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1화 〉 요왕(3)
* * *
콰광! 콰광! 쾅!
저 멀리 화산파에서 굉음이 들렸다.
“뭐지?”
내 눈에 황금빛 아우라가 꿈틀댔다.
요왕이 화산파를 공격했습니다.
진리의 눈의 말에 마음이 급해졌다.
찔극!
하앙♡
율리시아가 보지즙을 흘리며 신음을 흘렸다.
이 요괴 엄청 맛있잖아.
비천혈종을 먹은 율리시아는 엄청난 기세로 주변의 요괴들을 싹쓸이하기 시작했다.
요왕 측의 비행요괴 대부분이 이곳에 있었다.
“적어도 하늘을 날 수 없는 인간에게 굉장히 까다로운 상대인데. 그건 우리가 처리해 줄 수 있겠군.”
구파일방이 모였다.
요왕이 아무리 절대자의 권능을 가지고 있더라도 단번에 밀리지는 않을 것이다.
촤촥! 파아아아악!
음속을 돌파하는 속도로 율리시아가 공중을 비행하며 요괴들을 죽였다.
“율리시아, 요괴들이 너무 많다. 우린 화산파를 지키는 게 목적이야! 요괴들의 전멸이 아니라고!”
네♡
꼬옥.
율리시아가 나를 꼭 안았다.
남들이 보면 검에 자석처럼 착 달라붙어 있는 것처럼 보이겠지.
꽉 잡으세요♡ 조금 빠를 테니까♡
파아아아아앙!
엄청난 속도로 화산파를 향해 날아갔다.
# # #
“크아악! 인간! 죽어라!”
쾅!
요괴들이 화산파를 향해 돌진했다.
“아미타불.”
그 중심에 늙은 남성이 합장을 했다.
“크크크, 저 늙은이는 뭐야?”
“잡아먹자!”
“모두 돌진!”
요괴 수백 마리가 늙은 스님을 향해 흉악하게 달려들었다.
스륵.
노승이 손바닥을 천천히 휘둘렀다.
쾅!
그러자 그 앞에 수 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손바닥 자국이 땅에 났다.
“소림승이다!”
“빡빡이들을 조심해라!”
“백요전은 뭘 하는 거야! 어서 소림승들을 상대하지 않고!”
“머리카락이 없는 것들은 특별히 강하다!”
쾅! 쾅! 쾅! 쾅!
소림승이 손을 한 번 내지를 때마다 요괴들이 꼼짝없이 쥐포처럼 납작하게 터져나갔다.
그는 마치 손자에게 부채질을 해주는 할아버지처럼 여유롭게 움직였지만, 그가 손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수십 마리의 요괴들이 비명을 지르며 사라졌다.
“대연검단! 진형! 적들을 마주할 준비를 하라!”
소검왕 남궁민이 진지한 표정으로 검을 들었다.
갑옷을 입은 그는 무림인이 아닌 황실의 장군처럼 보였다.
“충!”
촤르륵!
수백 명의 남궁세가의 무사들이 검을 들고 진형을 유지했다.
그들 사이로 남궁세가의 최고 무인들인 창천검객들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요괴들을 훑어보았다.
크기가 집채만 한 요괴들이 해일처럼 몰려도 그들의 강철 같은 진형은 흔들리지 않았다.
“사천당문을 보호하라!”
“충!”
그들의 뒤에서 사천당가의 무인들이 무언가 의논을 하고 있었다.
“남풍이니까 독연이 좋다니까.”
“허허, 그냥 액독을 쓰게나. 절둔독을 가져왔네.”
“그냥 다 던져!”
“내가 평소에 연구하던 암기들 다 가져왔다. 제자들아, 다 기록해 놔라.”
암기와 독에 미친 그들은 전쟁통에도 새로운 병기를 시험하고 있었다.
척! 척! 척!
사천당문의 무인들이 각자의 주머니에서 독과 암기를 꺼내 요괴들을 향해 던졌다.
솨르륵! 픽! 피릭!
“끄악! 적들의 반항이 심하다!”
“내 손이 녹았어!”
사천당문의 독연을 마신 요괴들은 피거품을 물었고, 액체에 닿은 요괴들은 피부가 녹아들었다.
챙! 챙! 챙!
아미파와 청성파의 무인들이 요새 방벽 위로 기어오르는 요괴들을 무참히 도륙했다.
“한 푼 줍쇼.”
“크르르, 웬 거지야?”
요괴가 전쟁통에 누워있는 거지를 보곤 고개를 갸웃했다.
퍽!
거지가 몽둥이를 휘둘러 요괴를 골통을 갈겼다.
“장난치지 마라!”
그의 옆에는 개방 문도들이 각자의 몽둥이를 들고 요괴들을 향해 진형을 짜기 시작했다.
타구봉진.
개를 때리는 진법이었다.
“와, 인해전술로 우리가 밀릴 줄은 상상도 못 해봤네.”
“요괴들이 끝도 없습니다.”
“거지들 보다 많은 요괴라니.”
무림인들은 기세 좋게 요괴들을 상대했다.
요괴들의 돌진은 기세가 좋았으나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의 거의 전원이 모인 무림연합을 이기는 것을 힘들었다.
백요전의 강력한 요괴들은 눈을 돌리며 자신이 상대할 강자를 찾아 나섰다.
“저기다!”
백요전의 간부가 상대를 향해 돌격했다.
팡!
그리고 그의 머리가 허공에서 터졌다.
“본좌의 주먹을 받을 수 있는 자가 이리도 없나?”
가슴만 겨우 가린 천 쪼가리를 입은 소녀.
평소에는 바지를 입지만, 오늘만큼은 초록색 예쁜 치마를 입어 이상한 차림새의 여인이 주먹을 휘둘렀다.
펑! 팡! 파박!
그녀가 손을 휘두를 때마다 요괴들이 찐빵처럼 터져 죽었다.
녹림투왕.
치마를 입은 녹림투왕이 손바닥에 침을 뱉고 다시 주먹을 굳세게 쥐었다.
그때였다.
콰아아아아아아!
그를 향해 검은빛이 쏘아졌다.
“총채주! 피하십시오!”
녹림투왕의 오른팔이자 제자인 패력도가 검은빛에 맞았다.
스르르.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
시체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뭐냐! 어떻게 된 일이야!”
크아아아아아아아!
거대한 용.
칠흑색 암룡이 공중을 부유하며 미물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크아아아아앙!
용의 입에서 다시 검은 빛이 모이기 시작했다.
파아아아아아아!
용의 입김이 화산파의 정문을 향해 쏘아졌다.
쾅! 쾅! 쾅!
“아미타불.”
늙은 노승이 내력을 끌어올려 두 손을 앞으로 뻗었다.
쾅! 쾅!
“풉!”
그의 입에서 붉은 피가 터졌다.
“사부!”
그의 옆에 젊은 사대금강이 함께 용의 공격을 막았다.
“피해라.”
툭!
늙은 노승이 젊은 무승을 밀쳤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화산파의 정문이 그대로 증발해 버렸다.
“사부!”
크아아아아아아아아! 우르르릉!
검은 용의 주변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번쩍! 번쩍! 번쩍!
먹구름에는 눈을 뜨지도 못할 정도로 많은 번개가 자리 잡고 있었다.
“저런 것과 어떻게 싸워.”
수만의 이민족과 전쟁을 치르면서도 여유를 잃지 않았던 하북팽가의 대장군이 용에게 압도당했다.
짐은 용이다. 용은 만물의 상징이자 절대적이니 내게 항복하라. 짐은 관대하다. 항복한 자는 죽이지 않는다.
검은 용, 요왕이 입을 열었다.
누가 감히 내 앞을 막겠는가?
“크에엑! 캬아아아!”
“요왕이시여!”
“요왕이 있는 한 우리가 이긴다!”
“소림의 괴물 노승이 죽었다! 돌격!”
구파일방에 밀리던 요괴들이 소리를 지르며 파괴된 화산파의 정문을 향해 돌진했다.
“막아라!”
화산파의 장문인인 화적결의 명령에 매화검수들이 목숨을 걸고 검을 들었다.
“요괴들을 단 한 놈이라도 본문에 들이지 마라!”
“예!”
파아아아!
화적결의 등 뒤로 자줏빛 기운이 넘실거렸다.
마치 노을을 등진 신선처럼 그녀가 검을 뻗자 요괴들이 허무하게 바닥에 쓰러졌다.
자하신공.
그녀의 자하신기가 검을 타고 요괴들을 무참히 도륙했다.
“아직 전투는 끝나지 않았다!”
“무당의 검이여! 일어나라!”
음양쌍검이 붉고, 푸른 강기를 일으키며 선봉을 뚫었다.
쾅! 쾅! 쾅!
거대한 요괴들이 무림인들을 발로 밟았다.
콰아아아아아아아! 번쩍! 촤좌장!
요왕의 번개가 무림맹의 고수들을 향해 쏘아졌고 고수들은 최선을 다해 힘을 합쳐 요왕을 상대했다.
“젠장! 저 녀석, 내공이 몇 갑자야.”
“저런 번개를 젓가락처럼 막 던지네.”
“지렁이탕으로 만들어 버릴라.”
사파의 거목들이 요왕의 번개를 받으며 천박한 입을 놀렸다.
“나중에 전쟁이 끝나면, 화산파 장문인이나 몰래 먹을래? 몸매가 끝내주던데.”
“나는 그 딸.”
“크크크, 황제 몰래 먹자. 들키면 사형이야.”
“근데, 우린 어차피 잡히면 죽을 목숨이잖아. 그냥 다 따먹자.”
매화검수들이 그들의 말을 들으며 이빨을 갈았지만, 그런 그들의 힘이라도 절실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아!
또다시 용의 숨결이 전장을 갈랐다.
요왕은 소림사의 무승들은 집요하게 노렸다.
소림사의 무승들이 사라진 곳은 여지없이 전력에 큰 구멍이 생기고 점점 요괴들에게 밀리기 시작했다.
“고수들이 당하고 있습니다.”
류수경이 다급한 소리로 화적결에게 보고했다.
“용이 사라지기 전에는 승산을 보이기 힘듭니다.”
“아니, 오히려 용은 문제가 아니야. 구파일방의 고수들은 충분히 버틸 수 있어. 문제는 저 요괴들이지.”
화적결의 말에 요괴들이 화산 아래에서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아직도 저렇게 많이 남아있다고요?”
류수경이 끝도 없이 밀어닥치는 요괴들을 보며 눈을 크게 떴다.
그때였다.
쉬이이이이익!
무언가 엄청난 속도로 이곳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새하얗고 아름다운 검을 타고 마치 신선처럼 누군가 등장한 것이다.
“청송!”
“청송이다!”
화산파 제자들이 하늘을 보며 외쳤다.
“쉬이익!”
청송의 검이 하늘에서 땅으로 수직 하락했다.
“청송!”
마치 추락을 하는 듯 한 그의 비행에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솨아아아아악!
그가 검 위에 서서 자세를 낮췄다.
검이 요괴들의 목 위를 치며 일자로 쭉 비행했다.
“저게 뭐야?”
“이기어검?”
“청송이라는 자는 대체 어떤 자지?”
# # #
나는 검을 스케이트보드처럼 올라탔다.
하아♡
물론, 내 눈에는 율리시아가 사름으로 보인다.
나는 왼쪽 발을 율리시아의 커다란 유방 사이에 놓고 다른 하나는 그녀의 아랫배를 밟았다.
으응♡
율리시아가 내 발을 꽉 잡았다.
자, 그럼 몬스터를 퇴치해 볼까요?
그녀가 공중에서 낙하하여 요괴들의 머리 위로 날아갔다.
투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마치 파도를 타는 것처럼 나는 자세를 낮췄고 율리시아의 몸에 닿은 요괴들이 목을 잃고 바닥으로 쓰러졌다.
하앙♡ 너무 좋아! 맛있어!
그 순간에도 율리시아는 요괴들의 기운을 흡수하며 강해졌다.
온 세상의 몬스터가 여기 다 모여 있는 거 같아요. 먹어도, 먹어도 멈추지 않고 나와요. 너무 좋아! 전이었으면 마왕성 몇 개는 털어야 나올 양인데.
그녀에게 이곳은 전쟁터가 아니라 요괴 무한 리필 집이었다.
이렇게 많이 처먹으면 아무리 무한리필 집이라도 사장님이 제재를 하기 나름이었다.
화르르르르르르!
그때 내 뒤꽁무니를 향해 검은 불꽃이 쫓아왔다.
콰르르르르! 절대자! 죽어라!
요왕이 내게 검은 불꽃을 뿜으며 공격해왔다.
“무한 리필 집 사장님이 나왔네.”
요왕은 나를 죽이기 위해 오히려 내 주변의 요괴들을 불태워 죽였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신경 쓰지 않았다.
“율리시아, 속도를 높여. 잡히는 순간 죽는다.”
네♡
솨아아아아악!
우리는 요괴들의 사이로 날아가며 요괴들을 무참히 학살했다.
끄아아앙♡ 하읏♡ 히야앗♡ 맛있어♡
퓻! 퓻슉!
율리시아는 강한 요괴를 죽여 힘을 흡수할 때마다 조수를 뿜으며 강렬하게 신음했다.
미끌.
“앗!”
내 발이 애액에 미끄러져 땅으로 떨어질 뻔했다.
“조심해!”
하아♡ 하아♡ 죄송해요.
콰악! 번쩍! 번쩍!
이번엔 검은 불꽃뿐만 아니라 번개까지 나를 노리며 날아왔다.
“피해!”
네에에!
쉬익! 쉬익!
율리시아는 SS급 무기에 걸맞게 번개와 불꽃을 피하며 요괴들에게 큰 타격을 입혔다.
“아직도 부족한데. 어떻게 좋은 수가 없을까?”
나는 끝도 없이 밀려오는 요괴들을 보며 걱정에 잠겼다.
요왕은 둘째치고 이런 녀석들이 하루 종일 쳐들어오면 아무리 무림인들이라도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주인님, 진심 모드로 비행하면 조금 더 빠르게 공격할 수 있어요.
“진심 모드? 그게 뭐지?”
신검합일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신검합일?”
“네♡ 검과 주인이 하나가 된다는 뜻이 랍니다♡”
꿀꺽.
나는 녀석의 광기 넘치는 표정을 보고는 살짝 긴장했다.
이 녀석의 눈빛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꼭, 셀렉티오랑 비슷한 눈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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