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0화 〉 도도한 유설화(5)
* * *
더 이상 재수 없게 굴면 당장에라도 여자답게 한 판 붙을 태세다.
그런 하은이의 태도에 유설화는 당연히 당황할 수밖에 없다.
사실 남녀가 역전되기 전 세계에서 온 유설화에게 이런 상황은 당연히 처음 겪어보는 일이다. 원래세상에서 누가 남자에게 싸가지 없게 좀 굴었다고, 주먹다짐 하며 한 판 붙자고 하겠는가?
하은이에게 겁먹은 유설화가 꼬리를 내리며 말한다.
“아, 아니야. 내가 잘 못했어.”
역시 남자에게는 공주 취급받던 기억 때문에 강한 척 할 수 있지만, 같은 여자에게는 약한 유설화. 그리고 그녀가 꼬리를 내리며 사과하자, 승리감에 취해 만족스러운 웃음을 보이며 나를 바라보는 하은이.
나를 위해 유설화의 버릇을 단단히 고쳐준 것이 기쁜 것 같다.
“설화야. 야. 오해하지 말고 들어. 이게 다 너를 위해서 내가 충고해 주는 거야. 너 진짜 이렇게 계속 재수 없게 굴면 학교생활 제대로 못한다. 알아? 얼마 전에도 학과 선배 언니들이 너 재수 없다고 한 번 깐다는 거, 시은이가 말려서 안 깐 거야. 진짜. 군대 갔다 온 언니들은 우리랑 다르다. 너도 알지? 잘 좀 하자. 설화야. 진짜. 나도 시원이만 아니었으면 너 같은 애 신경 끄고 살았을 텐데. 이왕 시원이 때문에 알게 된 거, 신경 쓰여서 말 해주는 거니까. 기분 나쁘게 듣지 말고.”
“으. 응. 알겠어. 하은아.”
하은이의 기세에 기가 죽은 얼음 공주 설화가 공손하게 대답한다.
사실 유설화도 이렇게 학교생활 하다가는 제대로 졸업하기도 힘든 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학과 과제를 수행하려고 해도 아무도 그녀와 같은 조가 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거기다 휴강이라던가, 급한 학과 연락도 그녀에게만 닿지 않는다.
그 것 뿐만이 아니다.
MT. 동아리 생활 같은 대학 생활의 낭만도 이대로 가다가는 영영 놓쳐버릴 판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대학교를 졸업한 후의 사회생활도 문제다.
원래 세계에서는 나름 인싸였던 유설화인데.
지금 이 곳.
남녀가 역전된 곳에서는 아무도 그녀를 알아주지 않는다.
다시 한 번 인싸가 되고 싶은 그녀의 욕망이 하은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만든다.
“그래, 하은이가 말 잘했네. 사실 나도 이런 말 꺼내기 어려웠는데. 설화도 힘들겠지만, 애들이랑 좀 섞이려고 노력 좀 하자. 이왕 시원이 때문에 알게 된 거. 나도 도와줄게. 그렇다고 시원이한테 너무 친한 척 하지는 말고. 무슨 말인지 알지?”
시은이도 설화를 여자로서는 경계하지만, 도와준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시은이에게 관심을 보이던 유설화가 고개를 끄덕 거리며 말한다.
“응. 고마워. 시은아.”
이렇게 한 결 부드러워진 분위기 속에서 다시 대화가 이어진다.
“설화야. 잘 됐다. 이제 앞으로 하은이, 시은이랑 친하게 지내면 되겠네.”
“응.”
다시 단답형으로 대답하는 설화.
그런 그녀를 무서운 눈빛으로 하은이가 째려보자, 유설화가 눈빛을 피하며 말한다.
“어. 고, 고마워. 시원아.”
좋아. 이제 대충 기강은 잡힌 것 같고.
하은이 앞에서는 더 이상 공주 짓은 못할 것 같다.
“그래. 그러면 우리 이 기회에 수업 끝나고 다 같이 한 잔 하는 게 어때?”
“오늘? 수업 끝나고?”
내 갑작스러운 제안에 유설화가 당연히 거절을 하려고 한다.
원래 살던 세계에서는 매일 남자들에게 술 마시자는 말을 듣던 유설화이니 만큼, 남자에게 술자리 제안 거절은 습관이 된 것이다.
마음에 드는 남자가 제발 술 좀 같이 마시자고 적어도 10번은 매달려야, 한 번 나갈까 말까 한 그녀인데. 겨우 나 정도 레벨의 남자가 술 마시자고 한다고 한 번에 ok 할 리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시원이랑 술을? 완전 좋지! 점심은 시원이가 냈으니까, 술은 하은이가 쏜다!”
“이년이 진짜! 야! 너는 뭐만 하면 내가 쏜다고 하냐?”
“그래서, 너. 시원이랑 술 마시기 싫어?”
“아, 아니. 그건 아니고. 그래 까짓 거 내가 쏘지 뭐. 시원이가 같이 술 마시자는데. 오늘 죽도록 달리는 거야!”
나와 같이 술을 마신다는 생각에 너무 신나서, 술까지 쏜다는 하은이.
그런 하은이의 눈치를 보며 유설화는 차마 술자리 거절을 못하고 있다.
역시 시은이와 하은이는 여자를 꼬실 때 도움이 많이 되는 여자 친구들이다.
* * * * *
저녁 7시.
학교 앞 술 집.
시원이와 유설화보다 먼저 술집에 도착한 시은이와 하은이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야, 나 진짜 가슴 설렌다. 드디어 시원이와 술을 마시다니. 오늘 이 언니랑 시원이랑 뜨거운 밤을 보낼 수 있도록 서포트 좀 잘 좀해라. 알겠지?”
“지랄하네. 누가 누구를 서포트 하는데? 오늘 내가 유설화 갈 굴 때, 시원이가 나를 바라보는 그 뜨거운 눈빛 못 느꼈냐? 나의 이 카리스마 가득한 여자다움에 완전 반해 버린 거. 역시 남자는 강한 여자한테 약하다니까.”
“보지까네. 진짜. 야, 솔직히 말해서 남자는 부드럽고 매너 좋은 여자에 약한 거 누구나 다 아는 사실 아니냐? 그것 보다 이 언니 오늘 시원이랑 섹스 할 때, 야하게 보이려고 속 옷 한 개 뽑았다. 야, 볼래?”
“미친년아. 내가 네 속옷을 왜 봐? 더럽게. 진짜. 게이년도 아니고.”
“싫어? 싫음 말고. 1+1 이라, 너도 하나 주려고 했는데.”
“어? 1+1? 씨발. 그럼 진작 말하지. 나도 줘. 혹시 아냐. 나도 오늘 드디어 처녀 졸업하게 될지.”
“미친년. 무슨 속 옷 인지 보지도 않고 주래.”
“아, 몰라. 그냥 싸이즈 맞으면 됐지 뭐. 너나 나나 사이즈 M자잖아. 무슨 여자가 속 옷 스타일 보냐. 대충 맞으면 입는 거지.”
“그건 또 그렇다. 그나저나. 혹시 오늘 시원이가 잔뜩 술 취해서 2대 1로 같이 모텔 가자고 하면, 어쩔거야?”
나름 진중하게 고민을 하며 말하는 시은이.
진심이 담겨 있다.
“씨발. 너랑 나랑 시원이랑 쓰리썸? 아····· 고민 된다. 진짜. 너의 그 더러운 보지를 봐야 하다니. 그런데, 시원이가 원한다면. 어쩔 수 없지.”
“야, 그러면 우리 미리 파트를 정하자. 내가 시원이 거 빨 테니까, 너는 시원이랑 키스. ok?"
"미친년아. 나도 시원이한테 박히고 싶은데. 네가 왜 시원이 자지 독차지하려고 하는데? 나도 아래 할래. 네가 시원이랑 키스 해.”
“보지까. 알겠어. 알겠어. 그러면 좀 더러워도 번갈아서 하자. 시원이랑 섹스한다니, 생각만 해도 존나 보지 꼴린다.”
“그치? 나도 강의시간 내내 시원이 생각하느라 집중 못 하겠더라. 솔직히 외모만 보면 학교 탑은 광고홍보학과 지훈인데. 그 뭐라고 할까? 요염하면서 섹시한 분위기는 시원이가 탑이지. 시원이는 뭔가 색기가 줄줄 흐르잖아. 키가 크고 운동을 열심히 해서 그런지, 다리 꼬면서 앉으면 각선미도 죽이고.”
“시원이 각선미? 완전 쩔지. 거기다가 팔에 힘줄이랑, 가끔씩 보이는 탄탄한 복근. 진짜 존나 맛있을 것 같지 않냐?”
“킹정. 진짜 떡도 존나 잘 칠 것 같고. 시원이가 내 위에서 짐승처럼 박아준다고 생각하니까, 보지 떨려. 어우야.”
“야! 그만 말 해! 시작도 하기 전에 쌀 것 같잖아! 그나저나, 유설화는 어떡하지? 그 늑대 같은 년이 솔직히 말해서 우리보다 예쁜 건 킹정이잖아. 우리가 시원이 술 먹여서 골뱅이 만들면, 그 년이 냉큼 시원이 모텔로 업어가는 거 아니야? 아까 너도 봤지? 유설화 썅년이 존나 시원이 앞에서 내숭 떠는 거?”
“아, 진짜. 한 대 치고 싶더라. 그래도 뭐. 걔 때문에 시원이랑 한 잔 하게 됐으니까. 그런데 시원이가 설화한테 관심 있어 보이던데. 솔직히 하은이 네가 시원이랑 떡친다면 뭐, 내가 넓은 아량으로 어떻게 이해 할 수 있는데. 유설화가 낚아채면 진짜 죽여 버리고 싶을 것 같다. 우리 뭔가 작전이 필요하지 않냐?”
“미친년. 진짜. 시원이랑 설화랑 같이 있을 때는 착한 척 존나 하더니. 나보다 시은이 네가 설화 더 싫어하는 것 같다?”
“미친. 그럼 시원이가 앞에 있는데, 착한 척 해야지. 그리고 원래 역할 분담이라는 게 있잖아. 네가 갈구면 내가 착한 척 하고. 군대갔다온 복학생 언니들한테 안 배웠어? 그래야 유설화 같은 고문관이 엇나가지 않는 다니까? 봐봐. 지금도 어찌되었든 유설화 때문에 시원이랑 술 마시게 됐잖아.”
“하여간 똑똑한 년 같으니라고. 그래. 네 말이 맞다. 야, 그건 그렇고. 그러면 우리 유설화는 어떻게 따 돌리냐?”
“솔직히 말해서, 시원이도 유설화 같이 예쁜 년이 있으니까 우리랑 술 마시려는 거 아니야? 그러니까, 우리 이렇게 하자. 옛날 삼국지에 보면 이런 말이 있잖아. 이이제이(????)! 오랑캐를 이용하여 오랑캐를 제압한다. 그러니까, 유설화를 이용해서 시원이를 잔뜩 취하게 만들고, 시원이가 골뱅이가 되면!”
“그 때 너랑 나랑 시원이를 업고 모텔로 입성하면 되는 거구나!”
“그렇지! 이제야 말이 좀 통하네. 그 다음일은 모텔에 가서 생각하면 되는 거고. 돌려먹든, 너랑 나 둘 중에 한 명만 박히든. 일단 유설화를 술에 잔뜩 취하게 해서 집에 보내버리고, 시원이는 골뱅이 만들고. 이게 중요한 거지.”
“미친년. 진짜 공부는 존나 못하면서, 하여간 야한 데는 잔머리 존나 잘 돌아간다니까."
"그거야, 이 미친년아. 공부는 머리가 시키는 거고. 섹스는 보지가 시키는 거니까 그렇지. 보지가 뇌에 꽂혀있는데 공부다 되냐? 안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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