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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세계 밀프 헌터가 되었다-105화 (105/370)

〈 105화 〉 미소년과 세 명의 미녀(1)

* * *

러시아 혼혈로 보일 정도로 새 하얀 얼굴에 큰 눈

오뚝한 코.

분하지만 나보다 더 잘생긴 병약 미소년 김지훈.

그리고 그 녀석을 공주님처럼 애지중지 떠받들며 모시는 세 명의 기사 같은 얀데레 여자들.

지금 당장 녀석에게 달려들어 멱살을 잡고 나에게 무슨 짓을 했던 건지 캐물으며 뒤 흔들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학교 등굣길.

보는 이목이 너무 많다.

거기다가 내가 사자처럼 달려들면, 김지훈 녀석을 공주처럼 떠받드는 세 명의 여자들이 기를 쓰고 나를 저지할 것이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

기회를 노려야 한다.

녀석도 계단을 올라오는 나를 봤는지 흠칫 놀란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곧 비릿하고 싸늘한 웃음을 지으며 나에게서 시선을 돌린다.

역시 잘생긴 녀석들은 하나같이 재수가 없다.

녀석이 나에게 했던 사악한 짓에 대해 자초지종을 듣기위해서는 김지훈이 혼자되었을 때를 노려야 한다.

화장실에 갔을 때가 제격이겠지.

남자는 여자 화장실에 잘 못 들어간다고 해도, 여자들에게 너그럽게 용서를 받는다.

아니 오히려 귀여운 남자가 여자 화장실에 잘 못 들어간다면, 여자들에게 집단 성추행을 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자가 남자화장실에 실수로라도 잘 못 들어간다면, 변태로 오해를 받기 십상이다.

변태로 오해 받을 뿐만 아니라 몰카범 이라든가, 예비 강간범으로 감옥신세를 지게 된다.

실제로 뉴스를 보면 술을 마시고 끌어 오르는 성욕을 참지 못한 30대 여성이 남자 화장실 변기칸에 숨어 있다가 볼일을 보기 위해 화장실에 들른 20대 남성을 칼로 위협해 강간한 사건도 종종 발생한다.

그러니까 아무리 김지훈을 보디가드처럼 비호하는 여자들이라도 남자 화장실 까지 따라오지는 못한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는 열심히 교양관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라갔다.

여름날의 뜨거운 햇살과 100개가 넘는 계단.

땀이 주르륵 하얀색 셔츠를 타고 흘러내린다.

너무 더워서 나도 모르게 하얀 셔츠의 소매부분을 또르르 접어서 걷어 올렸다.

그러자.........

뒤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하얀 셔츠 입은 애 개 섹시하다. 저 구릿빛 피부에 탄탄한 팔뚝 봐. 저 손으로 내 보지 비벼주면 10초 안에 가버릴 자신 있는데.”

“보지까! 예의 없는 년 같으니라고. 저렇게 청순한 남동생처럼 보이는 소년한테 한다는 말이. 고작 그 정도냐? 저 정도 사이즈면 난 5초 컷. 자신 있음. 아, 아침부터 자궁 떨리네.”

역시 여자로 가득 찬 대학교는 아침부터 시작되는 보지 발랄한 섹드립이 난무하다.

하아.......

남녀가 역전된 세계로 빙의 된지 일주일이 다 되어 간다.

아직도 걸그룹 아이돌처럼 청순하고 귀엽게 생긴 여자들이 내가 원래 살던 세계에서 여자에 굶주린 사춘기 소년들이나 할 것 같은 변태 같은 말을 자연스럽게 내 뱉는 건 쉽게 적응되지 않지만,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묘하게 흥분이 된다.

하얀 소매 사이로 들어난 전완근과 청바지 위로 볼록 솟은 엉덩이를 야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여자들의 시선을 즐기며 교양수업이 있는 강의실에 들어갔다.

그런데 어찌된 우연인지 이번에도 김지훈 미소년 녀석은 나와 같은 수업을 듣는다.

수상쩍을 정도로 김지훈 녀석과 겹치는 수업이 많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번 교양수업 서양 미술사의 이해는 출석만 잘하면 학점을 잘 주기로 소문난 허당 교수님이다.

음..........

수강신청만 빨리 했다면 충분히 겹칠만한 수업이기는 하구나.

나도 서양 미술사에는 전혀 관심이 없지만, 선배들이 학점 잘 준다고 해서 수강신청기간이 시작하자마자 가장 먼저 이 수업부터 죽어라 수강신청 클릭했던 기억이 난다.

아마 김지훈은 녀석의 친위대인 여자들이 대신 해 주었겠지?

재수 없으면서도 부러운 녀석이다.

나는 핸드폰을 보는 척하며 김지훈 녀석을 힐끗힐끗 쳐다보았다.

그런데 마침.

녀석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나 화장실 갈 거니까 따라오지 마요. 아니, 그리고 보니 애처에 누나들은 강의실에 왜 온 거예요? 수업도 없잖아요!”

김지훈에게 한 소리 들은 녀석의 친위대 여자들이 고개를 푹 숙인다.

이때를 틈타 김지훈 녀석이 재빨리 강의실에서 빠져 나가 화장실을 향해 걸어간다.

기다리는 자에게 기회가!

나도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서 김지훈 녀석을 따라갔다.

어차피 화장실 가는 길이기 때문에 녀석의 눈에 띤다고 해도 꺼림칙할 건 없다.

그렇게 녀석을 따라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어? 당연히 있어야 할 녀석이 화장실에 보이지 않는다.

똥이라도 싸는 건가?

변기칸을 살펴본다.

­끼이익!

그런데 변기칸 세 곳 다 사람이 없다.

불길함 예감이 든다.

그리고 그 때 뒤에서 들려오는 재수 없는 음침한 목소리.

“누구 찾고 있어?”

뒤 돌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계집애처럼 가녀린 목소리.

바로 김지훈 녀석이다.

이 음흉한 자식이 함정을 파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 곳에 녀석을 지켜 줄 여자들은 없다.

그리고 피지컬 적으로 병약해 보이는 녀석은 내 상대가 되지 못한다.

함정을 팠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진짜 함정에 걸린 것은 너다!

그렇게 생각하며 사나운 눈으로 뒤를 돌아보는데.

­빙글빙글!

세상이 빙그르르 돌기 시작한다.

녀석과 화요일에 강의실에서 마주쳤을 때 느꼈던 그 기분 나쁜 현기증.

그리고 들려오는 녀석의 작은 속삼임.

“너무 걱정 하지 마. 하루만 쓰고 돌려줄게. 그리고 그 동안 잘 부탁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으........”

정신을 차리려고 애를 써 보았지만, 애를 쓰면 쓸수록 화장실 바닥으로 몸이 가라앉는다.

­주르르륵, 쿵.

비틀거리며 힘없이 화장실 바닥에 쓰러져 버린 나.

그리고,

그걸 지켜보고 있는.......

나???????

이상하다.

왜 내가 두 명인 거지?

하지만 내 고민은 길지 않았다.

왜냐하면 쓰러진 나는 화장실 바닥에서 좀비처럼 벌떡 일어나서는, 현재의 나를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터벅터벅 느긋한 발걸음으로 걸어서 화장실 문을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좀비 같아진 나를 잡기 위해 발걸음을 떼는 순간.

밀려오는 나른함과 피곤함.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잠의 유혹에 천천히 눈꺼풀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흐으.......

이건 또 도대체 어떻게 된 상황이지?

그것이 내가 잠들기 전 마지막으로 든 생각이었다.

* * * * *

보통 누구나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른한 봄날의 오후.

창문 사이로 불어오는 솔솔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꽃냄새에 취해 자기도 모르게 눈이 스르륵 감겼던.

그리고 다시 눈을 뜨면,

어렸을 적 엄마 품에서 푹 잤던 것과 같은 상쾌함과 아늑함을 느끼며 행복한 기분이 든다.

지금의 내 느낌을 표현한다면 딱 그러하다.

어렸을 적 엄마에게서 느꼈던 기분 좋은 아늑함과 냄새.

하암.......

나는 천천히 하품을 하며 눈을 떴다.

그리고 들려오는 애정 어린 목소리들.

“지훈아!”

“지훈아아아! 흐아앙! 얼마나 걱정했는데!”

“흐윽. 지훈아. 괜찮아? 괜찮은 거지?”

응? 지훈이라고? 그 재수 없는 자식이 내 옆에라도 있는 건가?

나는 눈을 뜨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런데, 지금 내가 있는 곳은 학교가 아니었다.

호화스러운 하얀색 캐시미어 담요로 뒤 덮여진 침대 위였다.

그리고 내 주위에는........

김지훈은 안 보이고, 김지훈 녀석의 친위대 소녀 세 명만이 나를 걱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어리둥절해진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노란색 금발머리가 허리까지 내려오는 청순하고 깨끗해 보이는 얼굴의 여자가 나를 억지로 다시 눕히며 말한다.

“지훈아, 아직 무리하면 안 돼. 좀 만 더 쉬자. 응? 지훈이가 갑자기 학교에서 쓰러져서 얼마나 무서웠었는데. 병원에서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하고.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심장이........ 그러니까 지훈이. 좀 만 더 누워있어. 누나가 얼른 전복죽 해가지고 가지고 올게.”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왜 나를 자꾸 지훈이라고 부르는 건데.

하아........

다시 눈을 감고 아까 김지훈 녀석에게 당했었을 때를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쓰러진 나를 보며 녀석이 했던 말.

[하루만 쓰고 되돌려 줄게........]

그 하루만 쓴다는 것이. 혹시!

나는 다시 번쩍 눈을 뜨며 노란색 금발머리의 청순해 보이는 여자에게 말했다.

“저기 혹시 거울 있으면 거울 좀 주시겠어요?”

“거울? 알겠어. 지훈아. 그런데 지훈이 머리 많이 다친 거야? 평소에 안 쓰던 존댓말을 쓰고........”

나를 보며 계속 지훈이라고 말 하는 걸 보면 역시 내 생각이 맞는 것 같다.

하지만 그래도 확실하게 확인을 해야 믿을 것 같다.

노란색 금발머리의 여자가 단발머리의 고양이 같은 요염한 눈을 가진 여자에게 말한다.

“수지야, 지훈이 거울보고 싶데. 얼른 거울 가져와.”

“아이씨. 왜, 언니는 은정이는 안 시키고 꼭 나만 시켜.”

“그래서? 지금 지훈이가 거울보고 싶다는 데, 가져오기 싫다는 거야?”

“아, 아니. 그건 아니고. 빨리 가져 올게. 우리 지훈이를 위해서라면.......”

잠시 후 단발머리의 여자가 거울을 가지고 와서 나에게 내밀었다.

“지훈아, 여기 거울. 그런데 지훈이는 거울 안 봐도 되는데. 항상 잘생겨서.”

역시 나는 그 김지훈 녀석에게 빙의된 것이 맞구나.

단발머리 여자도 나에게 김지훈이라고 하는 것을 봐서는.

그래도 내 눈으로 확인을 해야지.

나는 거울을 받아 들어서는 내 얼굴을 향해 비추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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