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화 〉《싸이킥워치:20살 군필 여고생 출격합니다!(2)》
첫 판이 무사히 승리로 끝나고, 채팅이 빠른 속도로 올라왔다.
- 와, 이 형 미쳤는데?
- 핵 사용함? 에임 돌아버렸네.
└ 뭔 핵이야. 오늘 클베 시작했는데.
└ 그 만큼 잘한다는 소리지;;
- 아, 이 분 진짜 어디서 본 것 같은데.
└ 얘는 아직도 이 소리 하네.
└ 겜이나 보셈ㅋㅋ
- 솔져 궁 무조건 적중률 100%임? 개사기네. 너프 시급.
└ 응. 아니야.
└ 개솔ㄴㄴ 궁 이동기로 피하면 됨.
└ 영웅들 궁 다 사기임. 리타 돼도 다시 살아나는 게임에서 뭔 소리임.
서주환은 시청자 채팅을 보며 실실 웃음을 흘렸다. 자신의 플레이를 보고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기분 좋은 일이었다. 연재 후 달린 댓글을 확인하는 기분이랄까.
그때 옆에서 엄청난 시선이 느껴졌다.
한수아가 입을 헤 벌린 채 눈에서 뭔가를 뿜어낼 듯한 기세로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그녀가 두 손을 팔랑거리며 말한다.
“환이 오빠 대박! 완전 멋있어!”
“어, 어어. 그랬어?”
“나 이런 거 처음 봤어! 오더? 말하는 것도 엄청 멋졌어!”
“크흠. 내가 좀 잘하긴 했지.”
서주환은 짐짓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주억였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조금 전의 그는 존나 멋있었다.
그때 디리링! 하는 효과음과 함께 화면 위로 메시지가 떠올랐다.
[김춘삼 님이 1,000원을 후원해주셨습니다.]
- 와. 나도 이런 거 처음 봐! 첫 방송 켜고 공개 연애질이라니!
[봄바람 님이 1,000원을 후원해주셨습니다.]
- 개꼴받네ㅋㅋ?
[찍먹충 님이 1,000원을 후원해주셨습니다.]
- 아, 언팔합니다ㅡㅡ
[슈마이 님이 10,000원을 후원해주셨습니다.]
- 오더 개쩔었다. 겜 겁나 잘하시네.
[도움말 님이 10,000원을 후원해주셨습니다.]
- 에임 미쳤던데 혹시 프로 출신? FPS쪽 냄새가 난다.
[냐류링 님이 1,000원을 후원해주셨습니다.]
- 둘이 사귐? 둘이 사귐? 둘이 사귐? 둘이 사귐? 둘이 사귐? 둘이 사귐? 둘이 사귐? 둘이 사귐? 둘이 사귐? 둘이 사귐? 둘이 사귐? 둘이 사귐? 둘이 사귐? 둘이 사귐? 둘이 사귐? 둘이 사귐? 둘이 사귐? 둘이 사귐? 둘이 사귐? 둘이 사귐? 둘이 사귐? 둘이 사귐? 둘이 사귐? 둘이 사귐? 둘이 사귐? 둘이 사귐? 둘이 사귐? 둘이 사귐?
후원금이 쏟아졌다.
다만 게임 외의 내용으로 불타오르는 사람이 꽤 있었다.
서주환은 당황해서 빨리 해명했다. 여성 스트리머가 방송 시작부터 하지도 않는 연애 이슈에 휘말리는 건 좋은 흐름이 아니었다.
“후원 감사합니다. 그런데 연애질이라니 오햅니다. 저희 안 사겨요.”
“마, 맞아요! 저랑 환이 오빠는 그런 거 아니에요!”
“제가 얘랑 알고 지낸 지가 올해로 20년찹니다. 얘 태어났을 때부터 봤고 어렸을 때는 제가 똥기저귀도 갈아준 적 있…”
“꺄아아악! 오빠!”
한수아가 비명을 지르며 그의 입을 막았다. 오해를 푼다는 게 너무 오버를 해버린 것이다. 기저귀를 갈아준 건 진짜였지만.
- 똥기저귀ㅋㅋㅋㅋㅋㅋ
- 이게 ‘소꿉친구’라는 건가?
- 야이씨ㅋㅋㅋㅋ 태어났을 때부터 봤으면 그냥 친동생 아니누ㅋㅋㅋ
- 소꿉친구가 오빠 되고 자기 되는 거지.
[시온 님이 1,000원을 후원해주셨습니다.]
- 리액션이 완전 여친 리액션이던데요?
“고미 리액션이 원래 좀 혜잡니다. 원체 밝은 애라 놀려먹기 좋아요. 아까 키 갖고 장난 쳤을 때도 반응 좋았잖아요?”
- 아, 그건 맞지ㅋㅋㅋㅋㅋ
- 키 갖고 놀렸었음? 몇이길래? 작아 보이긴 하는데.
└ 고미 님 본인 피셜 150cm. 환 님 피셜 149cm.
└ 150이나 149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개커엽네ㅋㅋㅋㅋㅋㅋㅋ
└ 들박하기 좋겠노.
└ ㄹㅇㅋㅋ 개꼴리네.
└ ㅁㅊ새끼들아.
└ 아, 사람 많아졌다고 별 그지 같은 놈들 기어 나오네.
키 이야기가 나오자 포커스가 옮겨졌다. 대신 악질적인 채팅도 함께 나왔다.
게임을 진행하는 동안 입 소문을 탔는지 어느새 시청자가 500명을 넘은 상황. 사람 수가 많아진 만큼 개념 없는 인간들도 섞여든 것이다.
서주환은 재빨리 한수아의 눈을 가리며 말했다.
“야, 매주! 저 새끼 밴 때려!”
“어? 오빠, 왜?”
의아해하는 한수아.
바로 서주희의 채팅이 올라왔다.
- 매니저에 의해 삭제 된 채팅입니다.
- 매니저에 의해 삭제 된 채팅입니다.
♣주맴: 이미 밴 했어. 그런데 누가 매주야?!
♣주맴: 여러분 착한 채팅만 부탁드려요. 선 넘으면 가차 없이 밴 할 거예요. 채팅 규칙 읽어주세요 :)
♣주맴: 방금 두 분은 영구 밴 드렸습니다.
말을 하기도 전에 밴을 한 모양이다. 의외로 매니저 역할을 확실히 하고 있는 서주희. 아까부터 채팅창 관리에 열심히였다.
서주환은 드물게 동생을 칭찬했다.
“잘했어, 매주. 빠른 밴 좋다.”
♣주맴: 내가 왜 매주냐고!
“주맴이니까 매주지.”
♣주맴: $#%#[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매니저가 욕설을 해? 차단해버린다? 아, 여러분 매니저 제 친동생이니까 오해하지 마세요. 싸우는 거 맞습니다.”
- 싸우는 거 맞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이걸로 매니저 별명 매주로 확정ㅋㅋㅋㅋ
- 아, 이 형 개웃기네 ㅋㅋㅋ 그냥 따로 계정 파서 방송 하면 안 됨?
└ ㄹㅇㅋㅋ
- 찐남매네ㅋㅋㅋㅋㅋㅋㅋ
채팅창이 다시 웃음으로 도배되었다. 악질 채팅으로 어수선해진 분위기가 전환된 것이다.
서주환은 이 틈에 얼른 게임 매칭을 돌렸다.
베타테스터들이 매칭을 쉴 새 없이 돌리고 있기 때문인지 다행히 매칭은 금방 잡혔다.
“오케이. 바로 다음 판 가죠! 이번엔 뭐 할까요?”
- ㄱㄱㄱㄱㄱㄱㄱ
- 쉐도우메이커도 해줘요! 저격 개 좋아!
- 타라도 보고 싶음. 공중에서 대포 날리는 거 딜뽕 끝내줄 듯ㅋㅋㅋ
- 힐러도 좀 보여주세요.
- 전 탱 보고 싶음.
“그럼 다 해보죠. 좀 전에는 너무 빡겜이었고, 이번에는 즐겜하면서 모든 캐릭터 다 사용해볼게요.
- ㅇㅋㅇㅋ
- 너무 좋고
- 아, 빨리 보여주고 고미 님한테 넘기라구요. 된통 깨지고 울상 짓는 거 보고 싶으니까ㅋㅋㅋㅋㅋ
└ 우는 것도 찰질듯ㅋㅋㅋㅋ
└ ㄹㅇㅋㅋ
시청자들은 한수아가 게임을 굉장히 못 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글쎄…?’
서주환은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원래라면 그도 시청자들과 비슷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평균을 내면 남성 유저에 비해 여성 유저가 게임을 못하는 게 사실이었으니까. 게다가 한수아는 생전 온라인 게임을 해 본 적 없는 백지가 아니던가.
하지만 그는 한수아의 재능을 알고 있었다.
<한수아-재능>
보유 재능: 게임(D+/S), 수면(B/A+), 명기(B/A), 노래(C/B)
잠재등급 S급의 게임 재능은 단지 관전을 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한 단계가 올라 있었다.
*
서주환은 이후로도 게임을 두 판 정도 진행하며 모든 캐릭터들을 플레이 했다.
두 판의 게임은 앞선 첫 게임과 달리 힘을 좀 빼고 시청자들과 한수아에게 캐릭터 특성과 스킬을 설명하며 플레이 했는데, 어느새 인방 커뮤니티에 싸이킥워치 강의로 소문이 나서 시청자가 1,000명을 넘어갔다.
- 미친 이 겜 이제 2차 베타 아님? 오베도 안 했는데 뭐 이리 빠삭함?
- ㄹㅇ게임 이해도가 말이 안 되는데?
- 아닠ㅋㅋㅋ 난 게임 이해도 보다 에임이 얼탱이 없는데? 자석 달림? 클베 아니었으면 핵 의심했다.
└ ㄹㅇㅋㅋ
- 핵은 너무 오버다. FPS 랭커들은 다 저정도는 함.
└ 개솔ㄴㄴ FPS출신 에임이 좋은 건 맞지만 싸워는 일반 FPS랑 느낌이 좀 다름.
└ 님이 어케 앎? 클베 유점임?
└ ㅇㅇ
└ ㅅㅂ 나만 클베 이용권 없어.
미래에서 회귀환 서주환의 싸이킥워치에 대한 이해도는 현 시점에서 최고 수준이었다. 그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지식이 시청자들에게는 둘 도 없는 꿀팁이 되었다.
그렇게 방송을 진행하는 와중, 잠깐의 소동이 있기도 했다.
- 와씨! 나 이 형 계속 어디서 봤다 했는데 드디어 기억났음!
└ 얘는 아직도 이 소리임?
└ 아니 진짜 이 형 개쩐다니까? ㄱㄷ도네 쏜다.
[니체시오 님이 10,000원을 후원해주셨습니다.]
- 이거 환 님 맞죠?
후원 음성과 함께 화면 한 쪽으로 작은 영상이 떠올랐다. 영상에 군복을 입은 서주환이 나왔다.
‘우리는 국가와 국민에 충성을 다하는 대한민국 육군이다. 이는 육군복무신조를 제창하기 전 다짐하는 가장 기본적인 이념입니다. 그리고 저는 군인입니다.’
‘군인인 제가 살인범을 앞에 두고 피해자를 외면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제가 아니더라도 다른 군인이나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누구든 똑같이 행동했을 겁니다.’
영상 속의 그는 가식적인 웃음을 짓고선 대충 국방부가 좋아할 만한 대사를 말하고 있었다. 육군본부에 갔을 때 찍은 인터뷰였다.
채팅창이 불타오르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 와씨. 그 살인범 때려잡은 게 이 분이었음?
- 살인범이 칼인가 톱인가 갖고 있었다던데 그걸 어케 때려잡았누ㄷㄷ;;
- 방장 두고 남자가 계속 게임 해서 짜증났는데 이 형 급호감이네ㄹㅇ
- 덩치가 그리 커 보이진 않는데 무슨 격투기라도 배웠나요?
- 솔져 겁나 잘하던데 ㄹㅇ솔져여서 그런 거였누ㅋㅋㅋㅋㅋㅋㅋ
채팅을 본 서주환은 아차 싶어서 얼른 영상 후원을 막았다. 이미 받은 거야 어쩔 수 없지만 추가 영상 후원은 곤란했다.
게임을 할 때는 미리 막아놔야 했는데 그도 첫 방송이라 그만 깜빡 잊고 있었다.
‘아, 하필 지금.’
이제 한수아가 게임을 진행 할 차례인데 하필이면 지금 그를 대상으로 한 어그로가 끌려버렸다.
방송을 시작하기 전에야 혹시 알아보는 사람이 있어서 어그로가 끌리면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수아가 권한 마스크도 쓰지 않은 것이고.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싸이킥워치의 베타테스터라는 이점 덕분에 이미 첫 방송 치고는 시청자가 과하게 많아졌다. 이 때문에 서주희 혼자서 채팅창을 관리하기 힘에 부칠 정도. 더 이상 어그로를 끌어봐야 과유불급이었다.
서주환은 시청자의 질문에 대답해주면서도 한수아를 힐끔 쳐다봤다.
‘돌겠네. 이거 수아가 감당 가능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