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6화 〉 태유극문(3)
* * *
“유혼대사 님은 동굴에서 패닉을 일으켜서 돌아올 수 없는 지경의 사람이 생기면 우리들을 꺼내 줄 거예요.”
마음이 곧고 사특한 기운에 극상성인 만불종의 특성상 이런 역할로 제격이었다.
“자, 그럼 두 번째 시험을 시작한다!”
태유극문의 주인인 최서경의 말에 시험이 시작됐다.
“누구 먼저 가지?”
“저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마영수가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했는지 예의 바르게 말했다.
“마굴이라 그런지 밖에 있어도 엄청난 마기가 느껴집니다.”
유혼대사가 염불을 하며 식은땀을 흘렸다.
“자, 발에 밧줄을 묶고 가거라. 혹시, 아무도 꺼내 줄 수가 없다면 이걸로 잡아당기도록 하지.”
“워낙, 사이한 동굴이라 밧줄이 사고로 끊어질 거 같은데요. 귀신이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그래도 없는 거보단 낫지. 무엇보다 얼마나 들어갔는지 확인하고 쉽고.”
마영수가 천천히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그의 뒷모습을 보며 냉소예가 냉소를 지었다.
“열 발자국.”
“네?”
“저 녀석, 열 발자국밖에 가지 못할 걸요.”
“그렇게 마기가 대단한 곳인가요?”
“그렇죠. 저는 한 삼십 미터 정도 들어갔었어요. 제 발로 나오긴 했지만, 끔찍한 곳이었죠. 괜히, 전설의 대 요괴가 잠들어있는 전설이 있는 곳이 아니라고요.”
냉소예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세 발자국?”
나를 보며 그녀가 도발했다.
“저는 끝까지 들어갈 겁니다.”
“허세는.”
“나는 여진이 보지도 자궁경부 끝까지 쑤셔서 내 좆 구멍이랑 여진이 아가방 출구랑 딥키스를 했거든요. 그거처럼 동굴도 끝까지 들어갈 겁니다.”
그녀의 도발에 나는 백배로 보복했다.
“미, 미친!”
냉소예가 경악을 하며 뒤로 물러났다.
앞에서 출발하던 마영수가 ‘이, 이상한 걸 들어버렸어. 동굴이 심상치 않아. 젠장! 귀가 썩어버릴 것만 같아. 귀신이 사악한 말을 하잖아.’라고 중얼거렸다.
그거 동굴에서 나온 소리가 아니라 내 입에서 나온 말인데.
그렇게 심하게 말했나.
“당신처럼 천박하게 말하는 사람은 태어나서 처음이에요.”
냉소예가 처음으로 냉막한 무표정에서 벗어나 사람다운 표정을 지었다.
“큼, 큼. 농담도 못하나.”
그때 태유극문의 문주인 최서경이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아니, 실제로 오늘따라 마굴의 기운이 심상치 않다.”
“아미타불. 확실히 전에 왔을 때보다 마기가 짙어졌습니다. 그저 정신력을 수련하기 좋은 동굴 정도였는데. 지금은 입구에서부터 살기가 가득합니다.”
흉흉한 기운이 동굴은 물론, 주변으로 퍼져가 대낮인데도 음산하고 시꺼먼 기운이 안개처럼 가득 생겨났다.
“아미타불.”
중얼, 중얼.
유혼대사가 조용히 불경을 외우자 검은 안개가 조금씩 약해졌다.
“오늘 왜 이러지? 평소에는 이런 경우가 없었는데.”
“안에 들어가지만 안으면 사람이나 동물을 해친 적이 없었죠. 수천 년 간 기록으로도 사람을 밖에서 해쳤다는 말은 없었어요.”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동굴은 오늘따라 심상치 않은 마기를 뿜어대며 흉흉한 모습을 뽐냈다.
“이익! 이거 뭐야!”
엄청나게 진득한 검은 기운들이 나를 향해 퍼졌다.
화아아아아!
황금빛 기운이 유혼대사의 손에서 나와 나를 지켰다.
“얼마나 나쁜 짓을 많이 했으면 흉흉한 사기가 당신만 노려요. 완전 서방을 잃은 과부가 죽은 남편을 본 것처럼 착착 달라붙네.”
“뭐요?”
확실히 동굴의 기운이 나를 향해 노골적으로 쏘아졌다.
“성훈 씨는 아마도 이번 시험에서 떨어질 거 같습니다. 우리한테 오던 기운들도 전부 성훈 씨를 향해 가고 있어요. 우린 평소보다 더 깊게 들어갈 수 있고 성훈 씨는 입구 가까이만 가도 목숨이 위험할 거 같은데요.”
냉소예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정말 이 동굴은 뭐지? 왜 나만 노리는 거야? 남자라서 그렇기에는 마영수도 남자고. 양기가 충만해서 그런가?”
“진지하게 목숨 걱정을 하세요. 수천 년 전부터 기록에 있고. 수십 만 년 전부터 이곳에 존재했었다는 동굴이에요. 그 안에 엄청나게 강한 요괴가 봉인되었다고 하죠. 지금이라도 포기하지 그래요. 정말로 위험할 거 같은데.”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내 여자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훗, 그래도 남자다운 면도 있네요.”
그때였다.
“끄아아악! 크으으!”
동굴 안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정신이 붕괴한 모양이군. 밧줄을 당겨라.”
스스슥! 스르륵!
밧줄이 나오고 그에 끌려 마영수가 발버둥 치며 동굴 밖으로 나왔다.
“그아악! 크르르르르!”
마영수가 손을 휘저으며 사람들을 공격했다.
“완전히 미쳤군.”
“아미타불.”
유혼대사가 주머니에서 새하얀 물병을 꺼내 물을 뿌렸다.
솨아아아아!
청량한 기운이 마영수의 몸에 흡수되며 마기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크르르르르!”
공격성이 심각한 그가 유혼대사를 향해 몸을 날렸다.
퍽!
나는 주먹을 내질러 마영수의 얼굴을 때렸다.
“컥!”
곧바로 녀석의 팔을 잡아 땅에 꽂았다.
“천추!”
쾅!
“크아아악!”
마영수가 의식을 잃었다.
“동굴에 완전히 정신을 빼앗겨 버렸군. 며칠 동안은 누워만 있어야겠어.”
“부상자를 데려가라.”
태유극문의 제자들이 마영수를 데리고 의무실로 사라졌다.
“지금이라도 포기하는 것이 어때요?”
“전혀.”
냉소에가 안으로 들어갔다.
“뭐, 어차피 내가 이기겠지만. 역시, 성훈 씨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에게는 동굴의 위력이 약해졌어요. 마치, 동굴이 성훈 씨만 보고 노리는 것처럼.”
“겁먹지 않는다.”
“훗, 마음대로 하시길.”
냉소예가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거의 1분이 지났다.
“흠, 꽤 오래 버티는군.”
또다시 5분이 지났다.
“이거 괜찮은 거 맞아?”
나는 고개를 돌려 태유극도의 문주를 보았다.
“이 안에서 5분 이상 버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어서 밧줄을 잡아당겨라.”
그의 명령으로 제자들이 밧줄을 잡아당겼다.
뚝!
밧줄이 끊어졌다.
“이런!”
“동굴이! 소예가 위험하다!”
“아미타불.”
만불종의 유혼대사가 고민도 하지 않고 마굴로 뛰어들었다.
화아아아악!
그 순간 동굴에서 누군가 불이라도 지핀 듯 엄청난 검은 연기가 콸콸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끄으윽! 풋!”
유혼대사가 피를 뿜었다.
촤라라락!
그는 챙겨 온 보따리를 펼쳐서 안에 있는 퇴마 도구를 모두 사용하기 시작했다.
휘이잉! 화아앙!
반짝, 반짝 빛나는 보패들이 사이한 기운을 몰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검은 기운은 끝도 없이 동굴 밖으로 튀어나왔다.
“아미타불. 피신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오! 내 제자가 저 안에 있소!”
“이건 인간이 버틸 수 있는 수준을 한참 지났습니다. 마치, 요왕이 재림한 것처럼 사특한 기운이 하늘로 승천하고 있습니다.”
“뭐라고?”
“어서, 만불종의 본단에 연락을 하십시오. 대요괴가 깨어납니다!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가 위험에 처해질 것입니다! 각국의 히어로 협회를 호출하십시오! 전 세계가 힘을 합쳐야 합니다!”
“그 정도입니까?”
“이걸 보십시오!”
검은 용 모양의 안개가 하늘을 향해 승천을 하고 있었다.
“동굴의 요괴가 깨어났습니다. 용의 기운을 품은 사특한 흑룡이! 역사상 최악의 재앙이 다가올 것입니다!”
“젠장! 우리가 무슨 짓을 한 것이지. 수만 년이 넘도록 잠들어 있던 요괴가 깨어났다니! 그 전설이 정말이었단 말인가! 그저 옛날 설화인 줄 알았거늘!”
휘리릭!
나는 검은 안갯속으로 달려갔다.
“성훈! 어딜 가는가!”
태유문주가 나를 향해 외쳤다.
“이런 상황에서도 내 제자를 구하기 위해 동굴 안으로 들어간다고?”
그가 내 뒷모습을 묵묵히 지켜보았다.
“만약, 제자를 구한다면, 네가 내 딸의 주인이다!”
나는 뒤에서 크게 들리는 문주의 목소리를 들었다.
“누가 뭐래도 여진이 주인은 나지.”
너무나 거대한 검은 기운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나에게는 진리의 눈이 있었다.
사아아.
앞이 보인다.
그리고 이런 녀석들에게 극상성인 녀석을 잘 알고 있지.
“율리시아.”
주우우우우우우이이이이인니이이이임♡
나는 한 손을 들어 공중을 향하게 했다.
율리시아가 허공을 비행하며 내 손에 안착했다.
찔극!
하으으으읏♡
새하얀 드레스르 입은 신성검이 오르가즘을 느끼며 내 손에 도킹했다.
히야앗♡ 이렇게 맛있는 기운들이라니. 이게 얼마 만에 진수성찬이야♡
율리시아는 감동에 젖은 눈망울로 검고 사악한 기운들을 보며 군침과 보짓물을 질질 흘렸다.
“모두 먹어치워.”
네에에엣♡
화아아아악! 사아아아아!
검은 기운들이 진공청소기에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율리시아의 안으로 흡수되었다.
나는 더욱 속도를 높여 안으로 달려갔다.
동굴은 내 예상보다 훨씬 깊었다.
동굴의 사악한 기운들이 나를 향해서만 노렸기에 냉소예는 거의 1 킬로미터 까지 안으로 들어간 것이다.
어쩌면, 그녀는 이 전설 속의 동굴 가장 안쪽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을지도 몰랐다.
실제로 동굴의 벽이 보였다.
동굴의 끝이라고 해서 요괴가 보일 줄 알았는데, 어지러운 동굴의 벽만 있었을 뿐이었다.
동굴의 벽에서 검은 사기가 무한히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으아아아! 끄아아아!”
냉소예가 몸을 부들부들 떨며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나는 그녀를 안고 고개를 흔들었다.
“괜찮아요?”
“아아아! 으으윽!”
냉소예는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율리시아가 마기를 빨아들였기에 주변은 큰 문제가 없었다.
“으으으!”
“이런, 치료를 해야 하겠는걸. 율리시아, 마기를 빨아들여.”
네엣♡
사아아아아!
그러자 냉소예가 조금씩 의식을 되찾았다.
“이, 이게 무슨 일이죠?”
“무리하지 말아요. 제가 있으니까. 저는 마기를 제압하는 것에 특화 됐거든요. 아시겠지만, 저 황금 자지 병원 원장입니다. 이런 걸 다루는 것에도 능숙하죠.”
“세상에 그런 의술사가 어디 있어요. 으윽!”
냉소예가 고통스러워했다.
“무려 1킬로미터가 넘게 들어왔어요. 무리하지 마세요.”
“하아, 정말요? 무언가 홀린 듯 계속 걸어들어왔는데. 제가 동굴에 홀려버린 모양이에요.”
“정말 위험한 마귀가 있는 거 같아요.”
“성훈 씨, 여기 오래 있으면 더 위험해요. 엄청난 마기가 느껴져요. 요괴가 우릴 잡아먹을 거예요. 어서 나가요! 으윽!”
“후우우, 어쩔 수 없이 긴급치료를 해야겠군요.”
“네? 긴급 치료요.”
“저는 의술사잖아요. 제가 치료해드릴게요. 어서 빠져나가세요.”
“요괴는요?”
“요괴가 나오기 전에 치료할 수 있습니다. 일단, 주사 먼저 맞으세요.”
“예.”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팔을 내게 건넸다.
“팔로 맞는 주사가 아니에요.”
“그, 그런가요?”
그녀는 몸을 뒤로 살짝 돌리고 바지를 조금 내렸다.
나는 그녀의 바지를 잡고 확 내려버렸다.
“히이익! 이게 무슨 짓이에요!”
그녀는 터질 듯이 붉게 변한 얼굴로 소리를 질렀다.
스르륵.
나도 그녀를 따라 얼른 바지를 벗었다.
“왜, 왜, 왜 벗는 거예요! 히이익! 그 무시무시한 건 또 뭐야!”
언제나 냉정한 표정을 짓던 냉소예가 고개를 돌리며 외쳤다.
“제 주사는 특별하거든요.”
“무슨 주사인데요?”
“살주사요.”
“네에에에엣?!”
“자, 그럼, 들어갑니다.”
나는 몸을 움직일 수 없는 그녀의 바지를 천천히 벗겼다.
“자, 잠깐! 나 씻지도 않았는데.”
“지금, 그게 중요합니까? 아! 최여진과 결혼을 하면 저보고 씨앗을 달라고 부탁한다고 했죠? 잘 됐네요. 이참에 임신 시술도 같이 해드리겠습니다.”
“뭐, 뭐라고요? 여기 서요? 당신, 정말 미쳤어요?”
평소에 냉정하고 침착했던 냉소예가 사춘기 소녀처럼 펄펄 뛰었다.
“어서, 시간이 없어요! 빨리 다리를 벌리세요!”
스륵!
나는 그녀의 바지를 완전히 벗겨서 멀리 던져버렸다.
그녀는 팔을 뻗어 바지를 잡으려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아 그럴 수 없었다.
“호오, 정글 보지로군요. 무인이라서 따로 관리를 하진 않나 봐요?”
“천박하게 말하지 말아 주세요. 히이잉.”
냉소예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인 듯 체념한 모습이었다.
“자, 그럼 진찰을 시작하겠습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