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8화 〉 음란한 병원에서 생긴 일(2)
* * *
“이 병원 이름? 혹시 버닝썬?”
“야. 너는. 네가 입원한 병원 이름을 나한테 물어보냐. 당연히 버닝썬 병원이지.”
아.......
젠장.
역시 이런 불길한 예감은 비켜가지 않는구나.
“아. 그렇다고 너무 걱정하지는 말고. 다 그냥 소문일 뿐이란 말이지. 소문. 그래도 혹시라도 간호사들에게 야한짓이라도 당하게 되면 나한테는 꼭 얘기해주고. 친구끼리 그 정도 정보 공유는 해 줄 수 있잖아. 섹시한 간호사 언니들이 야한짓이라도 해주면 나도 요즘 학업에 열중하느라 피곤한데, 영양제도 맞을 겸 하루 정도는 버닝썬에 입원할 생각이 있으니까.”
하아.......
홍유나. 이 녀석은 남자일 때는 정숙한 꼰대 갔더니.
여자로 TS 되고 나서는 머릿속에 보지라도 박혔는지, 야한 얘기뿐이다.
뭐, 이편이 원래 내가 살던 세계의 형준이 같아서 나에게는 더 편하긴 하지만.
“야, 그런데. 그건 사실이냐? 열난다고 하면 버닝썬 병원에서는 섹시한 간호사 언니들이 엉덩이에 좌약 삽입해 준다던데?”
엉덩이에 좌약 삽입이라니.
윽. 아무리 섹시한 간호사 누나한테 당한다고 해도 엉덩이를 뚫리고 싶진 않다.
“몰라, 임마. 네가 직접 입원해서 엉덩이에 좌약 삽입당해 보든가. 어째 너는 얼굴은 순진한 미소녀처럼 생겨가지고 입에서 나오는 말마다 다 변태같냐?”
“아, 이씨. 나도 모르겠다. 진짜. 여자로 TS되고 나서 계속 야한 생각만 난다. 나도 내가 남자였을 때는 여자들이 발정난 짐승처럼 왜 이렇게 섹스만 밝히나 이해 못했는데, 여자로 TS당하고 나니까 확 이해가 된다. 진짜. 머릿속에 보지가 박혀버렸는지. 하늘하늘 거리는 여자들 짧은 치마만 봐도 야한 생각밖에 안 나고. 발정난 암캐마냥 하루에 자위는 기본 3번 이상하고..........”
살짝 자괴감이이 드는지 홍유나의 얼굴이 어두워진다.
짜식.
괜히 민감한 부분을 건드렸나?
사실 24시간 자지가 뇌에 박혀있는 나도 그 마음 나도 잘 알지.
녀석의 기분을 다시 업 시켜줘야겠다.
남자가 남자 마음을 안다고........
이럴 때는.
“어! 야! 방금 지나간 저 간호사 누나 팬티 보인다. 검은색 망사!”
“지, 진짜? 어디? 어디!”
역시 파블로스의 개처럼 즉각 반응하며 홍유나의 블루 다이아몬드처럼 파란 눈빛에 생기가 돈다.
“아, 지나갔다.”
내가 아쉬운 듯 탄식을 하자.
홍유나가 두리번거리던 고개를 멈추고 입맛을 다신다.
“얌마. 그런 건 좀 빨리 말해줘야지. 아, 씨발. 오늘 저녁에 딸칠거리 놓쳤네.”
고작 16~17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 금발의 귀여운 미소녀 입에서 나오는 말 치고는 너무 능청스럽고 걸쭉하다.
그리고 계속되는 유나 녀석의 야한 농담들.
유나 녀석과 오랜만에 허탈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병실문이 드르륵! 열린다.
“어, 환자분. 친구랑 같이 있었네요? 잠시 상태 체크 좀 해야 하는데 괜찮나요?”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청순해 보이는 미소녀 스타일의 간호사 누나와 차가워 보이는 안경은 쓴 여자의사였다.
둘 다 미인이었지만, 특히 여의사 쪽은 할머니처럼 두꺼운 안경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그 빼어난 아름다움을 감출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미인이었다.
“네. 괜찮습니다.”
유나 녀석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블루 다이아몬드 같이 파란눈을 반짝인다.
여의사와 간호사의 빼어난 미모를 보고는 또다시 엉뚱한 상상을 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
“네, 그러면 실례 좀 하겠습니다!”
청순해 보이는 간호사는 꽤나 사교성이 좋은 성격인지 친밀하게 말하며, 내가 누워있는 침대로 다가왔다.
“어제 이후로 발목이 욱신거린다거나, 저린 느낌은 없나요?”
“네, 괜찮아요.”
“다행이네요. 그러면 상태가 심각한 것 같지는 않으니, 내일 정도면 퇴원 가능 할 것 같습니다. 그쳐. 선생님?”
대단한 미모의 여의사가 안경을 치켜 올리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미모만큼이나 꽤나 도도한 여의사 같다.
그런데 저 까칠하고 차가워 보이는 여의사.
분명 어디서 본 것 같은데?
깊게 눌러 쓴 돋보기 같은 안경 때문에 확실하지는 않지만, 기억이 날 듯 말듯 한 인상이다.
“그러면 오늘은 가볍게 이따 저녁 시간에 발목 붕대만 갈아주도록 할게요. 그리고 기본적인 검진을 위해서 선생님께서 청진기로 진찰을 하셔야 하거든요. 괜찮으시죠?”
“아. 예. 그럼요. 청진기로 진찰하신다면. 맨살에 청진기를 데어야 할 테니. 옷을.......”
아무 생각 없이 입고 있던 환자 목을 위로 쑤욱 들어 올리려는데, 홍유나가 기분 나쁜 음란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한다.
“시원아. 그 옷 벗으려고 하는 거야?”
뭐야, 이 녀석.
청진기로 진찰을 하려면 당연히 옷을 들어 올려서 맨살을 보여야 하는 게 정석........
이 아닌가?
유나뿐만이 아니라 청순한 느낌의 간호사도.
대단한 미모의 여의사도 다들 침을 꼴깍 거리며 나를 바라보고 있다.
아.........
남녀가 역전이 된 세상에서는 공공장소에서 남자가 함부로 맨살을 드러내 보이면 안 되는 거구나.
실수할 뻔 했다.
내가 들어 올리려던 환자복 윗도리를 다시 아래로 내리자.
청순해보이던 간호사와 대단한 미모의 여의사가 마치 대단한 볼거리를 놓쳐버렸다는 듯.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홍유나를 바라본다.
그녀들이 레이저처럼 발사하는 불편하고 따가운 눈초리에 홍유나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한다.
“시, 시원아. 나는 오후에 약속이 있어서. 이만 갈게. 다, 다음에 보자!”
그렇게 나를 문병 온 형준이였지만 이제는 여자가 되어버린 홍유나가 재빨리 떠나 버렸다.
그런데 여자 간호사랑 의사는 그렇다 치더라도, 저 녀석은 왜 나를 음란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거야?
설마.......
편의점 알바생 유비의 말처럼.
점점 남자에게도 성적으로 관심이가기 시작한 것인가?
그렇다면 정말 큰일인데.
비록 행동이나 말투는 아직까지 남자였던 티가 나고 능청스럽지만.
녀석의 미소녀 외모와 몸매만큼은 남녀가 역전된 세계에서의 여자들 중에서도 탑티어에 속한다.
마음먹고 꼬실려고 하면 못 꼬실 남자가 없을 정도의 보석처럼 반짝거리는 미모.
사실 외모와 몸매만 놓고 본다면.
녀석의 누나?
아니 이제 언니인 인형같이 예쁜 홍유리나 섹시한 매력의 밀프 엄마인 손나은을 뛰어 넘는다.
저 녀석이 마음먹고 나를 유혹한다면.......
아무리 마음을 다 잡는다 해도.
홍유나처럼 만화 속에나 존재할만한 완벽한 이상형에 가까운 미소녀의 유혹을 이겨낼 수 있을까?
그렇게 복잡한 생각으로 멍해져 있는데.
차가운 목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환자분. 아무리 지금 상태가 괜찮다고 하더라도 제공되는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다시 상태가 나빠질 수 있으니 꼭 점심 먹고 한 알. 저녁 먹고 한 알. 복용하도록 하세요.”
입고 있는 환자복 위로 청진기를 대고 기본적인 진찰을 끝낸 여자의사가 나를 보며 한 말이었다.
“아. 예. 알겠습니다. 선생님.”
두꺼운 안경 너머로 나를 슬쩍 바라보던 여자 의사가 마치 아이스크림이라도 입에 묻은 듯 입술을 혀로 살짝 핥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럼 쉬세요.”
그렇게 짧게 말하고는 사라져가는 섹시한 여자의사와 간호사.
저 정도로 대단한 미모의 의사가 일하는 버닝썬 병원이라니.
의외로 이 곳은 대단한 일이 벌어지는 곳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홍유나와 의료진까지 돌아가자 나는 홀로 병실에 남게 되었다.
병실에 놓여 있는 유나가 놓고 간 과일바구니.
짜식.
바나나는 또 굵고 큰.
실한 걸로 사왔네.
설마, 자기 보지에 쑤시던 걸 가져온 건 아니겠지?
킁킁.
다행히 냄새를 맡아보니 향긋한 과일 냄새만 난다.
무료해진 나는 핸드폰을 열어서 카통을 확인 해 보았다.
[어머니: 아들. 다리 괜찮아? 오늘은 아버지도 일이 바빠서 병원에 못 갈 것 같다. 의사선생님 말로는 내일이면 퇴원 가능하다고 하니 잘 쉬고 있어~ 사랑해. 아들]
어쩐지 부모님이 안 보인다 했더니, 이미 어제 왔다 가셨구나.
아, 그나저나 오늘 학교 수업 있는데.
애들한테 말해서 교수님한테 다리 다쳐서 수업에 못 들어간다고 전달해야 할 텐데.
카통을 열어서 친구목록을 살펴봤다.
그러자 보이는 내가 어장으로 관리하는 충실한 물고기들 시은이와 하은이.
두 명을 초대해서 단통방을 만들었다.
역시 둘 다 바로 단통방 초대를 수락했다.
[시은이: 시원아. 무슨 일 있어? 우리랑 단통방까지 다 만들고.]
[하은이: 야, 시원이가 나만 초대하려 했는데, 너는 잘 못 초대한 거 같은데?]
[시은이: 보지까! 아침부터 시비야. 이 썅년아. 아, 시원아. 미안해. 하은이년이 눈치 없게 톡방 잘 못 들어와 놓고 나가지를 않네.”]
[하은이: 미친년아. 시원이가 초대한 방인데, 어떻게 통방을 잘 못 들어갈 수가 있어. 하여간 머릿속에 촉수괴물 같은 야한 생각으로만 가득 차 있으니까. 지능이 떨어지지.]
[시은이: 뭐래? 촉수괴물 야동 다 너한테 받은 거거든. 셀프 디스하냐?]
하아........
역시 아침부터 보지 발랄한 시은이와 하은이다.
이대로 두면 둘이서 하는 만담이 끝이 안나겠네.
[나: 아침부터 단통방 만들어서 미안해. 시은아. 하은아. 사실 나 다리를 좀 다쳐서 오늘 학교에 못 갈 것 같은데. 시은이랑 하은이가 나랑 같은 전공수업 듣는 게 생각나서. 미안한데. 교수님께 나 오늘 다리 다쳐서 못 나간다고 대신 말 좀 전해 줄 수 있을까?]
[시은이: 진짜? 시원아 괜찮아? 시원이는 아무 걱정하지 마. 내가 알아서 다 교수님께 전달해 줄게. 어느 병원에 있어. 시원아. 나도 학교 끝나고 시원이 있는 병원으로 갈게.]
[하은이: 시원아. 다리 많이 다쳤어? 지금 어디야? 꽃다발이랑 음료수사서 지금 바로 갈게! 시원이 병문안 갔다가 학교가도 되니까. 시원이 뭐 보고 싶은 책은 없어? 내가 책방도 들려서 빌려 갈게.]
[시은이: 야! 너, 뭔가 착각하나 본데. 지금 이거 시원이가 나한테 부탁한 거거든. 이름도 내 이름 먼저 불렀잖아. 시은이랑 하은이라고. 그러니까 너는 그냥 통방 조용히 나가주면 된다니까. 시원이 케어는 내가 할 테니까.]
[하은이: 야, 진짜 너 오버 쩐다. 별거에 의미를 다 부여하네. 오버하지 마시고, 시은씨는 보지 차게 어제 보내 준 쇼타야동이나 보면서 집에서 아침 자위나 하세요. 시원이 케어는 내가 책임 질 테니까.]
흐으.......
정말 둘 이서 변태쪽으로 라이벌이라도 되는 건가?
나까지 정신이 다 없어지려고 한다.
이쯤에서 마무리를 지어야지.
[나: 둘 다 고마워. 나, 내일이면 퇴원하니까 병원까지 올 필요는 없고. 교수님께 전달만 좀 잘해 줘. 학교가면 맛있는 거 살게! 아니면 같이 PC방이나 가자. 내가 PC방비 쏠게! 우리 같이 게임하기로 했잖아.]
[시은이: 아니야. 시원아. 당연히 동기가 다쳤는데 도와야지. 부담가지지 말고 언제든 도와 줄 일 있으면 카통 줘. PC방 같이 가주기만 해도 황송한데, PC방비를 쏜다니. 말이라도 고맙다 진짜.]
[하은이: 시원아, 너는 진짜. 개념남이다. 다른 남자애들은 시원이보다 훨씬 못난 것들이 이런 거 당연하다는 듯이 부탁하는데.......]
그렇게 시은이 하은이와 카통을 마무리 지어 가는데, 누군가가 병실 문을 톡! 톡!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누구지?
내가 이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텐데.
간호사 누나인가?
“들어오세요.”
내가 말을 마치자, 병실 문이 스르륵. 천천히 열린다.
그리고 병실 문을 열고 들어 온 사람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그녀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