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5화 〉 형준이 어머니와 Sm플레이(12)
* * *
그리고 잠시 후.
“자, 여기 반찬 나왔습니다.”
아줌마가 반찬을 가져왔다.
어제 밤새 떡을 치고 배가 고파서 젓가락으로 깍두기를 집어서 냉큼 먹는다.
아삭 아삭!
역시 순대국 맛집답게 시원하면서 알싸한 맛.
깍두기가 끝내준다.
“어머니 이 집 깍두기 진짜 잘해요. 어서 드셔보세요.”
그렇게 말하며 깍두기 한 개를 콕! 젓가락으로 찍어서 어머니의 입가에 가져다 된다.
형준이 어머니가 눈치를 살피며 주위를 돌아다보며 깍두기를 받아먹는다.
아삭 아삭!
“으응, 시원아. 맛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뭔가 불편해 보이는 듯 한, 형준이 어머니.
어머니가 왜 이러지?
그제야 나도 주위를 둘러보고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순대국집에 있는 많은 아줌마들의 시선이 음식보다는 우리 테이블을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직접적으로 쳐다보지는 못하고 힐끔힐끔 쳐다보며 자기네들끼리 무언가를 속삭이는 아줌마들.
도대체 왜들 저러는 거지?
그렇게 의아해하고 있는데,
잠시 후,
“자, 자 여기 얼큰이 순대국 2개 나왔습니다.”
식당 종업원 아줌마가 주문한 순대국을 들고 나타났다.
김이 모락, 모락나는 순대국.
역시나 맛있어 보인다.
고춧가루를 솔솔솔~
참깨도 술술술~
새우젓도 넣는다.
파무침을 한 움큼 젓가락으로 집어서 넣는다.
파무침까지 들어가자 이제 완벽하다.
첫 수저를 떠서 국물 맛을 보았다.
“으~ 시원하다! 역시 해장으로는 순대국이지!”
어제는 술을 마시지도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얼큰하고 시원한 순대국을 먹으니 해장이라는 말이 튀어 나온다.
형준이 어머니도 한 숟갈 떠서 국물 맛을 본다.
형준이 어머니도 매우 만족한 듯 계속해서 수저를 뜨기 시작한다.
남녀가 역전된 세상이어서인지 형준이 어머니도 순대국을 잘 먹는다.
나도 한 숟갈 떴다.
크으~
얼~큰 한 게 좋네.
국밥충은 아니지만, 오랜만에 순대국 먹으니 좋았다.
그런데 순대국을 마시니 자연스럽게 술이 생각난다.
그래 딱 한 병만 마실까?
“어머니. 저희 소주 한 병 할까요?”
“응? 시원아? 소주를 아침부터? 무슨 남자애가 진짜, 아줌마도 아니고.”
에이 몰라.
형준이 어머니 안마시면 혼자 마시지 뭐.
어차피 집에 들렀다가 스쿨버스에서 한 숨 자면 되니까.
“아줌마, 여기 소주 한 병이요!”
소주를 시키자 식당 종업원 아주머니가 금 새 소주를 가지고 나타난다.
“어머니. 어머니도 한 잔 하시죠?”
형준이 어머니가 목소리를 낮추며 말한다.
“얘는. 나는 운전해야지. 아침부터 젊은 남자랑 술 마시고 음주사고 낸 유부녀 만들려고 그러니?”
아, 맞다.
생각해보니 형준이 어머니는 운전을 해야 하는구나.
음주음전은 안되지!
얼큰한 순대국에 형준이 어머니와 해장 소주를 한 잔 하고 싶었는데.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시원한 소주를 한 잔 들이킨다.
크~ 역시 모닝 소주는 좋구나.
그렇게 얼큰한 순대국에 소주를 마시고 있는데, 아까부터 이상하게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인다.
우리를 쳐다보고 있는 것 같은데?
현세계에서는 아침부터 순대국 먹는 사람이 대부분 남자이지만, 남녀역전세계에서는 대부분 여자다.
그것도 미시나 아줌마들.
남자 여자 입맛도 바뀌었나 보다.
하긴, 나도 민트초코가 내 입에 맞을 줄 알았냐.
아줌마들이 뜨거운 눈빛으로 우리 테이블을 바라보고 있다.
그제야 나는 처음 순대국집에 들어 올 때부터 느껴지던 시선이 우아한 옷차림의 형준이 어머니 때문이 아니라 나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심지어 뒤돌아서 뚫어져라 내 몸을 훑어보며 침을 꼴깍 삼키는 아줌마도 있다.
아줌마들 그렇게 노골적으로 보지 마세요.
테이블 불나겠네!
아줌마들의 눈빛이 다분히 변태적이다.
아가씨들도 몇몇 있었지만, 아가씨들은 슬쩍 슬쩍 수줍어하며 남자를 본다.
하지만 성욕에 굶주린 아줌마들은 다르다.
아주 제대로 따먹고싶습니다! 하는 눈빛이다.
아무리 여자를 밝히는 나라고 해도, 집단으로 성욕에 굶주린 아줌마들에게 따먹히는 건 사양이다.
위험하다.
물론 예쁜 아줌마들도 몇 테이블 있다.
하지만, 너무 들이 데니까 오히려 거부감이 든다.
“저기요.”
순대국집 아줌마가 우리를 부른다.
“이거 저쪽 테이블에서 보내셨어요.”
우리 자리에 막걸리 한 병을 가져다주신다.
하아.
아니 이건 또 뭔 싼티나는 작업이야.
괜히 마시지도 않을 거 받으면 안 돼지.
“아, 괜찮아요. 다시 돌려드리세요.”
순대국집 아주머니가 곤란해 하며 가져온 막걸리를 다시 가지고 돌아간다.
그러자 막걸리를 돌려받은 아줌마들 테이블이 입맛을 다신다.
“햐, 야하게 생겨서 비싸게 구네. 막걸리 정도로는 안 된다 이거지?”
“에이, 그러게 내가 뭐랬어. 저런 텐프로에서나 일할 것 같은 야하게 생긴 놈은 우리 같이 돈 없고 나이든 아줌마들은 안 된다니까. 저 놈 앞에 앉은 여자 봐. 딱 봐도 돈 많아 보이잖아. 저런 금수저나 저렇게 어리고 섹시한 남자 먹는 거지.”
“그래도 그렇지. 이왕 보낸 거 받아나 주지. 다른 여자들 다 보는데, 가오상하게.”
아예 대놓고 성희롱에 해당하는 말을 하는 아줌마들.우락부락한 생활근육이며 다부진 몸.
옷차림을 보니 공사장에서 일하시는 아줌마들 같다.
형준이 어머니가 그런 아줌마들을 슬쩍 쳐다보고는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아니, 진짜 이 아줌마들이 미쳤나. 지금 우리 시원이 나랑 같이 있는 거 안보이나? 확, 그냥. 다 엎어버릴까 보다.”
자기랑 같이 있는 어린 남자가 대놓고 성희롱을 당하니까 무언가는 해야겠고.
하지만 거친 아줌마들을 상대하기는 무서우니, 형준이 어머니가 나에게만 들리는 작은 목소리로 말한 것이다.
하여간 귀여운 형준이 어머니다.
그리고 그 후로도 계속 아줌마들의 파격적인 선물공세가 이어졌다.
“저기, 저 쪽 테이블에서 모둠 순대를 손님께......”
이에 질세라.
“저기 두 분 테이블 손님들이, 미리 이 쪽 테이블 계산하셨어요.”
하지만 아줌마들의 나에 대한 호의가 계속될수록 형준이 어머니의 얼굴은 질투심으로 붉어져만 간다.
아니나 다를까 다른 테이블도 나와 같이 앉아있는 형준이 어머니가 신경 쓰였는지 그녀에 관한 얘기가 들려온다.
“야, 그런데 저 남자 앞에 앉은 여자. 여자친구 아니야? 여자친구 앞에서 이렇게 대놓고 작업 걸어도 되는 거야?”
“아니야. 여자친구는 무슨. 딱 보니까, 쟤는 텐프로에서 일하는 호스트고, 여자는 손님인 것 같은데 뭐. 어차피 진지한 사이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데, 맛있는 것 좀 나눠 먹자 이거지 뭐. 봐봐. 다들 신경 안 쓰고 작업 걸잖아.”
형준이 어머니도 아줌마들의 대화를 들었는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이 아줌마들이!”
화가 단단히 난 것 같은 형준이 어머니.
이러다 진짜 싸움 나겠네.
“어머니, 나가요.”
나는 급하게 형준이 어머니의 옆구리에 팔짱을 끼고 그녀를 데리고 순대국밥 집을 나간다.
한국에서는 아무리 한쪽이 싸움의 원인을 제공했어도, 서로 폭행하면 쌍방과실이 된다는 개같은 법이 있다.
그러니까 괜히 일이 더 복잡해지기 전에 나가는 게 최선이다.
거기다가 형준이 어머니가 피트니스로 몸 관리를 했다고 해도, 생활에서 다져진 다부지고 거친 아줌마들에게는 밀릴 수밖에 없다.
거기다 일 대 일도 아니고.
내가 원래 살던 세상에서는 조폭이나 거친 남자들에게 섹시한 여자가 성추행 당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역시 이곳 남녀가 역전된 세상에서는 정반대의 사건이 일어나는 구나.
형준이 어머니를 데리고 급하게 나가는데, 아직까지 술에 취한 여자들이 소리친다.
아마도 클럽에서 놀다가 허탕치고 해장술이나 하러 온 아줌마들 같다.
“아 진짜 존나 맛있게 생겼네. 전화번호라도 좀 주고가!”
“지금 우리집 비었는데, 같이 한잔 하자. 응? 진짜 술만 해. 내가 자지만 건들고 다른 데는 안 건들게.”
“아유, 저 탱글탱글 한 엉덩이 보소. 내가 10년만 젊었어도 확 그냥 잡아 먹어버리는 건데.”
진짜, 술에 취한 보지가 뇌에 박힌 아줌마들은 개변태구나.
내가 원래 살던 세계의 아저씨들 보다 더 한 것 같다.
쿵!
형준이 어머니를 순대국밥 집에서 데리고 나오자, 그녀가 발로 엄한 순대국집 간판을 걷어찬다.
“시원아! 진짜. 왜 말렸니? 너만 안 말렸으면 내가 저것들 다 장애인 만들어 버리는 건데. 하, 진짜. 시원이가 말려서 오늘 너희들 병원신세 안 진줄 알아라! 씨발, 진짜!”
괜히 사람들 없는 곳에서 형준이 어머니가 허세를 부린다.
에휴, 그래.
이럴 때 형준이 어머니 가오라도 세워줘야지.
“알아요. 어머니. 제가 어머니 합의금 많이 들까 봐 데리고 나온 거예요. 그러니까 화 풀고 그만 가요.”
“그래. 시원아. 하여간, 저것들 오늘 진짜 운 좋았다. 다음에 만나면 진짜 가만 안 둬!”
사실 다음에 만날 일은 절대 없을 것 같지만, 다음에 만나도 형준이 어머니가 할 수 있는 건 없을 것 같다.
남자 앞이라고 센척하는 귀여운 형준이 어머니와 그녀의 차에 탔다.
“어머니, 그런데 정말 제가 안 말렸으면, 그 아줌마들이랑 맞짱 뜨려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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