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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세계 밀프 헌터가 되었다-176화 (176/370)

〈 176화 〉 도도한 유설화(1)

* * *

“당연하지. 감히 우리 시원이를 성희롱하는데··· 이년들이 죽으려고, 진짜.”

진심이 묻어나는 형준이 어머니의 대답.

그녀의 말에 거짓은 없어 보인다.

비록 정말 싸웠다면, 형준이 어머니가 복날의 개처럼 맞았겠지만.

그래도 나를 위해 용기를 내 주었다는 사실이 사랑스러웠다.

“고마워요. 어머니. 어머니가 있어서 진짜 든든해요.”

그렇게 말하며 형준이 어머니의 이마에 키스를 해주자, 형준이 어머니의 입가에 자랑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 * * * *

“시원아. 잘 들어가고. 내가 시원이 어머님한테는 이미 다 말해 놨으니까. 별일 없을 거야.”

형준이 어머니가 차에서 내려주며 말했다.

“네. 어머니. 어머니도 잘 들어가시고요.”

“응. 그래.”

그렇게 말하며 차에 시동을 거는 형준이 어머니.

그런 형준이 어머니가 앉아있는 운전석을 향해 능청스럽게 말한다.

“어머니!”

“응? 왜 그러니 시원아? 뭐 잊은 거라도 있니?”

“아니요. 그게 아니라···”

“응? 왜? 그게 아니면 무슨 할 말이라도 있니? 시원아?”

“그냥, 가끔 어머니가 저 데리러 학교로 와줬으면 좋겠어요. 그 말하려고요. 그럼 저 가요. 어머니.”

“얘도 참. 싱겁기는. 알겠어. 시원아. 아줌마가 시원이 보러 학교에 가끔 갈게.”

그렇게 말하며 형준이 어머니가 귀엽게 웃는다.

그렇게 형준이 어머니와 헤어지고 돌아서는데 아쉬우면서 가슴이 설렌다.

여자와 헤어질 때 아쉽고 설레는 감정을 느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설마 나 정말 형준이 어머니를 좋아하나?

하아, 정말 나도 나 자신을 모르겠다.

* * * * *

“엄마, 저 왔어요.”

집에 들어오니, 엄마가 거실에서 TV를 보다가 나를 향해 매서운 눈초리를 보낸다.

“너. 방금 빨간색 스포츠카에서 내리던데. 그거 누구차야?”

헉. 젠장!

엄마가 아파트 창문으로 형준이 어머니 차에서 내리는 걸 봤나 보다.

침착하자.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했으니.

짧은 순간 최대한 머리를 짜내어, 엄마에게 태연스럽게 말한다.

“아. 그거요. 그거 형준이 어머니 차에요. 형준이네 집에서 나오는데, 어머님도 마침 약속이 있어서 나오시는 김에 집까지 바래다주셨어요.”

형준이 어머니라는 말에 엄마가 안심한 듯 말한다.

“어머. 그래? 아니 오셨으면 한 번 집에 들르시지 않고, 안 그래도 우리 아들 공부하는 거 챙겨주는 게 고마워서 인사 한 번 드리려 했는데. 그리고 시원아. 너도 너무 형준이네 집에 자주가지 마. 워낙 교양 있고 착하셔서 말씀은 안하시지만, 형준이 어머님도 네가 그렇게 자주 그 집에서 공부하다가 자고 오면 불편하시겠니?”

으음.

사실 요즘 너무 밖에서 자기는 했다.

안 그래도 조금 자제할 필요는 있을 것 같았다.

“알겠어요. 엄마. 앞으로 형준이네 집에 가는 건 좀 자제할게요.”

“그래. 시원아. 그리고 너도 알다시피 요즘 세상이 무섭잖니. 젊은 남자를 노리는 성폭행범도 많고. 그러니까 우리 시원이도 조심해서 일찍일찍 다녀~ 알았지. 아들?”

“응. 엄마. 그럴게. 그 것 보다 엄마, 나 이제 씻고 학교가야 하니까, 이따 학교 갔다와서 말하자.”

“그래. 아들. 바쁘네 아주. 그 것보다 아들 용돈 떨어지지 않았어? 엄마가 용돈 줄까?”

용돈?

생각해보니 엄마한테 용돈 받은 지 좀 된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며 지갑을 열어본다.

그런데!

놀랍게도 지갑은 오만 원짜리 지폐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형준이 어머니가 나 모르는 사이 용돈 하라고 지갑을 현금으로 채워준 것이다.

“응. 아니야. 엄마. 나 돈 있어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혹시 떨어지면 얘기할게.”

“그래? 우리 아들 용돈 준지 좀 된 것 같은데. 요즘 공부하고 학교생활 하느라 돈 쓸 시간도 없나보네. 알겠어. 아들. 돈 필요하면 언제든지 엄마한테 말해.”

그렇게 엄마와의 짧은 대화를 끝내고 욕실에 가서 샤워를 했다.

쏴아아!

매 번 형준이 어머니에게 용돈만 받고, 선물이라도 하나 사야 할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을 하며 샤워를 끝마치고는 가방을 챙겨 집 밖으로 나왔다.

* * * * *

잠을 별로 못자서 피곤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름날의 파란 하늘을 보니 다시 기운이 좀 차는 것 같았다.

생각해보니 남녀가 역전된 세계로 평행이동해서 가장 좋은 것 중에 한 가지가.

원래 세계에는 존재하던 코로나 바이러스와 황사현상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는 것이고, 마스크를 안 쓰고 다녀도 된다.

물론 코로나 바이러스 대신에 TS바이러스가 세계를 휩쓸기는 했지만, 그래도 항상 마스크 를 껴야하고 밖에도 마음대로 돌아다니지 못했던 원래 세계에 비하면 이게 어디인가?

아니 오히려 TS바이러스 때문에 남자가 더 귀한 세상이 되었으니, 개꿀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찾아봐야 알겠지만, 코로나 바이러스와 황사현상이 없는 걸로 봐서는 중국에서 TS바이러스 때문에 역사가 바뀔만한 일이 생겼던 것 같다.

그래, 역시 중국이 문제였어.

세상의 모든 문제는 중국으로부터? 라는 키워드로 네이바를 검색하며 언제나처럼 스쿨버스를 타고 학교에 도착했다. 그리고 이제는 익숙해져버린 여대생들의 야한 시선을 받으며 강의실에서 수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카통이 왔다.

[세경이: 시원아. 잘 지내지? 어제도 연락 많이 했는데, 바쁜지 답장이 없네··· 혹시 내가 싫어지기라도 한 거야?]

헉. 그제야 어제 하루 종일 너무 바빠서 세경이의 카통을 읽기만하고 답장을 주지 못했던 기억이 났다.

아침부터 유리 누나와 카섹스를 하고, 학교에 가서 수업 듣고.

수업이 끝나고 연락하려 했는데, 형준이 어머니가 학교에 들르는 바람에 정신없이 하루가 마무리 되고 만 것이다.

세경이가 더 오해하기 전에 지금이라도 빨리 카통을 보내야지.

[나: 세경아, 미안해. 어제 너무 바빠서 답장을 못했어. 내가 세경이를 왜 싫어해. 세경이가 내 첫 번째 슈터인데. 그래서 말인데 세경아, 세경이 시간되면, 우리 주말에 만날까?]

그렇게 답장을 보냈는데, 이번에는 인스타 디엠으로 유리누나한테 메시지가 온다.

[홍유리: 시원아. 어제 밤에 나 연락 많이 했는데, 마침 엄마도 상갓집 가느라 집에 못 온다고 해서 시원이 시간 되면 같이 심야 영화나 볼까 했지. 엄마가 있으면 밤에 못나가게 해서 이런 기회가 쉽지 않은데. 아쉽다. 그런데 어제 밤에 무슨 일 있었어? 메시지 보내도 읽지도 않고···]

윽. 이거 유리누나랑 형준이 어머님을 동시에 만나려니까 좀 양심에 찔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둘 다 포기할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니까, 나도 어쩔 수가 없다.

그런데 형준이 어머니는 어제 상갓집 가느라 집에 못 들어간다고 말하고 나랑 모텔에 갔구나. 하긴 집에서 저녁 한다고 가족들이랑 약속 다 잡아놓고 갑자기 못 들어간다고 하려면 누구 한 명 정도는 천당 보낼 정도로 피치 못 할 일이어야지.

사실 이건 원래 내가 살던 세계에서는 남자들이 부인들에게 많이 써먹던 수법인데.

유리누나의 집착이 더 심해지지 않게 하려면 이제는 답장을 보내줘야 한다.

[나: 미안해요. 누나. 어제는 일이 좀 있어서, 누나 메시지를 못 봤어요. 저는 지금 학교인데, 누나는 뭐해요?]

[유리누나: 일? 무슨 일인데? 혹시 내가 도와 줄 일이라도 있는 거니? 공부 쪽이면 내가 과외 해줄 수 있는데. 말 나옴 김에 오늘 수업 끝나고 볼까? 몇 시에 끝나? 이제 시원이 너도 영어 공부도 하고 성적 관리도 해야지. 요즘에는 지방대학교라고 해도 특별전형이 있어서, 열심히 스펙 쌓으면 대기업에도 들어 갈 수 있으니까. 누나가 도와줄게.]

유리누나 처럼 S대 법대를 다닐 정도로 똑똑한 누나가 공부를 도와준다고 하니 무언가 든든하다. 물론 아직 본격적으로 취업준비를 할 생각은 없지만.

이제 대학교 들어온 지 반년 밖에 안 지났는데, 벌써부터 취업준비를 해야 한다면 너무 암울하다. 거기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다시 원래 내가 살던 암울한 세상으로 돌아갈지 모르는데, 그러면 남녀가 역전된 세계에서 마음껏 좆뱀짓하며 놀지 못했던 것을 평생후회하지 않겠는가!

그러니까 지금 내가 영어나 취업준비를 하지 않는 건 다 미래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다! 라는 변명거리를 스스로 만들어 낸다.

딱 일 년만 여자를 실컷 만나고 놀아 볼 생각이다.

그러면 갑자기 원래 세계로 평행이동하게 된다고 해도 후회는 없을 것 같다.

이런 저런 잡념으로 머리가 복잡한데, 이번에는 페이스북 메신저가 울린다.

[이유비: 시원아. 우리 편의점에 새로운 상품 많이 들어왔는데, 한 번 들려. 내가 시원이 주려고 하나씩 다 빼놨어. 특히 이번에 새로 출시한 민트초코 피로회복제랑, 불닭아이스크림 대박이더라.]

윽. 민트초코 피로회복제라니.

상상만 해도 어지럽다.

그리고 불닭아이스크림은 또 뭐야?

캡싸이신을 아이스크림에 들이 부은 맛인가?

분명 이상할 것 같은데, 또 뉴튜버들 사이에서 희한한 먹방으로 인기를 끌며 호기심 많은 잼민이들 위주로 히트상품이 될지도 모르겠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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