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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세계 밀프 헌터가 되었다-138화 (138/370)

〈 138화 〉 이유비(6)

* * *

“그러면 우리 들어가서 진짜 얘기만 하는 거다. 나 이런데 한 번도 안 와봤단 말이야.”

끝까지 순진한 척 연기를 한다.

사실 이번 주에만 모텔을 몇 번 갔는지 기억도 안 난다.

그래도 너무 걸레 같이 노는 남자보다는 순진해 보이는 게 낫겠지?

“진짜? 시원아. 진짜지! 진짜 가는 거지?”

유비가 세상을 다 가진 듯 기뻐하며, 내 팔을 감아 꼬옥 팔짱을 낀다.

모텔에 가는 게 그렇게 기쁜가?

“그런데, 유비야. 너는 남자랑 모텔에 가 본적 있어?”

유비가 고개를 돌리며 수줍어한다.

“아, 아니. 그 뭐냐. 영화에서나 봤지. 나도 처음인데. 바빠서 남자랑 데이트하는 것도 사실 처음인데, 모텔도 안 와봤지. 말하기 부끄럽지만 나 아직 자위도 안 해 봤는걸.”

아직 자위도 안 해 봤다니.

그럼 유비는 진짜 완벽한 처녀인거 아니야?

“야, 너는 쪼그만 게 남자랑 모텔도 안 와 봤으면서 왜 나한테 모텔에 가자고 그렇게 졸랐던 건데?”

황당해서 물어보자 유비가 다리를 비비꼬며 말한다.

“나도 모르겠어. 그냥 시원이 너랑 헤어지기 싫고. 그냥 시원이를 보면 나도 모르게 몸이 뜨거워지고 막 그래. 그런데, 진짜 오해는 하지 마. 내가 모텔에 가고 싶은 건 시원이라서 그런 거야.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하고 있으면, 같이 데이트 하자고 내 연락처 물어보는 손님들 많거든.”

말하기 부끄러운지 유비의 목소리가 기어들어간다.

사실 그 말은 사실이다.

내가 유비가 일하는 편의점에 갔을 때만 해도 유비에게 관심을 보이는 남자들이 하나 둘이 아니었다.

몇 명은 수줍게 유비에게 다가가 연락처도 물어 보기도 했으니까.

남녀 비율이 10 대 1인 세상에서도 데이트 신청을 먼저 받을 만큼, 유비가 특별하게 귀엽고 예쁜 거다.

“시원아, 이제 가자·······”

유비가 조심스럽게 내 눈치를 살핀다.

술기운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는지 다시 소심한 유비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말없이 귀여운 유비의 어깨를 감싸고는 그녀와 함께 그래도 가장 깨끗해 보이는 모텔로 들어갔다.

* * * * *

“여기가 모텔이라는 곳이구나.”

유비가 안 그래도 큰 눈을 더 크게 뜨고 러브모텔 안을 둘러본다.

우리가 투숙한 방은 엔틱 스타일의 깔끔한 방이었다.

“방안에 욕조도 있네? 연인들은 이렇게 방 안에 있는 욕조에서 같이 몸도 담구고 그런 건가?”영화에서만 봤는데.”

막상 모텔에 가자고 할 때는 요염한 서큐버스처럼 덤벼들 기세였는데, 술이 깨서 그런지 평소의 수줍음 많은 유비로 돌아와 있었다.

“그러게. 나도 모텔은 처음 와봐서. 신기하다.”

나도 모텔에 처음 와본 척 한다.

무언가 모르게 어색한 분위기.

모텔에 들어오기 전의 기세는 어디로 가고.

어색한 분위기만 흐른다.

내 눈치를 보며 유비가 TV리모컨을 누른다.

“아직 안 졸리지? 우리 영화나 볼까?”

아직 남자와의 잠자리를 리드 해 본적이 없는 청순한 유비.

최악의 선택을 한다.

보통 수줍음 많은 남자에게 이렇게 미적지근한 태도로 나간다면, 정말로 그냥 영화나 보다가 잠들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나는 그런 조신한 남녀가 역전된 세계의 남자들과는 다르지.

“시원아. 이것 봐. 쿵푸판다 한다. 나 이거 좋아하는데.”

TV에서 하는 영화를 보며 내 눈치만 살피는 유비.

이러다가는 정말 밤새도 진도를 못 나간다.

나는 입고 있던 후드티를 벗었다.

“밖에 있을 때는 춥더니 안에 들어오니까 좀 덥네.”

후드티를 벗으면서 살짝 보이는 복근.

유비가 침을 꿀꺽 삼키며 내 복근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그, 그렇지. 시원아.”

나는 얇은 흰색 티에 청바지만 입은 채 유비 곁에 다가가서 앉는다.

유비는 남자와 단 둘이 모텔에 있다는 사실이 설레고 긴장되는지, 허둥지둥 거린다.

“시원아. 너도 쿵푸 판다 좋아해? 콜라 마실래? 오늘 날씨 참 좋지?”

긴장해서 인지 말이 앞뒤가 하나도 맞지 않는다.

"응. 그러네. 쿵푸 판다는 어렸을 때 너무 많이 봐서.”

아무리 처음이라고 해도 그렇지, 남자와 단 둘이 있는 모텔에서 어린이 영화를 선택하다니.

있던 분위기도 다 없어지겠다.

“맞아, 안 그래도 나도 유치해서 그만 볼 생각이었어. 이런 건 애들이나 보는 거지.”

손을 뻗어서 TV 리모컨을 잡으려는데, 마침 유비도 TV 리모컨을 향해 손을 뻗었다.

자연스럽게 유비의 부드럽고 하얀 손과 맞닿았다.

유비가 자기도 모르게 화들짝 놀라 손을 뺀다.

“시원아. 일부러 시원이 손 만진 거 아니야. 알지?”

바깥에서는 자연스럽게 손도 잡고 팔짱도 꼈으면서.

모텔에 들어오고 나서는 긴장해서인지 너무 조심성이 많아진 유비.

“응. 괜찮아. 유비야. 다른 채널에서는 뭐 하나 볼까?”

나는 자연스럽게 TV채널을 돌렸다.

보통 모텔에서는 0번이·······

“하아아앙! 흐윽. 다메, 다메! 기무찌이이이!”

역시나.

0번으로 채널을 돌리자 자연스럽게 야동이 나온다.

그런데 짜증나게도, 남녀가 역전된 세계에서의 야동은 남자 배우 위주로 화면을 보여준다.

젠장. 이걸 생각 못했네.

역겨워서 빨리 다른 채널로 돌렸다.

“유비야, 러브모텔에서는 이런 것도 보여주나 봐. 채널 잘 못 돌렸다.”

슬쩍 유비를 보았다.

유비는 얼굴이 붉어진 채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있다.

포르노 채널을 보여준 게 효과가 있다.

그래도 아직 어색한 분위기가 가시지 않는다.

“유비야 우리 술 더 마시자. 아까 술이 좀 모자란 것 같아.”

“수, 술? 응. 그래. 시원아. 이번에는 맥주라는 것도 마셔볼까? 편의점에서 보면 사람들이 맥주 많이 마시더라.”

소주를 마시고 한 번 속이 뒤집혔던 유비라서인지, 이번에는 맥주를 제안한다.

사실 나도 유비 주량을 아는지라, 소주 보다는 맥주가 편하긴 하다.

“그래, 유비야. 주문 좀 해줄래?”

“응, 알았어. 시원아.”

잠시 후.

“여기 맥주랑 마른안주 가져 왔습니다!”

모텔 알바생이 맥주를 가지고 왔다.

그리고 이어지는 모텔에서의 술자리.

­콸콸콸!

“유비야, 짠!”

“응. 시원아!”

유비가 소주를 마시고 힘들었던 기억 때문인지 이번에는 조심스럽게 맥주를 마신다.

하지만 맥주를 마신 유비가 얼굴을 찡그린다.

“크. 시원아, 맥주는 소주보다 더 쓴데? 이게 뭐가 맛있다는 거지. 정말.”

사실 처음 마실 때는 맥주보다 달콤한 소주가 맛있긴 하다.

맥주를 마음에 안 들어 하는 유비.

이러다가는 분위기가 더 안 좋아질지도 모르겠다.

재빨리 다른 제안을 한다.

“유비야, 우리 게임 할래? 술 마시기 3,6,9 게임. 어때?”

“술 마시기?”

“응. 왜? 싫어?”

탐탐치 않게 생각하는 술이 약한 유비.

미끼를 던져 본다.

“처음에는 술 마시고. 그러다 더 이상 못 마시겠으면. 지는 사람이 이기는 사람 소원 들어주기?”

“소원 들어주기?”

“응. 얘를 들어 키스하기라던가.”

키스하기라는 말에 내 입술을 바라보며 유비가 두 눈을 반짝반짝 거린다.

“그래! 하자. 해! 3,6,9 게임! 시원이가 하고 싶다는데, 해야지.”

갑자기 태도가 180도 돌변한 유비.

“그래. 그럼 내가 먼저 시작한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 바로 숫자를 불렀다.

나: “1!”

이유비: “2!”

나: “짝!”

이유비: “4!”

나: “5!”

이유비: “6!”

역시 내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아직 술이 완전히 안 깬 유비는 3, 6, 9 게임에 취약했다.

“아이, 틀렸네. 히잉. 빨리 시원이 술 많이 마시게 해야 하는데.”

유비가 혼잣말로 어두운 속내를 드러낸다.

지금 유비의 계획은 나를 술 취하게 해서, 더 이상 술을 못 마시게 되면.

키스라던가 하는 소원을 빌 생각인 거다.

­벌컥벌컥벌컥!

유비가 잔에 담긴 맥주를 원 샷 한다.

“빨리 한 판 더행!”

유비가 다시 잔에 맥주를 가득 채우며, 도전 한다.

이유비: “1!”

나: “2!”

이유비: “짝!”

나: “4!”

이유비: “짝!

술에 취하고 의욕만 앞섰는지 유비가 초반부터 무너진다.

“시웡이 너 게임 징짜 잘한다.”

유비가 먹음직스러운 토끼를 놓친 늑대같이 아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사실 나도 대충 져주고 싶은데, 유비가 게임을 이렇게 못 할 줄은 몰랐다.

­벌컥벌컥벌컥!

다시 맥주를 원 샷 하는 유비.

계속 되는 맥주 원 샷에 유비 눈이 풀린 것 같다.

“유비야 괜찮아?”

“아헤헤. 괜찮앙. 괜찮앙.”

“너 취한 것 같은데?”

“내가? 헤헤헤. 아니양. 진짜 아니양. 빨리 게임 하자. 게임.”

나이트클럽에서 술 취한 골뱅이 아가씨들처럼 유비의 발음이 완전 꼬였다.

다시 시작되는 3, 6, 9 게임.

이번에도 역시나!

“아. 또 걸렸넹. 하응. 으.”

유비가 힘들어하며 술잔을 내려다본다.

“시원아. 나 술 취해서 못 마실 것 같은데, 소원 말행. 내가 들어 줄겡. 뭐 할까? 춤추기? 노래 부르기?”

유비가 비틀비틀 거리며 초점 풀린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나는 곰곰이 생각하는 척 하며, 유비를 바라본다.

그리고········

“내 소원은 유비가 내 볼에 10초 동안 뽀뽀하기.”

“뭐? 뽀뽀?”

유비가 술이 올라 귀엽게 붉어진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두근두근.

유비의 심장 뛰는 소리가 나에게 까지 들리는 것 같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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