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화 〉잊지 못할 첫 경험(2)
튜토리얼을 비롯한 퀘스트가 한꺼번에 완료되면서 메시지가 정신없이 떠올랐다. 업적이니 뭐니 하는 걸 보면 알지 못 했던 보상도 있는 모양이었다.
‘이런, 젠장.’
서주환은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지금은 보상이 중요한 게 아니다. 이 상황에 메시지가 웬 말이더냐. 그는 메시지를 곧장 치웠다.
레벨업? 보상?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이었다. 첫 경험을 메시지 따위에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
당장 고개를 숙여 아래를 보라.
“주환아, 세게 해줘.”
그 정소라가 촉촉하게 젖은 눈으로 바라보며 말하고 있지 않은가. 메시지 때문에 잠시 식었던 열기가 훅 치고 올라왔다. 그는 강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알겠어.”
서주환은 빠르게 허리를 움직였다. 허벅지와 엉덩이가 부딪치며 야한 소리가 만들어졌다.
철썩철썩철썩.
한 번 허리를 움직일 때 마다 봉우리 두 개가 흔들렸다. 그에 맞춰서 정소라의 입에서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읏. 아앙!”
“아. 너무 좋아 누나.”
“하응. 나도 좋아. 주환아, 더 세게 해줘.”
더 세게 해달란다. 그 말이 왜 이렇게 좋은지 모르겠다. 자신을 향해 더 해달라고조르는 이 상황이 너무 흥분됐다.
‘그 정소라 대위가…!’
차갑고 도도하기로 유명한 직속상관이다. 그런 여자가 지금 아래에 깔려서 더 해달라고 조르고 있었다. 묘한 정복감에 흥분이 고조된다. 서주환은 차오르는 흥분에 앞 뒤 가리지 않고 전력으로 허리를 흔들었다.
퍽퍽퍽퍽!
“하으으! 아아! 너무 좋아!”
“헉헉, 아, 아아아… 아앗!”
“아아… 응? 주, 주환아. 설마 싸는 거야?”
“허윽!”
“아앗. 안에 싸면 안 되는데!”
늦었다. 이미 사정감이 한껏 올라왔다.
뷰륵. 뷰르르륵!
서주환은 삽입한 지 1분 만에 싸버렸다.
“아….”
그리고 실망한 듯 그를 바라보는 정소라.
“죄, 죄송합니다.”
서주환은 어쩐지 죄인이 된 기분으로 사과했다. 어느덧 그의 분신은 미니 사이즈로 돌아와 동굴 밖으로 미끄러졌다. 그와 함께 잔뜩 토해낸 하얀 액체가 울컥거리며 흘러나온다. 빨리 싼 주제에 양은 쓸데없이 많기도 했다.
정소라는 한숨을 폭 내쉬었다.
“하아. 그래도 다행히 안전일인게 다행이네.”
“죄송합니다….”
“괜찮아. 어쩔 수 없지.”
정소라가 웃으면서 말했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보였다.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었다. 티 내지 않으려는 듯 했지만 불만족스러운 표정이 미묘하게 떠올라 있었다.
‘이래서는 남자로서의 자존심이….’
첫 경험을 이대로 끝내면 트라우마로 남을 것 같았다. 서주환은 침대에서 내려가려는 정소라를 붙잡았다.
“…왜?”
“누나, 나 아직 멀쩡해.”
“뭐? 아, 정말이네.”
그 말에 시선을 내린 정소라의 눈동자가 커졌다. 쪼그라들었던 분신이 어느새 다시 커져서 고개를 끄떡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회귀 전 발기부전에 걸렸던 몸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튼실함이었다.
서주환은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금 전엔처음이라 그랬어. 이번엔 제대로 할게.”
그 말에 풋 하고 웃음을 흘리는 소라 누나. 이내 그녀가 입술을 핥으며 말한다.
“정말 처음이었어?”
“으, 응.”
“흐음. 그럼 그럴 수 있지. 처음이니까. 이번엔 잘 할 수 있어?”
“응, 아니 넵!”
“아하하. 기합 들어갔네? 좋아, 중대장 명령이야.”
그리 말하며 다시 침대에 눕는 정소라. 그녀는 씩 미소 짓더니 어서 오라는 듯 서주환에게 팔을 벌리며 말했다.
“오늘 잘 생각하지 마. 무박 훈련이니까.”
“허억. 며, 명령 받들겠습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요염한지 서주환은 자신도 모르게 차렷 자세로 대답했다. 동시에 기운을 차린 소중이도 고개를 꺼떡거리며 충성을 올렸다.
서주환은 당장 콘돔을 찾았다. 모텔이니까 콘돔 하나쯤은 있으리라. 하지만 정소라가 그를 제지했다.
“이미 안에 싸놓고 뭘 찾아? 그냥 빨리 와.”
“네, 넵.”
사실 그도 안 끼고 하면 뭐라고 할까봐 예의상 찾아본 거였다. 혹시나 하는 일말의 불안감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이미 한 번 생으로 했는데 이제 와서 고무를 끼고 싶지는 않았다.
서주환은 바로 침대 위에 올라가 계곡 틈에 귀두 끝을 겨냥했다. 그리고 단번에 허리를 튕겼다.
“아앙!”
“흡.”
정소라의 계곡은 이미 젖어있는 상태였다. 자지가 막힘없이 앞으로 나아가 뿌리 끝까지 잠겼다. 그는 허리를 부르르 떨었다. 이전보다 더 좋았다. 조금 전에는 처음이라 너무 흥분해서 제대로 느끼지도 못 했다. 더불어 메시지의 방해도 있지 않았던가. 하지만 지금은 온전히 이 느낌을감상할 수 있었다. 귀두부터 뿌리를 감싸는 질 주름이 느껴졌다. 전진할 대는 반기듯 어루만졌고 후퇴할 때는 떠나지 말라는 듯 꽉 조이며 자지를 붙잡았다.
그렇게 정신없이 허리를 흔드는 와중에 하얀 봉우리 두 개가 눈에 들어왔다. 허리 움직임에 맞추어 출렁이는 두 덩어리. 그는 쓰러지듯 엎드리며 골짜기에 얼굴을 파묻었다.
부드럽게 안면을 감싸는 가슴. 여기가 천국인가! 서주환은 얼굴을 파묻은 채 열심히 허리를 흔들었다.
질컥질컥질컥.
“아앙! 더 세게 해줘, 주환아.”
신음 소리를 흘리며 계속 세게, 세게를 부르짖는 정소라. 그녀는 아무래도 힘으로 강하게 밀어붙이는 섹스를 좋아하는 듯 했다.
그에 서주환은 귀두만 남기고 자지를 쑥 빼내었다. 그리고 단번에 뿌리까지 밀어 넣기를 반복한다. 테크닉 없는 그로서는 힘으로 밀어붙이는 섹스가 더욱 편했다.
퍽, 퍽, 퍽, 퍽, 퍽!
“앙, 앙, 앙, 앙, 앙!”
강하게 내려칠 때 마다 정소라의 신음성이 스타카토처럼 끊어져 나왔다. 조금 전보다 목소리가 커진 것이 기분 좋은 모양이었다.
아랫배에서부터 처음 느껴보는 뿌듯함이 차오른다. 이게 남자로서의 만족감인가. 절로 의욕이 샘솟았다.
서주환은 재차 허리를 강하게 튕겼다. 그러는 도중, 정소라의 손이 그의 얼굴을 붙잡았다. 너무 가슴에 파묻고 있었나? 그리 생각하는데, 정소라가 입술을 맞춰왔다.
“읍?”
“쬬옵.”
처음에는 가벼운 뽀뽀였다. 그러나 입맞춤은 금방 농밀한 키스가 되었다. 입술이 입술을 덮고 혀가 이를 톡톡 노크했다. 그는 반사적으로 입술을 열었고 이내 혀와 혀가만나 끈적하게 얽혀들었다.
‘이, 이게 키스구나.’
오늘 첫 키스와 첫 섹스를 한다. 누가 그랬던가. 첫 키스는 레몬 맛이라고. 서주환의 첫 키스는 레몬이 아니라 알코올 섞인 민트 맛이었다.
키스를 하며 그는 깨달았다. 키스가 섹스보다 어렵다! 떡 치는 거야 허리를 흔들면 되지만 키스는 도무지 어떻게 해야 될지 감이 안 잡혔다. 다만 정소라의 흐름대로 입술과 혀를 맡겼다.
쬬옵. 츄웁. 쪽.
정소라는 키스가 능숙했다. 혀로 이를 톡톡 치는가 하면 뱀처럼 혀를 얽었다. 마치 탐험을 하듯 유영하다가 입천장의 여린 부분을 훑었을 때는 소름이 쭈뼛 올라왔다.
“읍!”
전력으로 박아 댄지 벌써 3분이 넘어 슬슬 사정감을 느끼고 있었던 그는 입천장을 훑는 테크닉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엉덩이에 힘을 꽉 줘서 어떻게든 사정감을 막아보려 했지만 이미 한계가 찾아왔다. 첫 경험 때문이 아니라 단지 조루였기에 빨리 쌀 수밖에 없음이 판명 나버리고 말았다.
정소라도 그를 느꼈음인가 눈을 크게 뜨고 입술을 떼어냈다. 동시에 서주환은 동굴밖으로 자지를 빼냈고, 참고 있던 정액을 배출했다. 하얀 점액질이 정소라의 배 위로 잔뜩 뿌려졌다.
울컥! 뷰르르르르.
“아흣. 읏, 주환이 너 또!”
정소라도 이번에는 못 참겠는지 인상을 찌푸렸다.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았는데…!”
화가 났음을 알리듯 하늘로 치솟는 눈썹. 찌푸려지는 콧잔등. 그는 위기감을 느꼈다. 안 된다. 이대로는 면목이 없다. 자존심을 지켜야한다.
쑤욱!
퍽퍽퍽퍽퍽!
“아흑?! 아아앙!”
“흐읍! 흡!”
“싸, 싼 거 아니었어? 분명히 쌌는데?”
맞다. 잔뜩 쌌다. 하지만 서주환의 분신은 아직도 딱딱했다. 그는 계속해서 허리를 움직였다. 오히려 템포를 높여서 밀어붙이기까지 했다.
“하윽. 아앙, 아아아!”
그 템포가 마음에 들었음인가. 정소라가 다시 정신줄을 놓고 신음을 내질렀다.
그런 정소라를 보며 서주환은 속으로 감사를 올렸다. 이게 다 몽마신의 축복에 있는 효과 중 하나인 ‘정력이 샘솟는다’ 덕분이었다.
***
서주환은 총 다섯 번을 싸고서야 끝냈다. 군인 신분때문에 쌓인 양도 만만치 않은데, 몽마신의 축복이 더해지니 정력왕이 따로 없었다. 얼마나 흔들어댔는지 중간부터는 허리와 허벅지가땡겨서 정소라가 위로 올라 왔다.
‘어우, 생각하니까 또 꼴리네.’
위에서방아 찧는 모습이 얼마나 현란하고 섹시하던지 아직도 눈에 아른거렸다.
“코오….”
정소라는 그의 옆에서 단잠을 자고 있었다. 이전처럼 자는척하는 게 아니라 진짜 깊이 잠들었다. 두 번째 조루 인증을 했을 때 하늘로 솟았던 눈은 지긋이 감겨있었고, 입가에 살짝 그려진 미소는 퍽 만족스러워 보였다.
서주환은 잠든 정소라의 가슴을 주물럭거리며 미뤄두었던 메시지를 불러냈다.
[튜토리얼 퀘스트를 완수하였습니다.]
[추가 달성 보상으로 1,000LP가 지급됩니다.]
[욕망 시스템이 1Lv로 상승하여 시스템이 완전 활성화되었습니다.]
[도우미 기능이 활성화되었습니다.]
[ 『직속 상관을 범해라』퀘스트의 보상으로 10,000LP가 지급됩니다.]
[업적, 『상사와 떡방아 찧기』를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5,000LP가 지급됩니다.]
[정소라가 지닌 상위 세 가지 재능 중 하나를 무작위로 습득합니다.]
[잠재등급A, 박투(搏鬪)습득했습니다.]
[페티시, Fat Admirer(下)를 수집하여 3,000LP가 지급됩니다.]
[페티시, Olfactophilia(中)를 수집하여 5,000LP가 지급됩니다.]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떠오른 메시지의 향연. 마치 게임의 보상을 얻은 기분이 들어서 달성감이 상당하다.
서주환은 메시지를 하나씩 차분하게 읽었다. 우선 두 개의 퀘스트로 얻은 보상 11,000LP. 여기에 예상치 못한 업적 달성과 두 개의 페티시 수집까지 합해서 총 24,000LP를 얻었다.
‘많은 건가? 느낌상 적진 않은 거 같은데.’
사실 그로서는 24,000LP가 얼마나 되는 보상인지 감이 안 잡혔다. 그도 그럴게 LP의 사용처도 모르지 않는가. 오히려 생각지도 못하게 얻은 박투(搏鬪) 재능이 더 달가웠다.
“도우미 기능은 뭐야?”
[안녕하십니까, 주인님. 제가 도우미입니다.]
“허억!”
갑자기 머릿속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서주환은 헛바람을 들이켰다. 그나마 입 밖으로 나오려는 비명을 간신히 삼킨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시스템이 다시 머릿속으로 말을 걸어왔다.
[놀라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주인님.]
사과를 하는 모양새가 상당히 예의 바른 시스템이다. 그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말문을 열었다.
“괜찮습니다. 그런데 도우미라고요?”
[예. 저는 주인님이 욕망 시스템을 보다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존재입니다.]
‘요컨대 게임의 도움말 같은 건가?’
[그렇습니다.]
들려오는 대답에 서주환은 잠시 멈칫했다가 속으로 되뇌었다.
‘…방금 내가 말을 했던가?’
[말을 하지 않아도 의사소통이 가능합니다.]
‘그거 참 편하긴 한데 제 프라이버시는?’
[저는 주인님께 도움을 주는 존재입니다. 주인님의 은밀하거나 추악한 욕망을 알아도 해가 되는 행동은 하지 않습니다. 정확히는 못한다는 표현이 어울리겠군요.]
그런 문제가 아니었지만, 그는 더 따지지 않기로 했다. 도우미의 목소리는 분명 듣기 좋은 미성이었지만 어딘가 기계적으로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감정적인 걸 논해봤자 소용없을 듯 했다.
‘음. 그럼 도우미 씨는 이름이 뭐예요?’
[없습니다.]
‘이름이 없어? 그럼 뭐라고 부르죠?’
[도우미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불편하시다면 ‘야’나 ‘너’ 라고 부르셔도 무방합니다. 그리고 부디 존대는 그만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하….”
서주환은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알았어. 말은 놓을게. 그리고 이름말인데…내가 지어줘도 될까?’
[주인님께서 지어주신다면 영광입니다.]
거부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서주환은 시스템 도우미에게 적당한 이름이 없을까 고민했다. 우선 도우미의 목소리는 여성의 것이다. 그렇다면 여자에게 어울리는 이름이 좋으리라. 골몰히 생각하다보니 적당한 이름이 떠올랐다.
‘욕망 시스템(Lust System)의 'Lu'와 'Sy'를 따서 루시(Lusy) 어때?’
[루시… 군요. 이름을 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부터 제 이름은 루시입니다.]
루시의 대답에 서주환은 눈을 크게 떴다. 무기질적인 목소리에 감정이 스쳐 지나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는 곧 작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래. 잘 부탁해 루시.’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주인님.]
어쩐지 수줍은 듯한 목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