시청자들의 채팅도 잊고 게임에 몰입했다.
그녀의 캐릭터가 전장을 내달린다. 쉐도우메이커의 스킬인 로프를 발사해 지형지물을 넘나들며 저격총을 쏘기 시작했다.
타앙!
[더블 킬!]
총알이 적의 머리를 꿰뚫었다.
타아앙!
[트리플 킬!]
깔끔한 헤드샷.
타아아앙!
[쿼드라 킬!]
조준하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진다.
타아아아앙!
[펜타 킬!]
혼자서 다섯 명을 처치했다.
마지막 한 명만이 모습을 숨기고 있는 상황.
한수아는 궁극기 버튼인 Q를 눌렀다.
쉐도우메이커가 프랑스어로 궁극기 대사를 말한다.
[Personne n'échappe à mon regard(아무도 내 눈에서 벗어날 수 없어.)]
적외선 감지기가 발동하며 상대의 위치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쉐도우메이커의 총구가 불을 뿜었다.
타아아아아앙!
[전원 처치!]
[블루 팀 승리!]
한수아의 활약으로 블루 팀이 승리했다.
그것도 모자라서 가장 임팩트 있는 활약을 펼친 플레이어의 영상, 팟지(Play of the game)에 쉐도우메이커가 떠올랐다.
“오빠, 이거 봐! 나 잘했지! 여러분 이거 봐요! 제가 한 거 나와요!”
한수아가 두 팔을 팔랑거리며 방방 뛰었다.
[도움말 님이 26,000원을 후원해주셨습니다]
[코인장인 님이 10,000원을 후원해주셨습니다.]
[안경쟁이 님이 10,000원을 후원해주셨습니다.]
[하와와남고딩쨩 님이 5,000원을 후원해주셨습니다.]
[김춘삼 님이…]
[봄바람 님이…]
엄청난 속도의 채팅과 함께 후원이 연신 쏟아졌다.
이를 본 한수아가 깜짝 놀란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연신 배꼽 인사를 했다.
반면 서주환은 그녀의 POTG 영상을 보며 헛웃음을 흘리는 중이었다.
‘이게 말이 되나? 게임 도중에 등급이 올라가네.’
한수아의 게임 재능은 어느새 C로 올라 있었다.
이게 세계급 천재인 S급 재능이라는 걸까.
짧은 시간에 C등급이 된 것도 놀라웠지만, 더 놀라운 건 등급 그 이상의 실력을 보여준 것이었다.
여섯 발의 헤드샷.
한수아는 단 여섯 발 만으로 상대를 모두 처치해버렸다.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 줌과 동시에 상대의 머리를 겨누는 에임이 가히 사기적이다.
물론 게임을 처음 하는 만큼 빠른 판단이나 전체적인 흐름을 읽는 눈은 처참한 수준이다. 그리고 한수아는 다섯 판 내내 쉐도우메이커만 플레이했다.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피지컬에서 나오는 재능만큼은 가히 천재적이라 할 수 있으리라.
“헤헤. 오늘 진짜 재밌었다!”
“만족했어?”
“응!”
이후로도 한수아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게임을 몇 번이나 더 플레이했다.
안타깝게도 POTG를 달성했을 때와 같은 상황은 나오지 않았고, 게임 재능의 등급이 더 오르는 일도 없었다.
하지만 게임 중간에 한 번씩 드러나는 번뜩이는 플레이는 시청자들의 관심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 (MarBasK): 아, 뭐야 이 분위기 설마?
- (마오모토): 안 돼! 방종 멈춰!
- (단발최고): 조금만 더 해주세요!
시청자들이 아우성을 쳤지만 언제나 아쉬울 때 끊어야 다음이 생각나는 법.
서주환과 한수아는 서로를 바라보며 웃은 후 캠을 바라봤다.
“방송 재밌게 보셨나요?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같이 해주셔서 너무 재밌었어요! 고미TV 위튜브 채널에도 영상 올라갈 거니까 기대해주세요!”
두 사람이 하나, 둘, 셋 숫자를 왼 후 동시에 말한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 안 돼! 가지 마!
- 아, 나 지금 왔는데!
- 다음에 또 올게요!
방송이 종료되었다.
*
Cookie 1.
<방송이 끝난 후>
“환이 오빠, 오늘 정말 고마웠어! 나중에 꼭 보답할게!”
“에이. 저번에 한 말은 농담이지. 나도 재밌었으니까 됐어. 20년 지기 동생한테 이 정도도 못 해줄까봐?”
“헤헤. 그래도 꼭 갚을래. 나 진짜 오빠 덕분에 너무 재밌게 방송한 거 같아. 시청자가 이렇게 많은 것도 처음이었고 게임도 진짜 재밌었어.”
“그래?”
“응! 오픈베타? 그거 하면 싸이킥워치 매일 할 거야.”
어지간히 재밌었나 보다. 하기야 쭉쭉 성장하는 게 한 눈에 보이던데 재미없을 리가 있나.
서주환은 픽 웃음을 흘리며 한수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녀가 에헤헤 헤픈 웃음을 지었다.
“으이그. 너 게임 중독되면 나 너희 부모님한테 혼난다?”
“앗. 그럼 안 들키게 몰래 할게.”
“아니, 적당히 하라는 뜻이었는데….”
“헤헤. 농담이야.”
과연 진짜 농담이었는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서주환은 그녀의 부모님인 유순옥과 한정석에게 인사한 후 집을 나왔다.
뒤를 따라 나온 한수아가 똘망똘망 강아지 같은 눈으로 그를 배웅했다.
“헤헤. 오빠, 진짜 고마웠어. 나중에는 같이 게임 하자.”
“그래. 그 동안은 내 아이디 너 부담 없이 써.”
“어, 어? 그럼 오빠는?”
“요즘 바빠서 게임 못해.”
“정말 써도 돼…? 아니, 그건 너무 미안하다. 역시 나중에 할… 아야!”
그는 한수아의 머리에 꿀밤을 먹였다. 꽤나 아팠는지 그녀가 눈물을 찔끔하며 그를 올려다 본다.
서주환은 조금 미안해져서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어른이 주는 선물은 거절하는 거 아니야. 알간?”
“치. 세 살 차이밖에 안 나면서.”
“세 살 차이나 나는 거지. 내가 너보다 밥을 천 그릇은 더 먹었어. 으이?”
“…환이 오빠 꼰대.”
“윽. 어쨌든 그냥 써. 계속 해야 시청자들 붙들어 놓지.”
“…정말 쓴다?”
“그래. 어차피 바빠서 못한다니까.”
사실 바빠서 못하는 건 아니고, 그냥 싸이킥워치가 그리 절실하지 않을 뿐이다. 이미 질리도록 한 게임이기도 하고 아직 베타 기간이라서 랭크도 없지 않던가.
그는 인심 좋게 계정을 양보했다.
“음. 으음….”
한수아가 우물쭈물 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그의 두 손을 꼭 붙잡고 붕붕 흔들었다.
“…?”
뜬금없는 행위에 눈을 끔뻑이고 있으니 한수아가 헤헤 웃으며 손을 놓았다.
“오빠, 들어가면 연락해!”
“참 나. 알겠으니까 이제 들어가.”
“응! 잘 가!”
문 밖으로 빼꼼 고개를 내밀며 말하는 한수아.
이내 문이 닫히고, 그녀의 모습이 사라졌다.
“흐아암. 재밌었다.”
만족스러운 하루였다.
*
Cookie 2.
<…?>
- …서환 작가님 아니세요?
“네, 맞습니다. 퍼니북스죠?”
- 아, 네! 그런데 그… 혹시 작가님 성함이 서주환이신가요?“
“그것도 맞습니다만… 제가 이름을 알려드렸던가요?”
- 아, 전역하셨군요! 축하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