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8화 〉 태유극문(5)
* * *
나와 태을랑 그리고 화적결과 화무린과 음양쌍검이 동굴의 밖으로 나갔다.
냉소예는 절정에 몸을 떨다가 나와 다른 사람들이 무너진 벽면에서 나오자 급하게 바지를 올렸다.
“이들은 누구예요?”
“이 사람들은 차원 전이자에요.”
“차원 전이자? 요괴가 아니라?”
“예.”
내가 다른 세상에 갔었다는 말을 하는 것은 설득력이 있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차원 전이자라는 것도 썩 설득력이 있진 않았지만, 요괴로 보이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태을랑 일행은 도술로 모습을 바꿨다.
이마나 머리에 달린 뿔은 사라진 상태였다.
“한 번에 다섯 명이 전이했다고요?”
“예, 듣기로는 엄청난 요괴를 봉인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여기라고 하던데.”
스킬【화려한 언변】이 발동합니다.
“흠, 제가 이런 건 잘 알지 못하니까 뭐라고 할 말이 없네요. 그래도 이런 요기를 뿜어대는 요괴를 상대했다면, 엄청난 강자겠죠?”
“예.”
우리는 밖으로 나갔다.
척! 척! 척!
태유극문의 문도들은 물론, 이미 얼굴을 알고 있는 히어로들까지 동굴 앞에서 대기 중이었다.
“낭군님!”
신태희가 걱정스러워하는 표정으로 나를 불렀다.
류수경이 검을 뽑고 내게 다가왔다.
“걱정하지 마. 이 사람들은 나와 아는 사이니까.”
류수경은 이미 그들을 알고 있었다.
“세상에…, 어떻게 이 분들이….”
류수경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진 자신의 장문인과 그녀의 딸 그리고 전진교의 교주와 음양쌍검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류수경? 수경이니?”
“세상에! 대사형!”
화적결과 화무린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
“정말 오랜만에요!”
“이 세계에도 네가 있었구나.”
“사부….”
태을랑과 음양쌍검이 내 옆에 섰다.
“이 안에 있던 것은 요괴가 아니었습니다. 요괴를 봉인하고 그 여파에 휩쓸린 다른 차원의 용사들이 있었어요. 차원 전이자라고요.”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히어로들이 일제히 어디론가 눈길을 돌렸다.
“그 말을 믿으라고?”
그곳에는 백발의 마법사가 있었다.
바로 히어로 랭킹 2위의 십성법사 김도정이었다.
“이렇게 엄청난 마기가 나온 동굴에서 사람이 나왔다. 그들을 내게 넘겨라.”
김도정이 손을 까딱댔다.
“우린 우리를 구해준 자와 함께하고 싶습니다.”
태을랑이 말했다.
“중국어인가?”
사람들은 태을랑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중국어, 그것도 수백 년 전 중국어가 그녀의 입에서 나왔으니까.
“이 분들은 자신들을 구해준 저와 함께 가고 싶다고 합니다.”
“뭐?”
김도정의 눈썹이 꿈틀댔다.
“십성법사 님은 현자의 눈을 가지고 있잖아요. 이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어요?”
“잠깐!”
그가 눈을 감고 무언가 빠르게 주문을 외웠다.
“당신들은 우리와 함께 가야 한다. 어서 따라와라.”
그의 입에서 유창한 중국어가 나왔다.
그것도 방금 태을랑이 한 옛날 말투였다.
“싫다. 우린 이 자와 함께 있을 것이다.”
김도정이 씩 웃었다.
“그 사람들도 우리와 함께 있고 싶다고 하는군.”
“뭐라고?”
이젠 대놓고 거짓말을 치시겠다.
“데려와.”
그가 손짓하자 그의 부하가 태을랑의 손을 잡고 당겼다.
탁!
태을랑이 히어로의 손을 뿌리쳤다.
“이게 뭐하는 짓이야!”
“어서 따라와.”
히어로가 다시 태을랑의 손을 잡았다.
솩!
류수경의 검이 히어로의 목에 닿았다.
“더 이상 이들을 겁박하지 마라. 차원 전이자는 스스로 국적과 소속을 정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일단, 우리가 데려가 관리를 할 테니까 헌터는 빠지시지.”
나는 분노한 눈으로 김도정을 째려봤다.
“이 사람들은 나와 함께 하기를 원합니다. 그만 떠나세요. 저 동굴을 조사하고 싶으면 얼마든지 조사하시고요.”
“흥, 당연히 저 동굴은 대한민국 최고의 마법사인 내가 조사를 할 것이다. 그리고 저 여자들도 내가 조사를 할 거지.”
쾅!
그가 마법 지팡이로 땅을 치자 엄청난 압력이 나를 짓눌렀다.
“야! 정말 해보자는 거야!”
신태희가 김도정을 보고 말했다.
“셀렉티오. 네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진즉에 알고 있었다. 감히, 나를 속여?”
“뭐?!”
“놀라긴.”
김도정은 이제 거칠 것이 없다는 듯 마법을 사용했다.
“으득!”
엄청난 중력에 짓눌린 나는 손가락 하나도 까딱 할 수 없었다.
“저들을 데려와라.”
콰과광!
태을랑의 손짓하자 땅이 튀어나오며 김도정을 공격했다.
그녀가 술법을 쓸 때마다 김도정의 보호막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태을랑 Lv.97】
김도정과 태을랑의 레벨이 똑같았다.
하긴, 내가 떠난 후 수십 년 동안 다른 차원을 건너기 위해 많은 공부를 했을 것이다.
태을랑 뿐만 아니라 원래 강력했던 음양쌍검도 90대 초반의 레벨이었다.
화적결과 화무린도 80대 레벨이었다.
‘문제는 태을랑이 전력을 드러내면 요괴인 이상 마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어. 그럼, 이 다섯 모두 몬스터로 낙인찍힐 수 있어.’
거기다 김도정이 여인들을 자신의 실험체로 만들기 위해 무조건 몬스터로 낙인찍을 것이 분명했다.
“으으윽!”
나는 엄청난 중력 속에서 손을 위로 들었다.
주인님!
찔극!
율리시아가 내 손 위로 도킹을 했다.
그녀와 함께하자 중압감이 덜어졌다.
현재, 율리시아의 레벨은 85.
순식간에 레벨이 10이나 올랐지만, 그래도 김도정에 비하면 많이 모자랐다.
“내가 처리하겠다. 가만히 지켜보거라.”
태을랑이 앞으로 나갔다.
촤르르르륵!
그녀를 향해 김도정의 엄청난 마법들이 몰아쳤다.
번개가 번쩍이며 빌딩만 한 빙하들이 그녀를 항해 낙하했다.
“젠장!”
그때였다.
업적【첫 아이 출산】을 달성했습니다!
뭐?
업적【쌍둥이 출산】을 달성했습니다!
히든 업적【아들 출산】을 달성했습니다!
내 아이가 나왔다는 업적이 줄줄이 떴다.
한조현, 박사 그리고 강한나가 출산을 한 것이다.
레벨이 50으로 올랐습니다! 레벨 업 특전을 선택해주십시오!
십 단위 레벨 업은 특전이 엄청났다.
나는 재빨리 업적을 살폈다.
‘이건!’
일심동체(S)
자신과 연결된 자의 능력을 일부 공유받습니다. 단, 대상과 ‘경애’ 이상의 호감도가 있어야 합니다.
S급 스킬 일심동체.
단, 한 명의 능력을 제공받을 수 있는 스킬.
S급이라기엔 조금 초라할 수 있는 스킬이다.
하지만, 급이 높을수록 무언가 사기적인 면이 하나씩은 있기 마련이었다.
나는 신태희를 보았다.
구석에서 겁을 집어먹은 채 아무거도 못하고 부들부들 떨고 있는 그녀는 과거 강력했던 셀렉티오가 아니었다.
그녀의 육체가 엄청나게 약해진 상태에서도 레벨이 100에 가까운 피지컬이라는 것만 제외하면.
그녀와의 친밀도는 현재 ‘절대 1 레벨’.
친밀도 ‘절대’는 ‘일심’의 다음 단계였다.
말 그대로 절대적인 신뢰와 애정이 있다는 뜻이었다.
“스킬 일심동체 선택. 즉시, 사용. 대상은 신태희.”
【신태희 Lv.95】의 능력을 일부 공유받습니다.
당신의 모든 스탯이 ‘1,000’씩 증가합니다.
꽈아아아악!
내 근육에 엄청난 힘이 들어갔다.
꽈직! 쾅! 쾅!
살짝 힘만 줬을 뿐인데, 내가 서있고 있던 땅이 무너졌다.
“후읍!”
나는 지하로 떨어지고 개구리처럼 쪼그려 앉아 허벅지에 힘을 꽉 주었다.
쑤우우우우우욱! 콰아아아아앙!
엄청난 속도로 하늘로 뛰어올라 지상에 착지했다.
“뭐지?”
“언제 저기로 올라온 거야?”
스슥!
나는 재빨리 몸을 움직여 김도정에게 날아갔다.
“부질없는 발악이다.”
김도정이 내게 손을 뻗었다.
“율리시아.”
사라락!
율리시아가 드레스를 위로 들었다.
찔걱!
나는 지퍼를 내리고 그녀의 보지에 자지를 삽입했다.
끄아앙♡
율리시아가 다리를 오므리며 내 허리를 꽉 잡았다.
신검합일이 된 나와 그녀는 김도정에게 더욱 빠르게 달려갔다.
쾅! 쾅! 쾅!
내가 발을 디딘 곳은 전부 뻥튀기처럼 부서지며 지반이 날아갔다.
“엄청난 각력이군.”
김도정이 호기심을 보이며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그의 손에서 거대한 빙하들이 튀어나와 나를 향해 발사되었다.
“회절삭마!”
사아아아악!
내가 허리를 흔들며 독고구검의 초식을 행하자 거대하고 단단한 빙하가 푸딩처럼 잘려나갔다.
“무, 무슨! 말도 안 되는 짓이다!”
그가 양손을 들고 나를 향해 마법을 발사했다.
“받아라!”
태을랑이 겨우 방어를 했던 빙하와 번개가 소용돌이치는 마법이 나를 향해 쏘아졌다.
과거의 나였다면, 저 마법을 맞고 피떡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다르다.
평소에도 레벨에 비해 스탯이 높았던 나는 현재 무려, 셀렉티오의 피지컬을 공유받고 있었다.
쾅! 쾅! 쾅! 쾅!
나는 오히려 빙하들을 발판 삼아 김도정에게 다가갔다.
“젠장! 어서 시간을 벌어!”
김도정은 마법사.
이것보다 더 강력한 마법을 사용할 수야 있겠지.
하지만, 내가 그런 시간을 줄까?
무사들에게 1초의 시간이란 10분과 같았다.
마법사는 거대한 마법을 사용하려면 최소 5분은 필요했다.
“멈춰라!”
“히어로 협회를 우습게 보지마라!”
김도정의 부하들이 내 앞을 막고 자세를 잡았다.
나는 그들에게 검술을 사용하거나 내력을 끌어올려 화려한 공격을 하지도 않았다.
그저 몸으로 밀을 뿐.
쾅! 쾅! 쾅!
나는 어깨를 들어 미식축구 선수처럼 그저 그들을 앞으로 밀쳤다.
“컥!”
“끄아아아아아악!”
평소, 김도정을 호위하기 위해 특별한 훈련을 받으며 비싼 갑옷을 입은 그들이었지만, 내 피지컬 앞에서는 수수깡이나 다름없었다.
“안 돼!”
김도정이 눈앞에 당도한 나를 보며 창백한 안색으로 소리쳤다.
“너, 첫인상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나를 약재로 써먹으려고 했지?”
“흥! 너 같은 똥색 아우라는 약재로 쓰지도 않는다!”
“뭐? 똥색?”
화아아아아아아!
나는 나의 아우라를 보여주었다.
“네 눈엔 이게 똥색으로 보이냐?”
“화, 황금색? 어떻게?”
스킬【진리의 눈】이 【현자의 눈】을 조롱합니다.
현자의 눈은 주인에게 말도 안 되는 음담패설을 마구 뱉습니다.
“이게 무슨 짓이야! 이런 천박한 말들을 현자의 눈이 말하다니!”
“왜긴, 내 능력이지. 황금빛 아우라잖아.”
타다닥!
나는 공중으로 날았다.
율리시아에 몸을 맡겨 비행을 하는 것이었다.
내 몸은 금방 김도정에게 당도했다.
“그럼, 이제 죽어라. 멍청한 녀석아.”
“안 돼!”
나는 허리를 휘둘렀다.
“천하독행!”
화아아아아아아아아악!
엄청난 기운이 담긴 율리시아가 김도정의 몸을 갈랐다.
“끄아아아악!”
촥!
김도정의 몸이 반으로 갈리며 땅에 떨어졌다.
“휴, 이제야 좀 살 거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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