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자가귀한 세계의 절대자-102화 (102/117)

〈 102화 〉 새로운 가족(3)

* * *

다음 날 나와 친한 히어로들이 집에 찾아왔다.

공방일체의 은빛 갑옷 검객 샤프트 에어.

실은 여우지만, 사람의 모습으로 생활하는 히어로 랭킹 12위 호염랑 천유하였다.

“와, 그 사이에 부인이 또 늘었어요?”

천유하가 신태희를 보며 눈을 크게 떴다.

“어? 어? 그….”

“맞아요. 셀렉티오. 알고 오신 거 아니에요?”

“그렇긴 하죠. 나도 나름 최상위 히어로니까요.”

그녀는 히어로 협회에 나를 설득하라는 압박을 받았으나 단호하게 거절을 했다고 한다.

“이렇게 가족을 막 늘려도 되는 거예요?”

그녀가 넌지시 물었다.

“부인 자리는 가득 찼죠. 거의 한 달에 한 명씩 늘었으니까. 저도 양심이 있어요.”

“헤헤…, 그, 그렇죠.”

그녀가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셨다.

“고용인 자리는 남았나요?”

샤프트 에어가 빈틈을 노렸다.

“예?”

“뭐, 경호원이 필요할 수도 있잖아요. 저도 위험한 히어로 일 보다 안정적인 일을 원하고요.”

은빛 갑옷으로 온몸을 가린 그녀가 말했다.

물론, 나와 있을 때는 유방과 음부를 내놓는다.

그녀의 가려진 얼굴은 여느 연예인에 밀리지 않는 미녀였다.

찌릿!

뒤에서 여인들의 눈빛이 느껴졌다.

“나중에 알아보려고요.”

“언제든 필요하면 연락 주세요.”

“네.”

샤프트 에어가 내 손을 꼭 잡았다.

“그나저나 십성법사 그 영감이 호들갑을 떤 것에 비하면 크게 위험해 보이지는 않네요. 빌런들도 보이지 않고.”

“주변을 전부 수색해도 아직까지 수상해 보이는 움직임은 없었어요. 셀렉티오가 건재하다는 소문만 무성하고.”

아마도 진리의 눈이 하라는 대로 행동하니 적들이 혼란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무슨 일로 찾아오신 거죠?”

“그게…, 사실은 성훈 씨 가족과 관련이 된 일이죠.”

“무슨 일이요?”

“성훈 씨 가족을 보호하라는 일이요. 성훈 씨나 셀렉티오나 전 세계의 이목을 끄는 사람들이니까. 그나마 친목이 있는 우릴 보낸 거죠.”

“우릴 지킨다고요? 셀렉티오가 있는데?”

“하하하, 말이 지키는 거지. 그냥 엄한 놈들이 여기 끼지 못하게 사람을 박아두는 거죠. 헌터 길드들도 요즘 엄청 시끄럽다고 하던데. 여기 자기들 길드원을 꼽는다고 치고받고 싸운다는 소문도 있고.”

“누가 끼워나 주겠다고 한 것도 아닌데. 유난이네요.”

“그렇죠. 호호호.”

천유하와 샤프트 에어가 안으로 들어오자 모든 사람들이 그랬듯 집의 크기에 깜짝 놀랐다.

“여, 여기에서 다섯 식구가 살고 있다고요? 두 명만 살아도 꽉 찰 거 같은데?”

“우린 어디서 지내죠?”

둘은 나와 여인들 사이에 낑겨 자는 걸 상상하며 얼굴을 붉혔다.

“낭군님과 하루 종일 같이 있으려면, 좁은 곳이 좋죠.”

“우린 작은 방이 좋아요. 언제나 서방님의 향기를 느낄 수 있죠.”

신태희와 류수경의 말을 들은 천유하와 샤프트 에어가 무언가를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 참 일리 있네요.”

“역시, 당신들은 변태예요.”

천유하가 샤프트 에어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일리 있다고요?”

“큼큼, 잘못 말한 거야.”

펑!

천유하가 불여우의 모습으로 변했다.

웬만한, 고양이나 강아지 정도의 크기였다.

“하여튼, 당분간 우리도 함께 지내며 여러분을 보호할게요. 여기서 지내려면 최대한 몸의 크기를 줄여야 하겠네.”

“어머나, 귀여워라.”

최여진이 여우의 모습으로 변한 천유하를 안았다.

“이익! 이 여자 왜 이렇게 축축해. 치마가 젖었잖아.”

어제 하루 종일 나의 성교를 관람만 한 최여진은 아직도 나와 섹스를 하지 못한 상태였다.

“배변패드를 사야겠어요. 주인님.”

“그래.”

나와 최여진의 대화에 천유하가 소리를 질렀다.

“전에 여우의 모습을 속인 건 다시 사과할게요. 하지만, 배변패드라니요! 저는 사람이에요!”

“어머, 애완동물이 말을 하네요.”

“그러게.”

최여진이 배변패드를 사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나는 개인적으로 여우의 모습이 아닌 인간과 여우 중간의 모습으로 지냈으면 좋겠는데.”

“네에에에? 그, 그런 모습으로 오줌을 싸는 걸 왜 보고 싶은 건데요?”

“아니에요. 신경 쓰지 마세요.”

조만간 구경하고 말겠다.

# # #

평범한 하루였다.

안전상의 문제로 황금 자지 병원은 잠정폐쇄했다.

엘리샤도 우리 집에 들어오고 싶다고 난리를 쳤지만, 이미 집 안은 인원이 가득 차서 넘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다 함께 티브이를 보는 중이었다.

“쪼오옥♡ 쬬로롭♡ 쪽♡ 쪽♡”

“츄르릅♡ 츄으우욱♡ 후루룩♡”

신태희와 류수경이 내 양 옆에서 내게 펠라치오를 해주고 있었다.

남은비는 우유를 짜고 있었고, 최여진은 최면에라도 걸린 듯 류수경과 신태희를 부러운 듯 보다가 식사를 준비했다.

“이익! 좀! 화장실 좀 쓰게 해 주세요!”

천유하는 인간의 모습으로 바들바들 떨며 내게 애원했다.

“저기 배변패드 있잖아요.”

“진짜!”

“왜요? 배변패드에 소변을 보면 한 번 해준다고 했는데. 다들 나랑 하고 싶어서 난리인데 싫어요?”

“아, 아니. 하고 싶긴 하지만.”

그때였다.

쾅! 콰과과광!

원룸의 한쪽 벽이 폭발하며 벽의 파편이 우릴 덮쳤다.

“찾았다.”

다섯 명의 사람이 원룸 안으로 안착했다.

그들의 대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들은 중국어로 대화하고 있었다.

진리의 눈 덕분에 그들의 대화를 알아들을 수 있었다.

“칠흑회주의 말이 맞았어. 이렇게 접근해도 셀렉티오는 남자한테만 빠져있어.”

“어서 남자를 데리고 도망쳐.”

슥!

다섯 명 중 한 명의 여인의 목에 가느다란 혈선이 생겼다.

“어억!”

툭.

그녀의 목이 땅에 떨어졌다.

“감히, 내 서방님을 노려?”

류수경이 눈을 감은 채 검을 들었다.

아직도 그녀는 검술을 할 때 눈을 뜬 것보다 감은 것이 더 편한 모양이었다.

“바보 녀석, 너무 앞으로 갔잖아.”

뒤에 서있던 흑의인이 무언가 부적을 마구 불태웠다.

화르륵!

그러자 공기가 공명하며 진동을 멈췄다.

“젠장.”

류수경이 눈을 뜨고 검을 휘둘렀다.

챙! 챙! 챙!

그녀의 맞은편의 여자가 거대한 도를 들고 류수경의 검을 받았다.

“뭐야? 백매검화가 눈을 떴잖아?”

“그럴 리가 없어.”

“제대로 정보 조사도 하지 않은 거냐?”

“백매검화가 눈을 뜬 게 정보조사를 할 거리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맹인검객인데?”

“쳇! 첫 단추부터 어그러졌군.”

촤아아악! 솩!

샤프트 에어가 갑옷을 칼날처럼 바꾸어 흑의인들 사이를 쏘아 다녔다.

챙! 촤좌장!

“히어로인가?”

“언제 왔지?”

“어제 까진 없었어.”

“제대로 된 정보가 없군.”

쿵! 쿵! 쿵!

그때 뒤에서 거대한 좀비가 이곳으로 달려왔다.

“젠장! 다른 녀석들이 먼저 손을 썼다! 우리도 달려 나가!”

­으어어어!

수백 마리의 좀비가 달려왔다.

“젠장! 저런 녀석들이 어디에서 나온 거야?”

“설마, 히어로 협회 내부에 배신자가 있나?”

빌런들이 계속하여 우리 집을 향해 달려왔다.

그중 몇몇은 굉장한 기운을 내뿜는 강자들도 보였다.

“삼류버러지부터 숨은 강자들까지 아주 바퀴벌레 새끼들처럼 몰려들었구나. 율리시아!”

­하아앙♡ 주인님♡

나는 손을 높이 올렸다.

찔극!

­히이잇♡ 너무 오랜만이에요♡

신성검 율리시아가 내 손가락에 도킹하며 주변을 살펴보았다.

“정말 맛있는 녀석들이 잔뜩 있네요. 몇몇 녀석들은 저와 상성이 좋지 않지만.”

율리시아의 말 그대로 사악한 기운을 이용하는 빌런들이 반 이상이었지만, 그렇지 않은 빌런들도 많았다.

“그래도 반 정도는 간단히 처리할 수 있지?”

­네에♡

뾱♡

그녀가 내 손가락에서 벗어났다.

솨아아아아악!

그녀가 좀비들이 몰려오는 곳을 향해 날아갔다.

쾅! 촤좌좍! 콰아아아아악!

크에에엑! 끄아악!

좀비들이 강약에 상관없이 모조리 그녀의 몸에 기운을 흡수당하며 소멸했다.

그뿐만 아니라 어둡거나 사이한 마력으로 마법을 사용하거나 무공을 쓰는 자들은 여지없이 그녀에게 몇 초 버티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일단, 물러나라. 남자가 생각보다 한 가닥 하는 녀석이다.”

빌런 중 신중한 자들은 부하들을 뒤로 물리며 다시 정비를 했다.

신태희는 내 뒤에서 빌런들에게 몸을 숨겼다.

“죽어라!”

몸놀림이 빠른 빌런이 바람을 타고 내게 당도했다.

쾅!

신태희가 어설프게 내지른 주먹에 맞은 그가 가루가 되어 산산이 부서졌다.

“셀렉티오는 아직 약해지지 않은 건가?”

“분명, 망각의 핵을 섭취했다고 들었는데?”

“젠장, 도망쳐라!”

빌런들이 저마다 웅성거리며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그 순간 그들의 뒤에서 수십 명의 사람들이 걸어오기 시작했다.

“비, 비켜라! 셀렉티오가 저기 있어! 다 죽는다고!”

뒤에서 걸어온 사람이 빌런의 손목을 잡았다.

쾅!

“컥!”

그녀들에게 잡힌 빌런들이 땅에 머리가 꽂히며 그대로 절명하고 말았다.

“천추.”

쾅! 콰광!

“광천!”

콰과아아아아앙! 쾅! 쾅! 쩌저적!

갑자기 등장한 여인들의 손에 잡히거나 안긴 빌런들은 땅에 꽂히거나 관절이 꺾이며 처참하게 당했다.

그들 중 선두에 선 늙은 남자가 백발을 넘기며 이리로 다가오고 있었다.

“너는 뭐냐?!”

“저 남자는 우리 거야.”

“우리와 거래를 하자. 너 좀 강하지?”

“크크크크, 나와 척을 지면 네 가족이 위험해질 걸?”

그의 앞을 강해 보이는 빌런들이 막았다.

“애송이들이 말이 많군.”

남자의 손에 잡힌 여인들의 몸이 나선으로 꺾였다.

콰과과과광!

마치 주변에 회오리 바람이 부는 듯 그의 주변에 있는 빌런들은 흔적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졌다.

최여진은 천유하의 뒤에서 그들의 전투를 지켜보았다.

“아, 아빠?”

백발의 남성이 그녀에게 걸어갔다.

“뭐냐? 그 옷차림은?”

최여진이 아빠라고 부른 자가 혀를 차며 그녀의 야한 옷차림을 보았다.

“당장 집에 가자. 저런 이상한 변태와 함께 있어서 좋을 게 없어.”

“아, 아니.”

“닥치거라! 그 난리에도 네가 부탁을 해서 커다란 배를 빼 이성훈인지 뭔지를 구해주도록 했다. 너도 약속을 지키거라.”

폰투스를 없애고 섬에 갇혔을 때 최여진은 커다란 배를 타고 우리를 구하러 왔다.

그때 그녀는 자신의 용돈을 털었다고 말했었다.

물론, 진리의 눈으로 거짓말인 것을 진즉에 알고 있었으나 큰일은 아니거니 넘어갔었다.

“약속대로 집으로 돌아와. 그리고 정해진 상대와 약혼을 하거라.”

“싫어요!”

“나는 너와 약속을 하고 전쟁통에서 배를 빼냈다. 그리고 호위 비용도 엄청나게 들었지. 너도 약속을 지켜라. 저 녀석을 봐라. 여자에 미쳐서 집에 빌런들이 몰려와도 제대로 너를 지킬 줄도 모르잖니.”

“아니에요. 주, 주인님은….”

“뭐? 주인님? 평소에 저 녀석을 그렇게 부르는 거냐?”

“이건 제가 좋아서 그렇게 부르는 거예요.”

“하아, 머리가 아프군.”

쾅! 콰과과광!

태유극문의 문도들이 주변에 있던 빌런들을 전부 처리했다.

“문주님. 상황이 종료되었니다. 이중의 반은 중국에서 넘어온 사마외도인들이고 나머지는 세계 곳곳에서 온 청부업자들과 빌런들입니다.”

“막내딸을 데리고 돌아가라. 나는 저 남자와 할 말이 있으니.”

“예!”

백발의 남성이 내 앞에 섰다.

내가 평소에 노예로 부리던 여자의 아버지와 얼굴을 맞대는 것은 여간 불편한 자리가 아닐 수 없었다.

짝!

그가 내 뺨을 때렸다.

“남의 딸을 데려갔으면!”

그가 거친 호흡을 씩씩거렸다.

“최소한 안전은 보장해야지!”

할 말이 없었다.

“제대로 봐줄만한 것은 그 커다란 아랫도리 밖에 없는 녀석 같으니. 두 번 다시 내 딸을 사지로 내몰지 않을 것이다. 너는 내 딸의 남자가 될 자격이 없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막내딸이 빌런들의 습격을 받아 목숨이 위태로울 뻔했다.

습격을 받은 장소는 그의 딸이 머무는 집.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여진이를 데려갈 수는 없습니다.”

“뭐?”

“내 여자는 그 누구도 데려갈 수 없습니다.”

“입만 산 놈은 필요 없다. 실력으로 증명해라.”

“얼마든지요.”

“보름 뒤 한라산의 태유극문 본관으로 와라.”

“예.”

“이게 마지막 기회다. 아무리 남자라고 해도 믿을 만한 녀석이 아닌 이상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내 아이의 손끝도 만지지 못해!”

그는 자신들의 부하들을 데리고 사라졌다.

최여진이 슬픈 눈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안녕, 주인님.”

그녀는 그토록 원하던 나와의 잠자리를 가져보지도 못한 채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우리 집을 떠났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