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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귀한 세계의 절대자-109화 (109/117)

〈 109화 〉 태유극문(6)

* * *

“끄아아아악!”

김도정이 비명을 지르며 피를 토해냈다.

찔극! 찔극!

내가 그에게 걸어갈 때마다 나와 율리시아의 접합부에서 축축한 소리가 났다.

“어, 어떻게…, 분명 내 현자의 눈으로 다 확인을 했는데…. 내가 질 확률은 3% 이하….”

­스킬【진리의 눈】이 【현자의 눈】을 조롱합니다.

­【현자의 눈】이 상위 존재의 정체를 알아냈습니다.

“그래도 숙련도는 높나보네. 스스로 진리의 눈의 정체를 알아내다니.”

“이, 이런…. 젠장할….”

그의 눈이 천천히 감긴다.

나는 뒤로 돌아 내 여자들을 챙겼다.

“괜찮아?”

오랜만에 본 태을랑과 무협 세계의 여인들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 나를 안았다.

“낭군님! 이게 뭐죠?”

신태희가 내게 걸어왔다.

그녀의 손에는 매화꽃 모양의 수기가 허공을 수놓았다.

“응? 갑자기 웬 매화검법?”

­스킬【일심동체】의 영향입니다.

­일심동체는 서로의 능력을 ‘공유’하는 것입니다.

세상에.

다시 확인해보니 신태희의 레벨이 105로 늘어있었다.

막말로 매화검법을 할 줄 안다고 해도 개미새끼 한 마리 죽일 독심도 없는 그녀였다.

‘진짜 세계관 최강자네.’

신태희가 예쁜 매화 수기를 만들려 장난감을 가지고 놀 듯 놀았다.

­그녀의 매화검법 숙련도가 급속도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매화꽃이 하나, 둘, 셋, 넷, 다섯.

이십사수 매화검법을 극성으로 익히면 동시에 피는 꽃의 양이 스물네 개다.

‘설마, 숙련도가 0에서 순식간에 저렇게 늘어난 건 아니겠지.’

만약, 그렇다면 신태희는 정말 나만큼 괴물인 존재였다.

나는 절대자의 권능이 있어서 그렇다고 해도 저 여자는 도대체 뭐란 말이야.

그 순간, 내 뒤에서 무언가 음산한 기운이 느껴졌다.

지지지지지지직!

검은 번개.

하늘을 가득 메워 햇살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시꺼먼 번개가 내 앞을 채우고 있었다.

“크크크, 내가 정말로 그렇게 쉽게 죽을 거라고 생각했나? 마법사의 준비성을 무시하면 안 되지.”

김도정의 몸은 천천히 붙으며 회복을 완료하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의 몸 곳곳에서 비늘이나 검은 털들이 자라며 마치 야수처럼 거대해지고 있었다.

“완벽하게 구현한 키메라의 육체와 극도로 발달한 마법이 만나면 어떤 힘이 나오는지 보여주마! 받아라!”

콰아아아아앙!

김도정의 손에서 소름 끼치는 검은 번개가 내게 발사되었다.

스륵!

그러자 내 앞을 태을랑이 막았다.

“전과 같지 않을 거야.”

쾅!

그녀의 앞에 반투명한 보호막이 생성되었다.

그우우우웅!

용이 똬리를 틀어 우리를 감싼 듯 반투명한 용이 나와 태을랑을 보호했다.

“그, 그건 무슨 마법이냐! 사악한 기운! 역시, 너는 몬스터였군.”

콰아아아앙!

김도정이 더욱 강하게 마법을 몰아쳤다.

우드드드득!

태을랑의 관자놀이에서 커다란 양 뿔이 솟아났다.

요괴화를 한 것이다.

“봉황.”

갸아아아아아!

주변의 공간을 찢을 듯한 거대한 새의 울음소리가 김도정의 몸을 때렸다.

“크헉!”

미사일에도 흠집 하나 나지 않는 김도정의 몸이 부들부들 떨며 핏방울을 땀처럼 뿜었다.

“흑룡.”

크아아아앙!

우리를 감싸고 있던 반투명한 용이 실체화되며 김도정의 몸을 휘감았다.

사아아아아! 콰악!

흑룡이 김도정의 목을 물었다.

“끄헉! 칵! 칵! 사, 살려줘.”

“천동.”

쾅! 쾅! 쾅!

태을랑이 ‘천동’이라는 말을 하자 거대한 거인이 하늘에서 천천히 내려왔다.

슈우우우우우욱!

거인의 주먹이 마치 운석처럼 엄청난 힘을 담아 김도정에게 떨어졌다.

“안 돼.”

김도정이 하늘에게 기도를 하듯 눈을 감았다.

쾅!

엄청난 후폭풍이 주변을 뒤덮었다.

태을랑은 먼지 폭풍 속에서도 내 앞을 가로막으며 든든하게 서있었다.

“두 번 다시.”

그녀가 내 손을 꼭 잡았다.

“잃지 않을 것이다.”

나는 손을 뻗어 율리시아를 보냈다.

­주인님, 완전히 사라졌는데요. 시체는커녕 발톱 조각도 못 찾겠어요.

김도정과 그의 부하들은 완전히 사라졌다.

꼬오옥!

태을랑이 나를 안았다.

“쪼오옥♥”

그녀의 입술이 내 입술을 덮쳤다.

나도 그녀를 안고 키스를 했다.

# # #

태유극문의 본관.

“네가 내 제자를 구해줬으니, 자네가 내 사위다.”

태유극문의 장문인 최서경이 나를 인정해주었다.

냉소예는 자신의 배를 만지며 이상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조금 짓궂었나.

그때였다.

쾅!

본관의 문이 거칠게 열렸다.

“문주!”

백발의 여성이 거친 숨을 씩씩 쉬며 본당 중앙으로 걸어왔다.

반로환동을 한 것인지 백발에 비해 외모는 삼십 대 후반 정도로 보였다.

그녀는 천옥문의 문주인 마효경이었다.

그녀의 뒤에는 천옥문의 후계자인 마영수가 서 있었다.

최여진을 내게 빼앗기기 싫은 모양이지.

저 여인의 정체가 대충 예상이 갔다.

“마효경?”

“지금은 제자들 앞이니 존대해주시죠.”

“허허, 미안하오. 천옥문주.”

“태유극도의 막내딸과 내 아들이 약혼을 할 거라고 미리 약속을 하지 않으셨어요? 어째서 내 아이를 외면하는 겁니까?”

마영수가 날카로운 눈으로 나를 노려봤다.

“마굴의 시험은 구린 구석이 있습니다. 분명 사악한 마귀가 봉인됐다고 들었는데, 어째 태유극문의 장령 제자는 멀쩡하게 돌아오고, 저 이성훈이라는 자는 안에서 웬 여인들과 함께 나왔고요. 처음에 이런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하필, 이런 날에 이런 우연이 겹치다니. 참 공교롭지 않습니까?”

“지금, 그 얘기는 본문의 시험이 공평하지 않다는 말이냐?”

최서경이 대놓고 물어보지 마영수가 살짝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마영수 대신 그의 옆에 있던 천옥문주 마효경이 대신 입을 열었다.

“그럼, 아닙니까? 결국, 우리 천옥문을 무시하기는 힘드니 이런저런 구실로 저 자에게 태유극문의 막내딸을 주려는 것 아닙니까?”

“본문을 뭐라고 생각하는 것이오!”

“흥! 당황하니 소리를 지르는군!”

“하, 그럼 어떻게 하자는 것이오?”

최서경의 말에 천옥문의 문주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무인들의 세계란, 결국, 가장 강한 자가 모든 것을 차지하는 것 아닙니까?”

“그 말인즉슨, 이제 와서 그동안 평가를 전부 뒤엎고 싸움이라도 시키자는 겁니까?”

“문주의 말은 거칠지만, 내용은 맞습니다.”

“허허허.”

천옥문의 어처구니없는 요구에 태유극문의 문주 최서경은 헛웃음이 나왔다.

천옥문의 문주가 한 성깔 한다는 것은 옛날부터 알고 있었으나, 이쯤 되면 문파 간에 전쟁이라도 할 기세였다.

“저는 괜찮습니다.”

나는 손을 들고 웃으며 말했다.

“뭐라고? 자네, 혹시….”

최서경이 말끝을 흐렸다.

“혹시 뭐요?”

“여진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아, 아닙니다! 저 이길 자신이 있거든요.”

막말로 대한민국 서열 2위 히어로 김도정도 이겼다.

물론, 그가 제대로 된 마법을 준비할 시간이 있었거나, 혹은 마지막에 태을랑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내가 필패했겠지만.

고작, 마영수와 김도정을 비교하는 것은 코끼리와 개미를 비교하는 것과 같았다.

“정말로 괜찮겠나? 천옥문은 정파지만, 손속이 거칠다고 소문이 자자한 곳이네. 다른 문파와 대련을 하면 반드시 부상자가 속출하지.”

왜 이래.

나는 수십만의 요괴들과 요왕을 상대로 전쟁을 했던 몸이었다.

아무리 손속이 잔인한들 요왕의 마기를 나눠 받고 미쳐 날뛰는 요괴들보다 광기 어리지는 않을 것이다.

“괜찮습니다. 이래 봬도, 저 의술사입니다. 부상은 스스로 치유할 수도 있어요.”

“자네가 그렇다면야.”

“하지만, 저도 조건이 있습니다!”

내 말에 천옥문의 모자가 그럼 그렇다는 듯 비웃음을 지었다.

“마효경 문주님의 몸에 이상이 보입니다. 뭔지는 제대로 진찰을 해보아야겠지만, 의사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군요.”

“뭐라? 내 몸에?”

“예. 여기서 말을 해도 좋을지….”

나는 그녀의 몸을 진리의 눈으로 살폈다.

­【천옥문주 마효경】은 현재 ‘변비’를 앓고 있습니다.

“아, 아니다.”

마효경이 얼굴을 붉히며 손을 저었다.

“저는 저 환자를 치료하고 싶습니다. 그게 제 조건입니다.”

“뭐라? 그게 무슨 대결의 조건이야. 마효경 사매는 나와 어린 시절부터 함께 지낸 사이네. 유명한 의술사인 자네가 진찰을 봐준다면, 나야말로 좋지. 그렇지 않은가? 사매?”

“제자들이 보는 앞에서는 존대해달라니까요.”

“알았네. 사매.”

마효경이 나를 귀찮다는 눈빛으로 째려보았다.

‘가시가 있는 꽃일수록 따먹을 때 기분이 좋은 법이지. 영수야, 왜 나대니. 후회하게 될 텐데.’

마효경이 엉덩이를 씰룩씰룩 흔들며 내게 걸어왔다.

“내 병을 알고 있다고?”

“예. 아마도….”

나는 진리의 눈이 말해주는 정보를 뱉었다.

“영물의 고기를 잘 못 먹어서 장에 무리가 생긴 모양입니다. 멧돼지 영물? 일본에서 잡은 요괴 같은데.”

“확실히, 유명한 값을 하는구나. 제대로 된 진찰도 없이 무당처럼 말을 하는 걸 보면. 혹시, 비겁하게 내 뒷조사라도 했나?”

화르륵!

나는 나의 아우라를 보여주었다.

“아닛!”

“화, 황금빛 아우라?”

“우리나라에는 셀렉티오 밖에 없다는 희귀한 아우라잖아?”

사람들이 눈을 크게 뜨며 나의 아름다운 황금빛 아우라를 구경했다.

“제가 사실은 황금 아우라거든요. 이 정도야 눈으로만 봐도 대충 견적이 나오죠. 어때요? 제 조건을 받아들이겠습니까? 아픈 어머니의 아들을 때리는 건 제 성격과 맞지 않아요.”

“정말 말도 안 되는 핑계로군. 네 꿍꿍이가 뭐지?”

꿍꿍이?

그냥, 마영수를 엿 먹이고 싶은 마음밖에 없는데.

“환자를 보고 지나칠 수 있는 의사는 없습니다.”

“흐음, 알았다. 고작, 이런 부탁이라면 못 들어줄 것도 없지.”

“오늘 밤, 제 처소로 오시면 치료해드리겠습니다.”

“그래.”

나는 음흉하게 웃으며 마영수를 보았다.

“무슨 속셈이지? 어머니의 병은 어떻게 알아낸 거야?”

“내 아우라를 못 봤어? 셀렉티오랑 같은 색깔이다. 너야말로 황금빛 아우라랑 싸우려 하다니. 내가 십성법사 김도정을 이겼단 말은 못 들었나?”

“흥! 그런 거짓말을 누가 믿지? 네가 황금 아우라라는 건 또 무슨 상관이냐. 어차피 의술사면서. 태유극도도 칠성을 넘기지 못했다는 말을 이미 들었다. 나를 상대하려면, 죽을 각오로 덤벼도 모자랄 것이다.”

내가 김도정을 압도했다는 건 아예 믿지도 않는 모양이군.

하긴, 게임으로 치면 유명한 힐러가 서버 랭킹 2위 마법사를 맨주먹으로 때려서 이긴 거나 마찬가지니까.

아마, 그 상황을 직접 본 사람이 아니라면, 열이면 열 그 사실을 믿지 않을 것이다.

“그래, 너무 인상 쓰지 말고. 크크크. 내가 선물도 보내줄 테니까.”

“선물? 무슨 선물?”

“열 달 뒤에 배송될 거야.”

“열 달 뒤에 배송? 그게 무슨 말이지? 아프리카에서 소포를 보내도 열 달은 걸리지 않겠다.”

‘너한테 늦둥이 동생 하나 보내주려고 그러지.’

나는 녀석의 등을 손바닥으로 유쾌하게 때렸다.

“어쨌든 잘해보자.”

“이상한 녀석이군. 왜 이렇게 친절한 거냐?”

조금 미안해서.

나는 마효경의 손을 잡았다.

“어서 갑시다. 제가 얼른 치료해드리겠습니다. 문주님의 그것을.”

“너, 정말 무언가 알고 있군.”

내가 천옥문 문주의 병명을 일부러 말하지 않자 천옥문 문주는 자신의 부끄러운 병을 내가 확실히 알고 있다고 확신했다.

“오늘 밤만 지나면 매일 아침마다 시원하게….”

“닥치거라!”

천옥문 문주 마효경이 내 입을 손으로 막았다.

“이거 손 씻은 겁니까?”

“이게?!”

“크크크, 농담입니다.”

나는 마효경과 함께 숙소로 돌아갔다.

“안 불편해요? 꽉 차 있는 거 같은데?”

“조용히 하지 않으면, 네 입을 꿰매버리겠다.”

조금만 기다려라.

네 속을 똥이 아닌 다른 걸로 가득 채워줄 테니까.

마영수는 나와 자신의 어머니가 숙소로 돌아가는 뒷모습을 보며 뭔가 심상치 않은 예감을 느꼈다.

‘저 녀석의 의도가 수상하다. 이런 얼토당토 안 한 일을 조건으로 걸 리 없어. 몰래, 따라가서 확인한다.’

마영수는 자신의 어머니를 따라 몰래, 신법을 운용하여 이성훈의 뒤를 쫓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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