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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화 〉유명세? (24/501)



〈 24화 〉유명세?

전역하고 하루가 지났다.
시계를  서주환의 얼굴이  구겨졌다.

06:30


“…왜 이 시간에 눈이 떠지는 거냐고.”

아무리 어제 전역했다지만 너무하지 않는가. 더군다나 그는 회귀를 한 터라 따지고 보면 부대 안에 있었던 시간이 보름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몸이 적응한 건가?”

정신은 보름이었지만몸은 21개월을 굴렀다. 그렇게 생각하니 납득이 된다. 그는 이불을 젖히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주환은 집 밖으로 나와서 모닝 담배를 피며 휴대폰을 확인했다. 어제 올린 글의 반응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 (무협조아): 아, 아앗… 군머였다니. 그런데 군대에서 폐관 수련이라도 하고 오심? 필력이  좋아진 듯. 어쨌든 전역 축하합니다.
└ (꿀잼소설판독자): 진짜 공감해요. 같은 작가님이 맞나 싶을 정도로 갑자기 필력이 좋아졌어요.
└ (연참안하면3대가대머리): ㅇㄱㄹㅇ.
 (군만두장사): 가둬놓고 군만두 먹이면서 글만 쓰게 하고 싶네요.
└ (쥬지스님): ㄹㅇ 이 필력이면 NTR있어도 보지.
 (NTR있으면하차): 스님 닥치고 불경이나 외십쇼.
(연참안하면3대가대머리): 형, 군인이었어? 전역 축하해. 그런데 군대 많이 힘들어?
└ (최강공익'요원'): 미필쉨ㅋㅋㅋㅋㅋ
- (NTR있으면하차): 아, 공지 오류 난 거였누 ㅡㅡ;; 욕해서 ㅈㅅ.
 (틀니딱딱): 진짜 이 사이트 업로드 오류는 내가 틀니 끼기 전부터 꾸준함. 고칠 생각이 아예 없는 듯.
- (군만두장사): 그래서 군만두는 좋아해요?
- (꿀잼소설판독자): 군인이었군요. 그 동안 나라 지켜주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전역 축하드려요!
(욕쟁이할매국밥): 험험. 할매가  애정이 있어서 욕한 게야. 알지? 자, 이거 받고 섭섭한 거 풀어. 후원금 두고 갈게잉.
(다음편내놔): 그래서 다음편은?
└ (연참안하면3대가대머리): 아니 5연참이면 됐지 벌써 다음편 찾누ㅋㅋㅋㅋㅋㅋ
 (다음편내놔): 재밌는 걸 어캄. 재밌게 쓰지를 말던가ㅡㅡ
 (문열어작가양반): ㄹㅇㅋㅋ

댓글은 대체로 호의적이었다. 군인 신분이었다는 사정과 사이트 오류를 설명한 공지가 효과를 본 것이다.
그럼에도 악플러는 있었지만 굳이 신경 쓸 필요는 없다. 그런 사람들은 정당한 이유가 있어서 비평을 하는 게 아니라 단지 누군가를 물어뜯고 싶을 뿐이었으니.


[업적, 『선호작 1만 최초 돌파!』의 달성 보상으로 5,000LP가 지급됩니다.]

잠들었던 사이 업적 하나가 달성 되었고, 시간이 지나며 중하위권으로 떨어졌던 순위도 다시 1위를 탈환했다.포인트를 아끼지 않고 사용해 완성한 5연참의 효과였다.

[글쓰기 재능의 등급이 오른 덕도 있을 겁니다.]
“확실히 필력 칭찬이 많았지.”

필력에 대한 칭찬은 회귀 전에도 가끔 받았었다. 지독한 불운 때문인지 글이 잘 팔리는 작가는 아니었지만, 소수의 확고한 마니아층은 이게 왜  뜨는지 모르겠다며 항상 응원 댓글을 남기곤 했다.
한데 지금은 그보다 더 발전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물론 웹소설판의 평균 필력이 높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글   난다.”

서주환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떠올랐다.
모든 창작자가 그렇듯 글쟁이는 독자의 관심을 받아야 살 수 있다. 비단 수익적인 부분 외에도 독자의 관심은 글을 쓰는 중요한 원동력의 하나였다.

*


서주환은 일찍 일어난 김에 오전 운동을 가기로 했다.

‘앞으로 운동을 아침에 갈까?’

어차피 당분간은 눈이 아침에떠질 것 같았다. 그리고 축복을 사용한 상태로 글을 쓰고 나면 진이 빠져서 운동을 하기 힘들다. 차라리 오전에 운동을 하고 오후에 글을 쓰는 게 나을 듯 했다. 임수희 트레이너와 시간 조율을 해봐야겠다.


‘그런데 헬스장이 이 시간에 열었던가?’

꽤 빨리 열었던 것 같긴 한데, 정확한 시간은 기억나지 않는다. 일단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집을 나섰다.

‘안 열었으면 조깅이라도 하지 뭐.’

다행이 헬스장은 이미 열려 있었다. 새벽에운동 나오는 사람들을 위함인지 오픈을 다섯 시부터 했다.

삑.

회원증을 찍고 들어가자 이른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사람이 보인다. 나이대가 있는 걸로 보아 아침에 운동을 하는 직장인들인  같았다.


“혹시 서주환 회원님?”

여자 목소리. 자연스럽게 고개가 돌아간다.
몸에 딱 달라붙는 운동복을 입은 여성이 보였다.

“아, 수희 쌤. 안녕하세요.”
“어머. 정말 주환 씨구나. 전역하신 거예요?”
“네.어제 막 전역 했어요.”
“호호. 그래서 이렇게 빨리 나오셨구나?”
“그렇죠, 뭐.”


임수희에게는 부대로 복귀할 적 당분간 나오지 못한다며 군인임을 밝힌 바 있었다.
임수희는 전역 축하한다며 말을 잇다가 은근한 어조로 그를 불렀다.

“그런데 주환 씨.”
“네?”
“혹시 있잖아요.”


무슨 말을 하려고 이렇게 뜸을 들이는 걸까.
그녀가 속삭이듯 말했다.

“뉴스에 나온 군인 주환  맞죠?”
“네? 뉴스요?”
“그, 있잖아요. 연쇄살인범을 때려잡았다는.”
“아, 그거….”

육군 본부에 갔을 때 기자들과 따로 인터뷰를 하긴 했었다. 해서 뉴스와 기사로 나온 줄은 알고 있었지만 여태 부대에 박혀 있던 터라 체감을  했었다.
서주환의 반응에 임수희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손뼉을 쳤다.


“역시 주환 씨 맞구나! 부대로 복귀한 시기도 그렇고 얼굴도 그렇고 아무리 봐도 주환 씨더라고요!”


임수희의 호들갑에 사람들의 시선이 몰렸다. 아니,  전부터 이미 주시하고 있던 걸까? 그들은 기다렸다는 듯 다가와서 한 마디씩 던지기 시작했다.

“닮았다고는 생각했는데 진짜 우리 헬스장 사람이었어?”
“이야~용감한 친구네. 저번에 보니까 운동도 열심히 하던데 살인범까지 때려잡고. 대단해.”
“거 살인범이 칼을 들고 있었다고 했던 거 같은데  무서웠남?”
“헬스를 오래 한 것 같지는 않은데 따로 격투기라도 배웠어요?”

우르르 몰려온 근육 덩어리들이서주환을 둘러쌌다. 웅장한 근육들의 압박감에 그는 목을 움츠렸다.
반면 임수희는 재밌는 가십거리를 들은 아줌마처럼 입을 조잘거리고 있었다.

“하하….”

서주환은 어색한 웃음만 흘렸다. 숙성된 32년산 아싸인 그로서는 갑작스런 사람들의 관심이 부담스러웠다.
사실 그건 둘째 치고 이 근육몬들이 너무 무서웠다.


‘누가 나 좀 여기서 꺼내줘!’


제발 대흉근 좀 꿈틀거리지 말아줬으면….

*

오후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떡볶이가 먹고 싶어져서 부모님이 운용하시는 분식집에 갔더니 많은 손님들이 그를 알아봤다. 학교 앞 분식집이라 손님들은 대부분이 고등학생이었다.
고3은 공부만 아니면 뭐든 재밌는 법.


“형이 그 살인범 때려잡은 군인이죠? 와씨. 개쩐다. 사진 한 장만 같이 찍어주면 안 돼요?”
“오빠, 사진 찍고 인별에 올려도 되죠?”
“형님, 살인범 맨손으로 잡은 거예요? 운동 뭐 배웠어요?”

방학 중 억지로 학교에 나온 3학년들에게 서주환은 심심함을 달래줄 좋은 흥밋거리였다.
서주환은 헬스장과 비슷한 상황에 난처한 얼굴로 영혼 없는 웃음을 흘렸다.
그나마 헬스장에서는 겉모습만 위압적이었지 다들 친절하고 예의 있게 대해줘서 이렇게까지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한데 이놈의 고딩들은 스마트폰을 들이밀며 사진까지 찍자 하고 있었으니 여간 난처한 게 아니었다.
자기가 연예인도 아닌데 이걸 찍어줘야 하나 땀을 삐질 흘리고 있는데, 예상치못하게 구원자가 나타났다.

“야! 너희들 우리 오빠한테 안 떨어져?이것들이 분식집에 왔으면 분식이나 먹을 것이지!”

항상 ‘야’나 ‘너’라고 부르던 서주희가 그를 무려 ‘우리 오빠’라는 호칭으로 부르며 보호했다.


“맞아, 맞아! 환이 오빠한테서 떨어져라! 우우!”

한수아도 서주희의 뒤에 숨어서 한 팔 거들었다.
 사람의 보호에 잠시 반발이 있었지만 상황은 어렵지 않게 수습되었다. 서주희가 씁! 하고 노려보니 대부분의 애들이 힉 소리를 내며 돌아가거나 얌전히 테이블에 앉았다.
어떤 학교생활을 해 온 거냐, 동생아….
서주환은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도 나름대로 개념은 있어서 일진 놀이 같은 걸 할 애는 아니었다.

“후우. 고맙다, 동생아. 부담스러워서 죽어버리는 줄 알았네.”
“풋. 우리 아싸 오빠한테는 버거웠겠지.”

비웃듯 말하는 서주희.
하지만 그는 또 다시 나온 우리 오빠라는 단어에 주목했다.
얘가 미쳤나 의심이 든다.


“너 징그럽게 갑자기 왜 오빠라고 부르냐?”

호칭을 지적하자 서주희의 얼굴이 벌게졌다.

“네, 네가 이렇게 부르라며!”


물론 그렇게 부르라고는 했다. 앞으로 호칭 똑바로  쓰면 엉덩이를 때려주겠다고도 했고.
그런데 서주희가 겨우 그걸로 우리 오빠니 뭐니  리가 없었다. 남매 사이란 건 그리 쉽게 변하는 게 아니었으니.
서주환은 짚이는 게 전혀 없어서 고개를 갸우뚱 하며 말했다.

“얘가 진짜  지랄일까?”
“지, 지랄? 야!”
“응. 엉덩이   적립.”
“이 미친 새끼가?!”
“주희 너! 오빠한테 그게 무슨 말 버릇이야!”
“아 얘가 짜증나게 하잖아요!”
“주문이나 해!”
“아, 엄마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아야! 알았어요! 씨잉….”

서주희는 등짝을 맞고서야 조용해졌다. 완전히 삐졌는지 퉁퉁 부은 얼굴로 입을  다문 상태.
옆에 앉은 한수아는 눈치를 보다가 서주희의 등을 토닥였다.


‘너무 놀려먹었나?’


서주환은 조금 미안해져서 동생을 불렀다.


“서주희.”
“….”
“지금 대답 안 하면 부탁 안 들어준다? 나한테 용건 있는  아니야?”
“…맞아.”


서주환은 씩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지. 용건도 없는데 친근하게 굴 리가 없다.
서주희는 그의 표정을 보고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그거 때문에 막아준  아니었거든?”


한수아가 편을 들었다.


“맞아, 오빠. 주희는 그냥 부탁 하고 말지 그렇게 좀스럽게  굴어.”
“하, 차.  뭘로 보고 진짜.”
“아까 그건 우리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 수습한 것뿐… 읍!”
“아하하하….”


급하게 한수아의 입을 막고 어색하게 웃는 서주희.
서주환이 가늘게 뜬 눈으로 노려보자 결국 일을 실토했다.


“그, 그냥 애들이 학교에서 오빠 나온 기사 보고 있길래 어쩌다보니….”
“환이 오빠, 잘못 했어….”


서주환은 한숨을 한 번 푹 쉬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내  죄인을 용서하노라.”
“정말?”
“헤헤. 고마워, 환이 오빠.”
“그래. 딱히 너희 잘못도 아니네.”


듣자하니 마냥  사람의 잘못이라고하기에도 애매했다. 둘은 그저 학교에서 친구들이 보고 있는 기사에 그가 나온 걸 보고 놀라서 아는 티를 내버린 것이었으니.
용서받은 서주희가 그새 의기양양해져서 말했다.


“맞아. 그게 내 탓은 아니잖아? 오히려 나는 오빠 아니라고 모르는 척 했다고. 그런데 분식집에서 본 애들이 있어서…”
“서주희 넌 머리 박아.”
“아, 왜!”
“아직 나 너희 부탁 안 들었다?”
“씨잉….”

테이블에 머리를 박는 서주희.
무슨 부탁을 하려고 이렇게 순순히 말을 따르는 걸까.
서주환은 자신도 머리를 박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 한수아를 보고 픽 웃으며 말했다.


“부탁이 뭔지 수아가 말해줘. 어차피 둘이 같이 뭐 하는 거지?”


껌딱지 마냥 항상 붙어 다니는 둘이다. 보나마나 이번에도 둘이 뭔가 하는데 잘  풀렸겠지.
예상은 적중했다.


“헤헤. 그게 있잖아. 나랑 주희 둘이서 방송을 하고 있는데…”


다만 그 내용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서주환이 눈을 땡그랗게 떴다.

“방송?”
“응!”
“설마 파프리카?”
“아닝. 트릭키에서 하고 있어.”
“아아. 하긴 너희가 파프리카는 말도 안 되지.”


서주환은 납득하고 고개를 주억였다.
같은 인터넷 방송이라도 파프리카TV와 트릭키TV는 감성이 전혀 다르다.
파프리카가 맹수들의 자극적이고 난폭한 싸움이라면, 트릭키TV는 초식 동물들의 치열한 눈치 싸움이랄까.
어디까지나 서주환이 개인적으로 느낀 감상에 불과했으니 깊이 들어가면또 모르는 일이었지만, 암만 생각해도 이 둘이 파프리카와 어울리지는 않을 것 같았다.

“야… 가 아니라 오빠.  말도 안 된다는 건데?”
“응. 계속 머리 박고 있어.”
“씨이….”

불만스러운 얼굴의 동생을 무시하고, 서주환은 다시 말을 이었다.

“무슨 방송 하고 있는데? 아니다.  전에 방송을 어떻게 둘이 같이 해? 매번 같이 할 수는 없지 않나?”
“음. 정확히는 내가 방송을 하고 주희가 매니저 겸 편집자야.”
“편집? 아, 쟤가 편집 배운다고 했었지. 그럼 위튜브도 하는 거야?”
“응. 하나씩 올리고 있어.”
“언제부터?”
“얼마 안 됐어. 일주일 됐나?”
“흠. 그럼 시청자는 얼마 없겠고. 무슨 방송 위주로 하는데?”
“어… 그냥 이야기? 가끔 노래도 부르고 음. 공부 방송도 하고.”

제대로  방송 컨셉도  정해져 있다.

“방송 시간은 언제로 정해 놨어?”
“그, 그냥 시간 될 때?”
“…….”


서주환은눈을 지그시 내리 감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도 방송을 해본 경험 없는 단순 시청자였지만 이건 아니었다.
서주희가 뭘 부탁하려는지 알 것 같았다.


“…서주희 머리 들어.”
“…헤헤. 오빠, 그냥 계속 박고 있으면 안 될까?”
“진짜 쥐어 박아버린다….”


뭐부터 해야할지 모르겠으니까 도와주세요는 좀 심하지 않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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