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0화 〉할까? 하자. (20/501)



〈 20화 〉할까? 하자.

서주환이 흉악범을 때려잡은  칭찬받아야 마땅한 일이지만, 그는 스스로 외쳤던 것처럼 대한민국의 육군 병장이었다.
이게 무슨 소린가 하니.
그가 경찰조사를 받는 순간 상부에 다이렉트로 보고가 된다는 뜻이었다.
이 때문에 서주환은 아침부터 울진으로 복귀하는 고속버스에 몸을 실어야 했다.

‘사실 거부하면 그만이긴 한데.’

부대 복귀는 강제가 아니었다. 그가 나쁜 일을 해서 문제가 된 것도 아니고, 휴가  미담사례로 표창을 받아야 할 일이었으니 휴가를 더 줬으면 더 줬지 강제 복귀는 말이 안 된다.
오히려 이 상황에서 괜히 강제로 복귀를 시켰다가는 문제가 될 소지마저 있었다. 영웅적 활약으로 뉴스에 보도까지 된 그가 강제 복귀를 문세 삼으면 곤란해지는 건 군 측이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복귀를 하느냐?
서주환은 정소라가 남긴 까톡을 다시 확인했다.


[소라 누나]
- 주환아, 미안해. 아까는 대대장님이랑 간부들이 다 같이 있어서 말이나 해본 건데, 설마 받아들일 줄은 몰랐어.
- 그냥 거절해도 됐는데… 진짜 고마워.
- (두 손을 맞잡고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새끼여우 이모티콘).

그녀의 말에 의하면, 현재 육군에서는 아래와 같은 타이틀로 대대적인 홍보를 하려는 중이었다.

『휴가 중인 육군 병장, 흉악한 연쇄 살인범으로부터 시민을 구하다!』

사실 이러한 미담을 퍼뜨리는  서주환이 굳이 복귀하지 않아도 가능한 일이다. 밖에서도 경찰 표창을 받을  있었고, 그가 없어도 군 측에서 기사를 작성하는  문제는 없었으니까.
다만, 군에서는 육군본부 차원에서 좋은 그림을 만들고 싶어 했다.
까마득히 높은 장군과 용감한 사병의 투 샷.
 얼마나 좋은 그림인가. 가뜩이나  좋은 인식을 갖고 있는 군이었으니, 이럴 때 최대한 친근한 이미지와 함께 미담을 퍼뜨리려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든 공을 세운 병사에게 복귀를 강제할 수는 없는 노릇. 이 상황에서, 총대를 메고 연락  게 바로 직속상관인 정소라였다.

“후우. 내가 누나한테 도움 되는 거니까 간다.”

어차피 며칠 남지 않은 휴가였으니 큰 손해는 아니다. 이걸로 생색을 낼  있다면 오히려 꽤 괜찮은 딜이 아닐까.
물론, 군인에게는  하루의 휴가도 엄청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돈으로 거래가 가능하다면 백 단위의 돈을 주고서라도 사는 사람이 있을 터.
하지만 그건 평범한 군인들의 사정이고,서주환은 다른 군인들과 사정이 조금 달랐다.
그는 10년 후의 미래에서 온 회귀자. 여타 군인들처럼 몇 십일, 몇 백일을 갇혀 있다가 휴가를 나온 게 아니었으니까. 심지어 앞으로 5일 후면 전역이었다.

‘전역하면 보기 힘들겠지?’

울진 부대에서 근무하고 있는데다 본가가 대구인 정소라다. 전역 이후에는 얼굴을 보기가 힘들 터.
서주환이 순순히 부대로 복귀하는 이유였다.

*

울진 고속터미널에 도착한 서주환은 기지개를 켰다.

“흐아암. 교통비는 챙겨주려나?”

사실 예정대로 복귀했어도 결국은 냈어야 할 교통비지만, 말년 휴가까지 반납하고 왔는데 이 정도는 해주겠지 싶었다.

“아니다. 용감한 시민상이니 뭐니 해서 상금도 주지 않나?”


어떤 상금이나 혜택을 바라고 한 행동은 아니었지만, 한편으로는 기대가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줘봤자 얼마나 되겠냐만 이왕이면 받는 게 좋지 않겠는가.
그때 휴대폰이 몸을 떨었다.


우우웅.


액정을 보니 여동생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어. 왜 전화했냐?”
- 야, 너 지금 군대로 복귀해?
“지금 부대 근처인데. 왜?”
- 왜는 무슨 왜야! 말도  하고 가니까 그렇지!
“응? 내가 말  했었나?”
야!
“아오.  따가워라.”


서주환은 인상을 찡그리며 휴대폰을 멀리 떼어냈다.
어젯밤 사건은 경찰서에 가서 사건 경위까지 작성했던 만큼가족 모두가 알고 있었다. 다만, 오늘 아침에 결정된 부대 복귀에 대한 건 깜빡하고 부모님한테만 얘기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뒤늦게 소식을 접한 서주희가 전화를 한 것이고 말이다.
한 차례 소리를 지른 서주희는 한숨을 내쉬더니 이내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말해왔다.


- 어제 고마워. 덕분에 무사히 돌아왔어.
“그건 어제도 말했잖아. 새삼스레 무슨.”
- 그냥… 괜히 나 때문에 휴가 짤린 것 같아서 하는 말이지. 군인들한테 휴가는 엄청 중요한 거잖아.

웬일로 기특한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답지 않은 동생의 태도에 웃음이 나왔다.

“푸하하학! 야, 너 때문 아니니까 오그라들게 그러지 마라.”
- 그, 그럼 다행이고.


남매지간에  하던 말을 하려니까 어색했던 모양. 바로 새침하게 대답하는 서주희였다.
서주환은 보기 드문 동생의 반응이 재밌었다.


“큭큭. 야, 동생아.”
- …왜.
“고맙냐? 응? 갑자기 오라버니가  대단해 보이고 존경스러워? 그럼. 당연히 존경스럽겠지. 무려 흉악범을 때려잡았는데.”
- …가만히 있었으면 존경스러울  했는데. 너 진짜 깬다.
“어허. 지금 동생 때문에 휴가까지 반납하고 복귀하는 오라버니한테 으딜 감히!”
- 방금 전에는 나 때문 아니라며!
“아무튼.”
- 이 미친놈이?
“어어? 그래서  고맙다 이거야?”
- …아씨. 그래서 어쩌라고? 뭐 소원이라도 들어줘?
“그렇지. 그 말이 나와야지.”
- 뭐야. 진짜 그거 때문이었어?
“한 입으로 두 말하기 없다? 소원 들어주기로 했다?”

오빠는 그냥 미끼를 던져분 것이고, 동생은 고 미끼를 확 물어분 것이었다.


- 뭐, 뭘 시키려고 그러는데?

낭패한 목소리로 묻는 서주희.
서주환은 그 반응이 재밌어서 일부러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


“앞으로  방 청소는 네가 해라.”
- …어?

예상치 못한 요구에 당황한 목소리다.
그는 낄낄거리며 말했다.


“널 어디 써먹냐? 할  아는  없으니 소원 빌기도 힘들다. 점순아, 앞으로 이 오라비  청소나 하거라.”
- 야! 누가 점순이야!
“아, 그리고 앞으로는 야라고 부르는 거 금지다. ‘야’나 ‘너’ 외에도 호칭 이상하게 부를 때 마다 엉덩이 맴매 한 대씩이야.”
- 이 변태새끼가!?
“응. 엉덩이 한 대 적립.”

서주환은 거기까지 말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분에못 이겨 잔뜩 성을 내고 있을 동생을 생각하니 복귀하는 이 순간에도 마음이 풍요로워졌다.
잠시 후 한수아에게도 전화가 걸려왔다. 동생에게 했던 것과 달리 친절한 태도로 대해주었음은 물론이다.


“그래. 공부열심히 하고. 나중에 전역하면 보자.”
- 응. 환이오빠, 고마워. 전역 날 꼭 연락해야 돼? 마중 나갈게!
“뭘 마중까지 나오려고 그래? 수아 너  핑계로 학교 빠지려고 그러지?”
- 헤헤. 들켰어?


동생도 그렇고, 한수아도 그렇고전생보다 부쩍 친해진 느낌이 들었다.
서주환은 새삼 다시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했다.

*

지휘통제실에는 1대대 간부가 모두 모여 있었다.
서주환은 그 사이에 있는 정소라에게 눈인사를 한  경례를 올렸다.

“강철! 병장, 서주환! 복귀를 신고합니다!”

경례를 받은 대대장은 돌연 벌떡 일어나서 서주환을 끌어안았다.

“서주환 병장!”
“벼, 병장 서주환?”
“자네 같은 병사가 내 부대원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군!”

난데없이 끌어안더니 팡팡 등을 두드리며 격한 감정을 드러내는 대대장.
대대장은 짐짓 호쾌한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으하하! 정소라 대위가 부하를 아주 잘 키웠어!내 평소부터 알아보고 있었지!”

이건  무슨 헛소리인지.
서주환은 기가 차서 헛웃음을 흘릴 뻔했다.
대대장과 정소라는 견원지간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그리 좋은 사이도 아니었다.
그가 알기로 1대대장의 캐릭터는 깨어있는 척 하는 꼰대.
입으로는 선진병영이니 남녀평등이니를 부르짖지만, 실상은 딱 제 나이대의 전형적인 꼰대기질을 가진 사람이었다. 또한 여군인 정소라를 은근히 못 미더워하기도 해서, 바른 소리에도 꼬투리를 잡은 전적이 몇 번이나 있었다.


“감사합니다, 대대장님.”

하지만 서주환의 생각과 달리 정소라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대대장의 말을 받았다.
안타까운 사회인의 미소였다.

*

안타까운 사회인의 미소는 개뿔.
서주환이 정소라의 실체를 알게 된 것은 육군본부에서 표창을 수여받는 행사 날이었다.

“부대~ 차렷!”


척!

하나  동작으로 차렷 자세를 취하는 군인들.
서주환이 지금까지 군 생활을 하며 본 것  가장 절도 있는 동작이었다. 그도 그럴 게, 군기 바짝 든 목소리로 부대 차렷을 외치는 사람이 무려 대령이다.
그럼 대대장의 경례를 받는 사람은? 당연히 그보다 계급이 높은 장군들이었다. 심지어 참모총장까지 자리에 함께했으니 군기가  들래야   수가 없었다.


‘사람 엄청 많네.’


군인들 외에도 주변에 깔린 카메라와 기자들이 상당했다.

‘보여주기식이라는 거군.’


정소라의 말처럼  측에서 작정을 하고 홍보를 하려는 모양이었다. 이때를기회 삼아 일반적으로 군대에 깔려 있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것이다.
그렇게 보여주기식 절차를 거치고 대화를 주고받는 간부들.
이윽고 서주환의 차례가 왔다.

‘여기서 잘못하면 새 된다!’

사실 이 무대의 주인공인 그가 실수 좀 한다고 징계를 내리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인생사 어찌 될지 모르는 일이라고 최대한 실수 없이 진행하고 싶었다.
서주환은 단전에서부터 혼신의 힘을 끌어 모아 경례를 올려붙였다.

“강처어얼! 병자아앙! 서! 주! 화안!”

완벽한 칼각의 절도 있는 경례와 우렁찬 목소리!
서주환의 경례를 받은 육군참모총장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곧 표창을 수여한 참모총장이 악수를 하자는  손을 내밀었다. 그는 창모총장의 손을 붙잡고 정해진 멘트를 내뱉었다.


“병장! 서! 주! 환! 강철 같은 마음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자네의 활약 잘 들었네. 시민을 위해 두려움을 불사한 용기 있는 행동. 감탄스럽더군.”
“감사합니다! 군인으로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자네 같은 이들이 있어 우리나라가 안전할 수 있다네.”
“감사합니다!”

서주환은 실수 없이 완벽하게 대답했다. 이제 내려갈 일만 남았다.
그런데 이게 웬 걸.
참모총장이 예상치 못한 말을 속삭였다.


“자네, 우리 딸아이 밑에 있다지? 혹시 전역하고 장교로 지원해볼 생각 없나? 군에는 자네 같은 인재가 필요해.”


청천벽력 같은 말.
어찌나 충격적이었는지 쿠르릉하는 천둥소리까지 들리는 듯 했다.

‘딸아이? 밑? 장교 지원?’


딸아이 밑이라고 하였으니 이는 분명 정소라를 지칭하는 말일 터.
서주환은 혼미해지려는 정신을 간신히 부여잡았다. 설마 그 정소라가 육군 참모총장의 딸일 줄이야. 회귀 전에도 전혀 들은  없는 사실이었다.


[주인님,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닙니다.]
‘아!’


루시의 말이 맞다. 지금 중요한 건 정소라의 정체가 아니라 육군 참모총장이 그에게  장교 지원 권유였다. 그는 직업 군인이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서주환은  늦기 전에 얼른 대답했다.


“말씀 감사합니다!”
“오, 그럼 지원 하는 건가?”
“죄송합니다! 말씀은 감사하지만 저는 하고 싶은 일이 따로 있습니다!”
“….”

불편한 침묵.
서주환은 좋지 않은 기운을 감지하고 재빨리 말을 이었다.

“하지만! 군에서 배운 바를 잊지 않겠습니다!비록 꿈이 있어 민간인으로 살아가겠지만, 전역 이후에도 예비군 훈련을 통해 전력을 보존하고, 국가에 보탬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긴 문장을 쉬지 않고 말했음에도 목소리는 우렁찼고, 절도 있었으며, 호흡에 끊김이 없었다.
서주환의 대답을 들은 참모총장의 얼굴이 환하게 펴졌음은 물론이었다.

*

행사가 끝난  서주환은 부대 안에서 언터쳐블이 되었다. 여타 간부는 물론 병장들의 천적이라는 행보관조차도 그를 건드릴 수는 없었다.
자연히 서주환은 다른 사람들이 땀 흘리며 구르는 일과 신간에  같은 휴식을 취했다. 이런 그를 못마땅해 하는 병사가 몇몇 있었지만, 이내 그의 사정을 깨닫고는 누구도 싫은 소리를 하지 않게 되었다.
다만 정소라만이 그의 옆으로 와서 혀를 찰 뿐이었다. 그녀가 생활관에 누워 있는 그를 보며 말했다.

“완전히 상팔자네? 일과 시간인데 생활관에 누워 있기나 하고.”
“흐흐. 뭐 어때. 이 정도는 괜찮잖아.”
“다른 애들 보기에 안 좋으니까 그렇지.”
“괜찮아. 꼬우면 지들도 살인범 때려잡고, 휴가도 반납하라 그래.”
“하긴… 지금 너한테 일시키면 그게 양아치지.”

정소라도 정말로 뭐라 할 생각은 없었는지 서주환의 옆에 자리를 잡았다.
서주환은 그녀를 힐끔 올려다보며 말했다.

“누나가 참모총장 딸이었을 줄이야.”
“윽. 그건 잊어버려. 아빠는 쓸데없이 그걸 얘한테 왜 말해가지고는….”


질색하며 투덜거리는 정소라.
서주환은 문득 궁금해져서 물었다.


“왜 숨겨? 밝히면 편하잖아.”
“편하기는? 오히려 더 불편해. 원하지도 않는 배려만큼 불편한 게 없는  모르지?”

정소라의 성격상 배려 받는 분위기는 못 견딜 것이다. 여자라고 배려 받는 것도 싫어하는 사람인데 참모총장 딸로서의 대접이라니. 그러느니 군인을 그만두지 않을까.
서주환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장난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누나네 아버지가 나한테 장교 할 생각 없냐고 물으시더라. 사윗감으로 탐 나셨나?”
“어쭈. 까분다?”
“왜. 진짜로 탐나셨을 수도 있지. 내가 무려 흉악범도 때려잡은 남자 아니겠어?”

정소라는 그의 장난스런 말에 피식 웃으며 말했다.


“진짜로 부사관 지원 신청서 가져올까?”
“아버님은 장교하라고 하셔는데?”
“요게 계속 까분다. 누가 네 아버님이야? 주환이 너 자꾸 그러면 정말  장교로 만들어버려? 학교는 당연히 육사다?”
“…죄송합니다.”
“오냐.  너의 죄를 사한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풋. 아하하하.”
“푸하하.”


동시에 웃음을 터뜨리는 두 사람.
정소라는 팔을 하늘 위로 쭉 뻗더니 서주환의 옆에 누웠다.
생활관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햇볕이 겨울 날씨 같지 않게 포근했다.
그렇게 누워있기를 잠시.
정소라가 문득 그를 불렀다.

“주환아.”
“엉?”
“내일이면 전역이네?”
“응.”
“전역하고, 누나 보러 놀러 올 거야?”
“놀러 오면 놀아주긴 할 거고?”
“하는 거 봐서?”
“그럼 놀러 와야지.”
“싫어. 오지 마.”
“…어쩌라는 거야?”
“진짜 오지 마.”
“왜? 나 오는 거 싫어?”
“응.”
“…조금 상천데.”
“아하하. 대신 내가 놀러 갈게.”
“오, 정말?”
“응. 놀아줄 거야?”
“그럼. 풀코스로 모셔야지.”
“기대하고 있을게.”
“기대하고 있어. 그런데 언제 오게?”
“…….”
“소라 누나?”

눈을 감은  대화를 이어가던 서주환은 갑자기 끊어진 대화에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마주친 눈.
정소라가 말없이 그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당황해서 무어라 입을 열려는 찰나, 그녀가 먼저 입술을 달싹였다.


“주환아.”
“으, 응?”
“…마지막으로. 할까?”
“뭐, 뭘?”
“하자.”
“…응.”

1월의 한겨울, 어째서인지 봄기운 섞인 겨울바람이 창틈 사이로 불어오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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