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화 〉오늘은 여기까지
서주환은 순간적으로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이 형이 내가 소라 누나랑 떡 친 걸 어떻게 알고 있지? 설마 박경수 대위가 나랑 누나가 같이 있는 걸 봤나? 그래서 소문이 퍼진 건가?’
만약 정말로 그렇다면 곤란하다. 그 자신이야 아무래도 상관없었지만 정소라의 입장이 무척 난처해진다.
서주환은 일단 모르는 척 시치미를 뗐다.
“뭔 소리야? 갑자기 웬 떡?”
“안 했어? 영양까지 점프 뛴다고 해서 간 줄 알았는데.”
“그러니까 가긴 어딜 가?”
“어디긴. 업소지.”
이정훈이 당연한 거 아니냐는 투로말했다. 반면 서주환은 이게 무슨 뜬금없는 소리인가 얼을 탔다. 그러다가 이 맘 때쯤 부대에 은밀하게 돌았던 소문이 기억났다.
“아, 그, 러시아?”
“응. 안 갔어?”
무척이나 태연한 얼굴로 되묻는 이정훈.
서주환은 자신이 완전히 착각했었음을 알고 이마를 탁 때렸다. 일단 이정훈은 정소라와 자신의 관계를 전혀 모른다. 그가 말한 건 이맘 때 영양에 새로 생겼다는 업소였다. 새로 생긴 그 곳에는 러시아 여자가 있다고 해서 한동안 장난처럼 화제가 됐었다.
서주환은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내가 거길 왜 가?”
“아니 뭐, 사복까지 입고 혼자 영양으로 점프한다길래 당연히 거기 간 줄 알았지. 아니야?”
“…안 갔어. 업소에는 관심 없어.”
“참나. 몇 달 전만 해도 나한테 와서 괜찮은데 없냐고 묻던 놈이.”
“…내가?”
“그래. 네가. 아다 떼고 싶다며?”
“미친.”
낮게 욕설을 내뱉는 서주환의 얼굴이 수치심으로 붉게 달아올랐다. 떠오르는 게 있었기 때문이다.
군대에서 사내놈들이 심심하면 하는 게 야한 얘기였고, 그를 제외하면 주변에 동정인 사람이 없었다. 이에 쓸데없이 자격지심을 느끼고업소에서라도 동정을 뗄까 고민 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정보를 물어본 게 그나마 친했던 이정훈이었다.
이제야 모든 기억이 떠오른 서주환은 몰려오는 쪽팔림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갔으면 억울하지라도 않지 그는 결국 업소에 가지 않았다. 쫄려서 가지도 못할 업소는 왜 물어봤는지… 그는 위병소 기둥에 머리를 쿵쿵 박았다.
이정훈은 서주환을 미친놈 보듯 바라보다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어쨌든 안 갔다니까 다행이네.”
“…그건 또 왜?”
“알려주고 좀 찝찝했거든. 첫 경험을 업소에서 떼면 대부분 후회하니까.”
서주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업소에서 첫 경험을 치르면 나중에 후회가 될 것 같다. 현타가 씨게 올 것 같다고나 할까. 반면 정소라와 함께 한 첫 경험은 좋은 추억이 되었다.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겠지.
그때를 회상하며 실실 웃고 있는데, 이정훈이 불쑥 말했다.
“나중에 같이 헌팅이나 하러 갈래?”
“어? 나랑 뭘 하자고? 헌팅?”
서주환은 자신이 제대로 들은 게 맞나 의심했다. 이정훈은 그 의심을 불식시켜주었다.
“너 전역하고 2월 중에 휴가 한 번 나갈 테니까 그때 만나자. 같이 클럽 콜?"
“콜!”
서주환은 미끼를 덥석물었다. 다른 사람도아니고 이정훈과 함께 간다면 재미는 보장되어 이겠다 싶었던 것이다. 거기에 더해 어쩌면 말로만 듣던 원 나잇이란 걸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도 들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2월에 있을 계획을 세웠다. 서주환은 벌써부터 그 날이 기다려졌다.
“그런데 주환이 너 전역하면 뭐 할 거냐?”
“전역하면?”
“계획 세워둔 거 있어?”
“음. 자세히는 아니지만 생각해둔건 있어.”
이정훈의 물음은 그가 회귀 직후부터 줄곧 생각해온 부분이었다. 다른 점이라면 비단 전역 후만이 아닌, 앞으로 살아갈 방향에 대한 고민이라는 점이었다.
서주환의 이전 생은 너무도 불행했다. 혼자만 불행하지 않고 주변 사람들까지 끌어들이는 불행이라서 철이 들고부터는 항상 숨죽여 살았다. 혹시라도자신이 피해를 주면 어쩌나 걱정되어 집 안에 틀어 박혀 살았었다.
그에 대한 보상심리일까. 이번 생에는 하고 싶은 걸 모두 하고 싶었다. 미래에서 과거로 왔으니 어차피 돈 벌 방법이야 무궁무진 했다. 돈 걱정도 없으니 최대한 많은 분야를즐기고 싶었다.
‘즐겁게 살고 싶다.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내키는 대로. 기분 꼴리는 대로!’
다시 사는 인생이다. 이왕이면 잘 살아야하지 않겠는가. 문제라면 그 자신도 정확히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는 점이었지만, 마침 ‘섹스한 상대의 재능 습득’이라는 좋은 능력도 있었으니 앞으로 천천히 생각하면 될 일이었다.
다만, 우선은 회귀 전 마무리 짓지 못 했던 일을 끝내고 싶었다.
“글 쓸 거야.”
“글?”
“소설 쓰려고.”
회귀 전 서주환은 웹소설 관련 매니지먼트에서 일했었다. 그러나 타고난 불운 때문에 간신히 1년을 채운 뒤 일을 그만 두었고, 이후에는 직접 웹소설을 쓰며 프리랜서로 일했다.
그렇게 시작한 웹소설 작가는 의외로 서주환의 적성에 맞았다. 그는 원래도 소설이나 만화, 애니 등을 좋아했고, 웹소설이라면 대부분의 장르를 가리지 않고 봤으니 제법 견문도 넓었다. 특히 스무 살 때 취미로 웹소설을 두 편 완결 내봤던 게 도움이 되었었다.
물론, 이 역시도 타고난 불운 때문인지, 아니면 실력이 없었기 때문인지 잘 팔리는 작가는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팬이라고 할 만한 사람들도 있었다.
한데, 그 팬들에게 완결을 보여주지 못하고 죽은게 마음에 걸렸다. 현재 시점에서는 아직 연재 자체가 되지 않은 작품임에도, 완결을 내지 못한 사실이 눈엣가시처럼 신경 쓰였다.
‘완결 내자. 그래도 엄청 공들여 썼던 건데.’
서주환은 그렇게 결심 했다. 성격상 일을 마무리 짓지 않으면 언제고 생각이 날 것 같았다.
반면, 서주환의 말을 들은 이정훈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물었다.
“너 소설도 쓸 줄 알아?”
“스무 살 때 시작해서 입대 전까지 하나 썼었어. 대단한 건 아니고 그냥 판타지야.”
“뭐가 안 대단해! 엄청난데? 내 지인 중에 소설가가 있다니.”
생각보다 격렬한 반응에 서주환은 조금 당황했다.
“그냥 웹소설이야. 누구나 쓸 수 있는 건데….”
“웹소설이 뭐 어때서? 난 그냥 소설보다 웹소설이 좋더라.”
“그, 그래?”
“어. 나 웹소설 엄청 좋아해. 사실 옛날에 써본 적도 있는데 몇 화 쓰다가 말았다.
도저히 스토리 생각이 안 나더라고.”
이번에는 서주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정훈이 웹소설을 좋아한다니? 전형적인 인싸 같은 사람이라 생각도 못 했다. 서브컬처 쪽과는 전혀 연이 없을 것 같았는데.
“주환이 너 어디서 연재했었어?”
“글세상에서 연재 했었어.”
“진짜? 나도 거기에서 많이 보는데. 혹시 썼던 소설 제목 뭔지 알려줄 수 있냐?”
“음. 제목이 좀 유치해서 창피한데….”
“뭐 어떠냐. 나도 썼었다니까? 내가 중학생 때 썼던 소설 제목이 죽음의 데스사이드였어.”
죽음의 데스사이드라니. 훅 치고 들어오는 중2병 감성에 그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흘렸다.
“크흡… 아, 미안.”
“이걸 웃네? 너도 뭔지 알려주면 용서해준다.”
말과 달리 이정훈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이었다. 하여간 넉살 좋은 사람이다. 그는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제목을 알려주었다.
“블레이즈 전기야. 제목이 좀 유치하지?”
“…블레이즈 전기? 잠깐만. 너, 혹시 필명이 '서환'이야?”
“어? 그걸 형이 어떻게 알아?”
서주환은 순간 소름이 쭈뼛 돋았다. 누가 그랬던가. 불길한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다고.
“…작가님. 간다던 군대가 여기였어요?”
이정훈은 그의 열렬한 독자였다.
*
서주환은 근무를 서는 내내 시달려야 했다. 설마 맞후임이 자신이 쓴 소설의 독자였을 줄이야.
그러나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주환아, 무림색황 재밌게 봤다.”
“…그것도 봤어?”
이정훈은 그가 같은 필명으로 연재했던 성인물까지 봤던 것이다. 가족들은 물론 아무에게도 알려주지 않았던 것인데 이렇게 들키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자신이 쓴 야설을 지인에게 들키다니! 끔찍하게 쪽팔렸다.
부끄러움도 잠시, 의외로 두 사람은 취미가 맞아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나눴다. 그는 회귀 전에는 몰랐던이정훈의 다른 면에 대해 알 수 있었다.
“나중에 네가 쓴 소설로 게임 만들자. 어때?”
이정훈이 농담처럼 건넨 제안이었다.
스스로가 글쓰기에 전혀 재능이 없음을 실감했던 이정훈은 웹소설만큼이나 좋아했던 게임 제작으로 눈을 돌렸다고 한다. 듣자하니 게임 제작에는 나름 재능이 있어서 이미 간단한 플래시게임을 몇 개 만들어봤다고. 뿐만 아니라 입대 전에는 친구들과 스마트폰 게임을 만들어서 어느 정도 수익까지 올렸다고 하니 새삼 그가 대단해 보였다.
‘진짜 다 가졌네. 잘생겼어, 몸 좋아, 성격 좋아, 게임 제작에 재능까지.’
혹시 이정훈도 자신처럼 시스템을 가진 건 아닐까? 그렇게 시답잖은 생각을 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지휘통제실로 복귀했다.
“둘 다 고생했어.”
“강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소라가 둘에게 인사했다. 그런데 눈 밑이 조금 까맣다. 다크서클이 내려온 것이다.
“중대장님, 혹시 계속 깨어있었습니까?”
“어. 그런데?”
당연한 걸 왜 묻냐는 듯 반문하는 정소라. 조금쯤은 요령을 피워도 될 텐데 당직까지 FM으로 진행한 것이다. 참고로 정소라를 제외하면 당직 때 안 자는 간부가 없다. 엎드려서 안 자면 다행이지.
서주환은 질린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다른 간부님들은 조금씩 자던데… 정말 날을 새는 건 중대장님 밖에 없을 겁니다.”
“…그래도 이게 맞으니까.”
고지식하게 FM을 추구하는 모습이 참 그녀답다고 해야 할까. 병사들에게는 적지 않게 융통성을 보이면서 유독 스스로에게만 엄격한 정소라였다.
“강철, 근무자 복귀했습니다!”
모든 근무자가 복귀하고 총기와 탄을 반납했다. 총기를 반납한 서주환은 생활관으로 올라가서 잠을 자려다가 이내 다시 지휘통제실로 내려왔다.
“안 자고 왜? 무슨 할 말이라도있어?”
“여기 이거, 선물입니다.”
서주환이 내민 건 작은 캔 음료였다. 보기에는 평범한 박x스였지만 사실은 얼마 전 아이템 뽑기에서 나온 피로회복제였다.
정소라는 얼떨떨한 얼굴로 음료와 서주환의 얼굴을 번갈아봤다. 그녀는 점점 묘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픽 하고 작게 웃음을 흘렸다. 무심한 척 하면서 음료를 내밀고 있는 모습이 귀엽게 보였던것이다.
‘솔직히 조금 짜증났었는데.’
불과 2주 전만 해도 그랬었다. 그도 그럴 게, 외박에서 복귀한 후 시도 때도 없이 은근한 눈빛을 보내오지 않았던가. 시선이 너무 노골적이어서 다른 사람이 알아채면 어쩌나 불안한 마음까지 들었더랬다.
결국 정소라는 그를 따로 불러낸 다음 꽤 날카로운 어조로 쏘아붙였었다. 그 뒤로 서주환은 말을 알아들은 듯 이상한 눈빛을 보내오지 않았다. 다행스러운 일이었지만, 한 편으로는 자신이 너무 심하게 말한 건 아닌지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한데, 이렇게음료까지 챙겨오는 모습을 보니 귀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마음이 복잡해졌다.
“고마워, 주환아. 잘 마실게.”
“중대장님.”
“응?”
“그, 음, 그게. 좀 쉬면서… 아니, 아닙니다. 이만 올라가보겠습니다.”
우물쭈물하며 무어라 말하려다가 결국 몸을 돌리는 서주환. 정소라는 나가려는 그의 손을 저도 모르게 붙잡았다.
“중대장님?”
“…하아. 따라와.”
그녀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이내 서주환의 손을 붙잡고 뒷문으로 이끌었다. 그에 지휘통제실에 있던 야간 근무자들이 당황해서 그녀를 불렀다.
“4중대장님? 어디 가십니까?”
“금방 올 거니까 다들 대기하고 있어.”
“아, 알겠습니다.”
어째서인지 화가 난 듯 서릿발 같은 목소리에 병사들은 숨을 죽였다.
이내 그들을 뒤로하고 밖에 나온 정소라는 주위를 휘휘 둘러보더니 날카로운 눈을 하고 서주환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서주환은 그런 정소라의 모습에 당황했다. 피곤해 보여서 아이템 뽑기로 얻은 피로회복제까지 챙겨줬는데 왜 화를 내는 거지? 역시 쓸데없는 말을 하려고 한 게 문제였나? 아! 취식물을 몰래 챙겨뒀다고 생각해서 화난 거구나!
그렇게 생각했을 때, 가까이 다가온 정소라가 말했다.
“주환이 너. 자꾸 까불래?”
“…예?”
서주환은 한 박자 늦게 대답했다. 어느새 그의 눈앞에는 ‘정소라 대위’가 아닌‘소라 누나’가 서 있었다.
정소라는 한숨을 폭 내쉬더니 손을 올려 서주환의 얼굴을 끌어안았다. 자연히 머리가 가슴 쪽에 묻혔다.
“왜 이리 귀엽게 굴어?”
“뭐? 무슨 소리야? 그게 아니라 나는 그냥… 읍.”
“누나도 많이 참고 있거든?”
이건 또 무슨 소리? 품을 빠져 나오려던 서주환은 얌전히 귀를 기울였다.
“누나가 뭐라 그런건 너를 싫어해서가 아니에요. 응?
“…응.”
“한 번이 두 번 되고, 두 번이 세 번 되는데, 그러다 걸리면 큰일이잖아. 처음이 힘들지 그 다음이 어렵겠어?”
말은 즉슨, 외박에서 복귀한 후 그가 한 동안 보내던 신호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서주환은 퉁명스러운 어투로 답했다.
“나도 알아. 그래서 누나가 말한 뒤로는 안 그랬잖아.”
“응. 알아. 우리 주환이, 참 잘했어요.”
“…내가 애야? 이 누나가 징그럽게 갑자기 왜 이래?”
“얘 봐라? 누나가 징그러워?”
“어. 징그러. 지금 다크서클 쩔거든.”
서주환은 질색하는 표정으로 더 이상 못 버티겠다는 듯 정소라의 품을 빠져나왔다.
솔직한 말로 예쁜 누나가 애 취급하며 안아주니 좋긴 한데, 안 하던 짓을 하려니 오글거려서 말이 좋게 안 나왔다.
하지만 정소라는 그 말에도 전혀 상처받지 않고 당당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정도 다크서클쯤 있어도 예쁠 텐데? 그치?”
“…무슨 자신감이야?”
“어쭈. 표정 안 풀어? 그럼 나랑 안 하겠다는 거지?”
“내가 본 여자 중에 누나가 제일 예뻐.”
서주환은 바로 태도를 달리했다. 그에 황당하다는 듯 그를 보는 정소라였지만 그는 뻔뻔한 얼굴로 말했다.
“지금 할 거야?”
“에라이.”
“악. 왜 때… 읍?”
갑자기 쪼인트를 까여서 펄쩍 뛰던 서주환의 입이 다물어졌다. 정소라가 입으로 입을 막았기 때문이다.
“쪽. 쪼옥. 츕.”
갑작스레들어온 정소라의 혀는 짧고 강렬하게 입 안을 휘저은 후 되돌아갔다. 입술을 떼어낸 그녀가 씩 웃는 얼굴로 말했다.
“자, 오늘은 여기까지. 이제 들어가서 자.”
“…누나, 진짜 너무한 거 알아?”
사나이 가슴에 불을 질러놓고 들어가서 자라니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하지만 당직사령을 서고 있는 그녀에게 여기서 더 조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정소라는 얄미운 표정으로 혀를 날름 내밀었다.
“응, 알아. 그래도 오늘은 여기까지.”
“…오늘은?”
어쩐지 유난히 ‘오늘은’을 강조하는 것 같다. 서주환은 의아함과 동시에 혹시 싶은 기대를 가지고 그녀를 바라봤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의미심장한 웃음뿐이었다.
결국 서주환은 또 말렸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하아. 다른 사람들이 군인이 아닌 누나를 알면 깜짝 놀랄 거야.”
“아하하. 나도 그렇게 생각해.”
“아무튼 아까 준 거 꼭 마셔. 누나 진짜 다크서클 심하니까. 팬더가 따로 없다.”
“어머. 귀엽다는 뜻이야? 또 고백하면 안 된다?”
“아오! 나 들어가서 잔다!”
그는 항복이라는 듯 두 손을 올리고 생활관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도무지 이길 수가 없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