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세계 밀프 헌터가 되었다-133화 (133/370)

〈 133화 〉 이유비(1)

* * *

“그럼 조만간 연락할게요. 예린이 누나.”

“네. 주인님. 그럼 가보겠습니다.”

서예린이 이제는 10년간 나의 노예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는지 점점 자연스럽게 주인님이라는 말이 나온다.

사실 서예린 입장에서도 그냥 나의 노예가 되어서 10년 정도 봉사하는 것이, 그동안 힘들게 모은 돈을 다 헌납하는 것 보다 나을 수도 있다.

아무리 서예린이 나의 노예라지만, 고어틱한 만화나 영화 속에 나오는 잔인하거나 변태 같은 요구는 하지 않는다.

사실 서예린도 나의 말투나 행동에서 이 점을 이미 눈치 챘을 것이다.

그러니까 순순히 나를 주인님이라고 부르는 것이겠지.

주인에 따라서는 차라리 감옥에 20년 동안 갇히는 게 노예가 되는 것 보다 나을 수 있다.

­드르륵.

서예린이 병실 문을 열고 나간다.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을 부모님을 위해 나도 재빨리 짐을 챙겨서 밖으로 나간다.

* * * * *

“생각보다 오래 걸렸네? 그래. 몸은 이제 괜찮데? 다시 병원에 올 필요 없데?”

“응. 엄마. 걱정하지 마요. 내가 워낙에 튼튼하잖아.”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다음부터는 몸조심해. 알겠지?”

“네. 엄마.”

아빠도 한 마디 거든다.

“그래. 네 엄마 말처럼. 남자가 조신하지 않게 춤이나 추고 그러면 안 된다. 요즘 같은 시기에는 좋은 여자 만나서 장가 잘 가면 그걸로 남자는 그걸로 된 거지.”

사실 남녀가 역전 된 세계에서는 아빠 말이 맞기는 하다.

여자와 남자의 비율은 10 대 1.

자연스럽게 여자들은 좋은 남편감을 찾기 위해 남자를 왕자 모시듯 한다.

남자는 백수가 허다하다.

굳이 힘들게 일을 할 필요가 없는 거다.

그저 좋은 대학교를 졸업하고 기다리면, 돈이 많거나 좋은 직장을 가진 여자들이 결혼하자고 줄을 선다.

그래서 점점 더 여자에게 의지하는 남자들이 많아지는 세상이다.

하지만 나는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이다.

젊었을 때 예쁜 여자를 한 명이라도 더 따먹고 싶다.

그리고 내 인생을 여자에게 맡기는 수동적인 삶도 살고 싶지 않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많이 벌고 마음껏 자유를 느끼며 살고 싶다.

결혼도 조건보다는 마음이 가는 내가 좋아하는 여자와 할 거다.

물론 이 말을 부모님에게 할 수는 없지만.

­끼이익!

아버지가 운전하는 차가 멈추고 우리는 집에 돌아 왔다.

“방에서 좀 쉴게요.”

“그러렴. 배고프면 말하고.”

엄마와 짧은 대화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왔다.

­띠링!

핸드폰을 켜서 들어온 카통이 없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보이는 메시지.

[이유비: 시원아. 왜 연락이 없어? 메시지 보면 제발 연락 좀 해줘.]

아!!!!

나는 그제야 유비랑 토요일에 같이 술 마시기로 했던 걸 기억해 냈다.

사실 요즘 들어 너무 정신이 없었다.

김지훈과 몸이 바뀌고, 갑자기 병원에 입원하고.

유비가 나에게 보낸 메시지를 확인해 보니 무려 서른 개가 넘는다.

하긴 유비는 나를 만나기 위해서 아르바이트 날짜도 바꾸었다고 했는데.

유비에게 미안해서 뭐라고 말하지.

일단 유비에게 카통을 보내본다.

[나: 유비야. 늦게 연락해서 미안해.]

유비는 아직까지 내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바로 카통 답장이 온다.

[이유비: 시원아. 무슨 일 있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연락이라도 좀 해주지. 어제 하루 종일 시원이 연락 기다렸잖아.]

유비의 말투가 삐진 것 같다.

아무리 성격 좋은 유비라도 아르바이트 날짜까지 바꾸어가면서 나를 만나려고 기다렸을 텐데.

당연히 화가 날 수밖에 없다.

[나: 진짜 미안해 유비야. 사실 나 병원에 있다 오늘 아침에 퇴원했거든. 그래서 정신이 없었어.]

[이유비: 병원? 진짜? 무슨 일 있었어? 지금은 괜찮은 거야?]

병원에서 퇴원했다는 말에 유비의 말투가 바뀌었다.

어느 사이엔가 화를 내는 게 아니라, 걱정해주는 말투가 되었다.

[나: 응. 이제 괜찮아. 발목을 좀 삐어서 입원했었어. 약속 못 지켜서 미안해 유비야.]

[이유비: 아니야. 시원아. 나는 그런 줄도 모르고. 당연히 그런 일이 있으면 약속 못 지키지. 신경 쓰지 말고 몸 조리 잘해. 그런 줄 알았으면 시원이 병원에 가보는 건데. 미안해 시원아. 나는 시원이가 내 연락 무시하는 줄로만 알았어.]

[나: 아니야. 그래도 미리 연락했어야 하는데. 어제 많이 기다렸겠다.]

[이유비: 괜찮아. 나도 연락 안 되어서 그냥 오랜만에 집에서 TV보면서 푹 쉬었어.]

하아·······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휴일 일 텐데, 그런 귀중한 날을 내 연락을 기다리다 지쳐서 집에서 TV나 보면서 쉬었다니.

양심에 가책이 느껴진다.

[나: 미안해. 유비야. 그러면 혹시 오늘 시간 있어? 시간 있으면 우리 만나자.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 유비 뭐 좋아해?]

[이유비: 어? 오늘 만나자고? 시원이 다리 괜찮은 거야? 오늘 퇴원했다면서?]

[나: 응. 뛰는 건 무리여도 걷는 것 정도는 괜찮아. 오후 4시 어때? 너희 편의점 근처 탐앤탐스에서 보자.]

사실 아직 다리가 완전히 나은 건 아니었지만, 어제 하루 공쳤을 유비를 생각하니 너무 미안했다.

부모님도 오늘 오후에는 등산 가신다고 하니까, 부모님 등산가시고 잠깐 유비를 만나러 나가는 것 정도는 괜찮겠지.

[이유비: 으응. 알겠어. 시원아. 어떻게든 아르바이트 타임 선배랑 바꿔볼게. 그러면 이따 오후 4시에 탐앤탐스에서 봐!]

[나: 응. 이따 탐탐 앞에 도착하면 전화할게]

그렇게 유비와 카통을 끝내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침대에 누워서 발목을 슬슬 돌려보았는데, 잠깐 걷는 것 정도는 괜찮을 것 같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오늘은 S대 퀸카 유리 누나랑 약속이 있었지!

이제야 생각이 났다.

하아, 정말 정신없구나.

남녀가 역전된 세계에서의 삶이라는 것은.

원래 내가 살던 세계라면 주말에는 친구 녀석들이랑 술이나 한 잔 하던가.

PC방에서 게임이나 하는 게 다였는데.

이제는 매일 매일이 여자와의 약속이다.

아니 몸이 한 개로는 감당이 안 될 정도다.

원래 세계의 인스타 그램 여신 같은 여자들의 삶이 지금 내가 누리는 삶이란 비슷하겠지?

남자친구가 없다면, 매일 매일 다른 남자를 만나고 사귀자고 고백을 받는.

일단 어제 유비와의 약속도 못 지켰으니까, 인형같이 예쁜 유리 누나를 못 만나는 건 아쉽지만 유리누나와의 오늘 약속은 취소하기로 마음먹었다.

핸드폰을 열어서 카통을 보낸다.

[나: 누나. 유리누나. 저 미안한데, 제가 다리를 좀 다쳐서 오늘 누나랑 만나기로 한 약속은 못 지킬 것 같아요. 우리 다음에 만나요. 제가 다음에 만나면 맛있는 거 살게요.]

카통을 보내자마자 바로 읽음 표시가 뜬다.

하지만 유리누나로부터 답장은 없다.

아마도 공부하느라 바쁜가?

하긴 S대에 다니고 사법 고시를 준비하는 만큼 지금도 공부하느라 바쁘겠지.

마침 잘 됐다.

누나도 바쁜데 나한테 미안해서 다음에 보자는 연락을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내 메시지를 읽기는 읽었으니까 이따 안 바쁠 때 연락 주겠지,

그렇게 편하게 마음먹고 자리에 누워서 그동안 밀렸던 뉴튜브를 보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인도, 파키스탄, 미국 같은 곳을 여행하는 여행 뉴튜브가 인기다.

한참 재미있게 뉴튜브를 보고 있는데 카통이 울린다.

확인해 보니 유리누나에게서 온 카통이다.

[홍유리: 알겠어.]

짧은 카통이다.

역시 예쁘지만 차가운 누나다.

다시 뉴튜브를 틀고 한참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다시 카통이 울린다.

[홍유리: 그게 다야? 약속 갑자기 취소해 놓고.]

응? 유리누나 반응이 좀 이상하다.

왜 저러지?

[나: 아. 예. 누나. 미안해요. 약속 갑자기 취소해서 진짜 미안해요.]

일단 사과 해 본다.

[홍유리: 엄마랑 유나한테 듣기는 했는데, 그래도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나랑 잡은 약속인데 나올 수 있는 거 아니야? 원래 공부해야 하는데 너 때문에 어제부터 집중도 안 되고.]

유리 누나가 나 때문에 공부를 못한다고?

왜 그런지 이해는 가지 않는다.

[나: 미안해요. 누나. 이제부터 공부 열심히 하면 되겠네요. 방해 안 할 게요. 파이팅!]

유리누나 심기가 불편한 것 같아서 좋게좋게 카통을 보냈다.

­카통왔소! 카통! 카통!

하지만 끊이지 않고 울리는 카통!

[유리누나: 너. 진짜 너무 한 거 아니야. 어제 샤넬 매장 가서 오늘 입을 옷 사느라 시간도 낭비했는데.]

[유리누나: 그리고 공부 방해 안하겠다니. 그건 무슨 말이야? 혹시 시원이 너 내가 좀 까칠하게 메시지 보냈다고 비꼬는 거야?]

유리 누나가 왜이러지?

공부를 너무 오래해서 스트레스를 받았나.

에휴, 모르겠다.

나는 귀찮아서 그냥 유리누나의 카통 메시지를 무음으로 돌렸다.

그리고 읽씹 한 채로 뉴튜브를 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재미있게 뉴튜브를 다 보고, 다시 카통을 켰다.

그런데!

유리 누나에게 온 메시지가 무려 20개가 넘는다.

진짜 이해를 못 하겠네.

[홍유리: 유시원! 너 지금 뭐하는 거야! 왜 내 메시지보고 읽씹해?]

[홍유리: 야 이 나쁜 새끼야! 너 지금 나 놀리는 거지? 내가 그렇게 만만해?]

[홍유리: 유시원! 나 화 안났으니까 내 메시지 보면 답장해. 알았지?]

[홍유리: 시원아. 누나가 미안해. 그러니까 메시지 좀 봐!]

[홍유리: 나, 지금 할 일 없는데 너희 집 앞으로 갈까? 잠깐만 보자. 만나서 얘기해.]

[홍유리: 시원아······· 미안해. 화 풀어. 응? 내가 잘 못 했어.]

[홍유리: 야! 너. 진짜 이러기야? 너, 혹시 내가 섹스 잘 못해서 안 만나주려는 거야?]

[홍유리: 시원아. 나 너한테 잘 보이려고 오늘 아침부터 미용실에 가서 머리도 하고, 메이크업도 받았단 말이야. 제발 답장 좀 줘.]

유리 누나는 답장도 없는 메시지에 혼자서 화를 냈다가 미안하다고 사과했다가.

다시 화를 냈다가 하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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