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5화 〉 얀데레에서 퐁퐁녀가 된 홍유리(1)
* * *
“시원아. 유리 누나랑 즐거운 시간 보내. 그리고 홍유리.”
유정이 누나가 유리 누나를 부르자, 유리 누나가 차가운 얼굴로 유정이 누나를 바라본다.
“평소에도 그렇게 좀 입고 다니지. 잘 어울린다.”
생각지도 못한 유정이 누나의 칭찬에 유리누나가 새침한 얼굴로 고개를 돌린다.
“시원이 데려다 주고 올게. 집 잘 보고 있어. 시원아, 가자.”
“네. 유리 누나.”
그렇게 하이힐을 신고 또각또각 걷는 유리 누나를 따라 천천히 형준이네 집 밖으로 나왔다.
“시원아, 타.”
유리 누나가 검은색 포르쉐를를 가리킨다.
“응. 누나.”
포르쉐에 타자 유리 누나가 운전을 하기 시작한다.
“시원아, 잘 지냈지?”
“응. 누나. 누나도 잘 지냈죠?”
이제야 어색하게 서로 인사를 한다.
“잘 지냈냐고?”
유리누나가 새침한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지금 그런 말이 나와? 그동안 왜 내 연락 안 받은 건데?”
사실 일부러 유리 누나의 연락을 피한 건 아니다.
요즘 들어 낮에는 설화, 세경이, 유비를 만나면서 데이트 하고 밤에는 밀프 노예인 한효린과 니카를 만나서 조교 하느라 정신없이 바빴다.
하지만 사실대로 말했다가는 안 그래도 얀데레인 유리 누나에게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
거기다 자동차 핸들은 유리누나 손에 있다.
“그거야....... 누나가 생각해 보면 알거 아니에요.”
“뭐? 그게 무슨 말인데? 내가 생각해 보면 알다니. 속 시원하게 얘기해 봐. 너 혹시 나한테 화난 거 있어? 아니면 내 연락 못 받을 이유라도 있는 거야?”
유리 누나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일단 유리 누나에게 책임을 넘기는 단계로 넘어갔다.
“누나 저한테 그렇게 관심이 없어요? 역시..... 누나는 그냥 나한테 관심이 있는 척만 했던 거야. 그럴 줄 알았다니까요.”
다음 단계인 면박주기.
그러면 유리누나는........
“시원아. 그런 게 아니라. 진짜 생각이 안 나서 그래. 내가 시원이한테 무슨 잘 못을 했기에, 내 연락을 피했던 건데?”
역시 원래 살던 세계의 남자처럼 단순하구나.
몰아붙이니까 내 잘 못이 오히려 그녀의 잘 못이 된다.
“아, 진짜. 누나가 무슨 잘 못을 했는지 내 입으로 꼭 말해야겠어요? 집에 갈래요. 데려다 주세요.”
“시, 시원아! 누나가 잘 못 했어.”
“잘 못이요? 누나가 무슨 잘 못을 했는데요?”
“그, 그러니까. 그건 잘 모르겠는데. 하여간 누나가 다 잘 못했어."
“누나........ 그렇게 얼버무리면서 넘어가려고 하지 마요. 누나 저 집에다 데려다 줘요. 그리고 이제 연락하지 말아요.”
유리 누나가 다급해져서 나에게 잘못을 빌기 시작한다.
“시원아. 그게 무슨 말이니. 오랜만에 만났는데. 집에 간다니? 누나가 시원이랑 가고 싶어서 좋은 곳 예약 해 뒀단 말이야. 누나가 잘 못했어. 다시는 안 그럴게.”
“다시는 안 그래요? 뭘 다시는 안 그런다는 건데요?”
“시원이한테 왜 답장 안하냐고 안 따질게. 내가 잘 못 해서 시원이가 화나서 그런 건데 내가 내 생각만 했나 봐. 그러니까 집에 가지 마. 응?”
하아.......
남녀가 역전된 세상에 오니까 정말 여자 다루기가 너무 쉽다.
아무리 머리가 똑똑하고 인기가 많은 유리 누나라고 해도.
지금 그녀의 뇌는 원래 살던 세계의 남자들처럼 보지가 뇌에 박혀 있다.
그러다 보니 이성적인 판단이 되지 않는다.
물론 남녀역전 세계의 멸치 같은 좆을 가진 다른 남자라면 유리 누나는 차가운 얼음공주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유리 누나는 내 크고 굵은 물건에 미쳐있다.
다른 남자와 섹스 해 봤자 만족 될 수 없다.
나에게만 그녀가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그걸 사랑에 빠졌다고 착각하고 있다.
“누나가 뭘 잘 못했는지 제대로 말하면 집에 안 갈게요.”
“시, 시원아........”
유리 누나가 초조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누나 어디로 운전하는 건데요. 저희 집은 반대 방향이거든요. 집에 가서 밀린 무한 도전 봐야 하니까 빨리 데려다 주세요.”
“무한 도전?”
사실 유리 누나의 자존심에 타격을 주기 위해서 한 말이다.
생방송도 아니고 언제든지 볼 수 있는 무한도전 재방송에 밀리다니.
치욕적이다.
하지만 그녀의 자존심이 무너지면 무너질수록 더욱 더 나에게 끌려온다.
평소에는 언제나 갑인 유리 누나였지만, 한 번 자존심이 무너지자 처량할 정도의 을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시원아. 그러지 말고...... 화 풀어. 응? 누나가 잘 할게. 시원이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아니면 선물 사 줄까? 요즘 구찌 팔찌가 괜찮다던데. 우리 시원이 팔찌 없네? 누나랑 하나 사자. 시원 왕자님. 지금 명품샵으로 바로 모시겠습니다~”
유리누나도 어디서 듣기는 했나 보다.
남자들이 화나면 명품으로 꼬시면 화가 풀어진다고.
하지만 그건 일반적인 남녀역전 세계의 남자들 얘기다.
“됐어요. 명품은 무슨. 내가 누나한테 명품 선물이나 원하는 그런 싸구려 남자인 줄 알아요?”
밀당은 중요하다.
유리 누나에게 바라는 건 물질적인 게 아니라 누나의 마음이라는 걸 보여줘야 어장 속 물고기가 달아나지 않는다.
“미, 미안해. 시원아. 우리 시원이는 그런 남자들이랑은 다른데...... 누나가 잘 못했어. 응? 진짜....... 우리 시원이를 그런 골드디거 같은 남자로 오해한 건 아니야. 시원아......”
“됐고요. 집에 데려다 주라고요. 자꾸 이상한 곳으로 데려가지 말고요. 누나 지금 저 데리고 어디가려고 했어요?”
“푸, 풀빌라. 거기 시설 완전 좋데. 진짜 나 시원이랑 가고 싶어서 한 달 전부터 예약 걸어놨다니까.”
“아. 진짜. 누나는. 저 보면 그거 밖에 생각 안나요? 누나는 나를 몰로 보는 거예요?”
“아니야. 시원아..... 취소할게. 지금 당장 취소. 시원아 누나는 그냥 시원이랑 수영도 하고 즐거운 시간 보내고 싶어서 그런 거지. 야한 생각해서 그런 거 아니야. 아 진짜 미치겠네......... 시원아. 차라리 나를 한 대 때려. 응? 내가 맞을게. 그러니까 나 한 대 때리고 제발 화 풀어주면 안 돼?”
역시 남녀역전 세계의 여자들은 단순하구나.
남녀역전 세계의 여자들에게 도저히 남자의 머릿속은 절대로 풀 수 없는 미로와 같다.
그러니까 차라리 물리적으로 자책을 하며 이 사태를 해결 하려 한다.
“마지막 기회에요. 누나. 제가 왜 누나 연락을 피하고 안 받았는지, 말해요. 누나도 알고 있잖아요.”
사실 나도 모른다.
그냥 바빠서 연락 못 받은 건데.
하지만 그렇게 차갑고 똑똑하던 유리 누나가 정신 못 차리고 헤롱거리며 안절부절 하는 모습을 언제 또 보겠어?
더군다나 지금 보니 유리 누나는 너무 귀엽고 섹시하다.
놓치고 싶지 않은 반짝거리는 수집품이다.
하지만 유리누나는 얀데레에 가까울 정도로 집착이 심하다.
지금 기를 죽여 놓지 않으면, 앞으로 만나기 힘들어진다.
유리누나를 가지기 위해서는 내 앞에서는 고양이 앞에 쥐가 될 정도로 기죽은 퐁퐁녀로 만들어 놔야 한다.
그래야 그녀를 컨트롤하기 쉬워진다.
덜덜덜덜~!
유리 누나의 다리가 심하게 떨린다.
혹시라도 차일까봐 마음 졸이며 긴장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유리 누나가 내 눈치를 보며 어렵게 말을 꺼낸다.
“시원아. 너..... 혹시 내가 아직 지원이랑 헤어지지 않아서 그런 거니? 시원아, 그건........”
음.
이정도쯤이면 가장 이성적인 대답이다.
“하아........”
깊게 한 숨을 내쉬는 척 하며 고개를 창문 쪽으로 돌린다.
“시원아. 미, 미안해. 정말 내가 잘 못 했어. 내가 지원이랑 헤어지지 못하는 건,”
“됐어요. 누나. 그만 말해요.”
마치 나도 누나를 정말 좋아하지만, 누나에게는 약혼남이 있어서 어쩔 수 없다는 듯 아련한 여운을 준다.
말이 없어진 유리 누나.
그렇게 우리 집으로 운전을 하던 유리 누나가 갑자기 차를 세운다.
끼익~!
차를 세운 유리 누나의 얼굴에 살짝 눈물 자국이 있다.
아마 오늘이 마지막이 될까 봐 감정이 울컥해서 눈물을 흘렸었나 보다.
“시원아. 정말 염치없지만. 나, 시원이 없이는 살 수 없어. 그리고........”
내가 조용히 유리 누나를 올려 보자.
유리 누나가 내 손을 꼬옥 쥔다.
“그리고 지금 당장은 헤어질 수 없지만, 시원이한테 약속 할게. 지원이랑 끝내겠다고. 시원아. 조금만 기다려 주면 정말. 헤어질게. 지원이랑. 시원아...... 알잖아. 내 마음속에는 시원이 밖에 없어.”
음. 사실 지금 여러 여자들을 관리하는 입장에서 유리 누나가 지원이라는 녀석과 헤어지고 나한테만 너무 매달려도 피곤해진다.
이쯤에서 용서해 줄까?
사실 유리 누나의 아름답고 요염한 모습을 보니까, 달아올라서 나도 더 이상 참기 어려워지고 있다.
“누나...... 알겠어요. 하아........ 저도 누나 사정 아니까. 헤어지라고 말 못하고 있었던 거예요. 하지만 알잖아요. 좋아하는 여자가 다른 남자랑 만나는 걸 보는 게.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지.”
“시원아..... 내가 미안해. 정말 미안해.”
유리 누나가 그렇게 말하며 내 품에 꼬옥 안겨 온다.
출렁출렁~
탱글탱글~
유리 누나의 육덕진 젖가슴이 내 가슴에 꼬옥 와 닿는다.
하으...... 진짜 미치겠다.
이제 참을 만큼 참았다.
나는 유리누나를 품속에서 살짝 밀어내며 귀에 대고 속삭였다.
“누나, 누나가 저한테 정말 미안하면. 오늘 밤 누나 내가 하라는 대로 다 할 수 있어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