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화 〉 세경이와 바닷가로 여름휴가(3)
* * *
“뭐? 걔가 여자 홀리게 생겼어? 푸훗.”
설화의 남자를 깔보는 웃음.
씨발. 도도한 년 같으니라고.
꼭 내 앞에 무릎 꿇고 제발 박아주라고 사정하게 만들어 주고 싶다.
자신을 아래로 보는 년을 따먹고 싶은 건 남자의 본능인가 보다.
유설화야 나를 깔보든 말든 나에게 푹 빠진 세경이.
반짝이는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며, 팔짱을 낀다.
부비부비~!
세경이가 꽉 끼는 배꼽티 속 탱탱한 젖가슴으로 내 옆구리를 슬쩍 비빈다.
부드러우면서 탱탱한 느낌.
거기다가 상쾌한 비누냄새까지.
자연스럽게 팬타 안에서 잠자던 자지가 발딱 발기한다.
“미안해 시원아. 의심해서. 아직 시원이 여자 친구도 아닌데.”
의심한 게 미안한지 젖가슴을 비비며 애교를 부리는 세경이.
젖가슴 공격에 화를 낼 수가 없다.
“뭐. 그럴 수도 있지. 괜찮아. 세경아.”
“고마워 시원아. 우리 시원이는 다른 남자들과는 다르게 참 마음도 넓어.”
마음이 넓다고?
하긴 남녀가 역전된 세계의 드라마를 보니, 이 세계의 남자들은 진짜 마음이 밴댕이 같다.
여자가 조금만 약속 시간에 늦어도 삐지고.
같이 걷다가 다른 남자만 흘낏 봐도 질투하고.
“그나저나 부럽다. 대학교 생활. 나도 대학교 생활 해보고 싶었는데.”
세경이가 부러운 눈빛으로 나와 설화를 바라본다.
하긴, 대학교 캠퍼스에 대한 낭만이 없는 20대는 없으니까.
졸업하자마자 집안 사정 때문에 피트니스 센터에 취업해서 생활전선에 뛰어든 세경이.
세경이에게는 그저 대학교 생활을 마음껏 누리는 나와 설화가 부러울 뿐이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세경이를 포근하게 안아주는데, 한효린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한다.
“출발하자. 너무 늦으면 차 막히니까.”
다정하게 안고 있는 나와 세경이를 바라보는 한효린의 눈빛에 질투가 가득하다.
“알았어. 네비만 켜고.”
딸칵!
[다음 목적지 까지 직진 500M]
유설화가 네비를 키고 시동을 건다.
부우우웅!
힘찬 소리를 내며 출발하는 벤츠 SUV.
그렇게 나와 세경이. 한효린과 유설화까지 불안한 여름 바닷가로의 여행이 시작됐다.
* * * * *
“하암~ 이렇게 아무 말 없이 가니까, 지루하다. 그쳐. 선생님?”
한효린이 고속도로 밖 풍경을 바라보며 말한다.
내 품에 안겨 꾸벅꾸벅 졸고 있던 세경이가, 몽롱한 목소리로 말한다.
“네? 아. 네네.”
차를 얻어 타고 가는 중이라, 편안한 뒷자리에서 염치없이 졸고 있었다고는 말 못한다
“그러면 선생님. 어떻게 우리 시원씨 만나게 됐는지 얘기 좀 해주세요.”
“시원이랑 저랑 어떻게 만났냐고요?”
“네. 선생님. 원래 남의 연애 얘기 듣는 게 시간도 잘 가고 재미있잖아요.”
“피. 연애는 무슨. 키 작고 오크 같은 남자들만 있는 세상에.”
중간에 유설화가 끼어들어 훼방을 놓았지만, 세경이는 개의치 않는다.
“연애 얘기요···”
연애라는 말에 세경이가 고개를 숙이고 미소 짓는다.
‘시원이랑 나랑 연애. 남들 눈에는 시원이랑 나랑 연애하는 걸로 보이는 구나.’
사실 세경이는 시원이만 ok하면 언제든 시원이의 여자 친구가 될 준비가 되어있다.
다만 시원이의 의사를 모를 뿐이다.
보통 남자들은 아무 부담 없이 다 수의 여자를 만날 수 있는 퀄팅을 즐긴다.
이제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썸타는 사이에, 시원이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역시나 ‘연애’ 라는 말은 세경이를 미소 짓게 만든다.
“아, 저랑 시원이는요. 원래 고등학교 때 같은 반이었거든요.”
“어머. 같은 반이었어요? 그럼 그 때부터 서로 좋아한 거예요?”
“그건 아니고요. 그 때 시원이는 지금이랑 180도 달랐거든요. 부끄러움도 많이 타고.”
“그 나이 때 남자들이 다 그렇죠. 그래서 언제부터 가까워지기 시작한 거예요?”
세경이가 내 손을 부드럽게 잡으며 말한다.
“우연히 지하철에서 만났는데, 시원이가 예전이랑 다르게 성격이 시원시원하게 변해서···”
“그래서요?”
“제가 먼저 작업 걸었죠. 시원이처럼 잘생긴 애가 성격도 좋은데. 흔치 않잖아요.”
“시원씨가 매력이 있죠. 다른 남자들과는 다른.”
그렇게 말하며 나를 요염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한효린.
세경이가 고개를 갸웃 거리며 한효린을 바라본다.
“시원이가 다른 남자들과 다른 매력이 있다고요? 그걸 회원님이 어떻게 아세요?”
역시 이 세계에서도 여자의 직감은 남다르구나.
하지만 한효린은 역시 능구렁이 같이 능숙하다
얼굴색 하나 안 바뀌고 능청스럽게 거짓말을 한다.
“아니요. 그래 보인다고요. 요즘 남자들 같이 않게, 선이 굵고 관능적이잖아요.”
“아~ 네. 맞아요. 저는 예쁘장하게 생긴 남자들보다, 시원이 같은 스타일이 끌리더라고요.”
“어머. 저도 그런데. 우리 선생님. 남자보는 눈이 있다. 설화야. 너도 남자 고를 거면 시원씨 같은 남자를 골라. 얼굴 예쁘장한 거 다 필요 없다. 나이 들면, 고운 얼굴 다 늙어. 그저··· 시원씨 같이 밤에 매력적인 남자가.”
너무 직설적으로 말하다 그녀를 보는 세경이와 설화의 눈빛이 묘하다는 걸 깨달은 한효린.
말을 돌린다.
“시원씨같이 관능적인 얼굴이 늙지도 않고, 밤에는 시크하기까지 해서 매력적이라니까.”
“그렇죠? 우리 시원이 밤에 보면. 정신 못 차릴 정도로 더 빠져든다니까요.”
세경이가 그 후로도 팔불출처럼 내 자랑을 하기 시작한다.
“글쎄, 효린 회원님. 시원이가 저희 첫 데이트 때. 꽃을 한 가득 사 왔다니까요.”
“꽃을요? 여자도 아니고. 남자가 여자한테 꽃을 줬어요?”
“네. 어디 그 뿐인 줄 알아요? 이 목걸이.”
세경이가 목에 걸고 있는 반짝이는 불독 팬던트를 자랑스럽게 내 보인다.
“이것도 우리 시원이가 첫 데이트 때 선물로 준 거예요.”
마치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보물처럼 불독 팬던트를 쓰다듬는 세경이.
“꽃에. 목걸이까지······· 이 세계에도 그런 남자가 있었나.”
운전을 하던 유설화마저 부러운 듯 작은 목소리로 혼잣말을 한다.
사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러운 일이다.
남녀역전 세계로 빙의된 지 얼마 안 되어서 원래 세계의 남자처럼 행동한 것이다.
그래도 그 일 덕분에 세경이에게 나는 더 특별한 남자로 기억에 남았나 보다.
“정말. 시원씨 정성이 대단했네요. 부럽다.”
한효린이 그렇게 말하며 세경이를 향해 미소 짓는다.
“그런데. 시원씨는 그렇다 치고. 세경씨는 시원씨한테 무슨 선물 해 줬어요?”
선물이라는 말에 세경이가 당황한다.
사실 고작 스무 살.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아서 대학교도 가지 않고 바로 취업한 세경이.
그녀가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비싼 선물은 무리다.
그리고 눈치로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파고드는 한효린.
“남자가 꽃다발이랑 목걸이를 줬는데. 세경씨는 다이아몬드 반지라도 하나 해 줬어요?”
고개를 푸욱 숙이고 죄인처럼 말이 없는 세경이.
그녀를 대신해서 내가 나선다.
“에이. 남자가 무슨 다이아몬드 반지에요. 거추장스럽게.”
세경이를 감싸주자 한효린이 마음에 안 든다는 듯 말을 이어서 한다.
“왜요? 다이아몬드 싫어하는 남자가 세상에 어디 있다고. 나라면···”
요염한 눈빛으로 먹이를 노리는 하이에나처럼 나를 바라보는 한효린.
“시원씨 정도로 괜찮은 남자면, 다이아몬든 반지에. 스포츠카 한 대 쯤은 이미 줬을 텐데.”
말투를 보아하니 재력을 이용해 의도적으로 세경이를 깎아내리고 있다.
“그거야 설화 어머님은 나이가 있잖아요. 우리 세경이는 이제 고작 스무 살이고.”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나이 공격.
한효린의 이마에 핏줄이 서고 입술이 부르르 떨린다.
“그리고 이번 여행. 우리 세경이가 저를 위해 다 준비해 줬거든요. 고마워. 세경아.”
다정하게 말하며 세경이의 뺨에 살짝 뽀뽀를 한다.
유설화는 운전을 하면서도, 다정한 말투에 귀를 쫑긋 거리며 설레 한다.
그리고 한효린은 최대한 티를 안내려 질투가 나서 못 견뎌하는 얼굴이다.
“시원아··· 나야 말로 고마워. 가진 것도 없는 나를 슈터로 받아줘서.”
점점 더 가까워지는 세경이의 붉고 반짝이는 루비 같은 입술.
세경이의 반짝이는 눈동자와 눈처럼 하얀 얼굴을 보며 그녀의 입술을 덮쳐 가는데···
질투심에 불탄 한효린이 그만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지른다.
“설, 설화야! 우리 저기 휴게소에서 쉬었다 가자!”
일부러 소리를 질러 나와 세경이의 키스를 방해한 한효린.
세경이와 나도 분위기가 깨지자 무안해 진다.
“아이씨. 엄마.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 시끄럽게.”
역시 싸가지 없는 유설화.
그녀가 한효린에게 핀잔을 주며 휴게소에 차를 세운다.
사람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으쓱한 곳에 위치한 휴게소.
진짜 한효린은 눈도 좋네.
어떻게 이런 곳을 다 발견한 거지?
매점은 없어도 화장실은 있어 보인다.
마침 오줌이 마려웠던 참이라, 차 문을 열며 말한다.
“저. 화장실 좀 갔다 올게요.”
“응. 그래. 시원아.”
세경이가 키스를 하지 못 했지만 설렜는지 입술에 손을 가져다 되며 말한다.
덜컹!
차 문을 열고 구석진 곳에 위치한 남자 화장실로 향한다.
사람은 없지만 지어진지 얼마 안 된 곳인지 시설은 깨끗하다.
쏴아아!
시원하게 오줌을 싸며 생각에 잠긴다.
‘오늘따라 세경이가 더 예뻐 보이네.’
청순한 사슴 같은 큰 눈동자와 뽀얀 피부.
세경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진다.
그렇게 세경이를 상상하며 미소 짓는데.
갑자기 등 뒤에서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