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화 〉 절대자의 첫 등장(1)
* * *
“녀석들이 여길 어떻게 알아냈지? 젠장!”
작은 암초 섬 위에 수십 명의 사람들이 서있었다.
그 가운데에는 놀랍게도 남자가 발을 동동 구르며 서있었다.
김재국.
한때 보일대학교에서 대학 최고의 미녀인 엘프 엘리샤를 이성훈에게 빼앗긴 고요의 바다 길드의 후계자였다.
“운이 좋았겠죠. 설마 히어로 협회가 눈치챘을 리 없습니다. 정치권에도 저희 사람이 있어요. 그들이 보호해 주는 한 우리는 투명한 길드나 다름없습니다.”
그의 옆에 금발 엘프가 그에게 말했다.
김재국이 엘리샤를 그리워하며 뽑은 신입 사원이지만, 역시 미모의 엘리샤를 대체하기에는 모자람이 많았다.
‘엘리샤, 나를 매도하던 거친 입담과 새하얀 피부 그리고 부드러운 살결…, 어째서 나를 버리고 학교까지 휴학을 한 거지? 그 녀석 병원이 그렇게 돈을 많이 줬나? 돈은 나도 많은데!’
김재국은 새로운 엘프 여성을 보며 역효과가 나 오히려 엘리샤에 대한 그리움이 커져만 갔다.
‘저 년은 못나서 매도도 못 하고, 가슴도 엘리샤 보다 작고. 또 저저, 멍청한 표정 좀 봐. 후우. 엘리샤…, 그립다. 너도 내 생각 중이겠지.’
그 시각 엘리샤는 성훈의 자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이대로 생매장해버리자.”
“예. 거대 괴수들에게 전달하겠습니다.”
콰아아아!
카르르으으응!
마치 산처럼 거대한 현무의 화신들이 바다 위에 섬처럼 떠다니며 울음을 내질렀다.
수십 마리의 현무의 화신이 줄을 서자 그것들의 위용은 산맥이나 마찬가지였다.
현무의 화신뿐만 아니라 재해 급으로 분류되는 엄청난 거대 괴수들도 웅장하게 암초 섬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콰르릉!
현무의 화신들이 섬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쾅! 화아아아아!
엄청난 여파와 해일과 같은 파도가 그들을 덮치려 했지만 모든 피해는 김재국 일행을 피해 갔다.
“밖이다!”
그때 지하에서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저 녀석, 역시 저 녀석이었어. 저 개새끼!”
질기고 질긴 악연.
이성훈이 거대한 자지를 흔들며 지하 던전에서 달려 나왔다.
옷을 갈아입을 틈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뒤를 따라 그의 자지를 몰래 훔쳐보며 앞으로 달리는 이십 명의 히어로들이 보였다.
“젠장! 히어로 협회! 공공기관이라서 회유도 잘 안되고 꼭 이상한 방향으로 엇나간다니까.”
김재국이 혀를 차며 히어로 코스튬을 한 여자들의 몸매를 관찰했다.
그때 그녀들의 뒤에서 무언가 거대하고 투명한 물덩이가 보였다.
물덩이는 이내 한 곳에 뭉치더니 거대한 여성형의 모습으로 변신했다.
“멜퀴버스!”
김재국이 탐욕에 쩌든 눈으로 멜퀴버스 탈리아를 바라봤다.
“이번엔 반드시 내 것으로 만들겠어!”
하지만 그게 가능할까?
멜퀴버스를 꼬시려면 무조건 남자가 자신의 남근을 미끼로 유혹해야 했다.
덜렁!
김재국은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는 이성훈의 가운데 토막을 살폈다.
그리고 자신의 성기를 보았다.
실링….
초라하기 그지없는 하물이 그와 자신의 격차를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크윽! 녀석들을 죽여라! 모두 죽여서! 마신님의 제물로 바치자!”
“예! 지원군을 불러라! 피의 축제다!”
“감히 중요 거점을 파괴하다니. 이곳을 세우느라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이 들었는데.”
김재국의 부하들은 무너지는 암초 던전을 보며 허망한 표정을 지었다.
삐이이이익!
김재국 옆의 엘프가 피리를 부르자 바다의 표면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콩알 같은 것들이 마구 올라왔다.
하지만 그것은 콩알이 아니었다.
너무나 많은 숫자라 콩알로 보일 뿐.
그것은 수만 마리의 몬스터의 머리였다.
끄어억!
수만 마리의 몬스터가 히어로들을 죽이기 위해 바다에서 기어 올라오고 있었다.
“너는 김재국? 시발, 소추 새끼!”
“뭐? 소추? 네가 무리하게 큰 거다!”
“어릴 때 포경 수술하다가 의사 선생님 손이 미끄러졌냐?”
“크윽! 흑, 흑! 흑! 그만해!”
“이래서 어릴 때 성형이랑 포경은 하는 게 아니라니까. 네 성기 사진을 찍어서 의대에 보내라. 교과서에 실을 수 있을 정도로 실패작이다.”
“그만! 크흑! 흑흑! 그마마아안! 나한테 왜 그러는 거야! 그만! 제발 그마안!”
“쓸 일도 없는 거 그냥 떼어내지 그러냐. 그래도 남자 출신이면 여자들한테 먹히겠는데. 테스토스테론은 잘 나와?”
“너, 너! 완전 사이코패스구나!”
“사이코패스는 너겠지.”
“뭐? 왜?”
“대개 연쇄살인마들이 성불구거든. 바로 너처럼.”
“으아아아아아아!”
으득!
김재국의 머리에서 무언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나와 김재국이 서로를 노려봤다.
“역시, 뒤가 구린 새끼였어. 폰투스, 네가 모시는 자의 이름이지? 그 녀석은 지금 어디 있어? 던전 깊숙한 곳에서 쥐새끼처럼 숨어있나?”
“네, 네가 그분을 어떻게 알고 있지?”
“폰투스만이 아니야. 나는 그 녀석의 저주를 풀 수도 있어.”
“거짓말! 그분의 저주는 한낱 인간이 풀 수 있는 가벼운 무게가 아니다! 엄청난 상위 존재의 표상이란 말이다.”
“훗, 자지 박으니 한없이 초라하게 사라지던데. 아! 네 자지로는 상상할 수 없겠지.”
“뭐?”
덜렁.
내 거대한 자지의 위용에 주변에 서있던 모든 여자들의 시선이 쏠렸다.
“그럴 리 없다! 그분은 절대자! 고작 그런 이유로 어이없이 사라질 힘이 아니란 말이야!”
하지만 내 뒤에 서있는 수많은 여성들의 몸이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어, 어떻게! 세! 세상에! 이게 현실일 리 없어!”
김재국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김재국, 말해라. 네가 모시는 녀석이 어디서 겁먹은 강아지처럼 숨고 있는지.”
“큭! 푸하하하하! 너는 지금 던전 100 개가 넘는 곳에서 쏟아진 몬스터들에게 포위당했다. 뭐? 겁먹은 강아지? 그건 지금 네가 처한 상황이야. 내가 왜 너 같은 녀석에게 그분이 계신 곳을 말해줘야 하지?”
“폰투스. 그 개새끼가 있는 곳을 말해. 어서. 나는 충분히 고생했으니 이제 쉬고 싶다.”
“쉬고 싶어? 크하하하, 죽음으로 쉬게 해 줄게. 거시기만 더럽게 큰 무식한 짐승아. 그리고 네가 죽으면 그분이 계신 곳을 묘지에 대고 말해주지.”
나는 씩 웃었다.
“그래? 그럼, 너는 폰투스가 어디 있는지 안다는 이야기네?”
“그렇다. 후후후, 왜? 위대하신 분께 총애를 받는 내게 질투심이 생기나?”
“네 꼬추를 봐라. 질투는커녕 불쌍해서 때리지도 못하겠네. 아! 바람 분다. 손으로 막아 날아가겠다.”
“이이이…!”
나는 인벤토리에서 특수 호출기를 하나 꺼냈다.
“왜? 지원 요청이라도 하시게? 크크크, 지금 지원을 부른다고 너희들이 죽기 전에 도착할 수 있을까?”
“음속의 수백 배를 뛰어넘는 속도로 날아올 수 있는 자라면 가능할지도 모르지.”
“뭐? 세상에 그런 사람이 어디 있어?”
“딱, 한 명 있다. 소름 끼치는 녀석이.”
취이이익!
나는 호출기의 버튼을 눌렀다.
“녀석의 위치를 알아냈다. 지원 바람. 적들에게 포위당해 당하기 일보직전. 어서 비밀병기를 보내라.”
“크하하! 무슨 비밀병기냐? 핵미사일? 마법으로 이곳에 제대로 조준도 못할걸?”
척!
그가 손을 들어 우리를 가리켰다.
“저들을 죽여라! 위대하신 분께 저항하는 자들이다! 저 뒤에 여자들은 모두 제물로 사용해라!”
크아아아아아!
캬이이이이익!
【Lv.56】【Lv.47】【Lv.69】【Lv.71】……….
위험해 보이는 괴수들도 엄청나게 많았다.
그중에서 가장 위험해 보이는 것들은.
크어어!
【Lv.87】【Lv.90】【Lv.85】【Lv.93】……….
바다 위에 떠있는 엄청난 크기의 괴수들.
씨 서펜트부터 용처럼 보이는 부유 생명체, 소름 끼치는 눈으로 우리를 내려다보는 기괴한 몬스터도 보였다.
그들의 면모는 하나, 하나가 세상의 종말을 알리는 악마의 형상을 띠고 있었다.
소름 끼치는 기운이 파도를 타고 물고기들을 폐사시켰다.
철컥!
그때 류수경이 걸어가 내 앞을 막았다.
“누나.”
“의뢰인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게 내 일이야. 물러나 있어.”
샤라락! 샤락!
류수경의 검을 타고 매화꽃잎 같은 검기들이 허공을 점했다.
크아아아!
“플레임 버스터!”
콰아아앙!
호염랑 천유하도 전력으로 몬스터들을 향해 공격을 쏟아부었다.
다른 히어로들도 사람들을 지키며 저항을 했지만 압도적인 물량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카르륵! 카륵!”
그때 김재국의 모습이 변하기 시작했다.
그의 등에는 상어 지느러미가 자라났고 머리에는 유니콘처럼 뿔이 자라났다.
맨들맨들한 피부에는 단단한 비늘들이 촘촘하게 올라왔다.
【Lv.89】
그 허접스러운 김재국이 류수경과 동급의 강자가 되어있었다.
도대체 폰투스라는 녀석은 어떤 녀석이길래 저런 엄청난 권능을 가지고 있는 거지?
챙! 쾅!
김재국의 검과 류숙경의 검이 부닥쳤다.
“큭!”
류수경이 한 발 뒤로 물러났다.
씩.
류수경이 밀리자 김재국이 비열하게 웃으며 그녀를 몰아붙였다.
채챙! 샤라락!
힘으로는 류수경을 압도하지만 기술은 그녀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 김재국은 안면에 상처가 생기고 말았다.
휘릭! 휘리릭!
류수경은 김재국의 육체가 강점인 것을 파악하고 그를 마음껏 요리하기 시작했다.
촤락!
“카아악! 이게! 죽어라! 엘프!”
샥!
그녀가 지나간 자리는 오직 매화꽃잎 검기만이 흩날릴 뿐 김재국의 공격은 단 한 번도 류수경의 신형을 맞추지 못했다.
“도망가지 마! 맞서 싸워!”
“전투 중에 어리광을 부리다니. 수치스럽군. 자결할 기회를 주겠다. 마지막 명예라도 지키거라.”
“뭐어어어어! 저 놈이나! 그 부인이나 내 화를 돋우는 데는 도가 텄구나!”
챙! 철크덕!
그때 류수경이 공격에 밀려 살짝 뒤로 나가떨어졌다.
‘왜 저 년이 약해졌지?’
“아, 아아아아아…!”
류수경의 얼굴이 터질 듯이 붉게 변했다.
“아아아아, 아직은 결혼을 하지 않았단 말이야….”
모기가 아사하기 직전의 소리처럼 작은 목소리로 말해서 그녀의 말을 제대로 들은 자는 한 명도 없었다.
“겨, 결혼이라니. 나는, 나는…!”
샤라락.
“아아아…!”
콰과과과광!
그녀의 머리에 엄청난 주마등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사랑해! 나랑="" 결혼해줘!="" 눈나♡=""/>
<네! 서방님♡="" 언제나="" 그="" 말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자기야! 애들="" 유치원="" 좀!=""/>
<어린이날에는 가족끼리="" 보내기로="" 했잖아♡="" 어서="" 빼♡="" 하으읏♡=""/>
<아이가 보일대를="" 수석="" 입학했어요!=""/>
<하하하! 우리="" 애가="" 최고야.=""/>
그리고 그녀의 머릿속에 그녀는 묘비 앞에 홀로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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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엘프라="" 슬프구나.=""/>
<왜?/>
<다시 혼자가="" 되어서.=""/>
<할머니, 울지="" 마.=""/>
그리고 얼마 후 수백 명의 증손자와 고조 손자가 그녀의 임종을 바라보고 있었다.
엘프의 피를 반을 물려받아 자신을 쏙 닮은 아이들 수백 명이 눈물을 머금으며 그녀를 보고 있었다.
<여보, 곧="" 보러="" 가요.=""/>
그녀가 눈을 감자 젊은 이성훈이 삼도천 위에서 하얀 요트를 몰고 다가왔다.
자신도 그와 함께 젊은 모습이었다.
<할멈. 드디어="" 왔구료.="" 배="" 위로="" 올라오시오.="" 내="" 황금="" 자지를="" 따뜻하게="" 데워두고="" 있었소.=""/>
<여보./>
<삼도천에서 뱃놀이나="" 합시다.=""/>
그리고 영원히 자신의 배 위에서 허리를 흔드는 망자 이성훈의 모습이 끝이었다.
“하아아아아!”
류수경이 자신의 걷잡을 수 없는 망상이 움직임을 둔하게 만들었다.
틈이다.
김재국은 목숨이 경각에 달할 때 빈틈을 보인 엘프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위대한 신이시여! 제게 다시 힘을 주소서!”
두근! 두근!
그러자 어디선가 강력한 심장박동 소리가 들렸다.
“으아아아아! 온다! 힘이!”
촤아아아악!
김재국의 등에서 열 개의 팔이 생성되었다.
열 개의 팔의 끝에는 손대신 작살이 들려 있었다.
검은 연기가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것이 끝에 독이 맺혀 있는 것이 분명했다.
“이제 그만 죽어라. 엘프.”
류수경은 차분하게 눈을 감은 상태로 김재국의 수십 개의 공격을 피하고 쳐냈다.
【Lv.90】
“이런! 누나는 대체 왜 중간에 틈을 보인 거야!”
이번 진화로 김재국은 한 단계 더 강해져서 90 레벨이었다.
분명, 저 독과 팔이 연관이 있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김재국의 기술이 더 좋아질 리 만무했다.
챙! 챙! 샤라락! 푹!
류수경의 검이 김재국의 눈을 찔렀다.
“더 강해졌군. 하지만 너는 네 육체에 적응하지 못했다.”
“크윽! 내 눈! 죽여 버린다!”
“너도 어둠 속에서 평생 살게 해 주마.”
챙! 챙! 쉬리릭!
세상에! 역시, 고수는 다르다.
자신보다 훨씬 강력한 상대를 눈앞에 두고도 두려움을 한 올도 보이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더 차분하게 상대를 공략하기 위해 한 단계, 한 단계 자신의 수를 준비하고 있었다.
콰광! 챙!
“죽어! 죽어! 죽어! 죽어!”
“공격이 더 엉성해졌군. 네 몸을 주체하지 못하나?”
촤르륵! 촤르륵!
김재국의 꼬리에도 검날이 생기기 시작했다.
【Lv.91】
세상에!
저렇게 높은 레벨에서는 1 레벨 차이도 엄청난 차이인데 91 레벨이라니.
엄청난 속도로 전투를 벌이는 둘을 보며 나는 호출기를 열심히 두들겼다.
“젠장! 왜 안 되는 거야! 진리의 눈! 어서 고쳐!”
현재 반대편 호출기를 들고 있는 자는 차원의 틈새에 갇혀있습니다.
뭐?
반대편 호출기는 분명 셀렉티오가 들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녀가 어딘가에 갇혀있다고?
그때였다.
쾅! 쿠아아아아아아앙! “
저 멀리 무언가 폭발하는 소리가 들렸다.
키엑!
몬스터들이 워낙 많았기에 외곽에 있던 몬스터들도 폭발에 휘말렸다.
부우우우웅!
하늘을 보니 폭격기가 비행하고 있었다.
폭격기의 출구가 내려가며 수십 명의 인원이 뛰어내렸다.
크아아아!
공중을 부유하는 괴수들이 그들을 노렸고 그 사이에서 날다람쥐 같은 플라잉 슈트를 입은 자가 고속으로 낙하하고 있었다.
팍!
그는 내 앞에 멋지게 착지하여 헬멧을 벗었다.
익숙한 얼굴이었다.
“보지키스?”
헬멧을 벗고 머리를 찰랑거리며 나를 돌아보는 그녀는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당신의 부랄 친구가 조금 늦을 거 같아서 급하게 출동했어요.”
쾅! 콰아아아앙!
폭격기에서 떨어진 소형 수소 폭탄이 수면에서 폭발하며 엄청난 수의 괴수들을 폭사시켰다.
“핵폭탄? 이미 국가도 눈치를 채고 있었던 것인가? 어째서? 우리 정치인들이 모를 수가 없는데!”
김재국이 인상을 쓰며 폭격기들을 바라보았다.
“미국인가? 그랜드 마스터 등급 히어로겠지. 더 룰러. 그 녀석의 작품이겠군. 으득!”
나는 보지키스의 손목을 잡고 히어로들이 있는 곳으로 왔다.
“저를 화이트홀이라고 불러주세요. 성훈 씨. 보지키스는 제가 허락한 남자만 부를 수 있답니다.”
콰광!
그녀의 뒤로 버섯구름 같은 새하얀 수증기가 올라왔다.
그아아아아아!
쾅! 위이이이잉! 펑!
거대 괴수들의 공격에 폭격기들이 검은 연기를 뿜으며 수면 위로 추락했다.
“적들의 대장이 어디 있죠?”
“그건 저 녀석이 알아.”
나는 김재국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엄청난 괴물이네요. 백매검화와 호각을 다투다니.”
“신체 능력만 보면 백매검화는 상대도 되지 않을걸. 저 녀석이 현재 육체에 적응하기 전에 제압해야 해. 젠장, 셀렉티오가 오지 않는다면 이게 다 무슨 소용이야.”
채챙! 푹!
“윽!”
내 걱정과는 다르게 류수경의 검은 김재국의 반대편 눈도 칼로 찔렀다.
“으아아아! 이게 뭐야! 앞이! 앞이 보이지 않아!”
“물 아기에게 보검을 쥐어줬군. 진궁을 잃은 여포가 딱 네 꼴이렸다. 이제 죽어라.”
그때였다.
꿈뻑! 꿈뻑! 꿈뻑!
김재국의 몸에서 수십 개의 눈이 생겨나며 그녀를 째려봤다.
“눈이 수십 개라면 수십 개 모두 찔러 주마.”
챙! 챙!
“응?”
푹!
“누나!”
김재국의 손이 류수경의 배를 찔렀다.
“눈이 여러 개라서 그런가? 네 움직임이 전부 보이는데? 크흐흐흐흐.”
류수경이 손을 저었다.
“오지 마….”
쾅! 챙그랑!
김재국이 다시 한번 공격을 했고 그녀는 멀리 날아갔다.
그녀의 검이 바닥에 볼품없이 굴렀다.
“누나!”
콰직!
나는 호출기를 들고 마구 손으로 내려쳤다.
치이이이익!
“셀렉티오! 시발! 신태희! 개년아! 왜 꼭 필요할 때는 안 나타나고 지랄이야! 빨리 와서 우릴 구해주란 말이야! 네 낭군님이 시발 적들한테 갈가리 찢겨 죽는 꼴을 보고 싶어? 네가 무슨 1등 히어로야! 그럴 거면 히어로 때려치워! 개년아!”
나는 거칠게 호출기에 외쳤다.
하지만 호출기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잘그락, 잘그락, 잘그락.
김재국이 류수경의 발목을 잡고 옷을 잡아 뜯고 있었다.
“크크크, 탐스럽군. 남자 맛은 본 적이 있나? 내가 천천히 가지고 놀다가 죽여주지.”
김재국의 눈이 탐욕스럽게 류수경의 나신을 훑어보았다.
“설마, 이렇게 예쁜데 처녀는 아니겠지?”
그 순간.
쩌저저저저적!
김재국의 옆에서 공간이 찢어지는 것이 보였다.
양쪽으로 찢어지고 있는 공간을 붉은 장갑을 낀 히어로 복장의 여인이 잡고 있었다.
그녀는 인상을 쓰며 찢어진 공간 밖으로 나왔다.
“으으으, 시끄러워.”
백금발의 미녀가 김재국의 옆에 살포시 부유하며 녀석의 어깨를 잡았다.
우직!
“끄아아악!”
까득!
“크에에에엑!”
와드드득!
“끼에에게!”
김재국의 몸에 머리를 제외한 모든 사지가 사라지는 데에는 1분도 걸리지 않았다.
“늦어서 미안해. 친구. 아스타로트 녀석 때문에 함정에 빠져있었거든.”
셀렉티오가 살짝 인상을 쓰며 말했다.
“시공간을 초월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야. 그런데 옆에서 그렇게 시끄럽게 호출기를 울리다니.”
“뭐? 호출기는 울리지 않았을 텐데.”
“뭐?”
“다른 차원에 있다고 호출기가 작동하지 않았어.”
저 녀석, 확실히 내 몸 어딘가에 도청장치를 심어놓았을 것이다.
아니면, 마법이라던가.
소름끼치는 스토커 새끼.
거의 전지전능에 가까운 시각으로 내 사생활을 전부 훔쳐보고 있었겠군.
다른 차원에서도 작동하는 감시 기구 혹은 마법이라니.
“흠, 흠! 나는 잘 작동하던데! 설명서를 잘 읽어 본거야?”
“아니.”
“내 그럴 줄 알았어! 그나저나 이것들은 뭐야.”
셀렉티오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수만, 아니, 수십만은 족히 될 몬스터들이 작은 암초 섬을 중심으로 가득 포위를 하고 있었다.
심지어 김재국은 죽이지도 않았어.
저 살인광이 눈앞의 괴수를 제압만 했다고?
저 녀석이 폰투스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우리들의 대화를 전부 엿들은 게 틀림없었다.
“일단, 수 좀 줄이고 시작할까.”
지지직! 지지직! 쟈그쟈그쟈쟈쟉!
그녀의 두 눈에서 붉은 안광이 무시무시하게 발광하기 시작했다.
마치 악마의 불과 번개가 딱 저런 모습으로 빛나지 않을까 싶었다.
“모두 엎드려!”
콰아아아아앙!
히어로들이 이 모습을 보고 사람들과 함께 엎드렸다.
촤아아아아아악! 파아아아아아악!
우리가 엎드리자 셀렉티오의 눈빛 광선이 사방을 돌며 원형으로 쏘아졌다.
단, 1초.
수십만의 몬스터가 수십 마리가 되는 순간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