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화 〉잊지 못할 첫 경험(3)
서주환은 루시의 설명을 듣고 크게 감탄했다.
‘섹스를하면 재능을 얻을 수 있다니!’
정확히는 섹스한 상대가 지닌 상위 세 가지 재능 중 하나를 랜덤으로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재능의 한계는 잠재등급에 따라 결정되며 처음 습득한 모든 재능은 F로 시작한다. 재능의 등급은LP로 올릴 수 있다.
이외에도 상점창에서 LP를 지불하고 아이템이나 스킬을 뽑을 수 있음은 물론 지금 현재 적용 중인 것과 비슷한 축복을 구매할 수 있다고 한다.
시스템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었다. 레벨에 따른 여러 가지 제한이 걸려있다고 하지만, 앞으로의 생을 살아감에 있어 굉장한 도움이 되리라는 것만은 분명했다.
‘일단 LP의 수급이 관건이겠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욕망 포인트(Lust Point)는 욕망 퀘스트를 수행하거나, 페티시 수집, 섹스 판타지 수집, 업적 달성 등을 통해 얻을 수 있습니다.]
‘죄다 섹스와 관련된 것뿐이구나.’
[그렇지도 않습니다.]
‘응?’
[욕망 퀘스트는 성행위에 국한되어 있는 게 아닙니다. 저를 만든 신의 이름은 러스트. 욕망이란 비단 성욕 하나만을 가리키는 게 아니고요.]
‘그렇구나. 이해했어.’
성욕은 욕망의 하나일 뿐이다. 욕망의 진짜 의미는 더 큰 범주에 있다. 간단하게 말해, 욕망 퀘스트는 인간이 지닌 욕심과 관련된 것이라면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는 소리였다.
[더불어 업적은 욕망과 관련되지 않은 분야에도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답니다. 하지만…]
'하지만?'
[성욕과 관련된 항목이 많은 것도 사실이에요.]
‘…응. 왠지 그럴 것 같았어.’
[그러니 주인님께서는 열심히 즐겨주세요.]
‘뭐? 큭큭. 고마워.’
루시의 엉뚱한 말에 서주환은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나도 이번 생은 열심히 즐길 생각이야.’
그렇지 않아도 이번 기회를 통해 섹스가 얼마나 기분 좋은 행위인지 깨달은 참이었다. 이렇게 좋은 걸 모른 채 죽었었다니 죽어서도 후회할 뻔했지 뭔가. 그리고 이왕 회귀한데다 좋은 능력까지 얻었으니 기회만 된다면 마구 하고 심산이었다.
‘그나저나 좀 아쉽네.’
서주환은 그렇게 생각하며 옆에서 자고 있는 정소라를 바라보았다.
격렬한 섹스를 마친 후 그는 자연스럽게 정소라에게 고백했었다. 고백에 망설임은 없었다. 이미 뜨거운 관계를 가진 마당에 무엇이 문제겠는가. 하지만 예상과 달리 그녀는 곤란한 표정으로 고백을 거절했다.
‘미안해, 주환아. 그냥 친한 누나 동생으로 지내면 안 될까?’
‘어, 어째서? 누나도 나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
‘좋아해. 주환이 너 부하로서는 물론이고 인간적으로도 되게 괜찮아. 특히 요 며칠은 꽤 멋있었고.’
‘그런데 왜? 나는 누나가 일부러 유혹한 줄 알았는데….’
‘…역시 눈치 챘구나. 맞아, 내가 유혹한 거야.’
‘그럼!’
‘먼저 꼬셔놓고 미안해.’
정소라는 진심으로 고개 숙여서 사죄했다. 하지만 그 사죄에는 거절의 단호함도 함께 있었다. 그녀는 차분하게 하나씩 설명했다.
‘나, 지금은 군 생활에 집중하고 싶거든. 너도 알지? 군대에서는 여자라고 차별 받는 게 좀 많잖아. 여군이라고 하면 인식이 워낙 안 좋기도 하고.’
‘…….’
‘사실 그럴만한 여군들이 널린 게 사실이긴 하지만… 그런 여군들 때문에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같이 피해를 보고 있어.’
정소라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녀의 말대로 대한민국에서 여군에 대한 인식은 좋지 않은 편이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쓸모없다고 보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이는 괜한 편견이 아니라 대다수의 여군들이 자초한 프레임이었다. 아무려면 본인 텐트 하나 칠 줄 몰라서 남자에게 대신 쳐달라고 하는 사람들을 군인 취급 해주겠는가. 그런 주제에 병사들한테는 이거 해라, 저거 해라 빽빽 소리를 질러대니 제대로 된 군인 취급을 못 받았다.
하지만 모든 여군이 그런 건 아니다. 분명 여군 중에도 남자들보다 더 군인답고 존경스러운 사람이 있다. 그리고 서주환이 아는 정소라는 누구보다 군인다운 군인이었다.
정소라는 흔들림 없는 시선으로 말했었다.
‘편견을 깨려면 더 열심히 해야 돼. 지금 연애를 하면 분명 의지하게 될 거고, 의지할 대상이 생기면약해질 것만 같거든.’
이 말에 대고 무어라 반박하겠는가. 서주환은 어쩔 수 없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여 납득했다.
정소라는 미안하고 고마움이 뒤섞인 얼굴로 그를 바라보다가, 이내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나중에 내가 서른 살 넘었을 때 다시 고백하면 정말로 받아줄게.’
‘뭐? 푸하하. 감당 돼? 나 진짜 찾아간다?’
‘어쭈. 안 찾아오기만 해봐라? 내 취향의 연하남이 나 좋다고 찾아오면 나야 고맙지.’
‘어? 내가 누나 취향이야?’
‘응. 생긴 것도 그렇지만, 주환이 너 엄청 좋은 냄새 나거든. 처음에는 향수인 줄 알았는데 그게 체향인 거 알고 깜짝 놀랐잖아.’
그렇게 장난스럽게 웃으며 대화하다가도 정소라는 다시 한 번 정중하게 사과했다.
‘어쨌든 주환아, 정말 미안해. 사귈 생각도 없으면서 그랬으면 안 됐는데… 나도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이렇게 거절해서 미안해.’
정소라는 혹여 자신 때문에 첫 경험의 기억이 안 좋게 남으면 어쩌나 그 점을 신경 쓰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당연하게도 정소라의 잘못이 아니었다. 애초에 서주환 쪽에서 스킬과 축복을 이용해 어떻게든 꼬시려고 수작을 부린 게 아니던가. 실제로도 스킬이 아니었다면 일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증거로 정소라가 지닌 중급 페티시, 올팩토필리아(Olfactophilia)가 있다. 이 페티시는 냄새 기호증이라 하여 후각에 예민한 영향을 받는 페티시다. 특히 신체나 성기에서 나는 냄새에 성적 흥분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데, 이 페티시 때문에 그녀는 서주환이 지닌 페로몬(pheromone)스킬에 엄청난 영향을 받았다. 한 마디로 상성이 너무 좋았던 것이다.
서주환은 미안한 표정을 하고 있는 정소라에게 고개를 저어 보이고는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섹스할 때처럼 딥한 키스가 아닌 가벼운 버드 키스.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정소라에게 그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 미안해하지 마.’
‘어? 하지만….’
‘진짜야. 나는 오히려 처음이 누나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이는 위로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었다. 정소라는 회귀 전에도 그를 차별 없이 대해준 고마운 사람이었다. 전역한 이후에는 따로 연락하지 못 했지만, 그녀에 대한 기억만큼은 좋게 남아 있었다.
‘대신, 아까 누나가 말했던 것처럼 친한 누나 동생은 괜찮지?’
‘어? 으응. 물론이지. 아직 전역 전이니까 부대 안에서는 좀 곤란하지만.’
‘그럼 전역 후에도 연락할게. 그리고 나 대학 졸업하면 진짜 찾아간다? 4년 뒤니까 기억해둬.’
서주환의 장난스러운 말에 정소라는 깔깔 웃으면서 서주환의 등짝을 때렸었다. 미안해하지 말라고 농담을 건넨 줄 안 것이다.
그때를 생각하며 서주환은 자고 있는 정소라를 바라봤다.
“마냥 농담은 아니었는데.”
솔직히 첫사랑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거창하고, 어쨌든 첫 경험의 상대가 아니던가. 남자의 첫 경험이 여자에 비해 가볍게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지만, 나름대로 첫 경험에 대한 환상을 가졌던 서주환으로서는 앞으로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을 터였다.
“에잇.”
조물딱. 조물딱.
서주환은 괜히 복수라도 하듯 정소라의 가슴을 주물럭거렸다. 그녀는 한 번 잠들면 괘 깊게 잠드는 타입인지 좀처럼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한참 그녀의 가슴을 만지다가 잠들었다.
*
다음날이 되고, 서주환과 정소라는 한 번 더 뜨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윽! 주환아!”
서주환은 여전히 조루였지만, 몽마신의 축복으로 마르지 않는 정력을 무기 삼았다. 그가 세 번째 사정감을 느낄 때쯤 정소라도 오르가즘을 느꼈는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는 잘게 떨리는 엉덩이를 두 손으로 잡고 고관절을 힘껏 밀어붙였다. 어제와 달리 고무를 씌운 상태. 그는 울컥거리며 나오는 정액을 한 방울도 빠짐없이 털어낸 후에야 몸을 떼어냈다.
격렬했던 시간이 끝나고, 샤워를 마친 정소라가 머리를 말리며 말했다.
“주환이 너 대단하다. 어제 그렇게 했는데 어떻게 또세 번을 싸지?”
“군인이잖아. 지금까지 쌓인 게 있으니까.”
“에이, 다른 군인들은 너처럼 못해.”
“어? 그걸 누나가 어떻게 알아?”
“어떻게 알까~.”
정소라는 그리 말하며 묘한 표정으로 입술을 핥았다.
‘설마 이 누나가 나 말고도 병사를?!’
서주환이 경악한 표정을 짓자 그녀가 깔깔 웃음을 터뜨렸다.
“아하하. 그런 거 아니야. 지금까지 참아왔다고 했잖아. 병사, 간부를 통틀어서 군인은 주환인 네가 처음이야.”
정소라는 가까이 다가가 그의 볼을 꼬집으며 말했다. 그에 서주환의 얼굴이 불퉁하게 변했다. 밑에 깔려서 앙앙댈 때는 언제고 귀여운 동생다루듯 놀려먹는다.
딱히 거부감은 없었지만.
‘다섯 살 차이면 한참 동생이지 뭐.’
정신은 신체를 따라간다는 말도 있지 않던가. 이왕에 어려졌으니 젊게 살 생각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서주환은 그녀가 자신을 더 귀여워 해줘도 감사하게 받아들일 자신이 있었다.
“내 친구 중에 군인이랑 사귀었던 애가 있었거든. 곰신이었는데, 남친이 그렇게 쌓아서 나와도 두세 번 하고 나면 뻗어버린다더라. 그런데 너는어제 오늘 합쳐서 벌써 여덟 번이나 했잖아?”
여덟 번이나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정력이 좋아서가 아니라 몽마신의 축복 덕분이었다. 하지만 그걸 일일이 설명하기도 뭐하고. 서주환은 씩 웃으면서 립 서비스 했다.
“누나 몸이 너무 기분 좋아서 그래.”
“뭐? 푸훗. 으이구. 그래서 그렇게 빨리 싸셨어요?”
“아, 누나!”
“아하하. 빨리 싸면 뭐 어떠니? 그만큼 많이 싸면 됐지.”
정소라는 충분히 기분 좋았다고 웃으면서 말했지만, 그는 언젠가 시스템의 능력을 통해 조루를 고치기로 결심했다. 이건 남자로서 자존심 문제였다.
“그럼 먼저 갈게. 늦지 않게 들어와.”
“내가 이등병인 줄 알아?”
“어머, 어제 훈련병 딱지 뗐잖아?”
“엉?”
서주환은 잠시 후에야 그 말이 어제까지 동정이었다고 놀리는 거라는 걸 깨달았다.
“누나!”
“아하하. 진짜 갈게!”
정소라가 도망치듯 문 밖으로빠져나갔다.
“거 참. 저 성격을 어떻게 숨기고 살았대?”
사적으로 가까워진 정소라는 부대 안에서와 이미지가 전혀 달랐다.
군인으로서의 정소라 대위, 여자로서의 소라 누나.
전자는 책임감 있고 열심히 하려는 모습이 군인다워서 좋았고, 여자로서는 평소 볼 수 없었던 발랄하고 장난기 있는 모습이 친근하게 다가왔다.
“에휴.”
서주환은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 전 까지만 해도 활기 넘쳤던 공간이 칙칙해졌다.
이제 뭘 하지? 마음 같아서는 정소라와 거리를 돌아다니며 데이트라도 하고 싶었지만, 그러다 다른 병사나 간부의 눈에 띄기라도하면 곤란해진다. 그래서 먼저 보낸 것이었고.
“아, 상점창.”
그러고 보니 어제 루시에게 듣기로 상점 기능이 있다고 했었다.
“루시, 상점창 열어줘.”
[알겠습니다.]
잠시 후 띠링! 하는 기계음과 함께 눈앞으로 상점창이 나타났다.
【욕망 상점】
1. 축복
- 집중의 축복 1분 = 10LP
2. 아이템 뽑기: 1,000LP
3. 스킬 뽑기 = 10,000LP
“…축복 빼고는 가챠네?”
[맞습니다. 그러므로 부지런히 포인트를 모으셔야 합니다.]
“응…. 일단 아이템 하나랑 스킬 하나 뽑을게.”
[아이템 뽑기는 하루에 한 번, 스킬 뽑기는 레벨 당 한 번만 가능합니다. 정말 뽑으시겠습니까?]
“응. 포인트도 많은데 지금 뽑을게.”
원래 게임은 초반에 육성 위주로 키운 다음 머니를 수급하는 게 정석이다. 마찬가지로 포인트가있을 때 바로 스킬을 뽑아서 알차게 써먹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아이템, 정력 증강제가……]
[스킬, 프로 마사지사의 손길이……]
얼핏 아이템과 스킬 이름을 본 서주환의 얼굴이 실망으로 물들었다. 딱 봐도 별로 쓸모가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때, 예상치 못한 문구가 떠올랐다.
띠링!
[성(性)에 관한 강력한 행운이 개입합니다!]
[아이템과 스킬이 변경됩니다.]
[아이템, 조루 치료제가 지급됩니다.]
[스킬, 성스러운 손길이 지급됩니다.]
“헉. 조루 치료제!”
나중에 꼭 얻고 말리라다짐했던 치료제가 손에 들어왔다. 이렇게 빨리 얻게 될 줄이야. 그는 속으로 러스트에게 만세 삼창을 올렸다.
“스킬도 좋아 보여.”
이름부터가 범상치 않았다. 게임 속 성기사나 사제들이 쓸 법한 스킬 이름이지 않는가. 곧 루시가 스킬 설명을 띄워줬다.
【성스러운 손길(F)】
▶ 효과1: 손으로 대상을 만지면 아주 미약한 흥분을 일으킨다. 접촉 시간과 만지는 부위에 따라 흥분도가 증가한다.
▶ 효과2: 약간의 마사지 효과가 있다.
설명을 본 그는 자신이 생각하던 스킬이 아님을 깨달았다.
‘아, 성(聖)이 아니라 성(性)이구나.’
성(性)에 관한 행운이 개입했다고 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였다. 그렇다고스킬이 맘에 안 드는 것은 아니다. 여러모로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좋아보였다.
첫 번째 뽑기는 성공적이었다.
*
Cookie.
정소라가 갑자기 날카로운 질문을 했다.
“그러고 보니 주환이 너는 왜 여기까지 온 거야? 네가 위수지역 이탈을 할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그 말에 서주환은 땀을 삐질 흘렸다. 그녀가 여기 있는 걸 알고서 작업을 치러 왔다고 말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는 적당히 둘러댔다.
“어… 그냥 한 번쯤 외박 나와서 점프 뛰어보고 싶었어. 남들 다 하는 거니까 괜히 나도 해보고 싶었거든.”
“뭐? 그게 뭐야.”
“하하. 별 거 없지? 그냥 충동적으로 한 거야.”
“흐응.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잘 됐네?”
정소라가 은근하게 웃으며 하는 말에 서주환은 마주 씩 웃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앞서 말한 것과 다르게 계획적으로 움직인 거지만 어쨌든 실행에 옮기기를 정말로 잘했지 뭔가.
한데, 그렇게마주 웃고 있으니 문득 생각나는 게 있었다.
‘회귀 전에 들었던 소문의 진상은 뭘까?’
당시 1대대 제일로 입이 싼 3중대장은 정소라가 소개팅에서 차인 후 홀로 술을 마셨다고 했다. 하지만 그게 진짜일까? 본래는 별 생각 없이 그 소문을 믿었었지만, 그가 직접 본 정소라는 딱히 남자에게 차인 기색이 아니었다.
서주환은 잠시 생각하다가 그냥 정소라에게 대놓고 물어보기로 했다.
“소라 누나.”
“응?”
“누나는 왜 여기까지 온 거야?”
“어? 나? 나는… 음….”
눈에 띄게 당황하며 말끝을 흐리는 정소라. 혹시 정말로 소개팅에서 차인 것일까? 궁금증이일었다. 미간을 찌푸리던 정소라는 이내 한숨을 폭 내쉬며 말했다.
“사실은 나 오늘 맞선 봤어.”
전혀 예상치 못했던 말.
서주환은 눈을 더 할 수 없이 크게 뜨고 물었다.
“소개팅이 아니라 맞선?”
“응. 우리 엄마는 내가 빨리 결혼하길 원하시거든.”
“그, 그럼 누나 오늘 맞선 본 사람하고 결혼하는 거야?”
“뭐? 야, 서주환! 그럼 내가 너랑 이러고 있겠어? 나를뭘로 보고!”
정소라가 날카롭게 뜬 눈으로 서주환을 째려봤다. 그에 흠칫 목을 수그리는 그였지만, 그래도 궁금한 건해결해야겠다는 듯 다시금 물어본다.
“그래서 맞선은 어떻게 됐는데?”
“어떻게 되긴 뭘 어떻게 돼? 대충 밥만 먹고 끝났지. 에프터도 거절했어. 아까부터 계속 말했잖아? 지금 연애 할 생각 없다고.”
정소라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답했다. 서주환에게 했던 말은 고백을 거절하기 위해 한 말이 아니라 온전한 그녀의 진심이었다. 이 때문에 남자 쪽에서 에프터 신청을 해온 것도 거절한 그녀였다.
‘소개팅이 아니라 맞선이었구나. 차인 게 아니라 오히려 찬 쪽이었고.’
서주환은 회귀 전 1대대에 돌았던 소문의 진실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