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5화 〉 형준이 어머니의 은밀한 초대(1)
* * *
얘들이 사람 부담스럽게 생일선물까지 준비했네.
이러니까 한 번 대주지도 않으면서 이용만 해 먹는 게 조금 미안해지잖아.
“으응. 너 PS5는 있다고 해서.......”
쇼핑백을 열어보니 들어 있는 건, PS5와 함께 가장 잘 나가는 게임기 XBOX 시리즈 X였다.
70만원은 하는 차세대 게임기.
이건 시은이와 하은이같은 서민 대학생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금액이다.
“얘들아, 이거 나 못 받아. 이거 너무 비싼 거잖아. 가서 환불 해! 알았지?”
시은이와 하은이가 건넨 쇼핑백을 돌려주려하자, 시은이가 내 손을 잡으며 말린다.
“시원아! 아니야. 부담 갖지 마. 정말 그냥 그 예약구매 운 좋게 당첨되어서 거저 주운거야. 그치 하은아!”
“어, 어! 맞아. 진짜 우리 이거 사는 거 하나도 안 힘들었어. 시은이랑 나랑 그냥 운동 삼아 배민 알바 좀 뛰고. 예구도 운 좋게 스무 번 만에 당첨 됐다니까!”
아이고........ 진짜.
저번에 게임 좋아한다는 걸 기억해서, 내 생일날 맞춰서 무리하게 게임기 까지 준비한 시은이와 하은이.
그래, 이미 산 걸 돌려주는 것 보다는 그냥 기쁘게 받고.
대신에 제대로 한 턱 쏘는 게 나을 것 같다.
“알겠어. 시은아. 하은아. 잘 받을게! 안 그래도 이거 정말 갖고 싶었는데. 예구 하기가 워낙 힘들어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진짜 고맙다!!! 대신에 오늘 점심은 내가 제대로 쏠 테니까. 나가자. 너희 해산물 좋아하지? 학교 앞에 킹크랩 전문점 가자.”
“키, 킹크랩!!!!”
학교 구내식당을 고집하던 하은이도 킹크랩 앞에서는 저절로 침이 질질 흐른다.
엑스박스 엑스 정도면 킹크랩 정도는 먹여줘야 등가교환의 원칙이 성립하지.
“아, 아니야. 시원아! 우린 괜찮아. 구, 구내식당에서 개맛살 나온데!”
시은이도 말은 괜찮다고 하지만, 이미 눈에 초점은 없다.
개맛살을 킹크랩에 비교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뇌가 우동으로 변했다는 증거다.
그런 그녀들의 손을 잡고는 일으켜 세운다.
역시나 전혀 저항 없이 나에게 끌려온다.
“가자. 킹크랩 먹으로! 더 이상 거절하면 나 화낸다!”
“시, 시원이가 화내면 안 되니까. 가, 가자. 시은아.”
하은이가 입에서 흘러내리는 침을 닦으며 시은이를 바라본다.
“그, 그럴까! 아, 난 구내식당 카, 카레가 더 맛있는데. 하지만 시원이가 킹크랩 먹고 싶다니까, 어쩔 수 없이 가야겠네.”
시은이가 영혼 없는 말투로 체면치레를 하며 나를 따라 나선다.
* * * * *
“세 분 이세요? 지금 테이블 자리 없는데.......”
거만해 보이는 바다황제 식당 남자 직원이 우리를 보며 시큰둥하게 반응한다.
돈이 안 되는 대학생들.
8,000원 짜리 알뜰 점심 메뉴나 시킬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거만한 직원을 비웃듯 하은이가 당당하게 말한다.
“아, 진짜. 무슨 식당이 이래. 사람 보자마자 테이블 없다고 하고. 테이블 없으면 VIP룸 주면 되잖아요.”
“네? VIP실요?”
식당 남자 직원이 하은이를 보며 거만하게 말한다.
“VIP실은 정식 메뉴 이상 시켜야 이용 가능하거든요. 알뜰 메뉴는 테이블에서만........”
“잠시만요.”
그때 식당 직원을 말을 끊는 시은이.
그리고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당당하게 말한다.
“그러면 VIP 룸에서 킹크랩 시키는 건 되죠?”
“네에~!!! 킹크랩이요!?”
거만하던 식당 직원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안돼요? 사장님이 된다고 했는데. 킹크랩 한 5kg 정도만 먹으려 했는데, 사장님이 잘 못 말했나 보다. 다른데 가자, 애들아.”
킹크랩 5kg.
시가 500,000원 이상의 대박 손님이다.
카운터에 앉아있던 여자 사장이 쪼르르 달려 나온다.
“아이고, 손님. 당연히 돼죠! 이리 오세요. 이리........”
사장님의 반응에 하은이가 거만하던 남자 직원을 바라보며 사장에게 한 마디 한다.
“이분이 저희 같은 사람들은 안 된다고 하던데요?”
여자 사장이 거만하던 남자직원을 매섭게 째려보자, 거만하던 직원은 어쩔 줄 몰라하며 고개를 푹 숙인다.
“세진씨. 손님. 어서 VIP방으로 안내해 드려. 좀 귀엽다고 오냐오냐 해 줬더니......... 가게 다 말아먹게 생겼네. 오늘 업무 끝나고 따로 교육 좀 합시다.”
“사, 사장님. 저, 오늘 일 끝나고 여자친구랑 데이트가.......”
“그건 세진씨 사정이고. 아니면 일을 잘 하던가!”
할 말이 없어진 거만하던 남자직원이 우울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네....... 사장님.”
그리고 거만하던 직원은 언제 그랬냐는 듯 공손하게 우리를 VIP 룸으로 안내 했다.
“그럼 좋은 시간 되세요.......”
킹크랩으로 참교육당한 직원이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 나간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지는 스끼다시들.
역시 비싼 킹크랩을 시켜서인지 스끼다시도 한 가득 나온다.
“우와! 이건 멍개, 해삼! 거기다가 산낚지까지 서비스로 나오다니. 역시 킹크랩 클라스는 어마어마 하구나!”
하은이가 신나서 소리친다.
“야! 그럼 우리가 시킨 금액만 50만원이 넘는데, 이 정도는 나와야지.”
시은이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며 나를 바라본다.
“고마워, 시원아. 너는 진짜 다른 남자애들이랑은 다른 것 같아. 다른 남자애들은 여자한테 이렇게 비싼 음식 절대 안 사는데. 항상 받아먹기만 하지.”
“진짜. 시원아. 시원이처럼 잘생긴 것도 아니고 못생긴 애들도 아무리 잘 해줘도 우리한테 커피 한 잔 안 사는데........ 앞으로 누가 시원이 뒷담화 하기만 해 봐! 내가 다 까 버릴거야. 진짜! 이렇게 착한 시원이를...... 잘 알지도 못하고, 싸가지 없는 년들이. 진짜!”
킹크랩 한 번으로 충성스러운 노예......
아, 아니. 친구.
시은이와 하은이를 얻었다.
하긴 원래 세계로 생각하면, 과에서 섹시하고 예뻐서 누구나 탐내는 여자 동기가 생일 선물 줬다고 킹크랩으로 보답한 셈이니.
반하지 않을 남자가 어디 있겠는가.
거기다가 원래 예쁘고 섹시하면.
아니 남역 세계에서는 잘 생기고 섹시하면, 작은 호의도 대단하게 보인다.
“에이 그러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야지. 친구들끼리. 그런데 학교에서 누가 나를 안 좋게 보는 여자애들이 있어?”
눈치를 보며 머뭇거리는 하은이 대신 시은이가 말해준다.
“응. 시원아. 별건 아니고. 여자애들이 그렇지 뭐. 너랑 친해지고 싶은데, 워낙 시원이가 바쁘니까 시원이한테 카톡 읽씹 당한 애들이 괜히 무시당한다고 생각하나 봐. 그런 거 있잖아. 시원이는 아닌데, 자기들은 어장관리 당한다고 생각하는 애들도 좀 있고........”
아........
그리고 보니 관리하는 밀프랑 예쁜 여자들이 많다보니까, 평범하게 생긴 학교 동기애들까지는 소월하게 되었다.
시은이랑 하은이 그리고 채영 교수 정도만 있어도 학교에서 귀찮은 일은 대부분 해결 가능하니까.
그런데 다른 애들 생각에는 내가 걔네들을 무시한다고 생각하나 보다.
아예 읽지도 않은 동기들의 카톡이나, 읽어보니 별거 아니여서 읽씹한 카톡이 많기는 하다.
그런데 그건 나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카톡 프로필 얼굴보고 안 꼴리면 관심이 안 갈 수밖에.
내 몸이 열 개도 아니고.
그런데 여자애들은 그런 걸 어장 관리 당한다고 생각하나 보네?
“하지만 걱정 마, 나랑 하은이는 우리 시원이가 얼마나 착한지 다 아니까.”
그렇게 말하며 시은이가 부담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으응, 고맙다 시은아, 하은아.”
재빨리 시은이의 부담스러운 눈빛을 튕겨내며 하은이를 바라본다.
내 눈빛을 받자 좋아서인지 부끄러워서인지 얼굴이 빨개진 하은이.
그리고 시은이는 풀 죽어 보인다.
그냥 시은이 눈빛이 부담스러워서 하은이를 본 건데.
시은이와 하은이는 좋은 친구지만, 친구 그 이상의 관계는 절대 되고 싶지 않다.
“아, 그런데 시원아. 사실 준비한 선물이 하나 더 있는데.......”
하은이가 그렇게 말하자, 시은이가 가방 속에서 USB를 하나 꺼낸다.
“이거, 시은이가 시원이 생각하면서 어렵게 모은 자료래.”
“응? 진짜? 이게 뭔데?”
눈치를 보며 시은이가 나에게 가까이 다가오라고 손짓한다.
사람도 우리 밖에 없는 VIP 룸인데...... 왜 그러지?
귀를 가져다 되자, 시은이가 작게 속삭인다.
“으응. 이거 저번에 시원이가 한 말이 생각나서 그냥 시간 날 때 마다 하나씩 모아 본 거야.......”
이렇게 말하니까 더 궁금하잖아!
“집에 가서 아무도 없을 때 봐. 그...... 여자 위주로 나오는 제페니즈 야스 동영상.”
엇! 이럴 수가!
갑자기 흥미가 확 생긴다.
사실 시은이와 하은이가 사 준 엑스박스 시리즈 엑스보다 지금 이 선물이 나에게는 훨씬 소중하다. 게임기야 돈만 있으면 살 수 있지만, 남녀역전 세계에서 섹시하고 요염한 여자가 야스 당하는 AV 찾는 건 그야말로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고마워, 시은아! 집에 가서 시은이 생각하면서 볼게!”
“어! 으응!!!”
자기를 생각하면서 야동을 보다니.
흥분해서 빨개진 얼굴로 고개를 숙이는 시은이.
모르긴 몰라도 지금 시은이의 유두는 단단하고 민감해 졌을 것이다.
“손님, 킹크랩 서빙 해 드리겠습니다.”
시은이 하은이와 스끼다시를 먹으며 얘기를 하다 보니 드디어 메인인 킹크랩이 준비되었다.
크고 화려한, 그리고 영롱하게 빛나는 해산물의 왕!
킹크랩!
절로 박수가 나올 정도로 맛있게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른다.
“와! 킹크랩이다!”
“살면서 실물은 처음 영접해 봐!”
킹크랩님을 영접한 시은이와 하은이의 입에서 감탄사가 연발한다.
하긴 나도 킹크랩을 부폐가 아닌 곳에서 영접하는 건 처음이다.
꿀꺽~!
저절로 침이 넘어간다.
그런데.......
드디어 킹크랩을 한 입 뜯으려는 순간!
요란하게 울리는 카톡 소리.
카톡! 카톡!
그리고 카톡을 확인하는 순간.
“얘, 얘들아! 미안한데, 나 지금 어디 급하게 가 봐야 할 것 같아!!”
나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