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화 〉 최악의 히어로(4)
* * *
목욕탕에 빌런이 나타났지만, 목욕은 끝나지 않았다.
사람들은 전투의 소리로 셀렉티오와 아스타로트의 대화를 듣지 못했고 표면상으로는 나도 아스타로트의 정체를 모르기 때문이다.
물론, 진리의 눈으로 상황을 대충 파악은 하고 있지만.
하지만 이미 상태창으로 ‘절대악’이란 키워드를 보았다.
모르긴 몰라도 엄청난 거물일 것이 틀림없었다.
“괜찮으세요?”
“무슨 일이죠?”
“몰라요. 방금 수증기가 엄청나게 짙어지더니 뭔가 폭발음이 들렸는데.”
손님들은 처음엔 놀랐지만, 빠르게 평정을 되찾았다.
“무슨 일이지?”
“별 일 아니야. 목욕이나 마저 하자.”
“뭐?”
나는 셀렉티오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새꺄, 남자가 이 정도 사고에 깜짝 놀라냐. 그냥 목욕이나 해.”
셀렉티오는 내 허벅지 사이를 손으로 쓰다듬으며 샤워기로 씻겨주었다.
몇 분이 지나고 여자들과 정사를 마친 나는 물을 씻었다.
“이제 탕에 들어갈까?”
“그래.”
나와 셀렉티오는 탕에 들어갔다.
우리들을 중심으로 여자들이 둥글게 입욕했다.
“쳇, 귀찮네.”
여자들이 못 들은 척 목욕을 했다.
“저기, 섹스도 해줬는데 이제 그만 편하게 목욕 좀 하게 도와줄래?”
셀렉티오의 말에 사람들이 수긍하고 탕에서 나갔다.
나는 셀렉티오와 단 둘이서 넓은 탕을 독차지했다.
젠장, 이제 방심해서 발기를 하는 순간 죽어버린다.
“성훈.”
“응?”
“나는 외롭다.”
“뭐? 무슨 소리야?”
갑자기 외롭다니.
“정상의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은 언제나 외로운 법이야. 조금만 틈을 보이면 적군, 아군 구분하지 않고 나를 공격하지. 나를 끌어내리고 싶어 하는 것은 빌런만이 아니야.”
“그게 무슨 소리지?”
“정치인, 재벌, 언론, 히어로, 빌런. 모두 나를 두려워하는 만큼 나를 끌어내리려고 하지. 정말 치졸한 수를 쓰면서도 말이야.”
그런 외로움이구나.
나는 또 나를 덮치려고 수를 쓰는 줄 알았다.
“그러다 보니 나에게도 약점이 생겼다.”
“약점?”
“그래. 나는 가끔씩 정신적으로 불안하다.”
그건 이미 알고 있는데.
아니, 모르는 사람이 없던 거 같던데.
“나는 다중인격이다.”
“뭐?”
“엄청난 스트레스를 겪으며 수백 년을 살다 보니 그렇게 됐어.”
그녀는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진리의 눈이 말해주고 있었다.
저것은 명백히 거짓말이다.
“혹시 나중에라도 내 다른 인격이 나오면 너무 겁내지 말고 잘 대해주길 바라.”
“그래.”
“훗, 다행이군.”
“그나저나 세계 최강의 히어로가 그런 약점이 있다니. 정말 큰 일 아니야?”
“후후후, 그래도 나는 강하다. 장담하는데 세계 최강의 존재들이 전부 덤벼도 내가 이길 것이다. 내 정신력도 그만큼 강하지.”
딱히 그런 거 같아 보이진 않은데.
아까 대화가 맞았다면, 정신이 병들대로 병들어서 빌런에게도 휘둘리는 것 같았다.
“나를 이용해 먹으려는 녀석들 천지야.”
스르륵.
그녀가 일어났다.
물기가 묻은 그녀의 아름다운 나신에 감탄이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이제 일어나자.”
“응?”
“때 밀어야지.”
“뭐?”
“친구끼리 때를 미는 것은 당연하지. 온수로 몸도 불렸잖아.”
“어…, 당연하지.”
위기다.
시발, 저 몸의 때를 미는 데 어떻게 발기를 하지 않지?
위기를 넘어 위기가 다시 찾아왔다.
“왜 그러지?”
“아, 나는 때를 밀지 않는 주의라서.”
“더러운 새끼.”
“하하하, 어쩔 수 없지.”
“그럼, 내 때라도 밀어줘.”
셀렉티오가 세신 침상에 누웠다.
찌릿.
‘황금 자지. 발기 금지.’
나는 때타월을 들고 셀렉티오의 완벽한 몸매를 밀기 시작했다.
스슥.
때를 밀어도 때가 나오지 않았다.
그저 뽀얀 그녀의 속살만 눈에 아른거렸다.
‘으윽!’
굉장한 인내력과 집중력이 필요했다.
셀렉티오의 겨드랑이, 그녀의 가슴, 아랫배, 허리 그리고 허벅지 안쪽 까지.
슥슥.
식은땀을 흘리며 발기를 하지 않기 위해 집중했다.
레벨 업했습니다!
젠장, 얼마나 힘들었으면 경험치가 쌓여서 레벨이 올랐다.
유사 성행위만으로도 레벨이 오르다니.
웬만한, 성교 열 번을 한 번에 하는 집중력이 필요했다.
레벨 업 했습니다!
또다시 레벨 업을 했다.
“때가 나오지 않네. 그만 할까?”
셀렉티오는 조용히 눈을 감은 채 내 손길을 느꼈다.
“계속 밀어라.”
그녀는 오히려 몸을 뒤집고 고개를 돌렸다.
낮잠을 자듯 편하게 눈을 감고 있었지만, 만약 투시를 사용한다면 내 자지를 정면으로 쳐다보고 있을 것이었다.
셀렉티오는 투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역시, 내 황금 자지에 관심이 있군.
“고개 좀 돌려 봐.”
“싫다. 이게 편하다.”
“때 안 밀 거야? 설마 다른 특별한 이유라도 있어?”
“……….”
그제야 내 말을 듣고 고개를 반대 방향으로 돌렸다.
나는 일부러 그녀의 머리카락을 정리해주는 척 머리카락을 내쪽에 쌓았다.
이러면 내가 발기를 하더라도 보지 못하리라.
불끈!
내 자지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발기하고 있었다.
말랑. 말랑.
나는 셀렉티오의 몸을 더듬으며 느끼기 시작했다.
“하암.”
셀렉티오가 거친 호흡을 내쉬었다.
“아, 좀 졸리네. 나 눈 좀 붙일게. 천천히 밀어줘.”
“응.”
나야 고맙지.
슬쩍, 돌아서서 그녀의 얼굴을 보자 눈을 감고 있는 것이 보였다.
물론, 실눈을 뜬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나는 반대편에 있을 거니까 별 상관이 없었다.
문질. 문질.
나는 손으로 셀렉티오의 이곳저곳을 만지며 때를 밀었다.
“드러렁, 드르렁.”
셀렉티오가 작게 코를 골았다.
아마 히어로 활동을 하며 피곤했던 모양이다.
꿀꺽.
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말랑. 말랑.
나는 셀렉티오의 엉덩이를 쥐었다.
그리고 자지로 그녀의 몸을 비볐다.
그녀의 엉덩이를 만지자 이미 그녀의 보지는 물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아무리 보아도 그녀는 여자였다.
음탕한 년.
나는 그녀의 엉덩이를 쥐고 딸딸이를 치기 시작했다.
“으읏!”
뷰릇!
내 엄청난 양의 정액이 그녀의 몸을 덮었다.
“헉!”
나는 얼른 정액을 치우기 위해 손을 뻗었다.
“응?”
셀렉티오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것처럼 보였다.
좋은 꿈을 꾸나?
그때였다.
턱!
셀렉티오가 내 손목을 잡았다.
“이게 뭐야?”
“뭐?”
젠장.
이렇게 죽는 건가?
“그리고 당신은 누구죠?”
“예?”
나는 당황하여 되물었다.
“당신은 누군데 제 앞에서 옷을 벗고 있는 거죠? 앗! 나는 왜?!”
그녀가 발가벗은 몸을 손으로 가리며 말했다.
“그리고 이건….”
셀렉티오가 자신의 몸에 묻은 정액을 맛보았다.
“너무 맛있어요. 혹시 저와 당신이 그걸 한 걸까요?”
“그거요?”
“섹스요.”
“아, 그게….”
이미 내 정액을 뒤집어쓴 여인에게 그게 아니라고 하는 것도 웃긴 일이었다.
“그렇다고 볼 수 있죠.”
“그 말은 저와 당신이 사랑하는 사이라는 말씀이시죠?”
“아…, 그게….”
미치겠네.
“제가 가끔씩 정신을 잃을 때가 있어요. 뭐랄까…, 제 안의 다른 사람이 사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녀는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기억도 오락가락하고….”
“그런가요?”
“당신이 제 낭군님이 맞으시죠?”
셀렉티오가 내 손을 잡았다.
“아, 그게…, 아니….”
꽈아아악!
그때 엄청난 악력이 내 손목을 쥐었다.
진리의 눈이 발동합니다.
만약, 이대로 아니라고 한다면 셀렉티오는 자신의 흑역사와 함께 당신의 존재를 세상에서 지우려 할 것입니다.
“맞습니다. 우리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죠.”
“제 이름은 신태희예요. 낭군님의 이름은 뭐죠? 제 기억이 오락가락해서.”
“그게….”
순간 현타가 왔다.
미친 사이코 히어로에게 제대로 걸렸다.
이런 경우를 피하기 위해 며칠 동안 섹스도 하지 않고 겨우 버텼는데.
“이성훈이에요.”
“성훈. 너무 멋진 이름이에요.”
“고마워요.”
“낭군 님. 키스해주세요.”
“예.”
꽈악!
그때 내 손목을 잡은 신태희의 손이 다시 힘을 줬다.
“아내에게 존댓말은 하지 마세요.”
그런 섹스 판타지냐.
현모양처 소꿉놀이?
하지만, 지금 하는 걸 보니 오히려 나를 죽일 것만 같아서 두려웠다.
“그래. 사랑해. 자기야.”
그녀가 눈을 감고 입술을 내밀었다.
쪼옥.
우리의 혀가 얽히며 서로의 입을 오갔다.
쮸읍! 쮸읍! 쮸읍!
최고의 입술이야!
그동안 수백 명과 성교를 했지만, 이런 느낌은 처음이다!
나는 그녀의 입술, 아니, 하관을 삼킬 듯이 키스에 집중했다.
찔극.
내 손가락이 자연스럽게 그녀의 클리토리스를 간지럽혔다.
“아이, 여기는 다른 사람들이 보잖아요.”
“허억!”
신태희의 애교에 심장이 멎을 뻔했다.
미친, 남자처럼 굴어도 아름다웠던 여자가 애교를 살짝 부리자 엄동설한도 한순간에 녹일 듯 따듯하고 부드러웠다.
“그, 그렇지.”
나는 그녀의 허리를 쓰다듬었다.
“목욕도 했으니 같이 나가요.”
“그래.”
나는 그녀를 따라가다가 뒤를 돌아봤다.
“응?”
세신 침상 옆, 그러니까 그녀가 고개를 돌렸던 방향을 보았다.
그곳에는 커다란 거울이 절묘한 각도로 있었다.
만약, 그녀가 실눈을 뜨거나 눈꺼풀을 투시했다면 내가 셀렉티오의 엉덩이를 만지며 자위를 했던 것을 똑똑히 봤을 것이었다.
“흥~, 흥~, 흥~.”
하지만 오히려 신태희는 기분이 좋은 듯 콧노래를 불렀다.
“어서 오세요.”
그녀가 수건을 들고 내게 왔다.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내 몸을 닦아주며 콧노래를 부르는 그녀는 천상 선녀였다.
쪽!
나는 그녀의 이마에 나도 모르게 뽀뽀를 했다.
“아이, 참.”
헉!
또다시 심장이 위험했다.
그녀가 내 몸을 천천히 닦아주었다.
“어머!”
그녀가 우람하게 발기한 내 자지를 보며 깜짝 놀랐다.
“이게 뭐야?”
“자기를 보니까 나도 모르게.”
그녀가 아름답게 미소를 지으며 내 자지를 쓰다듬었다.
“이건 나중에.”
“으읏!”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에 아랫도리가 아팠다.
우리는 탈의실로 가 옷을 갈아입었다.
그녀가 락커를 열어 내게 옷을 입혀주었다.
이런, 삶이면 나쁘지 않은데?
박사가 내게 경고했던 미친 히어로는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지금처럼 변하기 전에는 정말 조금만 잘 못해도 목을 딸 거 같은 광인이었지만.
지금은 괜찮았다.
아니, 너무 행복했다.
그녀와 함께 옷을 갈아입었다.
“크흑.”
나는 살짝 눈물이 흘렀다.
“응? 울어요? 왜? 왜?”
신태희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돌봤다.
“너무 행복해서.”
이 세계 최고다.
“자기도 참. 바보.”
신태희도 옷을 갈아입었다.
셀렉티오가 내 여자가 되는 경험은 단, 몇 분 동안의 시간이었지만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었다.
“우리 나가서 맛있는 거라도 먹을까?”
“좋아요.”
내가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가려고 할 때.
“응?”
손가락에 화끈한 통증이 느껴졌다.
“뭐지?”
나는 벽을 받치던 손을 보았다.
“헉!”
내 검지 손가락이 사라져 있었다.
손가락이 잘린 붉은 단면만이 보일 뿐이었다.
“악! 이게 무슨 일이야?”
그때 신태희가 음흉하게 웃으며 내 상처를 보았다.
“낭군님이 의료술사니까 스스로 고쳐보는 게 어때요?”
“뭐?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물론, 다중인격은 거짓말이지만 그녀의 계획상 신태희의 인격은 방금 목욕탕에서 처음 만난 건데.
그때 신태희의 얼굴이 살짝 구겨졌다.
위기! 위기! 위기! 목숨이 위험합니다!
진리의 눈이 긴급상황을 알렸다.
그녀가 우물쭈물하며 눈빛이 싸늘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알겠지. 우리 영혼은 연결되어 있으니까.”
“호호호, 그래요…. 우리 영혼은 연결이 되어 있으니까. 사랑하는 사이.”
당금 목욕을 하고 몸을 닦았는데 등이 식은땀으로 다시 젖었다.
“그런데 내 손가락은 어디 있지?”
“예? 저야 모르죠.”
그녀는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위잉.
진리의 눈이 손가락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헉!”
진리의 눈이 무언가 투시를 하여 내게 보여주었다.
내 손가락은 신태희의 바지 안에 있었다.
정확히는 팬티 속.
그 안에 내 손가락이 보였다.
엄청난 속도로군.
바로 눈앞에서 손가락을 가져갔는데 전혀 눈치를 채지 못 했어.
“왜요? 왜 그런 눈으로 보시죠?”
그녀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기 시작합니다.
“자기가 너무 예뻐서 순간 넋을 잃었지 뭐야.”
“뭐요? 호호호! 정말 자기도!”
미친.
잊고 있었다.
상대는 세계관 최고의 사이코패스라는 것을.
“어서 가요. 맛있는 거 먹겠다면서요.”
나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았다.
살려줘.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