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8화 〉 유인도 이야기(2)
* * *
“이두아!”
“엄마!”
“어디 갔었어? 요즘 산신님이 발정기라 위험하다고 했잖아!”
“미안해. 버섯을 캐려다가.”
덜렁, 덜렁, 덜렁.
거대한 가슴을 흔들며 달려오는 여인이 보였다.
나이는 별로 많이 보이지 않았다.
이두아를 어린 나이에 낳은 모양이다.
아랫도리만 나뭇잎으로 가린 부족민들이 나와 류수경을 보며 마을 입구에 모였다.
“누구시죠?”
“저는 이성훈입니다. 이두아가 이 검치호에게 잡아먹힐 뻔 한 걸 구해줬어요.”
“감사합니다. 저는 아루아, 캄푸나르 부족의 제사장이자 사냥꾼입니다.”
쿵!
나는 검치호의 사체를 바닥에 떨어트렸다.
“이, 이건! 산신님의 자식?”
“산신이라는 것이 이런 호랑이입니까?”
“예. 영험한 힘을 가지고 있죠. 이 섬의 주인이에요.”
“섬의 주인이라.”
폰투스가 이런 자들을 가만히 내버려 둔 이유가 뭐지?
부족민이 있으면 사람들의 눈을 피하기 쉽습니다. 이런 곳에 그런 거대 던전이 있다고 생각할 사람은 아무도 없죠.
하긴, 이미 세계 곳곳에 해양 던전을 만들고 있는데, 본진을 척 봐도 수상하게 만들기보다는 오히려 더 자연스럽게 숨길 수도 있겠지.
평화로운 부족민은 오히려 최고의 위장책이 될 것이었다.
“산신이라는 호랑이가 위험한가요?”
“위험합니다. 하지만, 종종 태풍이나 지진으로부터 섬을 보호해주죠.”
“태풍에 죽는 사람이 많습니까? 아니면, 호랑이 때문에 죽는 사람이 많습니까?”
“당연히, 호랑이죠.”
“제가 산신을 없애도 되겠습니까?”
“세, 세상에! 정말로요?”
“예.”
“당신은 달의 신님이 보낸 용사님이시군요.”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용사는 아니지만, 그 호랑이를 잡아줄 수는 있습니다.”
“좋아요. 저 산 정상에 산신의 동굴이 있습니다. 언제든 잡아주시면 최대한 호의를 베풀게요.”
“예? 산 정상에요?”
“네.”
“이거 큰일이군.”
“왜죠?”
“저곳에 제 동료들이 갔거든요.”
“산신은 위험해요. 어서 구하러 가야 합니다.”
그녀가 부족민들에게 소리쳤다.
그녀의 말을 들은 여자들이 거대한 도마뱀을 타고 내게 왔다.
“이걸 타고 어서 출발해요!”
“아니요. 저는 따로 탈 것이 있습니다.”
스르르.
율리시아가 내 앞에 날아왔다.
“누나.”
“응!”
류수경이 자연스럽게 내게 안겼다.
나는 율리시아를 밟고 공중으로 날아갔다.
파아아악!
율리시아가 산 정상을 향해 순식간에 날아갔다.
“다, 달의 용사님. 역시, 달의 용사님이 분명해.”
부족원들이 내가 사라진 방향을 향해 절을 하기 시작했다.
“달의 용사님이 왔다! 어서, 의식을 준비해라.”
“예!”
“모두 몸을 깨끗이 씻어라.”
“네!”
“장신구와 악기를 정비해.”
# # #
“플레임 크로스!”
콰아악!
호염랑 천유하가 불꽃 발톱을 휘두르며 검치호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크아아앙!”
콱!
거대한 검치호가 그녀의 어깨를 물었다.
“으으윽!”
화르르륵!
그녀의 몸에서 붉은 불꽃이 여우의 형상을 띄었다.
“크아아아!”
검치호가 불꽃에 당하여 고통을 느끼며 뒤로 물러났다.
천유하가 피를 흘리며 손으로 불을 뿜었다.
채챙! 챙!
그녀의 주변에선 샤프트 에어가 낮은 등급의 히어로들을 보호하며 전투를 하고 있었다.
채챙! 꽈직!
샤프트 에어가 온몸으로 검기를 뿌리며 저항했지만, 그녀의 갑주가 조금씩 부서지고 있었다.
“율리시아!”
솨아악!
그때 하늘에서 검을 타고 날아오는 두 사람이 보였다.
이성훈과 류수경이었다.
사라락! 사락!
류수경이 이성훈의 품에서 빠져나와 검을 휘두르며 공중에서 착지했다.
탁!
“크아아아! 칵!”
검치호들이 온몸에서 피를 뿌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백매검화 님!”
“살았다!”
히어로들이 구명줄이 하늘에서 내려온 것을 본 듯 눈물을 글썽이며 그녀를 불렀다.
“이런 곳에도 던전이 있다니.”
류수경이 빠르게 검을 휘두르며 검치호들을 상대했다.
크아아아앙!
거대한 검치호가 하늘에서 내려왔다.
콰르릉! 콰르릉!
절벽을 부수며 내려오는 호랑이는 엄청난 덩치를 자랑하며 입을 쩍 벌렸다.
하아♡
율리시아의 검날이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평소에 듣지 못했던 감정적인 표현도 들렸다.
“율리시아. 처리해.”
네.
솨아악! 푹!
율리시아의 몸이 검치호에 박혔다.
“크아아아아아!”
거대한 검치호가 바닥에 쓰러졌다.
“저, 저걸 저렇게 간단하게?”
몬스터 기준으로 날 이길 수 있는 건 거의 없을 것이다.
물론, 성향이 선하다거나 빛의 힘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카항! 카르르!”
쾅! 쾅!
거대한 검치호, 아마도 산신이라고 불리는 녀석은 율리시아의 공격을 받고도 반격을 하고 있었다.
‘저렇게 사악한 기운이 부족한 녀석들은 상성적으로 우위는 아니겠지.’
챙! 채채챙!
류수경이 새끼 고양이들을 상대하듯 검치호들을 정리하며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갔다.
거대한 산신의 레벨은 80.
율리시아가 몬스터를 상대로 상성이 좋기에 어느 정도 버티고 있지만, 압도적인 승리를 보여주긴 힘들었다.
“크앙!”
검치호 하나가 내게 달려들었다.
탁!
나는 녀석의 두 거대한 송곳니를 잡았다.
“천추!”
쾅!
“끼엑!”
“광천!”
콰과과광!
나는 녀석을 휘두르며 주변의 괴물들을 공격했다.
“우리도 힘내자!”
“어서 공격해!”
“성훈 씨에게만 빚을 질 순 없지!”
히어로들도 호흡을 돌리고 다시 전투에 참가했다.
십 분 뒤.
거대한 검치호는 피를 흘리며 가쁜 숨을 내쉬고 있었다.
“던전 코어예요.”
녀석의 가슴에서 무언가 빛이 나고 있었다.
“던전의 코어가 녀석이었다니.”
“생체 던전이었나.”
“생체 던전으로 보기에는 안으로 들어갈 수도 없고. 그냥 던전이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그 힘을 녀석이 흡수한 거 같은데.”
“그러니까, 이렇게 많이 애를 낳았지.”
푹!
류수경의 검이 검치호의 가슴을 찔렀다.
“크아악! 크아….”
검치호의 눈빛이 흐려졌다.
“전부 죽였군.”
“던전 클리어.”
“이건 가져가면 돈을 많이 벌겠는데요.”
무려 80 레벨의 몬스터의 사체였다.
심지어 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오랫동안 산 녀석이니 큰 가치를 갖고 있으리라.
“응?”
녀석의 미간에서 무언가 빛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진리의 눈이 내게 표시를 해주는 것이었다.
나는 진리의 눈이 하라는 대로 미간을 검으로 찔러 열어보았다.
그 안에는 작은 유리알이 들어있었다.
산맥의 눈.
수백 년간 섬의 주인으로 군림하던 괴수의 힘이 들어있다.
이 세상을 내려다보는 산맥의 주인의 눈은 맑고 순수한 영혼을 갖은 자만이 제대로 취할 수 있다.
“흠.”
먹어도 될까?
먹어도 상관없지만, 이미 트롤 로드의 영약을 먹은 상태라 큰 효력이 없을 겁니다. 판매 시 큰 금액을 벌 수 있습니다.
진리의 눈의 말을 따르는 것이 상책이었다.
“이제 다 같이 부족으로 갈까요?”
“부족이요?”
“네. 원주민들의 부락을 찾았어요. 그들이 이 호랑이들 때문에 고통 받는다는 말을 들었는데, 우연히 히어로 일행이 간 곳이 여기여서 날아왔죠.”
“성훈 씨가 아니었으면 큰일 났을 거예요.”
우리는 캄푸나르 부족으로 돌아갔다.
“세상에! 정말로 산신을 죽이다니!”
“이제 제물을 바치지 않아도 된다!”
“정말로 달의 용사였어!”
부족민들이 기쁨에 날뛰었다.
“아저씨! 고마워! 헤헤헤!”
이두아가 나를 안아주었다.
“아저씨라니, 나 아저씨 아니야. 꼬마야.”
“뭐? 나도 꼬마 아니야. 이것 봐. 배꼽에 장식도 달았는걸.”
그녀가 자신의 배꼽을 벌리며 내게 보여주었다.
“우리 부족에서는 성인이 된 여자들은 배꼽에 장신구를 달아요.”
이두아의 젊은 엄마가 나를 보며 말했다.
“그래요? 신기하네요.”
나는 이두아의 배꼽 피어싱을 만졌다.
“하앗! 어딜 만지는 거야!”
이두아가 얼굴을 붉히며 내 손을 밀었다.
“그, 그건 함부로 만지면 안 되는 거야!”
그녀가 소리를 치고 도망갔다.
“왜 저러는 거지?”
이두아의 어머니 아루아가 미간을 찌푸렸다.
“배꼽과 배꼽 장신구는 사랑하는 사람만 만질 수 있는 거예요.”
“아, 제가 무례를 저질렀군요.”
“몰랐으니까 괜찮아요. 특히 산신을 없앴으니 더 한 일을 저질러도 용서해 줄 수 있죠.”
부족민들은 잔치를 준비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원시적인 부족이라 조금 걱정했었는데, 음식을 만들 재료나 향신료는 전부 가지고 있었다.
“오늘은 산신을 없애주신 여러분들을 위해 잔치를 열고 내일부터는 달의 축제를 시작할 거예요.”
“하하하, 감사합니다. 달의 축제라는 것은 뭐죠?”
“네? 달의 용사님이 그것도 모르면 어떻게 해요?”
아루아가 눈을 크게 뜨곤 나를 보았다.
“저는 달의 용사가 아니에요.”
“아니요! 산신을 물리친 당신은 전설 속에 달의 용사가 맞아요.”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아무튼, 저는 달의 용사가 아니고, 용의 축제라는 것도 몰라요.”
“하아, 어쩔 수 없네요. 네가 설명해줄 게요.”
스르륵.
그녀가 자신의 음부를 가리고 있던 나뭇잎 치마를 벗었다.
“앗! 그건 왜 벗는 거죠?”
“왜긴요? 달의 의식을 알려주려고 하죠.”
그녀가 내 성기를 입으로 물었다.
“으음, 역시. 달의 용사님이야. 이건 달의 용사님의 상징이라고요.”
“네? 이건 남자의….”
“남자? 그게 뭐죠?”
“예?”
이 사람들 남자가 뭔지 모르잖아.
“하아♡ 달의 용사님의 증표. 너무 달콤해. 츄르릅, 츄릅♡”
아루아가 내 자지를 빨며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이상하네. 이러면 달의 정수가 나와야 하는데. 딱딱해 지지도 않고.”
“예?”
“용사의 증표가 딱딱하게 서서 달의 정수를 뿌린다고 전설에는 나왔거든요. 아!”
그녀가 손뼉을 쳤다.
“오늘이 보름달이 아니라서 그렇구나.”
“아니, 이건….”
“보름달은 내일 밤에 떠요. 그럼, 그때 보자고요.”
그녀가 나뭇잎 치마를 다시 허리춤에 묶었다.
그녀의 허벅지 안쪽에 투명한 액체가 흐르고 있었다.
“내일이라….”
그때 류수경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무슨 일이야?”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녀가 나를 안았다.
“언제 돌아오는 거야? 이거?”
그녀가 손으로 내 바지를 쓰다듬었다.
아루아의 침으로 반질반질 빛나는 내 자지를 장난감처럼 가지고 노는 그녀가 애타는 눈빛으로 나를 보았다.
“내일.”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