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세계 밀프 헌터가 되었다-162화 (162/370)

〈 162화 〉 요염한 두 밀프의 유혹(14)

* * *

형준이 어머니의 아름답고 우아한 얼굴을 바라보며, 능청스럽게 수작을 걸어본다.

“그럼 집에 들어가야지. 벌써 저녁 7시인데. 얘는. 나도 집에 가서 샤워도 하고 저녁도 해야 하니까 빨리 들어가. 시원아.”

오늘도 역시나 새침하게 튕기는 형준이 어머니.

그럴수록 나는 더욱더 형준이 어머니와 같이 있고 싶어진다.

“아, 배고파서 그래요. 어머니. 밥 좀 사 주세요. 아까 커피숍에서 커피 마시고 아무 것도 못 먹었잖아요.”

밥을 사 달라는 말에 형준이 어머니가 내 한쪽 귀를 살짝 잡아당기며. 장난스럽게 웃는다.

“얘는. 아주 그냥 틈만 나면, 아줌마를 벗겨 먹으려고 든다니까. 집에 가서 너희 어머니한테 밥 차려달라고 해야지. 나한테 왜 그러니. 까불지 말고 어서 들어가. 오늘은 유나 아빠도 일찍 온다고 해서, 진짜 안 되니까.”

오늘따라 더 철벽 방어인 형준이 어머니.

슬슬 오기가 생긴다.

“아··· 아! 아파요. 어머니. 귀 좀 놓고 얘기해요.”

그 때 때마침 울리는 전화.

딴따다다딴다~

형준이 어머니가 귀엽게 살짝 혀를 내밀며 내 귀를 잡고 있던 손을 놓는다.

나는 장난스럽게 눈을 찡긋거리며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어. 엄마?”

마침 나에게 전화를 건 사람은 우리 엄마였다.

“어. 오늘 모임이 있어서 늦게 들어온다고? 밥은? 뭐? 편의점에서 대충 사먹으라고?”

하늘이 도와주려는 건지 타이밍 딱 맞게 전화를 걸어주신 우리 엄마.

나와 엄마의 통화를 엿듣고 있던 형준이 어머니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나를 바라본다.

혹시 주작이 아닌가 의심하는 것 같다.

이럴 때는···

“어. 엄마. 나 지금 형준이 집이야. 학교 갔다가 형준이네 집에서 공무원 공부하다가, 집에 들어갈려던 참이지, 글쎄, 형준이 어머니가 매정하게 저녁도 안 주고 내 쫒·······”

말을 다 끝마치기도 전에, 형준이 어머니가 잽싸게 내 전화기를 낚아챈다.

그리고는 세상 친절한 목소리로 전화기에 대고 말을한다.

“안녕하세요. 시원이 어머니. 네. 잘 지내시죠? 아, 예··· 네, 그럼요. 안 그래도 지금 저녁 하던 중이었어요. 네? 네··· 그럼 시원이 저녁 먹여서 보낼게요. 네~ 어머니. 신세는요. 무슨··· 시원이가 워낙 말도 잘 듣고····· 네? 시원이 그런 애 아닌 것 다 아신다고요? 시원이가 정숙하지 못하게 이 여자 저 여자 만나고 다닌다고요? 어머. 정말요? 시원이 진짜 혼나야겠네요. 네~ 어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시원이····”

아니! 지금 우리 엄마랑 형준이 어머니가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 거야!

당황해서 재빨리 형준이 어머니에게서 전화기를 뺐었다.

“엄마! 지금 형준이 어머니랑 무슨 말!!!!? 어?”

·····

··

·

막상 전화기를 뺏어서 귀에 대보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형준이 어머니가 그런 나를 보며 배를 붙잡고 크큭 거리며 웃고 있다.

전화기는 진즉에 끊어졌는데, 형준이 어머니가 감쪽같이 나를 속인 것이다.

“어머니! 아, 진짜! 놀랐잖아요.”

핸드폰을 집어넣으며 한 숨을 쉬자, 형준이 어머니가 아기를 달래듯 내 등을 토닥거린다.

“많이 놀랐어요~ 우리 시원이. 그러게 누가 이 여자 저 여자 만나고 다니래? 치. 자, 가자. 이렇게 된 거 어쩔 수 없이 시원이랑 저녁 먹어야겠네. 아줌마가 맛있는 LA갈비 해줄게.”

“LA갈비를 해 준다고요? 어머니 집에서요?”

“응. 오늘 집에 가면 유나, 유리 다 있을 걸.”

형준이 어머니 집에서 밥을 먹는다?

그렇게 되면 형준이 어머니와 단 둘이 있을 수가 없다.

거기다가 유리누나까지 같이?

이건 더더욱 꺼림칙하다.

유리누나가 혹시라도 나와 오늘 아침에 같이 있었다는 걸 말하기라도 하면, 어쩌면 다시는 유리누나와 형준이 어머니를 못 만날 수도 있다.

“어머니, 그러지 말고 우리 외식해요. 외식.”

“외식? 그게 무슨 말이니. 시원아. 너 혹시 엉큼한 마음 품고 있는 거 아니지? 오늘은 안 돼. 남편도 집으로 오고 있고···”

남편? 아저씨?

그래, 이걸 잘 이용하면 위험한 저녁 식사를 피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싫다는 거예요. 아저씨랑 어머님이랑 같이 다정하게 있는 것 보면. 제가 너무 비참해 질 것 같아서요. 오늘만. 저랑 단 둘이 식사해주시면 안돼요? 어머니···”

모성본능을 일으키는 애처로운 표정을 짓다가 고개를 푹 숙였다.

형준이 어머니가 그 모습을 보더니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시원아· 우리 약속했잖니. 진지한 연애는 하지 않기로. 시원아. 아줌마는 가족이 있어. 시원이랑은 이루어 질 수 없는 사이야. 시원이가 자꾸 이러면 아줌마는 시원이 보는 게 부담스러워·······”

처음에는 유리누나와 형준이 어머니랑 같이 한 식탁에서 저녁 먹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한 말이었는데, 나를 밀어내기만 하는 형준이 어머니를 보니 더더욱 그녀가 가지가 싶고 오기가 치민다.

어떻게든 형준이 어머니와 단 둘만의 시간을 갖고야 말겠다는 오기,

“어머니. 말은 그렇게 하셔도 사실 어머니도 제가 보고 싶어서 학교까지 찾아오신 것 아니에요?”

“아니야. 시원아. 나는. 정말 그 근처에 약속이 있어서 들렸다가 마침 시원이 다니는 학교가 가까워서···”

“거짓말 하지 말아요. 어머니. 어떤 친구 엄마가 근처에 약속 있다고 딸 친구를 학교까지 데리러 와요. 어머니도 저 보고 싶어서. 못 견디게 보고 싶어서, 학교가지 찾아온 거잖아요. 적어도 저한테는 어머니 마음을 솔직하게 얘기하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시원아. 너 자꾸··· 왜. 아줌마 마음을 아프게 하니.”

진지해진 형준이 어머니의 아름다운 얼굴.

역시 내 예상이 맞았다.

사실 형준이 어머니도 내가 너무 그립고 보고 싶어서 학교까지 찾아 온 것이다.

다만 나와 형준이 어머니의 모든 상황이 형준이 어머니와 나 사이를 갈라놓고 있다.

나는 유나와 친구.

즉 형준이 어머니에게 있어서는 딸의 친구이다.

그만큼 나와 형준이 어머니의 나이 차이는 무려 스무 살이 넘게 난다.

거기다가 형준이 어머니는 가족이 있다.

남편과 딸 셋이라는 단란한 가정이.

스무 살이 넘게 나이 차이가 나는 딸 친구와 불륜이라니.

어느 것 하나 형준이 어머니의 마음을 바위처럼 짓누르지 않는 것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준이 어머니는 나를 보기위해 학교까지 찾아왔다.

말로는 아닌 척 하고 있지만, 그만큼 내가 그리웠던 거다.

“어머니. 사실 저도 참아보려고 했는데··· 매일매일 어머니 생각이 나서 미칠 것만 같아요. 학교에서 어머니를 봤을 때. 제가 얼마나 가슴이 설레고 애틋했는지 어머니는 모르실거예요. 그러니까, 어머니. 우리 진짜 오늘 딱 하루만. 연인처럼 보내 보는 게 어때요? 진짜 마지막으로 부탁드려요. 오늘 이후로는 이런 부탁 안 할게요. 정말이에요.”

딱 하루만 평범한 연인처럼.

이 말은 내 가슴속에서 나온 진심어린 말이었기에 감정이 실려 목소리가 떨렸다.

내 진심을 느꼈는지 형준이 어머니의 목소리도 아름다운 유리잔에 퍼지는 옥구슬 소리처럼 떨려왔다.

“시원아. 나도 그러고 싶어. 사실··· 너 말이 맞아. 시원아. 나 오늘 시원이 대학교 근처에 약속 같은 거 없었어. 시원이가 새벽에. 우리 집에서 자고 간다고 너희 어머니한테 거짓말 해달라고 할 때. 내 마음이 어땠는지 아니? 정말 바늘로. 아니. 송곳으로 심장을 콕콕 찌르는 것처럼 아프고, 아리더라. 사실 그래서 참다참다 못 참고, 시원이네 학교에 약속 있었다는 핑계 만들어서 데리러 간 거야. 안 그러면 시원이 보다 나이가 한참 많은 아줌마 주제에. 딸 친구 다른 여자한테 뺏길까봐 질투가 나서 학교까지 찾아왔다는 말을 어떻게 하니.”

형준이 어머니의 진심 어린 고백.

그래, 그랬구나.

사실 형준이가 어머니가 내가 보고 싶어서 일부러 학교까지 찾아왔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형준이 어머니의 나에 대한 마음이 이렇게 깊고 클 줄이야.

“어머니. 그럼 어머니도 제가 그렇게 보고 싶었던 거죠? 어머니 집에서 우리 학교까지 그 먼 거리를 운전해서 찾아 올 정도로.”

형준이 어머니가 아련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거린다.

나도 모르게 그런 형준이 어머니의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점점 입술을 가까이 다가간다.

하지만.

형준이 어머니가 내 입술을 피해 고개를 돌린다.

“이러지 마. 시원아. 나도 시원이가 좋아. 좋아서 미칠 것 같지만. 이러면 안 되는 거 시원이도 잘 알잖니.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아. 시원아. 나는 내가 내 마음을 통제하면서 시원이를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게 안 돼. 너랑 같이 있으면 자꾸 마음을 빼앗겨. 마치 원래의 나. 손나은. 한 가정의 어머니이자 아내인 내가 없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야. 사십대의 손나은은 없어지고 두근거리는 가슴을 가진 십 대 소녀 손나은만···”

“어머니. 그만큼 어머니가 저랑 같이 있으면, 어려지고 설렌다는 말이잖아요. 그러니까, 어머니. 오늘만큼은 유나의 어머니이자 아내인 손나은은 잊고. 제 여자친구 손나은이 되어주세요. 저도 한 번도 어머니를 친구의 어머니로 본 적 없어요. 형준이네 집에서 어머니를 처음 봤을 때부터. 어머니는 저에게 있어서 항상 동경하는 이상형이자 볼 때마다 가슴 뛰게 하는. 그런··· 여자였는걸요.”

나의 수줍은 고백에 형준이 어머니의 얼굴이 복숭아처럼 붉게 물들었다.

“시원아. 너는 진짜 여자 마음을 너무 잘 아는 나쁜 남자야. 그래서 내가 이렇게 마음을 뺏겨 버렸나···”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