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1화 〉 요염한 두 밀프의 유혹(13)
* * *
“언니 다 왔어. 일어나 봐.”
형준이 어머니가 백미러를 보며, 내 어깨에 기대고 곤히 잠들어있는 한효린을 깨운다.
하지만 깊은 잠에 빠졌는지 일어나지 않는 한효린.
“시원아. 효린언니, 많이 피곤한가 보다. 좀 흔들어서 깨워 볼래? 얼마나 피곤하면 젊은 남자 어깨에 머리를 다 기대고 잠이 들어서 일어날 줄을 몰라. 일부러 안 일어나는 것 아니야? 언니! 언니 일어나. 그렇게 무작정 시원이 어깨에 머리 기대고 잠들어서 안 일어나면 어떻게 해? 누가 보면 성추행이라고 고소당해. 언니. 언니!”
“으으음. 으응응.”
한효린이 잠꼬대 소리를 내며 일어나는가 싶더니, 고개를 더 깊숙이 내 가슴속으로 파묻는다.
“진짜. 미쳤어. 미쳤어. 시원아. 너도 가만히 있지 말고 언니 좀 깨우라니까. 너는 젊은 남자애가 어쩜 그렇게 조심성이 없니. 그러니까 자꾸 여자들이 껄떡되는 거 아니니. 변태같은 아줌마가 가슴속에 얼굴 파묻으면 확 밀어버려야지!”
보란 듯이 내 품에 파고드는 한효린을 보며 열 받아서 얼굴이 붉어진 형준이 어머니.
하여간 둘 다 귀엽다니까.
하지만 이대로 더 형준이 어머니를 열 받게 했다가는, 정말 한효린과 치고 박고 싸울지도 모를 것 같다.
나는 손으로 한효린의 어깨를 흔들며 그녀를 깨워본다.
그러자 천천히 눈을 뜨는 한효린.
그녀가 귀엽게 크고 요염한 한쪽 눈을 찡긋거리며 혀를 살짝 내민다.
사실 한효린은 아까부터 일어나 있었는데, 형준이 어머니가 열 받아 하는 게 재미있어서 자고 있는 척을 하고 있던 거였다.
나도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보는 형준이 어머니가 귀여워서 잠시 한효린의 장난에 동참한다.
“형준이 어머님, 설화 어머님이 안 일어나는 데요? 너무 피곤하셔서 그러신 것 같은데, 이대로 좀 만 쉬도록 하는 게 어떨까요?”
다정한 연인처럼 한효린의 머리를 품에 안고 있는 나를 바라보던 형준이 어머니가 차 문을 덜컥! 열고는 내리더니 곧장 뒷자리 차문을 열었다.
“언니! 능구렁이 같이 지금 뭐하는 거야! 언니 안자고 있는 거 다 알고 있거든! 그리고 시원이. 너 지금··· 지금! 누구를 안고 있는 거야! 얼른 자리에서 안 일어나!”
빨개진 얼굴로 씩씩 거리는 형준이 어머니.
형준이 어머니가 이렇게 진심으로 화를 내는 모습은 처음 본다.
역시 남녀가 역전된 세상이나 그렇지 않은 세상이나 여자의 질투심은 무섭구나.
괜히 여자가 한을 품으면 마른하늘에서 서리가 내린다는 말이 있는 게 아니다.
벌떡!
나와 한효린이 형준이 어머니의 기세에 눌려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나 차 문을 열고 나왔다.
그런 우리를 보며 기가 찬 듯 혀를 끌끌 차는 형준이 어머니.
“거봐. 거 봐! 언니 안자고 있었지? 그리고 시원이. 너는 쪼그만 게 친구 어머니를 놀리면 되겠니? 안 되겠다. 시원이는 그냥 여기서 택시타고 집에 가.”
단단히 삐졌는지 형준이 어머니가 토라져서 볼을 부풀린다.
그런 그녀를 마치 막내 동생 보 듯 하던 한효린이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는다.
“그래~ 그럼 잘 됐네, 우리 기사 불러서 시원이 집에 놀러 가야겠다. 가다가 힘들면 좋은 곳에서 잠시 쉬었다 가고. 가자. 시원씨. 내 차는 나은이 차랑 다르게 넓고 안락하니까. 훨씬 편할 거야. 가는 중에 샴페인도 한 잔 하고, 넓은 뒷자리에서 이 것 저것 하고 놀자········”
한효린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얼른 내 손을 낚아 챈 형준이 어머니가 억지로 나를 다시 차에 태우며 소리친다.
“미쳤어 언니! 진짜. 이제 막 스무 살 먹은 애한테 못하는 말이 없어. 언니 진짜 그러다 성추행으로 감방 가. 감방. 알아?”
“얘. 농담이야 농담. 얘는 진짜. 그나저나 시원씨 손목 부러지겠다. 너는 무슨 여자가 남자 손목을 그렇게 꽉 잡니. 안 뺐어가. 얘. 치사하고 더러워서 안 뺐어간다. 치.”
그렇게 말하면서도 여전히 여유로운 웃음을 짓고 있는 한효린.
그에 반해 형준이 어머니는 정말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물고기를 지키는 곰처럼 나를 뒤에 숨긴다.
“그게 아니라, 우리 딸 친구니까 걱정이 돼서 그런 거지. 혹시라도 변태 같이 야한 아줌마가 시원이 성추행이라도 하면 어떻게 시원이 아버님을 뵙겠어? 안 그래?”
성추행이라는 말에 한효린이 나를 보며 고래를 절래절래 흔든다.
“시원씨가 나한테 성추행을 당해? 푸훗. 아, 진짜. 내가 말을 말지. 하여간 알았어. 얘. 너무 흥분하지 말고 시원씨 집까지 잘 데려다 줘. 언니는 간다. 시원씨. 저 갈게요. 조만간 봐요. 전화번호 알죠? 연락하고·······”
그렇게 말하며 뒤를 돌아서는 청담을 향해 걸어가는 한효린.
절뚝절뚝.
그런데 그녀의 발걸음이 마치 처음으로 강제 다리 찢기를 당한 발레리나 학생처럼 불편해 보이기 그지없다.
심지어 몇 발자국 걷고 쉬었다가 다시걷기를 반복한다.
어딘가 심하게 당해 버린 것 같은 발걸음이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형준이 어머니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도리도리 흔든다.
“왜 저래? 좁은 데서 꾸겨져 자다가 다리라도 접질린 거야? 하여간 혼자서 뒤에서 넓게 가라니까 말을 안 듣더니 가지가지 한 다니까. 가자. 시원아. 아줌마가 데려다 줄게.”
당연히 형준이 어머니에게 나와 한효린 사이에 있었던 일을 사실대로 말 할 수는 없다.
절뚝이며 걸어가는 한효린의 뒷모습.
그런 그녀를 보니 내가 너무 거칠게 박았나? 라는 후회도 잠시 들었지만.
요염하고 야한 한효린의 얼굴과 육덕진 몸매가 떠오르자.
그녀를 다시 만났을 때도······· 짐승처럼 그녀의 보지에 박지 않을 자신은 없었다.
그래, 이건 다 남자를 홀려버리도록 너무 야하고 요염하게 태어난 한효진의 잘 못이다.
그렇게 스스로를 방어 해 본다.
* * * * *
“어머니 많이 피곤하시죠? 학교에서부터 저희 집까지 운전하기에 가까운 거리가 아닌데.”
운전하고 있는 형준이 어머니 옆 자리에 앉아 말을 걸어본다.
“응? 아니야. 시원아. 아까 커피마시고 좀 자서 그런지 하나도 안 피곤해. 그런데 시원아.”
갑자기 불안하게 나를 진지한 목소리로 부르는 형준이 어머니.
“혹시 나 잠자는 동안 효린이 언니랑 무슨 일 있었니?”
“네? 설화 어머님이랑요?”
형준이 어머니의 눈치를 살피며,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듯 시치미를 뗀다.
“응. 아니. 다른 게 아니라, 내가 잠자면서 무슨 이상한 소리를 들은 것 같아서.”
“이상한 소리를 들으시다니요? 무슨 소리요? 저는 아무소리 못 들었는데···”
“아, 아니. 아니야. 내가 잘못 들었나 보다.”
다행히 형준이 어머니는 확신을 가지고 물어보는 게 아니라, 그저 의심이 되어서 찔러보기를 하는 것 같다.
나는 모른척하며 형준이 어머니를 궁지를 몰아넣는다.
“어머니 무슨 소리를 들으셨기에 그래요? 저한테 얘기해 보세요.”
츤데레 형준이 어머니 성격상, 자면서 남녀의 야하고 음란한 소리를 들었다고 자기 입으로 말하기는 쉽지 않다.
“얘는. 됐다니까 그러네. 내가 잘 못 들었다고. 이제 이 얘기는 그만하자.”
형준이 어머니가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린다.
그러더니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그럼 꿈을 꾼 건가. 꿈을 꿔도 무슨 음란한 그런 꿈을. 내가 미쳤지. 미쳤어.’
형준이 어머니 혼잣말을 들어보니.
나와 한효린이 너무 요란하게 섹스를 해서 잠결에 그 모습을 본 것 같다.
“그나저나 시원아. 너 요즘 집에 잘 안 들어가니? 어제도 아줌마한테, 유나랑 공부하고 있다고 거짓말이나 시키고 말이야. 아무리 혈기 넘치는 20살 이라고 해도. 자꾸 그렇게 외박하면 되겠니? 다음부터는 아줌마한테 그런 부탁하지 마. 자꾸 그러면 너희 어머니한테 곤란해지니까.”
“미안해요. 어머니. 어제 대학교 동기애들이랑 술 마시다 보니까 너무 시간이 늦어져서··· 친구네 자취방에서 잤거든요.”
“친구네 자취방? 친구 누구?”
“있어요. 지훈이라고.”
할 수 없이 그냥 알고 있는 남자 녀석 이름으로 대충 둘러 된다.
사실은 유비랑 모텔에서 자고 아침에는 유리 누나까지 차에서 만나 섹스를 했지만.
사실대로 형준이 어머니에게 말할 수는 없으니까.
“지훈이? 걔 말고 다른 여자 동기는 없었고?”
형준이 어머니가 의심 가득한 질투어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없었어요. 어제는 남자애들끼리만 모였어요.”
“아. 그래··· 그래도 그렇지. 앞으로는 일찍일찍 집에 들어가. 시원이 어머니가 걱정하시니까.”
한결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형준이 어머니가 나에게 말한다.
여자가 없었다고 하니까 안심이 되나보다.
하여간 귀엽게 속마음이 다 티가 나는 형준이 어머니다.
“그나저나 어머니는 제 사생활에 왜 그렇게 관심이 많으신데요? 혹시 저 다른 여자한테 뺏길까 봐 불안해서 그러세요?”
고양이 같이 큰 눈으로 나에게 눈을 흘기며 새침하게 형준이 어머니가 말한다.
“얘는. 불안하긴 누가 불안하다고 그러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고. 이제 다 왔으니까 어서 내리기나 해.”
형준이 어머니의 말 대로 형준이 어머니와 얘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집 앞에 도착해 있었다.
형준이 어머니와 같이 있으면 시간이 왜 이리 빨리 가는지, 한 시간이 10분처럼 느껴진다.
형준이 어머니와 헤어지려니 아쉽기만 하다.
“어머니. 저 이대로 집에 들어가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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