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자가귀한 세계의 절대자-5화 (5/117)

〈 5화 〉 차악의 히어로(2)

* * *

“으윽!”

나는 내 눈을 손으로 누르며 고통을 눌렀다.

진리의 눈이 권능을 발휘하자 엄청난 안압에 두통을 느낀 것이다.

숙련도가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무슨 일이죠?”

“검사기 앞에 가니까 두통이 생겼어요.”

“종종 있는 일이에요. 이 안에는 엄청나게 복잡하고 다양한 기운이 있어요. 그 중 상극이 있을 확률이 높죠. 당장 저도 불쾌한 감정과 편안한 느낌이 동시에 들고 있어요.”

나는 잘 걷지 못하는 척 주춤주춤 검사기 옆으로 갔다.

그리고 진리의 눈이 표시한 검사기의 밸브를 몰래 열었다.

“아, 저게 뭐지?”

내 말에 저 멀리 하늘에서 구름이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십이천 중 일인이자 히어로 랭킹 2위인 십성법사 김도정 님이세요.”

어제 오기로 한 그 히어로인 모양이다.

그나저나 히어로 랭킹 2위라니.

엄청난 거물이로군.

나는 사람들이 김도정의 출현을 구경하는 것을 미끼로 다시 진리의 눈이 표시하는 몇 개의 장치를 조작했다.

“뭐하세요?”

“아, 현기증이 나서 잠깐 걸터앉았습니다.”

“빨리 끝내야겠네요. 이렇게 거부반응이 심하다니. 검사는 가능할까요?”

여기서 빼면 나중에 또다시 검사를 하려고 하겠지.

차라리 지금 하는 것이 좋아.

“예, 가능할 거 같아요.”

다행히 권능 검사기의 조작을 미리 해놨다.

진리의 눈으로 보건데 이 기계는 너무나 복잡하고 정교해서 전문가를 제외하면 이 기계를 함부로 건들 수 없었다.

저기 있는 박선아도 이 기계를 전문으로 다루는 사람이 아니기에 고칠 수는 없을 것이다.

“안녕하신가. 고향 친구.”

십성법사 김도정이 이곳으로 걸어왔다.

하얗고 긴 수염에 각진 얼굴.

고급스런 기풍이 느껴지는 걸음걸이.

마치 판타지 소설 속 대마도사를 보는 것만 같았다.

나는 그의 손을 잡고 악수를 했다.

띡­!

­ ­ ­

이름: 김도정

직업: 대마도사

레벨: 97

권능: 현자의 눈(S)

상태: 마나중독, 관절염, 먹이포착……….

………

­ ­ ­

내가 그의 손을 잡자 그에 대한 정보가 눈앞에 주르륵 떴다.

“호오.”

김도정이 나를 보고 감탄을 했다.

그의 눈이 불에 타듯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권능 【현자의 눈(S)】이 진리의 눈의 소유자를 탐색합니다.

­【진리의 눈(SS)】이 현자의 눈(S)을 제압합니다.

세상에 S급 권능을 제압하는 SS급 권능이라니.

심지어 나는 레벨이 3이었다.

­【진리의 눈】이 당신의 정체를 숨깁니다.

“흠, 신의(??) 권능이라. 의술은 뛰어나면 좋지. 하지만 주인공 감은 아니야. 그저 뒤에서 다른 이들을 지원해주는 권능이지. 아주 잘 성장해도 십이천 최하위…, 그것도 후보 중에서는 낮은 등급이겠군. 쯧!”

그가 실망하듯이 입맛을 다셨다.

나는 진리의 눈이 보여준 그의 심리상태를 보았다.

­ ­ ­

김도정의 심리상태:

1. 자신이 흡수할 인간 약재를 찾는 중. 당신은 영약으로 만들기에 부족한 인간이라고 판단했습니다.

2. 그는 자신의 수명을 늘리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할 것입니다.

­ ­ ­

“귀한 약재가 오나 했더니.”

“예?”

“아닐세…. 좋은 권능을 가졌군. 사람을 살리는 능력이라서 그런가.”

‘주인의 목숨도 구했군.’

김도정은 눈을 얇게 뜨며 생각했다.

‘시발, 죽을 뻔했다. 그것도 약재로 쓰여서 잡아먹힐 뻔 했어.’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미소를 지었다.

“자, 이제 권능을 검사할까요?”

박선아가 내 팔을 잡고 기계로 걸어갔다.

기계에는 한 사람이 들어갈 만한 쇠로 된 방이 있었다.

나는 세 평이 조금 넘는 실내에 들어가 여러 기구를 몸에 부착했다.

“건강에는 무해한 거니까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예. 어떤 식으로 검사를 하게 되죠?”

“이 기계가 당신의 권능의 종류와 등급을 알려줄 거예요. 아까 십성법사 김도정 님이 당신의 권능이 신의라는 걸 알려줬으니 사실 검사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요.”

“그, 그렇죠.”

나는 식은땀을 흘렸다.

혹시라도 저 기계가 제대로 작동하는 건 아니겠지?

그렇다면, 나는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었다.

저 대한민국 랭킹 2위 히어로가 나를 약으로 먹으려고 할 것이다.

“당신의 아우라를 확인할 거예요.”

“아우라요?”

“예. 권능을 각성한 사람들은 총 열 개의 등급으로 아우라를 나누죠. 아우라의 색으로 당신의 수준을 알 수 있어요.”

“제가 그걸 알 수 있을 까요?”

“여기요.”

박선아가 아우라의 등급을 나타내는 책자를 내게 보여주었다.

무황녹자적청흑백은금.

아우라의 등급이었다.

가장 낮은 등급은 색깔이 없는 무색 아우라.

무언가 일렁이는 느낌만 보이는 것이었다.

그 후 황색, 녹색, 자주색, 적색, 청색, 흑색, 백색, 은색, 금색 순으로 보였다.

“아우라의 색깔과 그 크기 그리고 밝기 등으로 사람의 권능 등급을 알 수 있죠. 열심히 노력하면 일평생 한두 단계를 올릴 수 있어도 사실 권능이란 게 타고나는 게 90%라 마법이나 무공과 달리 성장이 힘들어요.”

그때 뒤에 있던 대마도사 김도정이 우리를 보았다.

“죽도록 노력해야 평생 한 단계다. 두 단계를 올린 자는 백 년에 한 두 명 정도밖에 나오지 않아. 그래서 타고난 권능이 중요한 거지. 고작 마법이나 무공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절대적인 힘이야.”

흠, 아무래도 이 세계는 타고난 권능으로 사람이 나뉘는 모양이다.

내 아우라는?

보나 마나 황금색이겠지.

나는 내 상태창을 보았다.

­【진리의 눈】이 당신의 궁금증을 해결해줍니다.

스르륵.

상태창에 새로운 내용이 올라왔다.

­ ­ ­

아우라: 황금빛­ 최상등급

­ ­ ­

‘젠장!’

이러면, 무조건 김도정의 뱃속행이다.

취익!

그녀가 방에서 나가고 철로 된 문이 닫혔다.

“억! 왜 닫아요!”

“검사를 어서 해야죠. 빨리 끝내고 밥이나 먹으러 가죠. 오늘 스케줄은 이걸로 끝이니까 술도 한 잔 할까요? 성훈 씨 이곳으로 오고 술 마신 적 없죠?”

“예.”

“나는 요즘 먹는 약이 있어서 술은 안 되네.”

김도정의 말에 내 등에 소름이 확 올라왔다.

그 약의 정체를 보지 않아도 알 거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가 기계를 이상하게 조작해 놨으니 이상한 정보가 뜨거나 기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리라.

“후! 할 수 있어.”

뚝!

권능 검사기 내부 방의 불이 꺼졌다.

강화 유리로 된 창으로 밖에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삑­! 위이이잉!

유클리드 초감각 권능 검사기가 작동했다.

방 안이 알 수 없는 형형색색의 조명들이 켜지며 내 몸을 투사했다.

­검사 시작.

연기를 내뿜는 무언가가 벽에서 튀어나와 내 몸을 살핀다.

­기직! 푸슉! 푸슉!

그때 기계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에너지 역류…, 검사 속행…, 최대한 빨리 일을….

기계에서 나온 정령으로 보이는 연기가 내 몸 안에 들어가기 위해 용썼다.

­피융….

그때 권능 검사기의 전원이 꺼졌다.

“응? 이게 왜 이러지?”

밖에서 박선아가 기계의 모니터를 두들기며 인상을 썼다.

“기계가 고장이 났나? 이거 엄청 비싼 건데.”

그녀가 권능 검사기 이곳저곳을 보았지만, 특수한 교육을 받은 전문가가 아니라면 권능 검사기는 다룰 수 없었다.

그때였다.

“내가 보도록 하지.”

김도정이 권능 검사기를 보기 시작했다.

그의 눈이 황금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현자의 눈으로 기계를 보는 것이다.

“흠, 간단한 문제로군.”

그가 기계를 고치려고 한다.

‘젠장! 어떻게 다른 수가 없나. 진리의 눈! 아까처럼 현자의 눈을 제압할 수 없어?’

­당신의 스킬 숙려도가 부족합니다. 상대가 너무 멀리 있습니다.

젠장, 이대로 죽게 생겼다.

나는 스킬을 보았다.

유려한 거짓말을 보았다.

E급 스킬인 유려한 거짓말은 상대를 속이는 스킬이었다.

‘S 포인트를 사용. 스킬 등급을 S로 올린다. 모든 것을 속일 수 있는 스킬로.’

­S포인트가 부족합니다.

당연했다.

S포인트:105

어제부터 죽도록 섹스를 하고 업적을 깨며 모은 포인트는 한 줌도 되지 않았다.

105의 포인트로 승부를 봐야 한다.

“아!”

순간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어쩌면, 이 순간이 내게 절대자의 권능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알려준 운명적인 기회일지도 몰랐다.

“제약과 조건. 그게 포인트다.”

나는 스킬창을 열었다.

‘스킬 유려한 거짓말의 효과를 제안한다. 10년에 단 한 번만 사용할 수 있음. 대신 그 효과는 절대적이다.’

­쓸데없는 절대 거짓말(B)로 업그레이드에 S포인트가 1만 필요합니다.

‘제약을 더한다. 단, 5분 동안만 효과를 발휘한다.’

­쓸데없는 절대 거짓말(C) 7천 S포인트가 필요합니다.

‘제약을 더한다. 무엇이든 속이는 것을 같은 공간에 있는 인간 종족으로 조정. 확률은 100%가 아닌 98퍼센트로 변경한다.’

­쓸데없는 절대 거짓말(E) 속성 변경에 103포인트가 듭니다.

‘됐다!’

포인트는 ‘절대’였다.

어떤 존재는 ‘무조건’, ‘절대’라는 수식어는 그 자체로 엄청난 조건이었다.

하지만 나는 엄청난 존재에게, 엄청난 거짓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100퍼센트를 지키는 건 엄청난 제약이 필요했다.

‘절대’, ‘100퍼센트’ 바로 이런 수식어만 현실적으로 바꾸어도 S포인트가 수십 분의 일로 줄어들었다.

“다 고쳤다!”

그때 밖에서 김도정의 목소리가 들렸다.

“우와! 역시 현자의 눈의 대마도사세요.”

“하하하, 나의 현자의 눈이라면 이 정도야 기본이지.”

나는 가소롭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어디 S급 스킬 주제에 감히 절대자 권능자 앞에서 깝치는 거야.’

내 시선을 느낀 김도정이 뭔가 불쾌하다는 듯 표정을 지었다.

아마도 오랜만에 느껴보는 느낌 때문일 것이다.

바로 남이 자신을 깔보는 느낌.

나는 흡족한 얼굴로 박선아를 보았다.

“어서 검사 시작합니다.”

내 자신만만한 목소리가 검사실 안에 울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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