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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세계 밀프 헌터가 되었다-136화 (136/370)

〈 136화 〉 이유비(4)

* * *

유비가 울면서 내 등에 꼬옥 달라붙은 채, 귀신님에게 빌고 있다.

나도 귀신 옷을 입은 알바생에게 더 이상 겁주지 말라고 손짓한다.

알바생도 이런 경우는 처음인지 자기가 더 놀래서 움찔거리며 뒤로 물러선다.

“다왔어. 유비야. 진짜 다 왔어.”

“아니야. 흐윽. 아직도 쟤가 나 쳐다 봐. 쳐다본단 말이야.”

유비가 놀라지 않기 위해 부동자세로 서 있는 귀신 알바생을 보며 흐느끼며 소리친다.

“다, 됐어. 유비야. 진짜 조금만 가면 돼.”

유비를 거의 업다 시피해서 겨우 귀신의 집을 빠져 나왔다.

귀신의 집을 빠져나오자 그제야 좀 진정이 되었는지 유비가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 내린다.

그 모습을 보고 다가오는 입구에 서 있던 직원.

“저, 저기 안에서 무슨 일 있었어요? 아니 학생은 왜 이렇게 울고 있어?

직원이 다가오자 유비가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으며 울먹인다.

“언니가. 언니가 안 무섭다면서요. 놀래키는 거 없다면서요. 그런데, 그런데. 귀신이 흐흑. 귀신이 막 나 노려보고. 소리 지르고. 언니가 놀래키는 없다고 했는데.”

그제야 유비가 귀신의 집이 무서워서 혼비백산 했다는 것을 깨달은 직원이, 재빨리 영화표를 내밀며 수습을 한다.

“그게 아니라. 진짜 여섯 살짜리 아이도 하나도 안 무섭다고 했는데. 학생 미안해요. 영화표 줄게요. 그러니까 이제 그만 울어요. 응? 언니가 미안해요.”

그리고는 나를 바라보며 말한다.

“저기, 오빠 분이시죠? 동생 좀 잘 달래줘요. 동생이 겁이 많은가 봐요.”

직원이 보기에 우리가 남매 같아 보였나 보다.

하긴 내가 봐도 유비는 이제 겨우 중학생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으니까.

물론 들어갈 곳은 들어가고 나 올 곳은 제대로 나왔지만.

“아. 예. 제가 잘 달래볼게요.”

그 때 주저앉아 우리 대화를 듣고 있던 유비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한다.

“오빠 아니에요. 저랑 동갑인데. 시원이.”

동갑이라는 말에 직원이 당황해서 말했다.

“아, 그러니. 그러면 둘 다 고등학생? 누나가 미안해요.”

나는 20살쯤으로 보이고. 유비는 중학생으로 보이니 중간 나이에서 타협한 것 같다.

“아. 예. 티켓 감사합니다. 영화 잘 볼게요.”

설명하기는 복잡하니까, 그냥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유비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벗어났다.

“유비야, 너랑 같이 다니니까 나도 사람들이 고등학생으로 보나보다. 너랑 자주 만나야겠다.”

단순히 귀신의 집에서 고생한 유비를 위로해주기 위해서 던진 농담이었지만, 유비에게는 달랐나 보다.

“진짜. 우리 자주 보는 거야?”

방금 전까지만 해도 무서워서 덜덜 떨던 유비의 얼굴이 금세 환하게 변했다.

아이처럼 감정변화가 빠른 유비.

웃는 모습이 다람쥐 같이 귀엽다.

거기다가 자연스럽게 잡은 유비의 손은 솜사탕처럼 부드럽다.

“응. 유비야. 내가 유비 일하는 편의점도 자주 놀러가고. 유비 쉬는 날에는 같이 놀러 가자.”

유비가 붉어진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거린다.

너무 귀여워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을 정도다.

유비가 내 눈치를 보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한다.

“그······· 귀신의 집은 빼고.”

* * * * *

“유비야. 배고프지? 우리 술이나 한 잔 하면서 안주로 배 채우자. 뭐 먹고 싶어?”

유비가 술이라는 말에 슬쩍 내 눈치를 본다.

“수, 술?”

“응. 술. 왜, 유비야? 술 싫어해?”

“아니야. 나 술 좋아해. 진짜 좋아해.”

“그래? 유비 외모만 보고 술도 못 마시는 어린아이인 줄로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주당인가 보네?”

“주당? 그게 뭔데? 하여간 나 술 잘 마셔. 가자. 시원아. 술집 가자!”

유비가 신나하며 내 등을 떠밀었다.

워낙 텐션이 좋고 활기찬 유비 덕에 나도 기분이 업되었다.

“그러면 우리 오늘 소곱창에 소주로 달리자. 어때?”

“곱창? 으응. 그래. 그게 먹자. 소주 좋아!”

그렇게 유비와 나는 번화가에 있는 소곱창으로 유명한 황소집에 갔다.

일요일 저녁이라서인지 사람이 아주 많지는 않았다.

“아줌마! 여기 메뉴판이요. 유비야, 메뉴 보고 천천히 시켜. 알겠지?”

“으응. 알겠어.”

주인아줌마가 메뉴판을 가져다주었다.

“여기, 메뉴요.”

천천히 메뉴판을 살피는 유비.

그런데 그녀의 눈이 동그랗게 변한다.

“시원아. 원래 곱창이라는 게 이렇게 비싼 거야? 2인분에 5만원이나 해. 그냥 삼겹살 같은 건 줄 알았는데.”

“응? 유비야 곱창 처음 먹어 봐? 원래 다 이정도 하는데. 그리고 걱정하지 마. 오늘 저녁은 내가 살게. 어제 유비한테 잘못한 것도 있고. 아줌마~!”

내가 아줌마를 부르자 유비가 허둥지둥 지갑을 꺼낸다.

“아니야, 시원아. 내가 살게, 마음껏 먹어. 부담가지지 말고.”

유비가 허세를 부리지만.

사실 편의점에서 최저시급 받고 아르바이트 하는 유비사정을 내가 모를 리 없다.

밀프 아줌마들한테 용돈도 두둑히 받았는데, 이정도 쯤이야.

“알겠어. 유비야. 그런데 이거 나중에 계산하는 거야. 그러니까 지갑은 넣어 둬. 알겠지?”

“어. 진짜? 난 선불인줄 알았네. 헤헤.”

유비가 귀엽게 웃으며 자기 머리를 콩 때린다.

유비는 식당도 별로 안 와봤나 보다.

요즘 선불인 식당이 어디 있다고.

일단 유비한테는 나중에 계산하라고 했지만, 먹다가 중간에 먼저 계산해 버릴 생각이다.

“그러면 우리 모듬 소곱창에 소주! 캬~ 좋지?”

“응. 그래. 그렇게 하자.”

유비가 지갑을 살피며 혼잣말을 한다.

“식당 계산하고, 모텔비하면 얼추 맞을 것도 같은데·········”

모텔?

모텔이라고 한 건가?

잘 못 들은 것 같아서 유비에게 반문한다.

“응? 유비야. 뭐라고 했어?”

“아, 아니야! 시원아. 신경 쓰지 마. 그냥 혼잣말 한 거야.”

유비가 빨개진 얼굴로 부끄러워한다.

이것 봐라.

쪼그마한 게 벌써부터 남자랑 모텔 갈 생각이나 하고.

물론 나도 앳되고 귀여운 얼굴에 육덕진 몸매.

유비와 당연히 섹스를 하고 싶다.

하지만 놀리면 당황하는 유비 모습을 보는 게 꽤 매력적으로 중독성이 있다.

술 마시고 난 후.

유비를 놀릴 나만의 계획을 세워본다.

“자, 학생들. 여기 소주! 그런데 먼저 신분증 좀 보여줄래요? 너무 어려 보이는데? 아니면 오빠만 술 마시고. 학생은 그냥 식사만 하는 거야?”

식당 아주머니가 유비를 바라보며 의심스러운 눈길을 보낸다.

유비가 당당하게 지갑에서 신분증을 꺼내서 아줌마에게 보여준다.

“저, 20살이거든요! 친구들이랑 매일매일 술도 마시는 걸요.”

마치 술 마시는 게 자랑이라는 듯 유비가 우쭐해 한다.

유비의 신분증을 유심히 보던 아줌마가 놀라며 말한다.

“진짜네? 그런데 학생. 진짜 꼭 중학생정도로 밖에 안 보여. 너무 어려 보여서 우리 딸내미랑 비슷한 나이인 줄 알았는데. 내가 실수했네. 미안해요.”

아줌마가 유비한테 사과한다.

유비는 매번 겪는 일인 듯, 아무것도 아니라는 제스처를 취한다.

나도 신분증을 꺼내서 아줌마에게 건넨다.

“아줌마, 제 것도 여기.”

그런데.

“아이. 총각은 됐어요. 맛있게 먹어요.”

“예? 아, 예·······”

아, 이거 뭔가.

분한데?

나는 신분증 따위 확인 안 해도 민짜로는 안 보인다는 말인가?

“시원아. 나 소주 한 잔 줘!”

유비가 소주잔을 들어서 나에게 내민다.

“응. 그래. 유비야. 한 잔 받아.”

내가 소주병을 따서 유비에게 따르려는데, 유비가 토끼처럼 귀엽게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한다.

“어? 시원아? 시원이는 그거 안 해?”

“그거? 그게 뭔데?”

유비가 소주병을 바라보며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말한다.

“그 TV에서보면 소주 따를 때, 이렇게 팔꿈치로 탁! 치고 흔들어서 회오리 만들던데.”

마치 소주를 TV로만 접해 본 아이처럼 유비가 말한다.

“아, 그거? 에이. 둘이서 마시는데, 유치하게. 뭐 그런 걸 따라 해. 자 어서 받아. 유비야.”

유치하다는 말에 유비가 빨개진 얼굴로 소주잔을 내민다.

“그치? 그런 건 유치하지? 우리는 어른이니까.”

­콸콸콸!

소주 잔에 소주를 가득 채우고 짠! 을 외친다.

“유비야, 오늘 마시고 죽는 거다!”

“응! 그런데 나 술 엄청 쎄서 안 죽을 걸?”

유비가 마치 초등학생처럼, 술부심을 부린다.

유비가 생긴 것 답지 않게 진짜 술에는 자신 있나 보다.

소주를 원샷! 으로 쭈욱 들이키는 유비.

그리고 잔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혼잣말을 한다.

“응? 술은 쓰다고 하던데. 이거 생각보다 달콤하고 괜찮은데?”

혼잣말 하는 유비를 바라보자 유비가 빨개진 얼굴로 다시 술잔을 내민다.

“시원아. 나 한 잔 더 줘!”

나는 유비에게 소주를 따라 준다.

“유비야. 천천히 마셔. 너 그렇게 급하게 마시다 한 번에 확 간다!”

“에이, 걱정 하지 마. 달콤하기만 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데 뭐. 치. 이런 거, 마시고 누가 취해? 애들이나 취하지.”

아무리 봐도 이상한데·······

이미 유비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오르고 있다.

에이. 뭐. 소주 처음 마시는 것도 아니고.

알아서 잘 컨트롤 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유비와 즐거운 술자리를 가진다.

* * * * *

한 시간 후········

“유비야! 정신 차려. 유비야!”

“으윽. 시원아. 세상이 빙글빙글 돌아. 우엑·······”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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