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1화 〉 요염한 두 밀프의 유혹(3)
* * *
형준이 어머니의 빨간색 스포츠카에 타자 형준이 어머니가 요염하게 웃으며 나를 바라본다.
“시원이 제법이네. 늑대 짓도 할 줄 알고.”
“네?”
“모르는 척 하지 마. 너 일부러 저 귀여운 동기 여자애랑 같이 온 거지? 걔네들한테 나 보여주려고.”
역시 형준이 어머니 앞에서는 함부로 머리를 굴릴 수가 없다.
이미 내 생각을 다 꿰뚫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여기서 인정을 해 버리면 안 되지.
끝까지 모른 척 시치미를 뗀다.
“네? 그런 거 아니에요. 왜요? 동기랑 같이 걷고 있는 것 보니까 혹시 질투라도 나세요?”
질투라는 말에 형준이 어머니가 푸훗 하고 웃음을 터트린다.
“얘는. 아줌마를 앞에 두고 못하는 말이 없어. 풋내기 같은 애 앞에서 질투라니.”
사실 시은이와 함께 형준이 어머니 차를 기다린 건, 형준이 어머니에게 질투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의도도 있었지만.
시은이 정도로는 형준이 어머니에게 어떠한 질투심도 일으키지 못했나 보다.
“오늘따라 자주 웃으시네요.”
“그러게. 나도 모르게 자꾸 웃음이 나오네. 시원이를 만나서 그런가?”
은근슬쩍 사람 설레게 하는 재주가 있는 형준이 어머니다.
나도 질 수 없지.
“그래요. 어머니. 자주 좀 웃으세요. 어머니 그렇게 웃으니까 너무 예쁘잖아요. 무슨 10대도 아니고 말이야. 아까 학생들 사이에 서 있는데도 어머니가 제일 어려보이던데요?”
미소가 예쁘다.
어려보인다.
여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말들.
거기에 진심까지 섞여있으면 마음이 안 흔들릴 여자가 없다.
형준이 어머니도 예외는 아닌지 그녀의 얼굴이 장미처럼 빨갛게 달아올랐다.
“피. 얘는 못하는 말이 없어. 아줌마 보고 10대라니········”
하지만 여전히 떠날 줄 모르는 그녀의 미소.
귀엽게 보조개까지 들어가는 형준이 어머니를 보니 나도 모르게 마음이 가을날 흩날리는 벚꽃을 보는 것처럼 설렌다.
그렇게 형준이 어머니와 드라이브를 하며 설레는 시간을 가지고 있는데, 형준이 어머니의 핸드폰이 울린다.
‘You, you are my universe and I just want to put you first
너, 너는 내 우주야 넌 내게 가장 중요한 존재야’
형준이 어머니는 핸드폰 벨소리도 요즘 가장 유행하고 있는 BTS와 콜드플레이의 My universe라는 노래였다.
딸칵.
“여보세요?”
형준이 어머니가 입가에 미소를 띤 채, 우아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다.
하지만 수화기 반대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듣고는 그녀의 입가에 퍼졌던 미소가 금 새 사그라진다.
“응. 언니. 언니가 갑자기 왜? 뭐? 뭐라고?”
형준이 어머니가 고운 이마를 살짝 찡긋거린다.
사실 형준이 어머니가 이마를 찡긋거릴 때마다 더욱 섹시해 보여서 나는 그 모습을 좋아한다.
“아니, 언니. 언니는 기사 불러서 가면 되잖아. 아, 진짜. 사람 곤란하게. 뭐? 나랑 단 둘이 남자랑 타고 가는 거·········”
거기까지 말을 하던 형준이 어머니가 나를 슬쩍 바라보더니 한 숨을 쉬며 전화기속 상대방에게 말을 이어서 한다.
“하아··· 알겠어. 거기로 갈게.”
딸칵.
전화기를 끊은 형준이 어머니가 딱딱하게 굳은 얼굴 표정으로 나에게 말을 꺼낸다.
“시원아 미안한데. 아줌마가 한 명 더 태워서 가야 할 것 같아. 아는 언니도 마침 이 근방에 있는데, 태워 달라네.”
“네. 어머니. 저는 상관없어요.”
“응. 시원아. 이해해줘서 고마워.”
왠지 모르게 불안해 보이는 형준이 어머니.
사람 하나 더 태워가는 게 무슨 큰일이라고 저렇게 불안해하는 거지?
물론 형준이 어머니와 집에 갈 때까지 오붓이 둘 만의 시간을 가질 수 없는 건 아쉬웠지만, 형준이 어머니가 아는 언니라니.
새로운 아줌마를 알 수 있다는 사실에 살짝 설레기도 했다.
원래 남자는 처음 보는 요염한 여자가 제일 맛있어 보이는 법이니까.
형준이 어머니가 차를 다시 뒤로 몰아서 학교로 돌아간다.
아는 언니라는 사람이 우리 대학교에 있는 건가?
설마 마흔이 넘은 나이에 대학교를 다니는 늦깍이 대학생인가?
부우웅!
점점 더 속도를 내던 형준이 어머니의 빨간색 아우디 스포츠카가 학생식당 앞에서 멈춰 선다.
쏟아지는 학생들의 시선.
역시 좋은 차를 타고 다니면 시선을 끌기 마련이다.
차 안에서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기 시작한다.
“여보세요. 어. 언니. 지금 언니 있는 곳에 왔어. 빨리 나와.”
딸칵.
간단하게 통화를 끝낸 형준이 어머니.
그리고 얼마 기다리지 않아서 한 명의 여자가 요염한 웃음을 지으며 그녀의 차를 향해 다가온다.
천천히 다가오는 중년의 요염한 미시녀.
형준이 어머니 보다는 좀 더 나이가 들어 보이지만, 색기로는 형준이 어머니 보다 더 요염해 보인다.
검은 생머리가 찰랑찰랑 햇빛에 반사되어 빛나고 있었는데, 색기가 줄줄 흘러내린다.
돈이 많아서 관리를 잘해서인지 살짝 통통하지만 작은 하얀 얼굴에는 주름하나 없다.
신비로운 파라색 렌즈를 낀 눈은 고양이처럼 크고 살짝 치켜 올라간 느낌이다.
코는 오뚝하고 입술은 빨갛다.
입술 옆에 작은 점이 하나 찍혀 있는데, 피부가 워낙 하얘서 인지 그 점이 도드라지고 요염하게 보이게 만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아한 하얀색 드레스를 입고 있는데도 그 풍만하게 출렁철렁 거리는 가슴과 엉덩이는 도저히 가려지지 않는다.
가슴은 무려 E컵은 되어 보인다.
정말 요염하고 색기있는 육덕진 미씨 스타일의 미시녀.
그녀는 바로 청담 한식당의 여사장이자 형준이 어머니의 라이벌인 한효린이었다.
나도 모르게 청담 한식당 여사장의 한효린의 몸매를 쫘악 훑어보자, 형준이 어머니의 눈빛이 살짝 날카롭게 빛났다.
한효린도 나를 발견하고는 요염한 미소를 짓는다.
눈빛만 봐도 그녀의 요염한 색기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당당한 걸음으로 형준이 어머니의 빨간색 스포츠카 문을 열고는 뒷자리에 앉는 한효린.
마치 자기 차라도 되는 것 마냥 편안해 보인다.
“어머, 우리 나은이가 언니 태우러 친히 여기까지 와주고. 이거 고마워서 어쩌지?”
“고맙긴. 누가 들으면 우리 사이가 되게 좋은지 알겠네. 입바른 말은 그만해요. 언니.”
날카로운 형준이 어머니의 말에 한효린이 능글맞게 미소 짓는다.
“우리 나은이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차갑다니까. 얘는. 좀 살갑게 굴면 어디가 덧나니?”
“다른 사람한테는 몰라도 언니한테는 그럴 일 없어. 언니가 나한테 한 짓. 평생 잊어버릴 일 없으니까. 그나저나 언니는 여기 왜 온 거야? 다시 대학교에 다니러 온 건 아닐 테고.”
형준이 어머니의 가시 돋친 말은 별로 신경도 안 쓰이는지 한효린은 그녀의 은은한 에메랄드색이 감도는 핸드백에서 루주를 빼내서는 입술에 덧칠하며 대답한다.
“응. 나은아. 너도 알지? 우리 딸 설화. 설화가 이 학교 다니잖니. 오랜만에 모녀끼리 데이트 좀 해볼까 하고 학교에 왔는데, 글쎄 얘가. 한 눈 판 사이에 차만 가지고 도망가 버렸잖니. 내가 진짜 못 살아. 딸이라고 하나 있는 게 반항이라는 반항은 다 하고 다니니.”
설화?
설화라면 혹시 유설화?
원래 세계에서는 우리 학교에서 제일가는 퀸카로 유명했지만, 남녀가 역전된 세계에서는 왕따 당한다는 그녀?
자세히 보니 한효린과 유설화의 얼굴이 비슷해 보인다.
크고 에메랄드 같이 투명한 눈.
하얀 피부.
작은 브이라인 얼굴에 붉은 입술.
다만 설화는 나이에 맞게 청순하고 상큼한 매력이 돋보인다면, 한효린은 요염하고 섹시한 자태가 남자의 정신을 못 차리게 한다는 정도가 다르다고나 할까?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한효린에게 말을 건넸다.
“설화요? 혹시 유설화가 어머님 따님?”
유설화라는 말에 한효린이 반짝반짝 눈빛을 빛내며 나를 바라본다.
저 깊고 푸른 고양이 같은 눈.
마치 그녀에게 매혹되어 빨려들어 갈 것만 같다.
“어머. 우리 설화 아는 거니? 혹시 친구?”
“아니요. 설화가 워낙 학교에서 유명하잖아요. 그래서 얼굴만 알아요.”
유명하다는 말에 한효린이 고개를 갸우뚱 한다.
“유명해? 우리 설화가? 설화가 얼굴만 예쁘지 하도 싸가지가 없어서 친구도 없는 줄 알았는데, 그래도 나름 학교생활은 잘 하고 있나 보네. 이렇게 잘생긴 학생도 우리 설화를 아는 거 보면.”
그제야 내가 말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유설화가 유명한 건 원래 세계에서였지 이 남녀가 역전된 세계에서는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설화가 싸가지 없어서 학교에서 왕따 당해요라고 그녀의 어머니 앞에서 말을 바꾸기는 어렵다.
“네. 설화가 좀 도도하긴 해도 워낙 예뻐서 학교에서 인기 많아요. 설화가 누굴 닮아서 그렇게 예쁜가 했더니 어머니를 닮았나 보네요.”
어머니를 닮아서 예쁘다는 말을 들은 형준이 어머니가 붉어진 얼굴로 나를 매섭게 째려보며 내 허벅지를 살짝 꼬집었다.
“악!”
그런데 생각보다 아파서 그만 비명소리가 나오고 말았다.
“어머? 학생 왜 그래요?
이상하다는 듯이 나와 형준이 어머니를 묘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한효린.
그리고 잠시나마 질투했다는 사실이 부끄러운지 복숭아처럼 붉어진 얼굴로 운전대만 바라보는 형준이 어머니.
그 두 명의 섹시하고 요염한 미시들 사이에 낀 나.
설레면서도 야릇한 묘한 기분에 빠져들어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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