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세계 밀프 헌터가 되었다-137화 (137/370)

〈 137화 〉 이유비(5)

* * *

흐으········

이럴 줄 알았으면 진즉에 못 마시게 하는 건데.

주당인 줄 알았던 유비는 알고 보니 술을 처음 마시는 겁 없는 새내기였던 것이다.

“시원아아. 나, 몸이 뜨거워. 시원아.”

유비가 비틀비틀 거리며 내 옆으로 다가와 푸욱 안긴다.

탱글탱글한 유비의 가슴이 뭉클뭉클 닿는다.

그러다 갑자기 내 얼굴에 바짝 자신의 얼굴을 붙이며 말한다.

“시원아. 너, 진짜 귀엽다. 우리 시원이, 누나랑 뽀뽀 한 번 할까? 응?”

술에 취한 유비가 붉은 입술을 다짜고짜 내민다.

올리비아 핫셀 같이 귀엽고 앳된 외모의 이유비.

당연히 나도 키스가 하고 싶다.

하지만 그 때 뒤에서 들려오는 남자들의 목소리.

“쯔쯔쯔. 저 어린 게 발랑 까져가지고 남자한테 들이대는 거 봐라.”

“그러게 말이야. 아, 진짜 모텔 가고 싶어서 아주 그냥 발정이 났네. 발정이 났어.”

“하여간 여자들 수작이야 뻔하지. 조심해야 한 다니까.”

“그래 맞아. 우리가 괜히 여자 친구가 없는 게 아니야. 여자들은 하여간 짐승같이 섹스만 밝히니까, 그런 여자들 거르다 보니 없는 거지.”

“진짜. 혼전 순결이 얼마나 중요한데. 하여간 여자들은 조금 섹시하게 생긴 남자들만 보면, 정신을 못 차린다니까.”

뒤를 돌아보니 시기와 질투가 어린 눈빛으로 나와 유비를 바라보고 있는 남자 세 명.

여자와 남자의 비율이 10대 1인 남녀역전 세계에서도 왜 여자 친구가 없는지 이해가 될 만큼 못생긴 오징어 들이다.

그래도 저런 말을 들으니, 공공장소에서 유비와의 키스가 부담되기는 한다.

“유비야, 정신 차려. 응? 술 많이 취했으면 우리 나갈까? 집에 바래다줄게.”

집에 바래다준다는 말에 유비가 내 눈치를 보며 얼굴을 테이블 위로 숙인다.

그리고 술주정 하듯 말한다.

“아니야. 시원아. 나 조금만 쉬면 괜찮아. 그러니까 우리 이대로 조금만 있자. 응?”

“진짜 괜찮겠어? 유비야?”

내가 물어 봤지만 유비는 대꾸가 없다.

아무래도 집에 가기 싫어서 억지로 버티는 것 같다.

“안되겠다. 유비야. 가자.”

유비를 억지로 일으켜 세워서 술집을 나선다.

그런 유비를 보고 오징어 3인방이 또 참견을 한다.

“저, 늑대 같은 여자애 좀 봐. 저렇게 술 취한 척 하고 순진한 남자를 꼬셔서 어디를 가려고.”

“그러게 말이야. 별로 취한 것 같지도 않은데 말이야. 저거 다 연기야 연기.”

“남자 분 진짜 걱정 되서 하는 말인데, 조심하세요. 알겠죠?”

지나친 오지랖들을 부리고 있다.

녀석들을 무시한 채, 비틀 거리는 유비와 함께 술집을 나왔다

“유비야, 우리 택시 타자. 집 어디야?”

“아니야, 시원아. 나, 진짜 괜찮아. 그러니까 우리 조금만 쉬었다 가자. 그러면 진짜 괜찮아 진다니까.”

“쉬었다 가자고? 어디서?”

유비가 내 품에 몸을 더 바짝 붙이며 파고든다.

“저기. 공원도 있고.”

“공원? 공원은 안 돼. 늦은 시간에 위험하게. 너 술도 취했잖아.”

“그러면, 저, 저기. 저기서 우리 조금만 쉬었다 가자. 괜찮아 지면 내가 시원이 집까지 데려다 줄게.”

“저기? 어디?”

나는 내 품에 안겨 비틀 거리며 유비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곳은 바로.

러브모텔들이 모여 있는 골목이었다.

나는 그제야 유비가 나와 함께 모텔에 가고 싶어서 억지로 버티고 있는 걸 알아차렸다.

물론 당장에 유비가 원하는 대로 모텔에 갈 수도 있지만.

너무 쉽게 주면 재미가 없지.

나도 유비랑 모텔에 가고 싶지만, 유비를 조금 놀려주기로 한다.

“에이, 유비야. 장난 하지 마. 모텔은 무슨. 아무리 여름이어도 저녁 되니까 춥다. 어서 택시 잡아서 집에 가자.”

모텔을 거절당하자, 유비는 술이 확 깨는지 적극적으로 변한다.

“추워? 시원아? 그러면 우리 진짜 조금만 저기서 쉬었다 가자. 응? 따뜻한 데 들어가면 금방 괜찮아 질 거야.”

숙취를 이기는 불굴의 성욕이라니.

역시 남녀가 역전된 세계의 여자들의 성욕은 대단하다.

“시원아. 가자. 응?”

유비가 어디서 그런 기운이 났는지 나를 러브모텔들이 있는 쪽으로 끌고 가려고 한다.

쪼그만 게 힘은 또 세네?

아니면 보지가 뇌에 박혀서 초인적인 힘이 솟아난 건가?

하긴 원래 남자나 여자나 술을 마시면 성욕이 끌어 오른다.

거기다가 유비는 술도 처음 마셔 본 상태.

성욕으로 주체할 수 없을 지경일 것이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애를 태우는 재미가 있지.

“가긴, 어딜 가. 유비야.”

내가 유비의 손을 뿌리치며, 살짝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자 유비가 고개를 숙이며 말한다.

“장난이야. 장난. 시원아. 화내지마.”

“유비야, 너 저기 가서 뭐하려고 그래. 설마 응큼한 생각하는 건 아니지?”

응큼한 생각이라는 말에 유비가 내 시선을 회피하며 얼굴을 붉힌다.

“아니야, 시원아. 그게, 사실은. 으응. 내가 속이 너무 안 좋아서 그래. 그러니까 우리 저기 들어가서 화장실 잠깐만 쓰고 가자 응? 나 술 처음 마셔서 속 다 뒤집어 진거 시원이도 알잖아.”

유비가 귀엽게 볼이 살짝 빨개진 채 발을 동동 구른다.

뭐야, 이거.

성욕에 달아오른 여자를 애태우는 재미가 생각보다 재미있다.

이제야 왜 여자들이 내가 원래 살던 세계에서 자기도 남자랑 떡치고 싶으면서, 남자 애를 태우다 못 이기는 척 모텔에 가는지 알 것 같다.

“시원아. 진짜. 우리 저기 가서 화장실만 잠깐 쓰고 가자.”

나는 유비의 의도를 이미 알고 있었지만, 모르는 척 말한다.

“유비야, 저기 가면 돈 내야 돼. 그러니까 조금만 참고 우리 집에 가자.”

“아니야. 시원아. 나 돈 있어. 7만원. 내가 당당하게 7만원 내고 화장실 쓰고 싶다니까. 진짜. 시원아~ 우리 저기 가자, 응?”

“아니, 유비야. 그러면 커피숍 가서 화장실 써도 되잖아. 무슨 7만원을 화장실 쓰려고 돈을 내.”

“커피숍 화장실은 내가 불편해서 그래. 진짜, 내가 화장실만 갔다가 시원이 데려다 줄게. 우리 잠깐만 저기 갔다 가자. 시원아아~”

유비가 슈렉에 나오는 장화신은 고양이처럼 나를 바라보며 애원한다.

안 그래도 큰 눈이 더 동그랗고 귀엽다.

“왜 그래, 유비야. 진짜. 가자. 저기 택시 온다.”

지금 당장이라도 귀여운 베이글녀 유비와 모텔에 가서 섹스를 하고 싶지만, 당황하는 유비가 너무 재미있어서 계속 놀리게 된다.

“시원아. 너 진짜 이렇게 까지 해야겠어? 알겠어. 진짜. 가지 마. 가지 마.”

유비가 삐진척을 하며 뒤돌아선다.

하지만 떨어지지 않는 유비의 발걸음.

당연하게도 내가 잡아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래, 이럴 때는 한 번 당겨 줘야지.

밀당도 너무 밀기만 하면 진짜 밀려 나간다.

“유비야, 화났어? 미안해.”

그렇게 말하며 유비의 손을 잡아 준다.

유비가 화난 척 볼을 뾰루퉁 부풀리며 나를 다시 러브모텔이 있는 골목으로 이끈다.

“시원아, 춥지? 응? 빨리 가자.”

얼렁뚱땅 나를 모텔로 데려가는 유비.

아직은 더 애를 태우고 싶다.

“아, 유비야. 거기는 싫다니까.”

유비가 발을 동동 구르며 말한다.

“시원아. 아직 시간도 이른데 집에 가서 뭐하려고 그래. 나랑 좀만 더 있자~ 진짜 이러기야?”

내가 원래 살던 세계에서 남자가 여자 할 말을 여자한테 들으니까

기분이 묘하다.

“유비야. 나는 집 아니면 잠을 잘 못 잔다 말이야. 진짜.”

“시원아. 누가 자쟀냐? 그냥 섹스만, 아. 아니. 나 진짜 너랑 조금 더 같이 있고 싶어서 그래.”

유비가 그렇게 말하며 내 얼굴을 손으로 쓰다듬는다.

“나, 진짜. 시원이 너 좋아해서 너의 많은 것을 알고 싶단 말이야. 시원아 내 가슴 만져봐. 진짜 두근두근 거린다니까.”

유비가 내 손을 잡아서는 자신의 가슴으로 이끈다.

뭉클뭉클하고 탱글탱글한 유비의 왕 젖가슴이 손에 닿자 나도 모르게 성욕이 불끈 솟아오른다.

하지만 당장이라도 유비와 섹스를 하고 싶은 걸 숨기며 말한다.

“유비야, 사람들 다 보잖아.”

사람들이 다 보던 말던 유비는 별로 상관이 없는 것 같다.

하긴 남녀가 역전 된 세상에서 남자가 여자 가슴을 만지는 건 흔한 일이니까.

“알겠어. 시원아. 그럼 우리 이렇게 하기로 하자. 가위바위보 해서 시원이가 이기면 시원이 말대로 하고. 내가 이기면 내 소원 들어주기. 어때? 공평하지?”

가위바위보?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고.

“좋아. 유비야. 가위바위보!”

“가위바위보!”

결과는········

나는 바위.

유비는 가위.

오늘은 정말 유비의 날이 아닌지 가위바위보도 손쉽게 내가 이겼다.

유비가 잔뜩 실망한 얼굴로 자기 머리를 쿵쿵 때리며 자책한다.

“진짜, 바보 같이 이것도 못 이기고!”

얼굴은 중학생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데 젖가슴은 무려 D컵.

그런 미소녀 베이글녀가 나랑 섹스한 번 해보겠다고 이렇게 애를 태우고 있다니.

이것보다 더 재미있는 일이 어디 있겠어.

사실 처음에는 그냥 잠깐만 장난치다가 모텔에 들어갈 생각이었는데.

지금은 섹스보다 유비 애를 태우는 게 더 재미있다.

“시원아. 오늘 내가 진짜 딱 지갑에 7만원이 남아서 그래. 내가 진짜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해서. 너랑 모텔가고 싶어서 딱 7만원 남겨났단 말이야아~ 시원아아. 진짜 딱 한번만 가자. 응? 제바알.”

가위바위보까지 져서 더 이상 물러 설 곳이 없어지자 유비가 이제는 수치심도 잊은 채 직설적으로 모텔에 가자고 조르고 있다.

이렇게 까지 하는데.

이제 그만 놀리고 모텔 가 줄까?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