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자가귀한 세계의 절대자-87화 (87/117)

〈 87화 〉 유인도 이야기(1)

* * *

류수경의 얼굴이 점점 가까워지며 그녀의 숨결이 느껴졌다.

“누나.”

“너, 다른 세계지만 나와 혼례를 올렸지?”

“그건….”

“알아. 나 때문이라는 것을. 혹시….”

그녀가 원하던 삶.

화산파를 지키고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 사는 세상이었다.

“성훈이는 나를 어떻게 생각해? 그 혼례, 정말로 진심이었어?”

그녀가 어두운 밤바다를 보며 내게 물었다.

“응. 진심이었어. 너무 좋았어.”

“좋아? 그럼, 나랑 평생 같이 살 거야?”

“그럼. 죽을 때까지.”

그러자 류수경이 내 손을 따뜻하게 잡았다.

“누나. 읍!”

류수경이 내 입에 입을 맞췄다.

“하.”

그녀의 입과 내 입에서 거미줄처럼 투명한 침이 늘어졌다.

“성훈아, 나와 죽을 때까지 함께 하는 거야.”

“응.”

내 눈은 불타고 있었다.

그토록 원하던 류수경의 품이었다.

늘 멀리서 지켜보며 꿈만 꾸던 여인이었다.

하지만….

꼴리지 않았다.

왜지?

‘정력은 힘이다.’스킬 때문이지.

스르륵.

그녀가 옷을 벗었다.

마치, 미리 짜기라도 한 듯 히어로들은 천막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성훈아♥”

“누나♥”

스르륵.

그녀가 내 하체의 옷 위로 손을 올렸다.

“음.”

그녀가 내 목을 핥았다.

하지만 내 성기는 반응이 없었다.

젠장, 정력은 힘이다. 스킬을 사용해서 어떠한 성욕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를 사랑하지만, 이건 순수한 호감이고 성욕이 아니었다.

“성훈아, 내가 별로야?”

그녀도 가만히 있는 내 하물을 보며 말했다.

말랑.

내 자지는 딱딱하게 서지 않고 말랑한 상태였다.

류수경이 내 성기를 쪼물딱거렸지만 여전히 성기는 묵묵부답이었다.

“아무런 반응이 없네?”

“이건, 다른 이유야.”

“무슨 이유?”

“내가 스킬을 사용했는데, 그걸 사용하면 힘이 세지지만 반대로 며칠간 성욕이 사라져서. 내가 누나를 사랑하는 마음은 진짜야! 정말이야.”

“성훈아.”

류수경이 눈물이 살짝 고인 눈으로 나를 보았다.

“알았어. 누나 기다릴게.”

“응.”

나와 그녀는 다시 입을 맞췄다.

우린 한 텐트 안에 들어갔다.

물렁, 말랑.

그녀의 가슴이 느껴졌다.

나는 그녀를 안았다.

“성훈.”

“누나.”

우린 서로를 안은 채로 잠에 들었다.

새하얀 모래사장의 바다 향기가 우릴 감쌌다.

# # #

다음날이 되고 일행은 회의를 하기 시작했다.

히어로들이 부럽다는 눈으로 류수경을 바라보았다.

“성훈 씨, 이거 드세요.”

남은비가 반으로 가른 코코넛 껍질에 찰랑 거리는 우유를 내게 건넸다.

나는 남은비의 우유를 한 모금에 원샷했다.

부드럽고 달콤한 모유였다.

확실히 성욕이 사라지자 마력이 있는 사람에게서 나오는 달콤하고 향기로운 맛은 있지만, 전에 먹었을 때만큼 정신이 혼미할 정도의 황홀감은 없었다.

‘맛은 있되 전에 느끼던 벅차오르는 느낌이 없어.’

“마, 맛이 별로 인가요? 오늘 짜서 상할 리는 없는데. 쭈릅.”

남은비가 내 무덤덤한 표정을 보고 울상을 지었다.

그녀는 자신의 유두를 물고 젖의 맛을 보았다.

“맛있어. 괜찮아.”

“헤에, 그런가요?”

그녀가 자신의 볼에 묻은 모유를 닦으며 배시시 웃었다.

전이었다면, 탐스러운 남은비의 유방에 머리를 박고 쉬었겠지만 지금은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적어도 내일까지는 성욕이 없는 고자 신세니까.

뭐, 덕분에 욕망이 사라져서 폰투스는 쉽게 처리했지만.

“먼저 정찰을 해야겠죠?”

호염랑 천유하가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둘로 나뉘죠. 한 조는 숲으로 가고 나머지 조는 저 산 정상으로 가는 걸로요. 마법이나 스킬이 있으니까 통신은 못 해도 위치를 밝히는 것은 가능하겠죠?”

화르륵!

그녀가 공중으로 화염을 쏘았다.

불꽃은 불꽃놀이처럼 공중에서 터졌다.

나도 탈리아에게 형형색색의 물폭탄을 공중으로 쏘아 올려 터트리도록 했다.

“충분하네요. 성훈 씨와 백매검화 님이 한 조가 되고 나머지가 함께 가죠. 아무래도 백매검화 님 혼자가 나머지 전체보다 강하니까.”

“그래요.”

천유하와 류수경은 마치 짠 것처럼 빠르게 회의를 진행했다.

어제 여자들끼리 뭔가 말이 오간 거 같은데.

쿵!

히어로들이 커다란 물통을 가져왔다.

“여기에 물 좀 가득 담아주세요.”

“예. 탈리아.”

솨아아.

탈리아가 다리를 벌리고 그녀들의 물통에 물을 가득 담아주었다.

“꼭 저런 식으로 담아야 하나.”

“그래도 1급수에요. 정령의 종족이 멜퀴버스라서 이해해 주세요.”

나는 물을 나눠준 후 류수경과 함께 길을 나섰다.

우리는 숲 쪽으로 들어갔다.

“조심해, 몬스터가 있을지도 몰라.”

“괜찮아. 나도 많이 강해졌어.”

나는 인벤토리에서 율리시아를 소환했다.

“율리시아, 주변을 정찰해줘.”

­예.

율리시아의 목소리가 작게 들렸다.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은 보이지 않고 우아한 검만이 공중을 부유하고 있었다.

율리시아의 목소리도 마치 AI 인공지능처럼 무감정한 목소리였다.

성욕이 사라지니 그녀와의 교감도 사라진 모양이다.

평소에 나는 성욕에 얼마나 지배를 당하고 있던 거지?

“후으읍!”

폐부에 공기가 가득 들어왔다.

아침 숲의 공기에는 신선한 기운이 가득 들어있었다.

성욕에 미쳤을 때는 이런 자연의 아름다움이나 상쾌함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었다.

­북쪽에 작은 마을이 있습니다.

율리시아가 사무적인 톤으로 내게 말했다.

“누나, 북쪽으로 가요. 마을이 있데요.”

“마을? 이상한 곳 아니야? 여긴 지하에 폰투스가 있던 곳이잖아.”

“그래도 일단 가보죠. 저와 누나를 위협할 만한 몬스터는 발견되지 않았어요.”

“그래.”

“잠깐만, 몸에 힘을 빼보시겠어요?”

“뭐? 왜?”

나는 말로 표현하지 않고 그녀의 허리와 허벅지를 팔로 안았다.

그리고 마치 공주님을 안 듯 위로 올려 들었다.

“히잇!”

그녀가 깜짝 놀라며 얼굴을 붉혔다.

평소엔 그녀의 가슴만 눈에 보였는데, 이런 표정을 짓기도 했구나.

“무슨 일이야? 너, 성욕 돌아왔어?”

류수경이 반짝이는 눈으로 내게 물었다.

“아니요. 검으로 이동을 하려고요.”

“검으로?”

“네. 율리시아, 크기를 늘려.”

­예.

스르르륵!

율리시아의 검날의 크기가 서핑보드 수준으로 커졌다.

전에도 거의 사람 수준으로 컸었지만, 지금은 검날이 훨씬 넓어져서 내가 누울 수 있을 정도였다.

물론, 더 크게 키워서 수경이 누나와 함께 위로 올라갈 수도 있었으나, 내 기억 상으로 율리시아는 나 의외의 다른 자가 자신의 몸을 만지는 것을 무척 싫어했다.

다행히 류수경은 내게 안기고 싶어 하는 모양이니 이렇게 하면 둘 다 만족시켜줄 수 있을 것이었다.

솨아아아악!

엄청난 속도로 검이 공기를 가르며 비행을 하기 시작했다.

“저기, 마을이 보인다.”

눈이 좋은 류수경이 먼저 말했다.

그때였다.

“꺅! 살려줘!”

거대한 나무 아래에서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율리시아, 내려 가.”

­예.

무감각한 율리시아의 목소리가 허공에 퍼지고 우린 순식간에 밑으로 착지했다.

“크르릉! 카아앙!”

검치호로 보이는 괴수가 한 소녀를 향해 이빨을 갈며 위협하고 있었다.

아마도 소녀를 잡아먹기 위함일 것이다.

“율리시아.”

나는 손바닥을 폈다.

율리시아는 자연스럽게 내 손 위로 안착했다.

전에는 그녀의 다리 사이에 손을 넣는 것이 검을 잡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실제로 검을 다루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확실히 명검은 명검이네.’

손에 착 달라붙는 무게감과 균형감.

율리시아를 검의 모습으로 처음 잡아본 느낌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캬아앙!”

검치호가 나를 보고는 크게 울었다.

커다란 송곳니가 당장이라도 나를 조각내 삼킬 것 같았다.

나는 몸을 풀며 천천히 검치호에게 걸어갔다.

“만룡춘석.”

사아악! 콰과광!

내 독고구검의 검기가 검치호를 향해 날아갔다.

“끼에엑!”

검치호는 단숨에 머리가 잘리며 고통 없이 절명했다.

“괜찮니?”

“예?”

울먹이던 소녀가 나를 보았다.

“무슨 말이에요?”

처음 들어보는 언어였다.

­【진리의 눈】이 ‘캄푸나르 부족’의 언어를 습득합니다.

“괜찮아?”

“아! 우리 부족 말을 할 줄 아시는구나. 감사합니다! 저는 이두아. 캄푸나르 부족의 채집꾼이에요.”

이두아는 나를 꼭 끌어안으며 방방 뛰었다.

아직 어려 보이는 소녀는 배꼽에 화려한 장식이 달린 피어싱을 하고 있었다.

그녀가 점프를 할 때마다 피어싱에 귀걸이 장식처럼 주렁주렁 달린 것들이 위아래로 흔들렸다.

“정말 고마워요. 덕분에 살았어요.”

“당연한 일이지. 나는 이성훈이라고 해.”

“이성훈? 특이한 이름이다. 헤헤헤.”

순진해 보이는 그녀가 내 이름을 듣고 웃었다.

“류수경.”

“류수?”

이두아가 류수경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저희 부족으로 가서 대접을 해드릴게요.”

“대접?”

“네, 우리 섬에는 외지인이 거의 들어오지 않아서 손님이 오면 성대하게 대접을 해드리거든요. 거기다 이렇게 신세를 졌다면 반드시 손님을 만족시켜드려야 해요!”

“만족?”

“예! 어서 따라오세요!”

이두아가 내 손을 잡고 질질 끌고 갔다.

“어차피 마을 쪽으로 가려고 했으니 다행이네요.”

“그래, 우리 이미지가 좋아지겠구나.”

나는 거대한 검치호를 어깨에 짊어졌다.

“이걸 가지고 가면 더 좋아하겠죠?”

“그렇겠지. 성훈이는 왜 이렇게 착해?”

류수경이 내 가슴을 쓰다듬었다.

하지만 내 하물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내 볼에 뽀뽀를 했다.

“자! 저기예요! 얼른 가요! 부족민들이 환영 의식을 해줄 거예요!”

환영이라.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