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7화 〉 싸가지 없는 유설화 홀려서 노예 만들기(2)
* * *
세경이와 키스를 하며 곁눈질로 유설화를 바라본다.
달콤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나와 세경이와는 반대로.
열정적으로 키스를 하고 있는 우리를 바라보는 유설화의 눈빛에는 질투심이 가득하다.
한효린 밑에서 부유하게 자라 언제나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었던 유설화.
이 날 유설화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지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누군가의 것을 빼앗고 싶은 깊은 충동에 사로잡혀, 심장이 주체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뛰기 시작한 것이다.
* * * * *
“자~ 마시자 마셔! 밤 새 마시는 거야!”
기분이 좋아진 세경이가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또 술잔을 들어 올린다.
하지만 유설화가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며 거부한다.
“아니야. 이제 밤도 깊었고, 술도 많이 마신 것 같은데. 그만 마시자.”
“어? 설화양. 너 설마 벌써 취한거얏? 술 잘 마신다면서! 설화 별거 아니넨. 에헤헤.”
사실 지금 취한 건 세경이 밖에 없어 보이는데?
술에 취해서 꼬부랑거리는 말투로 세경이가 유설화를 자극한다.
“아니. 그건 아니고, 그냥 좀 피곤해서.......”
보아하니 유설화는 남자친구도 없이 나와 세경이 커플 사이에 껴 있는 게 그냥 불편해서 자리를 피하려는 것 같다.
하지만.......
다 잡은 먹잇감을 그냥 보낼 순 없지.
“그래 설화야. 우리가 언제 또 이렇게 모이겠어? 졸리면 잠깐 화장실 가서 세수라도 하고 와.”
“아, 아니야. 나..... 갈래. 괜히 너희 둘 오붓하게 시간 보내는데 방해만 하는 것 같고.”
설화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하지만 나는 이미 유설화의 약점을 알고 있다.
“설화야.”
유설화를 날카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힘을 주어 말한다.
“가서 씻고 와. 나는 설화랑 술 더 마시고 싶으니까.”
“으응. 그래. 설화야앙....... 하후.....”
세경이가 드디어 술기운이 올라와 뻗기 일보직전인지, 머리를 내 품에 기대어 온다.
세경이를 품에 안은 채, 유설하를 유혹하는 매혹적인 눈빛으로 바라보는 남자.
유설화가 원하는 나쁜 남자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잠시 고민하던 유설화.
그녀가 마음을 정한다.
“아, 알겠어. 그럼 잠깐만 씻고 올게.”
유설화가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을 향해 걸어간다.
“설화야. 2층은 화장실 물 잘 안나오더라. 1층으로 가.”
“으응......”
슬리퍼를 신은 유설화가 2층에서 1층으로 내려간다.
그리고.......
“음냐..... 시원아앙. 나... 딱 10분만 잘게......”
풀썩~!
타이밍 좋게 술에 약한 세경이도 새근새근 잠에 빠져 든다.
벌떡!
세경이를 안아서 2층 소파위에 고이 올려주고.
저벅저벅저벅......!
천천히.......
먹잇감을 사냥하게 위해.
1층 화장실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 했다.
* * *
1층으로 다 내려갔을 때 쯤.
“꺄아아앗!!!! 세면대가 왜 이래!!!”
예상했던 대로 깜짝 놀란 설화의 목소리가 들린다.
사실 2층 화장실이 고장 났다고 거짓말하고 설화를 1층 화장실로 내려 보낸 건 다 계획이 있어서다.
세면대의 물이 사방으로 튀도록 미리 작업을 해 놓았다.
유설화는 남녀역전 세계의 여자가 아니다.
당연히 성욕만을 자극하는 방법으로는 쉽게 꼬실 수 없다.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설화야!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화장실로 달려가서 문을 쿵쿵 두드렸다.
“으응! 별거 아닌데, 세면대 물이 다 튀어서 옷이 흠뻑 젖어 버렸어. 혹시 세경이 있어?”
“정말? 아, 이걸 어쩌지. 세경이는 지금 술에 취해서 완전 뻗었는데? 세경이는 왜?”
“아...... 세경이한테 옷 좀 빌릴까 해서. 그런데 없으면 됐어. 어차피 윗층인데 그냥 젖은 채로 가지 뭐.”
“아니야. 잠깐만 기다려. 내가 세경이 옷 가져다줄게. 안 그래도 세경이 뻗어서 나 술 마실 사람도 없는데, 너 마저 가면 안 돼지. 잠시만 기다려.”
“알았어. 그럼......”
“아, 그런데...... 너 지금 옷 다 젖었지?”
“응. 왜?”
“그러면 젖은 옷 벗어서 나 줘. 내가 건조기에 넣어서 말려 줄게. 금방 마를 거야.”
“뭐!?? 옷을 벗어서 주라고?”
유설화가 당황한 목소리로 머뭇거린다.
“응. 왜? 빨리 줘.”
“야. 이상한 말 하지 말고 빨리 세경이 옷이나 가져와.”
유설화가 이번에는 단호하게 거절을 한다.
하긴 지금 옷을 벗어서 나에게 주면, 속옷만 입은 채 화장실에 있어야 한다.
부끄럽겠지.
하지만....... 유설화의 약점을 이용해 본다.
“너 젖은 옷 오래 입고 있으면, 아무리 여름이라도 감기 걸려. 빨리 줘.”
“돼, 됐다니까.”
“야! 유설화. 빨리 주라면 줘. 얼른!”
강하게 유설화를 압박하자, 역시나 유설화가 망설이기 시작한다.
“열 세기 전까지 얼른 옷 벗어서 밖으로 던져. 안 그러면 나 화낸다! 하나, 둘, 셋......”
망설이는 여자는 타임리밋으로 정복한다.
후다닥!!
유설화가 급하게 옷을 벗는 소리가 들린다.
“여, 여기!!!!”
문을 열고 재빨리 옷을 문 앞에 놓고는 다시 화장실 문을 잠근 유설화.
싸가지 없지만, 제법 귀여운 구석이 있다.
가지런히 접은 유설화의 후드티와 청바지.
킁킁.......
냄새를 맡아본다.
유설화의 몸에서 나는 상큼한 냄새가 그녀의 옷에서도 똑같이 난다.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유설화만의 고급스러운 향기.
잠시 후........
유설화가 기다리고 있는 화장실 문을 두드린다.
쿵! 쿵!
“설화야 갈아입을 옷 가져왔어. 문 열어 봐.”
“알겠어.......”
유설화가 잠금을 풀고 살짝 화장실 문을 열고 손을 내민다.
“여기로 줘.”
하얗고 고운 유설화의 손.
성큼성큼 다가가서.......
당연하게도.
살짝 열린 화장실 문을 붙잡고 그대로 있는 힘껏 당긴다.
물론 유설화가 갈아입을 옷 따위는 가져오지 않았으니까.
벌컥~!
문이 열리자 당황한 유설화가 토끼 같이 눈을 크게 뜨고 화장실 구석으로 물러선다.
무슨 일이 생긴 건지 당황한 모양이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지는 유설화의 청순하면서 요염한 모습.
그야말로 신비롭고 압도적인 미모.
정말 경국지색으로 타고난 여자는 메이크업 한 모습보다, 생얼이 아름답다더니.
지금 세수를 해서 화장을 지운 유설화의 모습이 딱 그러하다.
백옥같이 하얀 피부에 사슴같이 큰 눈.
아름다운 흑요석처럼 빛나는 그녀의 검은 눈동자와 마주치는 순간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흘러나온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건.
핑크색 브라자와 팬티를 입은 유설화의 눈처럼 하얀 모델 같은 몸매 때문이다.
비너스의 환생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만큼.
완벽하게 균형 잡힌 몸매.
C컵은 되어 보이는 탱탱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
호리병처럼 이어지는 골반과 풍만하고 탄력 있어 보이는 엉덩이.
쭈욱 매끄럽게 뻗은 다리까지.
단순히 섹시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귀엽고 청순하기까지 하다.
* * *
“시원아.......”
속옷만 입고 있는 모습이 그대로 적나라하게 나에게 보여지자.
유설화가 수치심에 떨며 손으로 그녀의 풍만한 젖가슴을 가린다.
그리고 그 수치심에 떨며 야한 부위를 가리는 모습이 더 나를 달아오르게 만든다.
“아무리 찾아도 설화한테 맞는 세경이 옷은 없어서, 그냥 이대로 같이 술 마시는 게 어때?”
유설화가 점점 더 자신에게 다가오는 나를 보며, 몸을 비비꼬며 부끄러워서 얼굴을 붉힌다.
“그건, 싫어. 그러니까 나가주면 안 될까?”
“왜? 설마 여자가 속옷만 입은 모습 남자한테 좀 보여 진다고 부끄러워서 그러는 거야?”
사실 남녀가 역전된 세계에서 여자가 속옷만 입고 남자와 술을 마시는 건 흔히 있는 일이다. 오히려 몸매가 좋은 여자들은 자신의 몸매를 남자에게 들어내고 싶어서 안달이다.
남자들도 몸매 좋은 여자를 보면 꼴리는 경우가 생기고, 그럼 쉽게 따 먹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유설화는 남녀가 역전되지 않은 세계에서 온 여자.
당연히 지금 상황이 수치스럽고 불편하다.
“싫으니까. 나가라고! 이, 변태 같은 새끼야!”
표독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는 유설화.
보통 남자라면 여기에서 그녀의 기세에 꺾이겠지만.
나는 다르다.
시크하게 유설화를 바라보며 웃는다.
“싫은데?”
“오, 오지 마! 더 가까이 오면 소리 지를 거야!”
유설화가 가녀린 새처럼 부들부들 떨며 반항을 해 본다.
“설화야. 그래 봤자 귀엽기만 하니까. 그만 순결한 척 하고. 좀 솔직해져 봐. 너.....”
유설화의 아름다운 얼굴을 향해 손을 내밀어 그녀의 작은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아까 세경이랑 나랑 키스 할 때 우리 쳐다봤지? 부러운 눈빛으로?”
여전히 경계심을 풀지 않은 채, 나를 쏘아보는 유설화.
“내, 내가 왜! 더럽게 하이에나 같은 것들끼리 키스하는 걸 왜 봐! 너희 따위가 아무리 내 앞에서 키스하고 사랑한다고 속삭여봤자. 돈도 없어서 차나 얻어 타고 다니고, 호텔이나 빌붙는 새끼들이랑 나랑은 등급이 달라! 알아? 바캉스 온 김에 심심해서 좀 놀아줬더니. 내가 우습니?!!”
사실 가까이서 본 그녀의 눈빛 속에는 외로움과 질투심이 가득하다.
친구도 없고 애인도 없다.
말은 날카로운 가시처럼 내뱉고 있지만 그녀의 속마음은 나와 세경이가 질투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
“그래? 그럼 할 수 없네.......”
“할 수 없다니? 왜? 위협이라고 하려고? 그럼 가만히 있을 줄 알아!”
유설화가 그녀의 얼굴을 만지던 내 손을 탁! 쳐내며 암캐같이 표독스런 표정으로 나를 본다. 나는 그런 그녀를 향해 카리스마 있게 살짝 웃으며 그녀의 입을 막고 벽으로 밀어 붙인다. 그리고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인다.
“거짓말 하는 아이한테는 벌을 줘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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