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화 〉 요왕(2)
* * *
“오대세가는 전부 도착했고, 구파일방도 점창과 곤륜을 빼면 전부 도착했습니다.”
내가 후방에서 교란을 열심히 한 보람이 있었다.
“황실은요?”
“병사들이 움직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세. 막말로 요괴들이 아니더라도 이 나라를 노리는 외적들은 아주 많지.”
좋아, 시간 벌기는 충분히 성공했다.
“요왕! 요왕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화산파 제자가 급하게 달려오며 외쳤다.
“뭐?”
우리는 황급하게 밖으로 나갔다.
급하게 요새를 세운 산성 앞에 요괴들이 천천히 진군하는 것이 보였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요괴들도 수천은 족히 돼보였다.
“어서 진형을 짜고 적들에 맞섭시다.”
무림맹의 고수들이 앞으로 나갔다.
“우리도 수적으로는 밀리지 않아.”
“요왕만 아니면 우리가 가볍게 이길걸.”
“구파일방이 전부 손을 잡았다. 우리가 질 리 없어.”
요괴들이 요새 앞에 가만히 섰다.
단, 한 명의 요괴가 앞으로 와 우리에게 소리쳤다.
하반신이 말로 이루어진 요괴였다.
“소인은 전령으로 온 메지로라고 하오. 요왕께서는 평화를 원하오. 나가는 길을 열어줄 테니 화산파를 비우시오.”
“그 말을 믿으라는 것이냐?”
“정녕, 피를 보시겠소?”
“구파일방은 피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알겠소. 그렇게 전하도록 하지.”
전령은 뒤로 돌아갔다.
“잠깐.”
내가 손을 들었다.
“청송.”
내 모습에 다른 이들이 나를 보았다.
“주인님♡”
“또 무슨 계책을 짜셨나요♡”
음양보지도 내 옆에 서서 몸을 마구 비볐다.
“이럴 게 아니라 우리 비무를 해보는 것이 어떤가? 처음부터 피를 보는 게 아니라 상대의 무를 시험해 보는 것일세.”
“훗, 요왕께서 네 놈의 말을 듣지 말라고 당부하셨지. 어떻게든 시간을 벌려고 하실 거라고.”
전령은 가볍게 웃었다.
“일단, 그 말을 전한다. 그게 내 임무니까.”
전령은 다그닥다그닥 말발굽 소리를 내며 자신의 진형으로 돌아갔다.
“대체 무슨 생각이야?”
“지금은 시간을 버는 것보다 마땅히 전투를 하는 것이 더욱 사기에 좋습니다. 더 지체하면 오히려 우리 측 사기가 떨어져요.”
“무인들도 화끈하게 싸우는 것을 바라고 있을 거예요. 개전을 하고 피해가 생기기 전에 소요 상태를 이끄는 것이 어떻소?”
착! 착! 착!
“하앙♡”
“흣♡”
“히얏!”
내가 장문인들의 엉덩이를 때렸다.
“나는 요왕을 이길 비장의 수를 준비하고 있소. 황실의 지원보다 급한 거지. 최대한 시간을 끄는 게 좋소.”
나는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쉬이이익
아앙♡ 주인님, 나를 보고 있구나.
지금도 율리시아는 적진에서 홀로 하늘을 날아다니며 요괴들을 썰고 있었다.
율리시아는 사악한 것들에 대해서는 거의 절대적인 상성을 띠는 엄청난 치트키.
‘녀석이 조금이라도 성장할 수 있게 시간을 벌어야 한다.’
나는 율리사이와 공유되는 시야를 보며 적들의 동태를 살폈다.
‘그래도 정말 징글징글하게 수가 많기도 하다.’
죽여도, 죽여도 끝이 없었다.
흑요곡이 문파가 아니라 요괴 국가라는 것에 전혀 이견을 달 수 없을 정도로 요괴들의 수가 많았다.
다시 요괴측에서 전령이 달려왔다.
“요왕께서 재밌겠다고 하시는군.”
아직도 상대는 자신들이 질 것이라는 상상을 하나도 하지 않고 있었다.
녀석도 절대자의 권능을 타고난 자니까.
나처럼 천하태평이겠지.
심지어 레벨은 90대를 넘어 100을 바라보고 있는 절대자였다.
“첫 번째, 승부를 시작한다.”
나는 음양쌍검을 보고 나가라고 지시했다.
“쬬옵♡ 촤압♡ 헤으으♡ 저희는 주인님의 자지에 달라붙고 싶어요.”
“하아♡ 하아♡ 그냥 안 싸우면 안 될까요?”
음양쌍검은 오랜만에 재회한 나와 더 있고 싶은 눈치였다.
“빨리 해치우고 자지를 빨러 와.”
뾱!
“네!”
“얼른 다녀올게요!”
음양쌍검이 푸른 기운과 붉은 기운을 내뿜으며 요새 앞으로 나갔다.
상대는 백요전이라 불리는 요괴들 중 가장 강한 둘이 나왔다.
챙! 챙! 챙!
역시 구파일방의 지존으로 군림하는 음양쌍검의 실력은 엄청났다.
화르륵! 촤아악!
화기와 냉기가 상대 요괴를 꼼짝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크윽! 주인님! 강적이야!
그때 율리시아가 내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수가 너무 많아. 내가 너무 깊숙이 들어왔나 봐.
율리시아는 힘겨운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현재 그녀의 레벨은 70을 넘겼다.
상성 차이를 생각하면, 그녀를 몰아붙일 수 있는 자는 요왕측에 몇 명이 되지 않았다.
“지금 곧바로 간다.”
나는 자리에서 몰래 일어나 뒤로 나왔다.
“녹수!”
탁!
그때 누군가 내 어깨를 잡았다.
태을랑이었다.
“하, 또 그대요?”
나는 질린다는 눈으로 태을랑을 보았다.
“어디 가는 거야?”
“동료가 위험에 처해서 빨리 가야 하오.”
“나도 같이 가!”
“하, 나는 그대가 생각하는 요괴가 아니오. 왜 자꾸 따라오시오.”
“아니, 넌 녹수가 확실해. 내 가슴이 두근두근 뛰고 있어.”
“원래, 여자는 나를 보면 가슴이 뛰어요.”
“아니, 넌 녹수야.”
탁!
나는 그녀의 손을 쳤다.
“화나게 하지 마.”
내 냉정한 말에 그녀의 눈에 눈물이 흘렀다.
“왜, 그렇게 냉정하게 대하는 거지?”
“우는 거요?”
“나를 이용하려고 했어서? 이미 그딴 건 다 필요 없어! 그저 나를 알아봐 줄 수 없는 거야?”
당신을 따라나선 요괴들은 엄청 신경 쓸 걸.
“녹수, 나야. 네 사랑이라고. 영원히 함께 하자고 했잖아.”
“난 녹수가 아니야. 태을랑, 사랑하는 이를 잃은 것은 매우 유감이지만 미치지는 마시오.”
나는 재빨리 경공술을 사용해 자리를 빠져나왔다.
스르륵.
그때 내 품에서 무언가 떨어졌다.
나는 급한 마음에 빨리 발걸음을 옮겼다.
‘이러다가 SS급 무기 사라지는 거 아니야.’
뛰어야 한다.
발에 땀이 나도록!
# # #
콰악! 챡!
큭! 주인님! 어디야!
수천 마리의 비행 요괴가 하나의 검을 중심에 두고 공격을 쏟아부었다.
화려한 검이 한 번 앞으로 쏘아질 때마다 수십의 요괴가 땅으로 추락했지만, 그보다 더 많은 요괴들이 빈자리를 매웠다.
“바로 저 녀석이다! 그동안 우리 후방을 집요하게 괴롭혔던 저주받은 검이!”
비행 요괴 사이에서 엄청난 기운을 뿜는 남자가 날개를 펄럭이며 소리쳤다.
사대암종 중 한 명인 비천혈종이었다.
촤라락!
그가 손을 휘젓자 그의 혈관에서 나온 피들이 요괴들에게 달라붙었다.
“크에엑! 힘이! 으아아아아!”
“더 강한 힘! 비천혈종께서 우리에게 힘을 주신다!”
비천혈종은 단신의 전투력으로만 따지면 백요전의 요괴들과 비견될 정도로 약한 요괴였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피로 다른 요괴를 치료하거나 강하게 만드는 특별하고 강력한 술법을 가지고 있었다.
쩌적!
끅!
신성검 율리시아는 수천에 달하는 비행 요괴들 사이에서 도망치지도 못 한 채 몰매를 맞고 있었다.
“율리시아!”
그때 아래에서 청송의 목소리가 들렸다.
주인님!
뾰오옹!
그녀의 주변에서 적들의 공격을 막는 물의 장막이 쳐졌다.
“이건 뭐야!”
“물의 술법?”
요괴들이 물의 장막을 보고 당황해하며 장벽을 뚫으려고 했지만, 그들의 힘은 장막 중간에서 멈췄고 오히려 익사하고 말았다.
<쮸인님♡ 저="" 녀석들이="" 요괴야?=""/>
멜퀴버스의 보호를 받고 있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주 나쁜 녀석들이지.”
<쮸인님도 요괴="" 사이에="" 있지="" 않았어?=""/>
녹수 때를 말하는 것인가?
“그땐 다 사정이 있었지. 그 녀석들은 착한 요괴였어.”
<그으으래?/>
수이이익!
탈리아의 보호를 받은 율리시아가 내 손으로 왔다.
찔극!
히앙♡
녀석의 본체는 검일지 모르겠지만, 내 눈에는 그저 여자로만 보였다.
그녀의 몸은 피를 흘리고 있었다.
온몸에는 생채기가 가득했다.
어떻게 이런 걸 휘두르지?
“잡아라!”
펄럭! 펄럭! 펄럭!
수천 마리의 공중 요괴들이 나를 향해 돌진했다.
“S포인트 사용. 율리시아 수리.”
사르르.
하아아아아♡ 주인님♡ 너무 좋아♡
그녀의 몸이 말끔하게 회복되었다.
“젠장! 검이 고쳐졌다!”
비천혈종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경악했다.
“무려 요괴 일만 마리를 희생하며 얻은 기회인데! 겨우 균열을 만들었거늘! 저 놈이! 저 남자가 검을 고쳐버렸다! 모두 총공격!”
우드득! 꽈드득!
비천혈종의 모습이 기괴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죽여 버리겠다. 도저히 용서하지 않겠어! 총공격! 아니! 내가 직접 처리한다!”
촤아아악!
그의 날개가 사방으로 퍼지며 부하들을 창처럼 찔렀다.
쮸륵! 쥬르륵!
그의 촉수가 부하들의 피를 모조리 빨아들였다.
부하들의 피를 많이 마시면 마실수록 그의 덩치는 커지고 외모는 흉악하게 변해갔다.
“끼약! 혈종께서 미쳤다!”
“빨리 도망 가!”
푹! 푹! 푹!
비행 요괴들이 전력으로 그곳을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쳤지만 의미 없는 짓이었다.
“크르르, 네 놈을 반드시 죽이고 말겠다.”
# # #
챙! 챙! 챙!
요왕은 옥좌에 앉아 무림인들이 싸우는 것을 보며 즐기고 있었다.
‘퍽이나 여유롭군.’
시간을 끄는 것을 가만히 내버려 두었다.
‘전에 본 절대자는 굉장히 어려 보였어. 백 살도 되지 않은 그가 나를 이길 가능성은 전무하다.’
그는 하품을 했다.
‘지금 하는 행동들은 그저 상대 무사들의 명예를 위한 거짓된 행동일 뿐. 나와 척을 진 이상 저들은 모두 죽는다. 그저 죽기 전에 마지막 여흥이라도 선물을 해주도록 하지.’
크와아아
그가 손에 쥐고 있는 검은색 여의주가 기운을 소용돌이쳤다.
‘빠르나 느리나 결국, 이 세상은 나의 것이 될 것이다. 요괴도 몬스터라 불리는 세상이 아닌 이종족으로 불리게 될 거야. 물론, 그 과정에서 내가 죽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것은 막을 수없는 내 숙명이다.’
요왕은 구파일방의 모습을 보았다.
정말 몇몇 소수의 인원을 빼면 전부 인간이었다.
편협한 인간들은 피부색이나 외모로 서로를 분열시켰다.
‘고작해야 엘프나 드워프 정도. 그것도 극소수만이 저 사이에 껴있어. 이런 썩어빠진 세상은 바뀌어야 한다.’
차별이 만연하다는 것은 곳 폭력 또한 만연하다는 뜻이니까.
화아악!
그때 암흑 여의주에서 무언가 신호가 왔다.
그는 눈에 힘을 줘 여의주가 비추는 곳을 보았다.
여의주에는 자신의 부하인 비천혈종과 어린 절대자가 싸우고 있었다.
파삭!
그리고 비천혈종이 허무하게 죽고 말았다.
“뭐! 이렇게 쉽게?!”
요왕은 자신의 눈이 잘못된 것인지 의심했다.
“말도 안 돼! 사대암종을 기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었는데! 하나, 하나가 마왕이라 불러도 좋을 녀석들이거늘.”
대력혼종이 죽었을 때는 그러려니 했다.
화산파에 숨겨진 선인이 직접 손을 썼으니까.
아니, 오히려 좋아했다.
유일한 변수였던 추양혼, 그가 자신과 싸우지 못할 정도로 인과율을 비틀어서 선계로 떠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거대한 모래 산 요괴인 천산대종이 죽었을 때는 속이 쓰렸다.
제어하기 힘든 자였으나, 내게 힘을 빌려주기로 했고 그만 있어도 사실 중원을 재패할 자신이 있었다.
물론, 천산대종이 쓸고 가면 모든 생명이 사라져서 정복의 의미가 없겠지만.
그는 강력하고 든든한 부하였다.
하지만, 청송의 손에 죽고 말았다.
“이번엔 비천혈종마저?”
요왕은 식은땀을 흘렸다.
‘저 어린 절대자가 내 생각보다 강한가?’
살짝 보기에도 자신과 비교조차 부끄러운 나약한 인간이었다.
직접 두 눈으로 보고 얼마나 속으로 안도했던가.
손가락만으로도 죽일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비천혈종마저 죽여?
콰득!
요왕은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
이제, 누가 강하고 약하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자신이 그토록 힘들게 길러낸 사대암종 중 셋이나 죽었다.
“이제 여흥은 끝이다.”
콰아아아아아!
그의 주변에서 검은 안개가 가득 끼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요괴들이 무기를 들기 시작했다.
챙! 챙! 챙!
저 앞에 무림인과 요괴가 결투를 하고 있었다.
“멍청한 녀석들. 내가 봐주니 정말로 바보로 아는 모양이군.”
요괴들의 속도 모른 채 무림맹 연합은 다음 비무에 참가할 자를 고르기 위해 평화롭게 서로 제비뽑기를 하고 있었다.
전군 진격하라.
요왕의 명령이 떨어지자 요괴들이 분위기가 바뀌었다.
“저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소.”
“무슨 일이지?”
무림인들도 사태를 파악하고 긴장을 하기 시작했다.
“진짜 전쟁이 시작되려나 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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