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1화 〉 도도한 유설화(6)
* * *
“그래, 그건 나도 킹정이다. 진짜. 하아······· 씨발, 어제도 한 번 싸려고 야동을 다섯 편이나 봤더니 존나 피곤하다.”
“미친년아. 무슨 자위한 번 하는데, 야동을 다섯 편이나 봐? 조루인 주제에.”
“씨발. 조루는 너고. 이제 야동을 너무 자주 봐서 그런지, 평범한 야동으로는 느낌이 안 와. 잘 꼴리지도 않고. 뭐, 쌔끈한 야동 좀 추천해줘 봐. 언니가 요즘 죽겠다. 진짜.”
“그래? 그러면 너 그거 봤냐?”
"뭐? 또 어떤 변태같은 야동을 추천하려고?”
“야, 진짜 너 그거 안 봤으면 말을 마라! 너 시미켄 오빠 알지? 하얗고 개꼴리게 생긴 AV배우.”
“당연하지, 시미켄 모르면 간첩이지. 장난 하냐?”
“그래. 그 시미켄 오빠가 나오는 건데, 글쎄. 무려 1 대 100!”
“뭐! 1 대 100?”
“어, 그것도 그냥 무지성 야스 하는 게 아니라, 시미켄 오빠를 하얀색 와이셔츠 하나만 입힌 채, 공원에 풀어두고. 그 공원에 섹스에 굶주린 미씨들을 100명 풀어 놓는 거야. 그래서 시미켄 오빠가 미씨 아줌마들한테 잡힐 때마다 집단 성추행 당한 다는 내용인데. 진짜 개꼴······”
그때 갑자기 시은이 뒤에서 들려오는 낯익은 목소리.
“응? 무슨 얘기를 그렇게 재미있게 하는데? 시은아? 나도 좀 같이 듣자.”
깜짝 놀란 시은이가 뒤를 돌아보자 그 곳에는 오늘 따라 더 요염하고 섹시해 보이는 유시원이 웃으며 서 있었다.
* * * * *
“시, 시원아!”
나를 발견한 시은이가 깜짝 놀라서 뒷걸음질 치다가.
우당탕탕.
앉아있던 의자에서 그만 떨어지고 말았다.
아니 뭐 집단 성추행 당하는 야동 얘기 좀 하다가 들켰다고 왜 이렇게 놀라?
실제로 성추행 당하는 것도 아니고, 야동이야 어차피 다 짜고 치는 고스톱인데.
더군다나 보지 발랄한 20살 나이에 그런 야동 보는 건 당연 한 거지.
하지만 여기서 내가 또 모른 척 해 주어야 애들이 당황 안 하겠지.
“야, 시은아. 무슨 영화 얘기를 했기에 그렇게 놀라? 뭐 100 대 1로 싸우는 무협 영화 얘기 아니었어? 아, 그런데 요즘 중국 무협 영화들은 전부 와이어 달아서 날아다니고, 엉성한 3D로 도배나 해서 영 재미없더라.”
“그, 그치? 나도 재미없다는데, 자꾸 하은이가 추천해서.”
“내, 내가?!”
깜짝 놀라서 자리에서 일어난 하은이.
하지만 시은이가 눈치를 주며 옆구리를 팔꿈치로 쿡! 찌르자 얼른 임기응변으로 대화를 이어 나간다.
“어, 어! 그렇지. 내가 추천했지. 야! 원래 따꺼 형님들의 영화는 재미로 보는 게 아니야. 의리로 보는 거지! 강호의 도리는 지켜야 할 것 아니야!”
으음, 강호의 도리라!
강호의 도리를 지키고 싶으면, 아까 시은이가 말한 야동 품번이나 알려주지.
1 대 100으로 미씨들한테 따먹힌다니, 재미있을 것 같은데.
“그나저나 유설화는 왜 아직도 안 온데? 우리 술자리의 꽃 시원이도 벌써 왔는데 말이야. 하여간 왕따 당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니까. 어떻게? 내가 전화라도 해볼까?”
그렇게 말하며 전화를 걸기 위해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하은이.
하지만 그런 하은이를 시은이가 만류한다.
“에이, 설화가 늦고 싶어서 늦겠냐. 이유가 있겠지. 우리끼리 먼저 한 잔 하면서 기다리자. 괜찮지. 시원아?”
“어? 응. 그래그래. 기본 안주랑 소주, 맥주 먼저 시키자. 아주머니 바쁘신 것 같으니까, 내가 메뉴판 가져 올게.”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시은이가 하은이 귀에 대고 속삭인다.
“야, 너 미쳤냐? 설화한테 전화를 왜 해? 설화 안 오면 오히려 좋지. 귀찮게 술 먹여서 먼저 보낼 필요도 없잖아. 시원이랑 너랑 나, 이렇게 셋이서 술 마실 기회가 어디 흔해?”
“아. 맞다. 맞네. 씨발, 하여간 이런 일에는 머리 잘 돌아간다니까. 랄 할 때도 좀 이렇게 머리 좀 굴려봐라. 트롤 짓 좀 그만하고.”
“미친. 트롤은 네가 하지 내가 하냐? 씨발 어제도 네가 용 먹자고만 안 했어도, 우리팀이 이기는 거 아니야? 괜히 용 먹다가 타워 다 털리고. 아 진짜.”
“미친년아. 그거는 용 먹을 타이밍 이었거든? 그 때 마스터리 년만 가서 막았어도 우리가 용 먹고 타워도 다 막는 건데. 하여간, 마스터리, 이 씨발년.”
잘해도 못해도 언제나 욕먹는 마스터리.
“얘들아. 우리 안주는 하나 시켜야 할 거 아니야? 뭐 먹을래?”
“어. 시원아. 시원이 좋은 거 시켜. 비싼 것도 괜찮으니까 팍팍! 어차피 랄 못하는 하은이가 쏘는 거니까.”
“이게 끝까지! 아, 시원이한테 한 말 아니니까 오해 하지 말고. 시원이 먹고 싶은 걸로 시켜. 우리는 괜찮으니까. 남자들이 좋아하는 파스타나, 떠먹는 피자 뭐 이런 거 먹을래?”
아니, 술 마시는데 떠먹는 피자나 파스타라니.
제정신인가?
“야, 그런 거 말고. 소맥에는 돼지막창이지. 킹정?”
“어? 돼지 막창? 나하고 하은이는 좋아하지만, 시원이 괜찮겠어? 남자들은 냄새 난다고 잘 안 먹던데. 괜히 우리 때문에 무리하는 거 아니야?”
“무리는 무슨. 나 그럼 일단 돼지 막창 3인분 시킨다. 콜?”
“어. 콜!”
“돼지 막창 쩔지! 역시 시원이는 고상한척만 하는 다른 남자 애들이랑 다르다니까.”
그렇게 주문을 마치고 소주와 맥주가 나왔다.
콸콸콸!
시원한 얼음이 담긴 컵에 맥주를 따르고 소주잔에 소주를 부어 따르려는 시은이.
그런 시은이의 손을 탁! 잡으며 말한다.
“시은아! 첫 잔은 꿀주지! 첫 잔은 환상적인 시원이 꿀주로 내가 만들어 줄게!”
사실 요즘 들어 술을 자주 마시기는 했지만, 야스용 여자들 하고만 마셨다.
시은이 하은이처럼 그냥 남자 친구 같은 녀석들이랑 술을 마시는 건 오랜만이라, 저절로 흥이 났다. 역시 세상은 섹스만 하고 살 수 없다.
얼음 잔에 담긴 맥주.
거기에 맥주를 더 콸콸콸 따르고, 9 대 1의 비율로 소주를 따른다.
그러자 영롱하게 빛나는 목 넘김 시원한 꿀주 완성!
사실 원래 살던 세계에서도 꿀주 잘 만들어서 선배들에게 칭찬 좀 받았다.
“와, 시원이 진짜 대박이다. 남자가 꿀주도 만들 줄 알고.”
“복학생 언니들 보면 오줌 질질 싸겠는데?”
내가 만든 꿀주를 보며 오버해서 감탄하는 시은이와 하은이.
나도 덩달아 신이난다.
“자, 첫 잔은 원 샷 인거 알지? 남기며 서운하다! 자! 짠!”
“역시 시원이! 화끈하다!”
“짠!”
벌컥벌컥벌컥!
꿀꺽!
시원하게 맥주잔 가득 담긴 꿀주를 원 샷 한 나와 시은이 그리고 하은이.
벌써부터 술자리 분위기가 좋다.
그리고 마침 나오는 안주.
“자~ 우리 귀여운 학생 봐서 이 누나가 서비스로 5인분 같은 3인분 돼지 막창 나왔어요~”
진짜 아닌 게 아니라, 철판 수북하게 쌓여있는 돼지 막창.
이렇게 장사하다 아줌마 다 말아 먹겠는데?
비록 얼굴은 절대 야스하고 싶지 않겠지만, 일단 먹이를 많이 주었다는 사실에 +점수를 준다.
“고마워요. 누나. 앞으로 친구들 데리고 자주 올게요.”
“으응. 그래. 힘든 일 있으면 혼자도 좀 오고. 누나가 동생 혼자 오면 술은 무한대로 서비스 줄 테니까.”
그렇게 말하며 윙크 까지 날리는 술집 아줌마.
예쁜 누나였으면 기분이 더 좋았겠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냐?
생각해보니 내가 원래 살던 세상에서도 예쁜 여학생이 술집에서 사장 아저씨한테 애교 좀 떨면 안주가 무한리필 되었던 것이 기억난다. 그리고 지금 남녀가 역전된 곳에서는 반대로 귀엽게 생긴 남학생이 가서 엉덩이 좀 흔들면서 애교 떨면 주인아줌마가 술집 기둥뿌리까지 다 뽑아 줄 태세다.
“야. 진짜. 저 이모 우리가 알던 그 이모 맞아? 우리 둘이 오면, 안주도 제일 싼 것만 시키고 소주만 들이킨다고 존나 인상 썼잖아?”
“그러게. 진짜 완전 우도르급 태세 전환이네? 하여간 시원이랑 앞으로 술 마시러 자주 와야겠다. 진짜 사람대접이 틀리다. 대접이.”
시은이와 하은이의 칭찬.
인싸가 된 것 같아서 기분이 나쁘지 않다.
구수하게 풍겨오는 돼지 막창 냄새.
이건 못 참지!
막장에 청양고추와 송송 썬 쪽파를 기호에 맞게 넣고 휘휘 저어준 다음 막창을 푹 찍어 그대로 입에 넣었다.
이 맛은!
씹을수록 고소함이 배가 되면서 계속해서 당기는 육즙 가득한 맛!
존맛탱이다!
시은이와 하은이도 막창을 야무지게 젓가락으로 집어서 입안에 넣고는 우물우물 씹으며 그 맛을 음미한다.
“와! 여기 막창이 이렇게 맛있었나? 오늘 죽이네. 진짜.”
“야, 저 이모! 완전 배신감 느낀다. 여태까지 우리한테 주던 거랑 오늘 시원이랑 같이 왔을 때 나온 막창이랑 퀼리티 차이 좆되네!”
시은이와 하은이 얘기로 미루어 보아, 오늘 식당 아줌마가 정성들여 준비한 막창이랑 평소 시은이 하은이가 먹던 막창이랑은 차원이 틀린가 보다.
“야~ 많이 먹어. 많이. 오늘 마시고 죽는 거다! 집에 가기 없기!”
“당근이지! 오늘 집에 가면 배신자! 시원이 때문에 안주가 이렇게 좋은데, 술이 막 그냥 쭉죽 들어간다. 쭉! 쭉! 시원아, 마셔. 마셔! 걱정하지 말고 마셔. 혹시 시원이 술에 취하면 나랑 시은이가 택시로 안전하게 집까지 데려다 줄 테니까.”
시은이와 하은이가 미리 짜기라도 한 듯 서로 눈짓을 보내며, 술잔을 치켜든다.
“으응. 그래. 자. 까짓 거! 오늘 먼저 토하는 사람이 2차 쏘기다!”
하지만 술부심이라면 대한민국 남자를 당할 수가 없지!
비록 지금 이곳은 남녀가 역전된 세계이지만, 술로 여자한테 지고 싶지는 않다.
그렇게 시은이와 하은이와 술을 마시며 점점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 때.
퓨전 술 집 문이 열렸다.
그리고 마치 어두운 하늘에 광채가 쏟아지듯 자체 발광을 하며 들어오는 검은 긴 생머리의 인형같이 아름다운 미소녀.
내 눈길이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고정된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