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화 〉《싸이킥워치:20살 군필 여고생 출격합니다!》
서주환이 이틀간 생각해낸 회심의 방제.
《싸이킥워치 : 20살 군필 여고생 출격합니다!》
그는 자신이 지은 방제가 어그로를 끌기에 최적화 된 제목이라며 내심 자찬했다.
그러나.
[시청자: 1명]
5분 째 시청자는 한 명.
-♣주맴: 방제 왜 이래?
- ♣주맴: 이거 오빠가 지었지? 설마 여고생으로 어그로 끌면 들어올 거라고 생각한 거?
- ♣주맴: 미안한데 솔직히 방제 개구림.
“동생아, 도와주는 사람한테 태도가 띠껍네?”
- ♣주맴: ㅎㅎ. ㅈㅅ;;
그나마 하나 있는 시청자도 매니저를 달고 있는 서주희였다.
“오빠, 여고생이라고 사람들이 들어올까…?”
의문스럽게 올려다보는 눈길에 서주환은 시선을 피했다.
‘이게 아닌가…?’
아니 왜? 대충 군필여고생 어쩌고 하면 어그로 끌리는거 아니었어? 내가 본 트릭키TV는 그랬는데?!
서주환은 자신의 방구석 인방 경력(시청경력)을 믿고 좀 더 기다리기로 했다.
‘게임 좀 하고 있으면 오겠지?’
그는 미리 다운 받아 둔 싸이킥워치를 실행시켰다.
사실 군필여고생은 반쯤 장난으로 올린 제목이고 진짜 어그로는 앞에 적은 ‘싸이킥워치’였다.
‘안 들어올 리가 없지.’
싸이킥워치는 오픈 전부터 수많은 게이머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더불어 게임의 재미는 이미 1차 베타테스트 때 증명 됐다.
이 때문에 목이 빠져라 오픈베타를 기다리고 있는 유저가 한강을 이루고 있었다.
바로 그 싸이킥워치의 2차 베타테스트가 시작되는 오늘, 방제 앞에 ‘싸이킥워치’를 달아 놓는다?
게임 방송을 위주로 성장한 트릭키의 시청자라면 들어오지 않고 못 배기는 제목인 것이다.
‘원래는 당첨 되고도 못 했었지.’
서주환이 게임에 당첨된 것은 업의 정상화 덕분이 아니다. 그는회귀 전에도 베타테스터에 당첨 됐었다. 무언가에 당첨 된다는 게 처음이었기 때문에 무척이나 흥분했었던 기억이 아직까지 선명했다.
하지만 당시 한수아의 죽음과 그로 인한 트라우마 때문에게임을 할 정신이 없었다.
이 때문에 서주환은 게임이 끝물에 다다르고 나서야 플레이를 시작했었다.
이게 무슨 소리냐면, 훗날에나 밝혀질 온갖 시너지와 잡기술을 다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게임이 켜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청자가 들어왔다.
[시청자: 2명]
- (도움말): 뭐야. 어그로인 줄 알았는데 ㄹㅇ베타테스터였네?
- ♣주맴: 도움말 님 어서오세요!
“앗! 오빠, 한 분 들어왔어.안녕하세요!”
“어어. 도움말 님 안녕하세요. 고미야,닉네임 불러드려.”
고미는 한수아가 방송에서 쓰는 가명이다. 정확히는 자기 성과 곰을 합친 ‘한고미’가 방송 닉네임이었다.
한수아는 얼른 고개를 끄덕이고는 정수리가 보이도록 고개를 숙였다.
“도움말 님 안녕하세요!”
- (도움말): ㅋㅋㅋㅋ하꼬 스트리머 커엽네.
- (도움말): 그런데 두 분 중 누가 방장이에요? 이제 보니 방제 개악질이잖아ㅋㅋㅋㅋㅋ
인사도 잘 받아주고 채팅도 활발하게 치는 시청자.
나름 예의도 지키는 걸 보니 첫 시청자를 잘잡은 것 같았다.
“방장은 여기 꼬맹입니다. 저는 방송 도와주러 온 동네 친구고요.”
“우씨. 나 꼬맹이 아니거든?”
“네, 다음 149센티.”
“150이야!”
“응. 150같은 149센티.”
- (도움말): 엌ㅋㅋㅋㅋ 사람 키가 어케 149cmㅋㅋㅋㅋㅋㅋㅋ
건수를 잡았다는 듯 시청자가 한수아를 놀리기 시작한다. 그에 한수아가 울상을 지었지만다 계획된 반응이었다.
이렇게 쓸만한 컨셉을 잡으면 일종의 밈이 되기도 하고, 방송 초기에 시청자와 쉽게 가까워질 수 있는 수단이 된다.
“나는 왜 키가 안 크는 걸까…?”
…연기가 아니라 진심인 것 같기도 했지만, 어쨌든 좋은 현상이었다.
- (도움말): 그런데 한고미 님은 20살인데 여고생이에요? 1년 꿇음?
시청자의 질문.
“아, 그런 건 아니고요. 사실 이 방 매니저가 저랑 엄청 오래 된 친구거든요? 어렸을 때 우리 주맴이랑 학교 같이 가고 싶어서 초등학교 입학을 늦게 했어요.”
- (도움말): 와! 양아치! 무서워!
“야, 양아치? 아니에요! 저 어차피 12월생이라서 학교 늦게 가도 괜찮았어요!”
- (도움말): 아, 반응 찰지시네ㅋㅋㅋㅋㅋ
생각보다 긴장하지 않고 잘 소통하고 있는 한수아.
서주환은 이야기가 더 늘어지기 전에 말했다.
“자자. 그럼 게임 시작해볼까요?”
- (도움말): 아, 맞다 나 게임 보러 왔었지;;
“하하. 게임하면서 소통도 같이 하시죠. 무려 싸이킥워치 베타테스터인데 계속 노가리만 깔 수는 없잖아요?”
- (도움말): 방잘알, 겜잘알 ㅇㅈ.
- (도움말): 첨에 싸이킥워치라길래 어그로인 줄 알았는데 ㄹㅇ인 거 보고 놀랐음.
시청자의 말을 들어보니까 현재 싸이킥워치로 어그로를 끄는 악질 방송들이 많다고 한다.
어그로도 진짜 게임을 플레이하는 거면 괜찮은데, 막상 들어가 보니 웬 하꼬 방송인들이 싸이킥워치 리뷰나 그에 대한 잡다한 노가리를 까면서 어그로만끄는 게 대부분이라고.
어쩐지 시청자가 금방 안 들어온다 싶었다.
‘하긴. 지금 싸이킥워치 방송인들은 대부분 파프리카에 있을 테니까.’
싸이킥워치의 베타테스터 이용권은 충분히 많이 뿌려졌지만, 워낙 신청자가 많다보니 당첨 확률이 극악했다.
간혹 게임 홍보를 위해 베타테스터 이용권을 유명 방송인에게 선물해주기도 했는데, 현재의 트릭키TV는 본격적으로 플랫폼이 커지기 전이라 게임사에서 이용권을 받은 사람이 몇 없었다.
트릭키 스트리머에게 이용권을 주느니 파프리카 유명 Bj에게 주는 게 낫다는 판단인 거겠지.
한수아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좋다. 서주환이 당첨된 이용권을 갖고 오지 않았던가. 트릭키TV의 틈새 공략이 가능한 시점이 바로 지금이었다.
[시청자: 5명]
[시청자: 10명]
[시청자:20명]
[시청자: 50명]
[시청자: 100명]
게임의 로비 화면을 썸네일로 띄워놨더니 어느새 시청자가 쭉쭉 늘어났다.
“눈맛감 님 어서오세요. 갸오오 님 어서오세요. 코인장인 님 어서오세요. 야박한오이 님 어서오세요. 하와와남고딩쨩 님…”
한수아는 깜짝 놀란 얼굴이 되어서는 연신 시청자들에게 인사를 했다.
“고미야. 그렇게 하면 끝도 없겠다. 채팅 골라서 대답해드리고 닉네임은 팔로워 누른 분만 읽어드려.”
“그, 그래도 돼? 이렇게 많이 들어온 게 처음이라….”
“괜찮죠, 여러분?”
시청자가 많아진 만큼 채팅 수도 많아졌다.
말 한 마디에 채팅이 주르르 올라왔다.
- (도움말): ㅇㅇ얼른 겜 보고 싶어요. 순간 홍보 괜히했나 싶었음 ㅡ.ㅡ;;
- (천마김캇트의님프): ㅋㅋㅋㅋㅋ 오랜만에 하꼬 보니까 겁나 신선하네.얼른 겜 돌리시죠ㄱㄱ
- (안경쟁이): 여자분이 방장이죠? 고미 님 스무 살 맞음? 엄청 어려 보이는데.
- (마드리드): 싸워 몇 판 돌려 봤나요?아니면 이번이 처음?
어째 시청자 수가 급증했다 싶더라니 처음에 들어온 시청자가 홍보를 한 영향이었다.
한수아가 홍보해준 시청자에게 감사를 표하고, 서주환은 다른 시청자들의 질문에 답해주었다.
“안경쟁이 님 얘가 중딩처럼보여도 일단 스무 살은 맞습니다.”
“…중딩?”
“뭐 지가 안 크고 싶어서 안 컸겠습니까. 우리 그냥 넘어가줍시다.”
“…환이 오빠?”
“자, 그럼 게임 시작하죠. 매칭 잡겠습니다. 아, 마드리드 님이 질문 주셨네요. 저희 아직 한 판도 안 돌린 따끈따끈한 신상입니다.”
“…….”
- (코인장인): 이 집 잘 맥이네ㅋㅋㅋㅋㅋㅋㅋ
- (유정화): ㅇㅋ그럼 넘어가는 걸로.
- (니체시오): ㄹㅇ어려 보이긴 함ㅋㅋㅋ 그런데 환이? 님어디서 본 것 같은데? 원래 스트리머신가?
“아, 저는 스트리머 아닙니다. 그냥 도와주러 온 거예요. 싸워 계정이 제 거거든요.”
어디서 본 것 같다는 말에 서주환은 내심 뜨끔했지만 그냥 넘기기로 했다.
이미 게임을 한다고 해놓고 꽤 시간이 지체된 상황.
여기서 굳이 더 어그로를 끌어봐야 좋을 게 없다는 판단이었다.
이윽고 매칭이 잡혔다.
“매칭 잡혔네요. 그럼 군필여고생 출격합니다!”
- (시온): 아닠ㅋㅋㅋㅋ 님이 여고생이었냐고요ㅋㅋㅋㅋㅋ
- (하이투): 과연 군필이라 그런지 듬직하누ㅋㅋㅋ
- (카키코):군필여고생이라니. 헤으응….
- (도움말): 드디어 시작!
게임이 시작되었다.
*
싸이킥워치는 훗날 암흑기를 겪게 되지만, 나름 프로 리그까지 생길 정도로 유명해지는 게임이다.
게임의 장르는 팀 기반 슈팅게임.
“싸이킥워치의 컨텐츠로는 각각 점령전, 화물전, 섬멸전 등이 있습니다. 캐릭터는 돌격, 공격, 지원 등이 나누어졌고요. 공격은 딜러, 돌격은 탱커, 지원은 힐러나 버퍼 정도로 봐주시면 될 것 같네요.”
슈팅게임이라고 하지만 칼을 쓰는 캐릭터도 있고 주먹을 쓰는 캐릭터도 있을 정도로 캐릭터성이 다양하다.
“첫 판이니까 하나씩 다 보여드리겠습니다.”
-싸이킥이라더니 일반 FPS랑은 장르가 상당히 다르네.
- 켄지라는 캐릭터는 애초에 총을 안 씀ㅋㅋㅋ 칼 휘두르자넠ㅋㅋㅋㅋ
- 표창 날리잖슴ㅎㅎ
- 그런데 여기 방장 여자분 아님? 왜 이분이 게임함?
└ 계정 주인이래요.
└ 본주 첫 플은 어쩔 수 없지ㅋㅋㅋ
서주환이 선택한 캐릭터는 가장 기본 캐릭터라고 할 수 있는 ‘솔저:69’였다.
캐릭터를 선택한 그는 팀원들의 픽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6딜은 좀 아니지 않나….’
유저들은 하나같이 딜러를 하고 싶어했다. 그나마 딜러 캐릭터가 다섯 밖에 되지 않아서 한 명은 어쩔 수 없이 다른 걸 해야 했는데, 그나마도 수비 영웅 중 딜러에 가까운 쉐도우스나이퍼를 픽 했다. 사실상 6딜이나 마찬가지였다.
‘뭐 어차피 빠대(빠른대전)니까.’
빠대에서는 조합이 안 맞춰지는 경우가 꽤 있다. 사실 어떻게 보면 6딜도전술 중의 하나이기도 했고. 물론 전술적으로 짠 조합은 아니지만 말이다.
“첫 번째 판은 점령전이네요.”
전장은 하나무라.
서주환의 팀이 공격, 상대팀이 수비였다.
[3, 2, 1.]
[Game Start!]
게임이 시작되자 막혀 있던 기지의 문이 열린다.
서주환을 비롯한 팀원들은 문이 열리기 무섭게 자리를 박차고 달려나갔다. 그리고 상대의 기지로 향하던 중, 거대한 통로 앞에서 움직임을 멈췄다.
적들이 나타난 것이다.
여기가 1거점을 점령하기 위해 돌파해야 할첫 번째 관문이었다.
타다다다다당!
콰아아앙!
지이이이잉-!
서주환을 비롯한 팀원들이 공격을 시작했다. 총탄과 대포를 비롯한 공격이 상대를 향해 날아간다.
그러나 적 팀의 덩치 큰 캐릭터 하나가 앞으로 나오더니 거대한에너지 실드를 펼쳐들었다. 그에 모든 공격이 무위로 돌아갔다.
- 와 존나 단단하네 저거.
- 말이 됨? 몇 명이 공격했는데 저걸 다 막아? 벨붕 아님?
└ ㄴㄴ 밸붕 아님. 여기 1차 클베못 본 사람 많나 보네.
한 시청자의 말처럼 절대 밸붕이 아니다. 실드는 계속 치면 뚫을 수 있었다.
하지만 서주환의 팀원들은 그 사실을 모르는 듯했다.
= 헉, 뭐야. 다 막히는데?
= 님들 저 캐릭터 뭐예요?
= 뭔 실드가 저렇게 커! 사라지지도 않네!
싸이킥워치는 보이스 채팅이 지원되는 게임이다. 팀원들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주환은 여유로운 태도로 그 목소리를 들으며 시청자들과 한수아에게 설명했다.
“싸이킥워치는 자체적으로 보이스 챗이 지원되는 게임입니다. 이게 무슨 소리냐면, 오더와 소통이 상당히중요하다는 거죠. 고미야 알아들었어?”
“응, 오빠. 이거 되게 신기하다!”
한수아가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대답했다. 제법 흥미가 돋은 모양이었다.
하긴, 한수아는 생전 게임을 해본 적이 없다. 온라인 게임을 처음 접했으니 신세계를 보는 기분일 것이다. 싸이킥워치의 그래픽이 또 오죽 화려하던가.
“아무래도 저거 뚫으려면 제가 오더 해야 할 것 같네요. 저 보이스 켤게요. 채팅에 바로 답 못 해드려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 오, 뭐야. 본인이 오더 하면 이길 수 있다 이건가ㅋㅋ?
- 무친 자신감!
- 이래놓고 실수하면 개쪽. 미스 오더라도 내리면ㅋㅋㅋㅋ
미스 오더라는 말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서주환이 본래 가진 게임 재능은 C+. 현재는 한 단 등급 업을 통해 B가 되었다.
당연히 게임 재능의 특수능력도 구매한 상태였다.
【멀티태스킹:다중작업】
▶ 효과: 의식이 멑티태스킹에 어울리는 형태로 분화됩니다. 동시에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됩니다.
※ 게임을 할 때만 적용됩니다.
멀티태스킹 향상.
글쓰기 재능의 특수능력인 【속기사의 키보드】에 비하면 매우 단조로운 능력이다. 하지만 게임에 있어서는 이만큼 확실한 능력도 없었다.
서주환은 팀 보이스를 활성화시켰다.
“저 실드도 치다 보면 깨집니다. 자세히 보면 약간이지만 금 간 거 보이죠? 괜히 다른 애들 신경 쓰지 말고 한 번에 공격하죠.”
지금공격을 막은 영웅은 데인하르트.
중세 기사와 같은 판금 갑옷을 둘러 한 눈에 봐도 튼튼해 보이는 영웅이다.
실제로 데인하르트의 포지션은 탱커로 한 손에 거대한 망치를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에너지 실드를 펼칠 수 있는 방패를 들었다.
= 님, 뭔데 명령이에요?
= 뭐 그런걸 따져요? 진짜 실드에 금 가고 있으니까 일단 치죠!
= 맞네. 한 번에 쳐서 녹여요!
= 일단 오더 들어 봄.
= 내 대포는 하늘을 뚫는 대포다!
= 뭐야, 이 씹덕은?
잠시 반발이 있는 듯 했지만 팀원들은 곧실드에 일점사를 퍼붓기 시작했다.
막무가내로 정한 6딜 조합.
그 화력이 효과를 보였다.
쩌저적!
에너지 실드에 거미줄 같은 금이 가더니 유리 파편처럼 깨져나갔다.
그는 바로다음 오더를 내렸다.
“맞는 거 신경 쓰지 말고 돌격하세요! 일단 거점 안으로 들어갑시다. 페라 님은 공중으로 가서 대포 쏘시고 켄지 님은좌측에 샛길 있으니까 거기로돌아가 주세요. 저는 우측 샛길로 갈 테니 다른 분들은 정면 돌파 부탁드립니다.”
= 어억. 이거 무시하기엔 너무 아픈데요? 아, 힐 들어왔다. 그런데 우리 힐러 없지 않았나?
“제가 중앙에 힐팩 까놨어요. 그 안에 있으면 잠깐 체력 회복 됩니다. 금방 사라지니까 오래 있지 말고요!”
= 오키. 중앙 돌격하겠슴다!
= 억. 님들 미안요. 저 죽음.
= 이러다 다 뒈지겠는데 오더 이거 맞음?
실드가 깨졌다고 해서 바로 이길 수 있는 건 아니다. 상대팀도 멀뚱히 있지 않고공격을 날려댔으니 아군의 피가 빠르게 깎여나갔다.
곧 첫 번째 사망자가 나왔고, 좌측으로 돌아가던 켄지도 상대팀에게걸려 죽었다.
- 아, 오더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ㅋㅋㅋㅋㅋ
- 엌ㅋㅋㅋ 미스 오더ㅋㅋㅋㅋㅋ
“환이 오빠 파이팅!”
아군의 실력이 생각보다 시원치 않다. 그리고 상대 조합이 너무 좋았다. 어떻게 된 게 클로즈 베타 첫날임에도 불구하고 2딜 2탱 2지원의기본 조합을 갖추고 있어 상당히 까다로웠던 것이다.
‘그래도 이 정도는!’
우리 팀만 죽은 게 아니다. 상대 팀도 한 명이 죽었다.
충분히 역전이 가능한 상황.
우측으로 돌아간서주환은 전방에 총을 난사하고 있는 상대방의 헤드를 조준했다.
타다당!
퍼엉!
총알 세 방과 유탄 한 발.
상대 팀 한 명이 순식간에 리타이어 됐다.
그 소란에 전방을 주시하던 적들이 그를 알아챘지만, 이미 늦었다. 유탄 하나를 사용하고 남은 총탄은 23발.
그는 거점으로 뛰어들며 상대를 향해 총을 겨눴다. 에임이 자석이라도 된 것처럼 상대에게 달라붙는다.
타다다다다당!
타다다다당!
비교적 몸이 약한 딜러 한 명의 피가 순식간에 빠져나갔다.
다시 한 마리 컷.
이어서 보조힐러 제라타에게 남은 총탄을 모두 갈겼다.
퍼어엉!
보조힐러 제라타의 피가 쭉 빠져나간다.
당황한 제라타가 스스로에게 힐을 하면서 도망치려 얼른 몸을 돌렸지만 전방에 있던 아군이 그를처리했다.
“지금 전부 거점 안으로 들어와요! 힐팩 깔 테니까 피 회복하면서 견제!”
하나무라의 1거점은 여타 맵에 비해 공간이 매우 좁은 편이다.
여기에 솔저:69의 힐팩을 깔면 피를 회복하면서 공격이 가능하다. 대신 사방이 뚫려있어 견제를 늦추면 안 된다.
= 와씨. 님, 에임 미쳤네요.
= 오더 개 멋있네!
= 힐팩 달달하네요!
= 살아나면 바로 합류할게요!
= 와, 나 죽어서 저 분 거 봤는데 에임 돌았음. 벌써 핵 나온줄.
“탱커 옵니다. 돌진 조심. 타라는 제가 견제할게요.”
팀원들의 칭찬에도 서주환은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하나무라의 1거점은 앞서 말했듯 공간이 협소하고 사방이 뻥 뚫려있다.
이 좁은 공간 안으로 페라의 대포가 날아들면 순식간에 쓸릴 수도 있었다.
타당, 타다다당, 타다당!
총을 끊어서 쏘며 공중에 있는 타라를 견제했다. 타라 유저는 아직 캐릭터에 익숙하지 않은 듯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당황했다.
그러다 체공 시간이 모두 끝나고 내려앉는 순간.
퍼어어엉!
날아간 유탄이 얼마남지 않은 피를 완전히 없애버렸다.
이로써 혼자 딜러 두 명과 보조힐러 한 명을 죽였다.
남은 탱커 두 마리와 힐러는 뒤늦게 달려온 팀원들이 합세하며 처치했다.
[98… 99… 100.]
[1거점 점령!]
[2거점을 점령하십시오.]
점령이 뜨는 순간 그는 바로 달려나가며 말했다.
“정신 못 차리는 틈에 끝내죠. 제가 좌측으로 돌아갈 테니까 힐러 님 따라와 주시고 다른 분들은 정면으로 가주세요.”
서주환은 급박한 게임 상황에도 팀원 한 명이 힐러로 변경한 걸 캐치했다. 멀티태스킹 능력 덕분에 시야도 넓어진 것이다.
= 네, 알았어요!
= 롸저 뎃!
= 돌겨어억!
= 이번에야말로 내 대포맛을 보여주겠어!
= 님, 제발 좀! 또 바로 컷 당하시지 말고!
팀원들을 정면으로 보내고 그와 힐러는 좌측에 있는 계단을타고 돌아갔다.
클베 첫 날, 벌써부터 맵 지형을 다 꿰뚫고 있는 유저는 드물 것이다. 설마 여기에 있진 않겠지.
사실 있어도 상관없다.
지금 컨디션이면 누구랑 붙어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원하는 대로 플레이가 되다니!’
생각하는 대로플레이가 되니 텐션이 알아서 올라갔다. 마치 집중이 축복을 쓴 것처럼 상황 하나하나가 모두 보였던 것이다.
프로들은 이런 세계에서 살고 있었던 건가?
평소 게임을 할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기분 끝내주네.’
그렇게 좌측으로 돌아가 2거점 옆으로 나오자, 정면 충돌을 하고 있는 팀원과 적들이 보였다.
6:4의 상황에서 명백하게 밀리고 있는 아군이 눈에 들어온다.
“힐러 님, 힐 말고 버프 걸어주세요!”
= 네? 네,알겠어요!
힐러가 선택한 영웅은 에르시.
에르시는 마우스 좌클릭으로 힐을 걸고, 우클릭으로 공격 강화 버프를 거는 영웅이었다.
지이잉- 버프를 받은 솔져:69에게 푸른빛 기운이깃들었다.
서주환은 강화된 상태로 궁극기 버튼인 Q를 눌렀다.
[목표를 포착했다.]
궁극기 대사와 함께.
타다다다다다다당!
타다다다다당!
타다다다다다다다당!
타다다다당!
타다다다다다당!
총구가 불을 뿜었다.
[상대를 처치하셨습니다!]
[더블 킬!]
[트리플 킬!]
[쿼드라 킬!]
[펜타 킬!]
남은 적은 하나.
궁극기는 끝났다.
우클릭으로 유탄을 발사했다.
퍼어어엉!
파열음과 함께 떠오르는 메시지.
[전원 처치!]
[88... 93... 97...100.]
[2거점 점령!]
[레드 팀 승리!]
깔끔한 승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