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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세계 밀프 헌터가 되었다-150화 (150/370)

〈 150화 〉 요염한 두 밀프의 유혹(2)

* * *

뺏긴다는 말에 김지훈 녀석의 눈빛이 매섭게 빛난다.

역시 지훈이도 지금은 너무 집착이 심해서 싫은 척 하고 있지만 사실은 누나들이 좋은 것이다.

절대로 뺏기고 싶지 않은 만큼.

“웃기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뺏기긴 누가 뺏겨. 몸 좀 좋다고 넘어갈 누나들이었으면 벌써 다른 남자한테 넘어갔지. 누나들은 내꺼야. 너 따위가 감히 탐 낼 여자들이 아니라고.”

“그래? 그렇게 자신 있으면 우리 내기 하자. 어때?”

“내기? 어떤 내기?”

지훈이 녀석의 눈동자가 불타서 이글이글 거린다.

내가 던진 미끼를 덥석 물었다.

“내가 너희 누나들 못 꼬시면 매 달 몸을 바꿔 줄게. 대신에 내가 너희 누나들 꼬시면 네가 가진 능력. 최면술. 나에게도 알려 줘. 오케이?”

“최면술을 알려 주라고?”

김지훈의 푸른색 큰 눈동자가 혼란스러움으로 흔들린다.

“왜 자신 없어?”

고민하던 김지훈.

하지만 녀석의 입가에 다시 오만한 미소가 번진다.

“그래. 하자. 해. 어차피 이건 절대로 질 수 없는 게임이니까. 너 진짜 후회 안하지? 매 달 몸 바꿔 주는 거야!”

“오케이. 딜!”

김지훈 녀석과 그렇게 약속을 맺고 화장실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녀석을 화장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누나들이 나는 본채 만채 무시하고 다시 김지훈 녀석을 향해 찰떡같이 달라붙는다.

“지훈아! 어디 갔었어. 화장실 가려면 누나들한테 말하고 가야지.”

“흐윽. 지훈아. 우리 지훈이 못 본지 무려 오 분이나 됐어. 누나 그동안 외로워 죽는 줄 알았어.”

“지훈아. 혹시 수지가 모텔가자고 해서 무서워서 도망 간 거야? 우쭈주, 우리 지훈이 누나가 지켜줄게 무서워하지 마요~ 아 거기 앞에 등치 큰 남자 좀 비켜 봐요! 우리 지훈이 못 지나가잖아요.”

그렇게 말하며 사납게 나를 밀치는 수영이 누나.

완전히 찬밥신세도 이런 찬밥신세가 없다.

완벽한 굴욕이다.

그리고 그런 나를 보고는 승리를 확신하는 김지훈.

녀석이 가소롭다는 듯이 웃으며 나를 바라본다.

저 가증스러운 웃음.

속에서 분노가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녀석의 저 얄미운 웃음을 다시는 짓지 못하도록 조만간 확실하게 멘탈을 부셔주겠어!

* * * * *

오늘도 수업은 별일 없이 지나간다.

가끔씩 요염한 색기를 내뿜으며 나를 빤히 바라보는 채영교수님의 시선이 부담되었지만.

전공 수업과 교양수업을 끝마치니 벌써 시간은 오후 3시.

지루한 학교에서의 하루 일과가 끝나가고 있다.

아니 끝나가려고 했다.

드르르륵! 드르륵!

책상위에 올려놓은 핸드폰 진동이 요란하게 울린다.

덕분에 몰래 내 뒷자리에 숨어 잠을 자던 시은이도 놀라서 벌떡 눈을 뜬다.

나와 눈을 마주친 시은이.

주르륵 흘러내리는 침을 닦더니 창피한지 다시 고개를 돌려 잠을 잔다.

하아·······

고등학교 때 교실 뒷자리에서 잠자던 남자애들의 모습이 오마주처럼 겹쳐 보인다.

핸드폰을 열어서 카통을 확인해 본다.카통을 보낸 사람은 다름 아닌·······

[손나은: 시원아. 지금 수업중이니? 나, 분당에 갔다가 생각해보니 시원이 학교가 근처인 거 같아서. 아직 학교면 아줌마가 집까지 태워줄게 열락 줘.]

생각지도 않았던 형준이 어머니였다.

원래는 수업 끝나고 시은이 하은이랑 PC방에서 랄이나 할까 했는데.

형준이 어머니와 달콤한 데이트냐 랄이냐?

당연히 무게는 형준이 어머니와의 데이트로 기운다.

[나: 네. 어머니. 아직 수업중인데 4시면 끝날 것 같아요.]

[손나은: 그러니? 그럼 마침 잘 됐네. 나도 거기 도착하면 4시쯤 될 것 같아. 어디로 가면 되니? 아줌마가 시원이 있는 곳으로 갈게.]

[나: 교양관에 있어요. 그러면 교양관 입구에서 4시에 봐요.]

[손나은: 응 그래. 시원아 수업 잘 듣고. 도착하면 전화 할게]

수업 끝나고 형준이 어머니를 볼 수 있다니.

설레서 가슴이 두근두근 거린다.

형준이 어머니는 보면 볼수록 끌리는 매력이 있다.

성숙미와 요염한 섹시미를 완벽하게 갖춘 현재 내가 만나고 있는 여자들 중에서 가장 꼴리는 밀프녀이다.

“그럼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 덧 교양 수업도 끝났다

뒷자리에 앉았던 시은이도 그제야 졸린 눈을 비비며 기지개를 킨다.

“아흠~ 시원아. 오늘 뭐해? 우리 PC방이나 갈까? 이 누나가 한 턱 쏠게!”

나름 아무렇지 않은 척 자연스럽게 연기를 해 보았지만, 그녀의 떨리는 목소리를 들으니 이미 그녀가 얼마나 이 말을 하기위해 연습을 많이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사실 내가 원래 살던 세계에서도 학교 퀸카에게 자연스럽게 남자 녀석들이 수업 끝나고 술이나 한 잔 하자고 말을 걸지만, 사실은 그 전날부터 잠도 못자고 설레며 준비한 멘트이다.

“미안해. 시은아. 오늘은 약속이 있네. 다음에 가자.”

“으응. 그래? 그러면 할 수 없지 뭐. 오늘도 지겨운 하은이랑 동네 피방이나 가야겠네.”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했지만 목소리에 실망감이 가득 담겨있다.

“그래, 오늘은 하은이랑 가고 다음에 나랑 가자. 시은이도 버스 타러 갈 거지? 나랑 같이 내려가자.”

“그, 그래!”

방금 전까지 PC방을 같이 못가서 서운했던 목소리가 들떠서 격양된 시은이

과에서 가장 잘나가는 퀸카.

아니 훈남이랑 단 둘이 걸어서 버스 정류장까지 간다는 사실에 마음이 설레는가 보다.

강의실 복도를 지나 계단을 내려가자 여학생들이 다들 부러운 눈빛으로 나와 걷고 있는 시은이를 바라본다.

다른 여학생들의 집중된 이목에 으쓱해진 시은이.

마치 나와의 친목을 과시하기라도 하는 듯 큰 소리로 말을 건다.

“시원아. 우리 다음에는 꼭 같이 PC방도 같이 가는 거다. 알았지?”

PC방에 같이 라는 말을 들은 여학생들의 귀가 쫑긋쫑긋 해 진다.

“와. 대박이다. 시은이 시원이랑 가깝나 봐. 둘이서 PC방도 간데.”

“에이. 설마. 그냥 시원이가 하녀처럼 부리는 거겠지. 원래 잘생기고 귀여운 애들은 못생긴 여자애들 하녀처럼 하나씩 데리고 다니잖아.”

“그래. 그렇겠지? 하긴 시은이가 시원이랑 비빌 레벨은 아니지.”

그렇게 각자의 나름대로의 추측의 날개를 펼치는 여학생들.

그녀들의 추측이야 어찌되었든 시은이는 잔뜩 신나 보인다.

“시원아. 시원이도 버스타고 가다가 분당에서 갈아 타? 분당에서 갈아타면 내가 떡볶이 사줄게 먹고 갈래? 맛있는 떡볶이집 아는데.”

“아. 떡볶이? 나도 좋아하는데···”

그렇게 시은이와 웃고 떠들며 교양건물 계단을 내려가자.

끼이익!

우리들 앞에 멈춰서는 빨간색 스포츠카.

스포츠카를 본 시은이가 부러운지 탄식을 한다.

“와. 스포츠카 대박 멋있다. 저런 스포츠카를 모는 정도면 엄청 부자겠지? 나도 나중에 돈 많이 벌면 우리 시원이 스포츠카도 태워주고 싶다. 그런데 시원아. 저런 스포츠카 타고 다니는 여자들은 돈만 많지 배도 나오고 나이도 많은 아줌마······”

라며 알지도 못하는 빨간 스포츠카 주인 뒷다마를 까는데, 검은색 선글라스에 기품 있어 보이는 버버리 코트를 입은 눈부시도록 아름다우면서도 우아한 여자가 차에서 내린다.

자신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세련되고 아름다운 스포츠카 주인의 자태에 순간 말문이 막혀버린 시은이.

그런데 더 놀랍게도 그녀가 하이힐을 신고 또각또각! 걸어서는 우리 앞으로 걸어오는 것이다.

“시원아. 이제 끝났나 보네. 이 귀여운 아이는 누구? 시원이 대학교 친구?”

“네. 어머니. 제 대학교 동기 시은이예요. 인사드려 시은아.”

시은이가 딱딱하게 굳은 몸으로 허리를 90도로 숙여 형준이 어머니에게 인사를 한다.

“바, 반갑습니다! 시은이라고 합니다!”

“응. 그래. 시은아. 우리 시원이 학교에서 잘 부탁해. 시원아, 그럼 갈까?”

귀부인처럼 우아하게 미소 지으며 나를 위해 빨간색 스포츠카 차문을 열고 기다리는 형준이 어머니.

그런 그녀를 시은이 뿐만 아니라 남학생, 여학생 할 것 없이 모두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형준이 어머니의 귀족같이 우아한 자태에서 뿜어져 나오는 성숙하면서 단아한 품격에 모두들 압도당해버리고 만 것이다.

“네. 어머니. 잠시 만요. 친구에게 얘기만 좀 하고요.”

미소 지으며 고개를 살짝 끄덕이는 형준이 어머니.

이제 막 20살이 된 대학생들 사이에 있어도 전혀 꿀리지 않는 미모다.

아니 오히려 성숙미와 요염함까지 더 해져서 오히려 어린 애송이들은 범접할 수조차 없는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다.

“시은아. 미안해. 우리 분식은 다음에 먹자. 아는 누나가 데리러 와서 말이야.”

아는 누나라는 말에 시은이가 고개를 끄덕끄덕 거린다.

“그, 그래. 시원아. 얼른 가 봐. 기다리시겠다.”

사람이 적당한 차이를 느끼면 질투도 나고 노력하면 빼앗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 퀼리티의 차이가 도저히 따라잡는 것을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나 버리면, 질투가 아니라 동경을 해 버리고 만다.

그리고 지금 시은이가 형준이 어머니에게 느끼는 감정이 바로 그런 것이다.

도저히 따라 잡을 수 없는 것에 대한 동경.

그리고 그런 여자를 학교 앞으로 부르는 시원이에 대한 신격화!

시은이는 다시 한 번 시원이 같이 넘사벽의 존재와 가까이 지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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