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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화 〉두 번째 욕망 퀘스트(3) (19/501)



〈 19화 〉두 번째 욕망 퀘스트(3)

본격적으로 건물에 진입하기 전.
서주환은 시스템의 기능을 적극 이용했다.


[지금부터 분당 10LP가 사용됩니다.]
[집중의 축복(지속)이 적용됩니다.]


축복의 적용으로 집중력과 사고력이 고조 된다. 감각이 확장 되는 느낌이었다.
그는 여기서 끝내지 않고 정소라에게서 얻은 박투 재능을 강화시켰다.

[100LP를 사용하여 박투(F) 재능의 등급을 상승시킵니다.]
[200LP를 사용하여 박투(F+) 재능의 등급을 상승시킵니다.]
[300LP를 사용하여 박투(E) 재능의 등급을 상승시킵니다.]
[400LP를 사용하여 박투(E+) 재능의 등급을 상승시킵니다.]
[500LP를사용하여 박투(D) 재능의 등급을 상승시킵니다.]
[1,000LP를 사용하여 박투(D+) 재능의 등급을 상승시킵니다.]
[2,000LP를 사용하여 박투(C) 재능의 등급을 상승시킵니다.]

떠오르는 메시지의 향연.
총 4,500LP를 사용하여 박투 재능을 C+로 만들었다. 각 재능 마다 차이가 있지만 평균적으로 C+등급이면 숙련자의 실력이라고  있다.
사실 마음 같아서는아예 A+등급까지 강화하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시스템의 레벨이 낮아서 C+가 한계였다.

‘좋아. 들어가자.’


서주환은 스마트폰을 무음으로 돌렸다. 혹시라도 있을 범인에게 먼저 위치를 들키면 낭패였으므로.
그렇게 입구로 들어서는데, 주변에 널브러져 있는 각목과 쇠 파이프 따위가 보였다.

‘없는것 보단 든든하겠지.’


아무리 격투기 숙련자의 실력을 갖고 있어도 칼을 맞으면 죽는 건 똑같다. 그는 쇠 파이프를 챙겨 들었다.


저벅… 저벅….

비가 내리는 한밤중의 폐건물은 을씨년스럽다. 뚝뚝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 위로 쌩한 바람이 지나갈 때면 오싹한 느낌에 등줄기가 차가워졌다.

‘일층에는 없나?’

예민해진 감각에도 느껴지는 인기척이 없었다. 아직 범인이 도착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라가볼까?’

전생에 사건이 터진 장소는 1층이었다. 하지만 이번 생에는 2층으로 갔을지도 모르는 일. 그는 기척을 죽이고 계단을 찾았다.


‘많이 올라가봤어야 2층이겠지.’

범인의 힘이 아무리 좋아도 사람 하나를 끌고 높이 올라가지는 못했을 것이다. 엘리베이터가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기껏 해봐야 최대 2층 정도일 터.
서주환은 발소리를 죽이고벽을 등진 채 계단을  걸음씩 내딛었다. 혹시 모를 기습을 대비해 귀를 활짝 열고 집중했다.
그렇게 계단의 절반 정도를 올라갔을 때, 낯선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 으읍… 읍… 으으읍…!

억지로 입을 막아놓은 듯 숨 막히는 소리.
울음기 섞인 여자 목소리였다.


‘찾았다!’

서주환은 다급히 계단을 뛰어올라갔다. 발소리가 들릴 테지만 어쩔 수 없었다. 더 늦으면 돌이킬  없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2층에 도착해서 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보니, 바지춤을 잡은 건장한 남자  명이 그가 있는 쪽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남자의 앞에는 웬 여자가 쓰러져있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쉽게 유추할 수 있는 상황.
서주환은 순간 여자의 얼굴 위로 한수아가 겹쳐 보였다. 그러자 주체할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야! 이 개새끼야!”


타다닥!

비명처럼 소리 지르며 앞  가리지 않고 남자를 향해 달려드는 서주환.
그런 그를 보고 당황하는 남자.
남자는 당황하면서도 다급하게 손에 든 물건을 휘둘렀다.

까앙!


쇠 부딪치는 소리!
남자가 들고 있는 건 날카롭게 벼려진 톱이었다.
순간적으로 쇠 파이프를 들어 막지  했다면 죽을 수도 있었던 상황.
반쯤 눈이 뒤집어진 서주환은 두려움보다도열이 뻗쳐올라 소리 질렀다.


“이 미친 새끼가! 사람한테 톱을 휘둘러?!”
“너, 너 뭐야! 응? 이 새끼, 아까 편의점에서 봤던 돼지 아니야?”

서주환을 알아본 남자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점차 사라졌다. 둔해 보이는 몸을 보고 안심한 것이다.
서주환이 최근 운동을 열심히 해서 살을 뺐다지만 그래봐야 아직 비만. 얕보일 수밖에 없는 몸이었다.
반면 남자는 키가 컸고, 제법 덩치도 있었다. 이내 웃음기마저 띈 남자가 낄낄대며 이죽거렸다.


“새끼. 여긴 왜 왔냐? 주제파악  하는 것 같아서 살려주려고 했더니.”
“뭐?”
“야, 미안하다. 봤으니까 죽어야겠어. 남자는 취미 없으니까 편히 죽여줄게.”

이미 몇 차례나 살인을 해봤기 때문일까. 남자는 죽인다는 말을 웃으면서 하고 있었다.
미친놈이 따로 없다.
하긴, 제정신으로 사람 몸을 토막 내지는 않았겠지.

“좆까. 살인범 새끼야.”

서주환은 흉악범을 앞에 두고도 아랑곳없이 씹어뱉었다. 그는 회귀 전의생을 떠올리고 있었다.

“너 이 씨발 살인범 새끼… 네가 수아를 죽였었구나. 네가 수아를 그렇게….”

말끝에서 진득한 분노가 배어 나온다.
당연하게도 남자는 서주환의 말을 알아듣지 못 했다.

“뭐라는 거야? 아, 내가 죽인  중에 지인이라도 있었냐? 아니면 이 년 이름이 수아?”


힐끗 뒤를 돌아보며 말하는 남자. 그는 돌연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아, 갑자기 열 받네.  치르려고 했는데, 방해하고 지랄이야!”

실실 웃던 남자가 돌연소리를 질렀다. 그의 감정 기복은 정상이 아니었다. 얼마나 화가 난 건지 얼굴이 터질  붉어진 남자가 돌연 톱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서주환은 쇠 파이프를 마주 휘둘러 남자의 공격을 막았다.

까앙!

“어쭈. 막아? 막아?!”

까앙, 깡, 깡, 깡!


“왜,  어쩌려고! 그걸로, 나랑, 싸우게?”


깡깡깡깡!

“내가! 새끼야! 검도가! 삼단이야!”

깡깡깡깡깡깡!

“죽어, 죽어, 죽어! 죽…!”

아래에서 솟구친 발이 남자의 복부를 차올린다.


퍼어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남자가주춤 뒤로 물러났다. 자신이 맞았다는 걸 믿기 힘들었는지 남자가 놀란 눈으로 서주환을 쳐다봤다. 곧 남자의 얼굴이 흉악하게 일그러졌다.


“너, 너! 네가 날 쳤어? 네가? 이 돼지 새끼가!”

남자가 발작하듯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었다.
서주환은 옆으로 한 발작 움직이며 톱날을 피했다. 숙련자의 박투 재능은 본능적으로 그가 취해야 할 움직임을 알려주었다.
그는 손목을 휘릭 돌리며 쇠 파이프를 찔러 넣어다.


콱!

“꺼어억….”

명치를 찔린 남자의 입에서 숨 넘어가는 소리가 나왔다.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나는 남자와 서주환의 눈이 마주쳤다. 남자는 숨이 막혀 콜록거리면서도톱을 사방으로 휘둘렀다.
반면 서주환은 차게 식은 얼굴로 남자에게 다가갔다.
남자의 움직임이 훤히 보였다.검도가 3단이니 뭐니 하면서 지껄인 게 헛소리라는 것도 본능적으로   있었다. 검도는 고사하고 싸움 한 번 제대로 해본 적 없는 어설픈 움직임이었다.
흉기를 휘두름에도 거침없이 다가오는 서주환이무서웠던 걸까. 남자가 파랗게 질린 얼굴로 소리쳤다.

“너, 너 뭐하는 놈이야! 왜 갑자기 나타나서 방해냐고!”

한심하게 지껄이는 꼬락서니.
서주환은 녀석에게 쇠 파이프를 휘두르며 소리쳤다.


“대한민국 육군 병장이다! 이 씹새야!”


카아앙!


날카로운 철성!
아래에서 위로 쳐올린 쇠 파이프가 톱을 후려쳤다.
놈의 손아귀에서 톱이 빠져나갔다.

빠아악!

이어서 휘두른 쇠 파이프가 녀석의 어깨를 때렸다.
남자가 비명을 지르며 어깨를 부여잡았다.

퍼억!


휘두른 주먹이 녀석의 오른쪽 면상을 가격했다.
남자의 얼굴이 찌그러지며 세차게 돌아갔다. 반대쪽을 다시 가격하니 더 이상 버티지 못한 남자가 쓰러졌다.


“꺼어억….”
“짐승만도 못한 새끼.”

퍽!


“커허억….”

서주환은 쓰러진 남자의 복부를 한 번 더 발로 까버렸다. 그러고도 머리끝까지 치민 화가 식지 않아서 주먹을 다시 치켜들었다.


[주인님, 안 돼요! 그만해야 합니다!]

퍼억! 퍽!

[주인님!]
“…젠장.”

머릿속에서 들린 외침이 아니었다면 그는 멈추지 않았을 것이다. 몇 번이고 주먹을내리쳤을 터였다.
서주환은 일그러진 얼굴로 주먹을 내렸다.


[잘 멈췄습니다.  하면 주인님의 입장이 곤란해질 수도 있어요.]
‘…그래. 고마워, 루시.’

마음 같아서는 아예 죽을 때까지 패고 싶었지만, 현실을 생각하면 루시의 말이 옳았다. 이놈의 나라는 쓰레기만도 못한 범죄자에게도 인권이란 걸 부여했다.
서주환은 기절한 남자를 뒤로하고 바닥에 쓰러져 있는 여자에게 다가갔다. 여자는 손과 발이 결박 된  입에는  테이프가 붙여져 있었다.


“괜찮아요? 다 끝났으니까 안심하세요.”

서주환은 여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최대한 자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얼굴 위로 한수아가 겹쳐 보여 지난 감정이 울컥 치밀어 올랐다.
얼마나 무서웠으면 이렇게 눈물 자국이 가득할까. 새빨개진 눈가가 안쓰러웠다.

‘수아는 더 아프고 무서웠겠지.’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억누르기 위해 입술을  깨물었다. 이번 생의 한수아는 무사하다. 이 여자도 크게 다친 곳이 없어보였다. 모든 게  해결 됐다.
그는 여자의 손과 발을 풀어주고 청 테이프를 떼어냈다.


“고, 고마워요. 흐끅, 흑. 흐윽, 으아아아아앙!”


여자가 목 놓아 울며 서주환의 품으로 안겨들었다.
서주환은 품에 안긴 그녀의 등을 부드럽게 토닥여주었다.


삐용~ 삐용~ 삐용~.

뒤늦게 들려오는 경찰차의 사이렌이 야속한 밤이었다.

*

경찰의 출동은 늦었지만, 서주환의 활약으로 사건은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욕망 퀘스트,『한수아를 구해라!』의 보상으로 20,000LP가 지급됩니다.]
[욕망 퀘스트의 숨겨진 추가 달성 조건, 『트라우마 극복』을 만족하여 20,000LP가 지급됩니다.]
[업적, 『용감한 시민』의 달성 보상으로 10,000LP가 지급됩니다.]


뒤늦게 도착한 경찰에게 범인이 체포 되고, 퀘스트의 완수를 의미하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숨겨져 있던 퀘스트 추가 달성과 업적 보상으로 서주환은 무려 50,000LP를 얻었다. 위험한 일을 겪으며 달성한보상이기 때문인지 LP수급이 일전의 두 배를 넘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여기  번호예요. 전역하시면 연락 주세요. 밥이라도 한 끼 사고 싶어요.”
“아, 괜찮습니다. 당연한 일을  건데…”
“제가 너무 고마워서 그래요.”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면… 알겠습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정말 감사했습니다!”


여자는 몇 번이고 그에게 감사를 표하고 떠나갔다.


‘범인 잡았고, 트라우마 극복했고, 수아는 물론 여자도 무사하고. 좋구나.’

정말이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해피엔딩이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 주환아, 미안한데… 혹시 부대로 복귀해줄  있을까?

이 전화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내 휴가….”


말년 휴가가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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