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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세계 밀프 헌터가 되었다-144화 (144/370)

〈 144화 〉 집착녀 얀데레 홍유리(2)

* * *

분해도 걸레 같은 새끼라는 말을 들은 내가 분해야 하는데.

유리누나는 뭐가 그렇게 분한지 사파이어같이 아름다운 청안의 눈에서 투명한 눈물방울을 주르륵 흘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막상 내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유리누나를 보니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남자는 여자의 눈물에 약하구나.

유리누나에게 티슈를 건네주며 말했다.

“미안해요. 누나. 울지 말고 이걸로 눈물 좀 닦아요. 예쁜 얼굴에 화장 번져요.”

사실 오늘 유리누나는 평소보다도 더 예뻤다.

걸어 다니는 바비 인형이라는 말이 딱 어울렸다.

흔히들 인스타에 보면 인스타 여신이라고 해서 올라오는 사진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그런 인스타 여신들도 실물을 보면 사진발에 비해 그저 그런 경우가 많다.

하지만 유리누나는 오히려 그 반대다.

사진이나 영상이 유리누나의 실물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 할 정도로 유리누나는 우아하고 아름답다.

보통 TV에 나오는 연예인들이 그렇다고 하던데.

작은 얼굴과 뚜렷한 이목구비.

눈처럼 하얀 피부.

거기다가 사파이어를 박아 놓은 듯 반짝거리는 청안의 눈동자.

루비처럼 반짝반짝 거리며 빛나는 붉은 입술.

원래도 만화 속에서나 나오는 미소녀처럼 예뻤지만, 신경 써서 화장을 하고 옷을 입으니 그야말로 설부화용(雪?花?).

눈 같이 흰 살결과 어울리는 꽃같이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누나. 일부러 누나 연락 안 받은 게 아니라. 누나는 공부하느라 바쁘니까 부담주기 싫어서 그랬어요. 오해하게 만들었다면 미안해요.”

하지만 유리누나는 내가 건네 준 티슈를 손으로 탁! 치며 거부한다.

“됐어. 이제 와서 신경 써 주는 척 하지 마! 나도 다 알고 있어. 나 지금 너한테 어장관리 당하고 있는 거지? 나쁜 새끼. 차라리 이럴 거면 아예 무시를 하던가. 왜 또 걱정해주는 척인데?”

하아···

미치겠네.

도대체 나보고 어쩌라는 건지.

하여간 원래 세계이건, 남녀가 역전된 세계이건 여자가 한 번 토라지면 무슨 말을 해도 안 먹히는 건 똑같다.

이제는 나도 모르겠다.

피곤해서 유리누나를 더 이상 상대해 주고 싶지 않다.

“알겠어요. 그럼. 누나 마음대로 생각해요. 나도 이제 누나 신경 안 쓸 테니까.”

“그래. 진작 그렇게 본색을 드러낼 것이지. 나쁜 새끼. 어장관리나 하고. 내가 그렇게 우스워 보여? 나 S대 다니는 여자야. 겨우 삼류대 다니는 너랑은 비교도 안 되게 똑똑하거든. 그러니까. 그러니까. 나 홍유리가 네 어설픈 손아귀에서 허우적거릴 거라고 생각하지 마!”

지금은 무슨 말을 해도 이성적으로 대화가 안 될 것 같다.

유리 누나는 무엇 때문인지 몰라도 너무 화가 나 있다.

아마 공부 때문에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나 보다.

“알겠어요. 알겠으니까, 집에나 데려다 주세요. 앞으로 다시는 누나한테 연락 안 할 테니까.”

“그래. 연락하지 마! 절대 연락하지 마. 애초에 너 연락 기다린 적도 없으니까. 그리고 내가 왜 너를 집까지 데려다 줘야 하는데. 씨발. 꺼져. 이 나쁜 자식아. 내 차에서 꺼지라고!”

“하아··· 알겠어요. 누나가 원하는 게 그거죠? 그럼 나는 꺼져 줄 테니까. 남자친구랑 잘 해 봐요.”

피곤하기도 하고 여기서 유리누나랑 얘기해 봤자 답이 안 나올 것 같다.

­덜컹.

차 문을 열었다.

그러자 유리누나가 하얗고 고운 손으로 내 어깨를 잡으며 울먹이는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마치 영화 속에 나오는 가련한 미소녀 여주인공 같아 보인다.

“시원아. 진짜 가려고?”

“네. 누나가 꺼지라면서요. 그래서 꺼져준다는데. 뭐 잘 못 됐어요?”

“시원아. 그런 게 아니야. 내가 화가 나서. 너무 화가 나서 그런 거야. 밖에 비도 오는데, 어디를 가려고? 시원아, 누나가 잘 못했어. 가지 마.”

막상 간다고 하니까 나를 붙잡는 유리 누나.

하지만 나는 그녀의 손을 뿌리치며 차에서 내렸다.

“됐어요. 이제 다시는 연락하지 말죠. 우리.”

­투두둑 투둑 투두두둑

매섭게 떨어지는 빗방울

하지만 나는 매정하게 차 문을 쾅! 닫고 비를 맞으며 아침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 * * * *

(홍유리 시점)

8시간 전.

술집 앞.

이럴 리가 없는데.

시원이가 그럴 리가 없어!

중학생 같이 어려보이는 소녀와 시원이가 술을 마시며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

주인아줌마가 신분증을 확인하고 술을 파는 걸로 봐서는 단순히 얼굴만 어려보이는 베이글 스타일의 소녀인 것 같다.

단아해 보이는 하얀 얼굴에 비해 풍만하고 탱탱해 보이는 가슴.

거기에 모델 같은 황금 비율의 몸매.

내가 봐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소녀다.

하지만, 지금 나에게 그녀는 시원이를 빼앗으려는 경쟁상대일 뿐이다.

조바심이 밀려온다.

꽈드득.

이빨을 소리가 나도록 꽉 깨문다.

시원이가 저년 때문에 내 연락을 무시한 건가?

그래서 내가 찾아간다고 해도 연락도 받지 않고 나를 피한거야?

믿어지지가 않는다.

나 스스로도 내가 어느 정도의 가치를 지닌 사람인지 알고 있다.

홍유리.

중학교 때부터 내 이름은 유명했다.

끝없이 이어지는 남학생들의 선물 공세와 러브레터

여자의 비율이 남자보다 훨씬 높은 세상이었지만, 언제나 예외는 있는 법이다.

누구나 나를 보면 어렸을 때부터 입을 다물지 못하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심지어 연예인으로 착각해서 싸인을 받아가는 경우도 허다했다.

아니 실제로 유명한 방송국 PD나 대형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스카웃 제의도 여러 차례 받았다.

거기다가 공부도 항상 전교 일 등.

눈에 띄고 싶지 않아도 눈에 띌 수밖에 없는.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존재.

그게 바로 나 홍유리였다.

고등학교에 가서도.

아니 고등학교 때는 중학교 때 보다 인기가 더 많아졌다.

타 학교에까지 유명해져서 수업이 끝날 때쯤이면 남자 녀석들이 꽃다발을 들고 서 진을 치며 기다리는 건 평범한 일과 중에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그 녀석들은 그저 나에게 있어선.

벌레 같은 하등한 녀석들일 뿐이었다.

차라리 그 시간에 공부를 열심히 해서 나와 동등한 위치에까지 올라온다면, 일말의 관심이라도 조금이라도 생기겠지만.

병신같이 나를 따라다니는 남자 녀석들에게는 조금의 흥미도 생기지 않았다.

대학교에서는.

나와 같은 수준의 똑똑한 녀석들이 많은 S대에 다니게 되었다.

하지만 S대에 다니는 녀석들의 대부분은 머리는 똑똑하지만 외모는 못 봐줄 정도로 딸리는 여자와 남자가 대부분이었다.

세상은 하나만 잘해서 인정받을 수 없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외모 역시 세상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지표다.

실제로 사람을 죽인 여자 사형수도 외모가 예쁘다는 이유로 팬클럽이 생기고, 그녀의 무죄를 주장하는 사람들 까지 생겨났었다.

외모는 또 다른 무기다.

S대에서도 수많은 남자들이 대쉬해 왔지만.

머리만 똑똑하고 외모 등급이 낮은 녀석들에게.

내 시간을 할애해 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나와 같이 똑똑한 머리에 완벽한 외모를 지닌 남자.

그런 남자를 찾는 건 어려웠다.

하지만 그럭저럭 나와 동등한 위치에 선 남자가 나에게 대쉬를 해왔다.

S대 의학과에 연예인 같은 미소년.

아버지는 대학교 병원 원장.

내 미래를 위해서, 이정도 조건이라면 받아들일 만 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남자도 나에게 별다른 감정을 불러일으키게 하지는 못했다.

애초에 나는 사랑이라는 걸 믿지 않았으니까.

그저 무의미한 만남을 이어갈 뿐이었다.

그러다 그 남자는 무미건조한 나와의 만남에 질렸는지 다른 여자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등급이 낮은 여자들.

질투를 불러일으키려 한 행동처럼 보이지만 나는 그 어떤 관심도 흥미도 생기지 않았다.

다만 그의 행동 때문에 나 역시도 잘생긴 녀석들을 가지고 노는 취미가 하나 생겼다.

얼굴만 믿고 나에게 접근하는 골 빈 녀석들을 가지고 노는 건 나름 생활의 활력소이자 유흥거리였다.

그러다 만난 내 동생의 친구 유시원.

처음에는 이 녀석도 나에게 있어 그저 하나의 미소년 장난감에 지나지 않았다.

부서지지 않을 정도로 가지고 놀다가 버릴 작정이었다.

다른 미소년 녀석들에게 했던 것처럼.

그런데.

시원이는 달랐다.

처음으로 느껴본 무력감과 패배감.

거기다가 첫 순결까지 빼앗겼다.

처음에는 녀석이 미치도록 미웠다.

순간순간 녀석을 죽여 버리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녀석을 떠 올릴 때 마다 나도 모르는 이상한 감정들이 자나라기 시작했다.

녀석이 연락을 안 하면 왜 안 할까? 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그래서 참다 참다 자존심을 숙이고 먼저 연락하면, 녀석은 내 연락을 읽씹 해 버린다.

감히 나 홍유리의 연락을.

외모도 남자친구에 비하면 그저 그렇고 학교는 삼류대.

집안도 평범한.

그저 그런 벌레 주제에.

그런 벌레의 연락에 집착하게 되고.

녀석의 얼굴이 자꾸만 떠오르고.

매일 매일 녀석과 만나고 싶어지고.

그 녀석이 나를 다시 한 번 가져주었으면 하는.

말도 안 되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그런 생각들이 내 머리를 지배하기 시작한건 언제부터였을까?

그런데 지금 그 녀석이 다른 여자와 저렇게 다정하게 술을 마시는 보는 내 가슴이 너무나.

너무나 시려온다.

가슴이 시리도록 아픈 감정.

사람들은 이런 감정을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일까?

이 감정은 평생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이었다.

심지어 몇 년이나 사귄 남자친구에게도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

그런 설레면서 가슴이 시려오는 감정을 나는 지금 느끼고 있다.

가슴 깊숙이 심장이 저려오도록.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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