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1화 〉 피트니스 미녀 실장 세경이와 데이트(9)
* * *
“정말 세경이 소원이 이번 여름휴가 때, 나하고 바닷가로 바캉스가고 싶다는 거야? 세경이도 일 년에 한 번 있는 휴가인데, 친구들이나 부모님이랑 같이 안 보내고? 나랑 단 둘이? 괜찮겠어?”
세경이가 귀엽게 위 아래로 움직이는 고양이 귀 머리띠를 한 채 수줍게 말한다.
“응. 나, 퀄팅하는 남자가 생기면 꼭 같이 바닷가 가보고 싶었어. 섹스생각으로만 가득찬 머리가 텅 빈 여자 녀석들이랑은 바닷가의 낭만은 남자 헌팅이지! 라면서 여름바다에 가 본적은 있지만. 매 번 여자들만 가득한 바닷가에서 남자 헌팅 따위 성공해 본 적도 없고. 그러니까 영화나 만화에서 보면 그런 거 있잖아. 바다에서 남자와 수영도 하고, 야한 짓도 잔뜩 하고....... 아, 꼭 시원이랑 야한 짓을 하루 종일 하고 싶어서 바다에 가자는 건 아니고.”
세경이가 빨개진 얼굴로 당황한다.
음......
하긴 나도 내가 원래 살던 세계의 남자녀석들을 생각해 보면 여자와 여름 바닷가에서 낭만을 즐기는 것이야 말로 어렸을 적부터 남자들이 꿈꾸던 로망 중의 하나지.
그렇게 생각하니 세경이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너무 촉박하지 않아? 여름휴가라면 이제 곧 아니야?”
“아, 아니야. 시원아. 시원이는 그냥 시간만 내면 돼. 기차랑 숙박 같은 건 내가 다 알아서 예약할게. 응? 제발, 부탁이야. 같이 가 줘. 시원아.”
세경이가 슈렉에 나오는 장화신은 고양이처럼 간절히 애원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연락하고 있는 여자만 7명이 넘는다.
대부분 나와 하루 종일 섹스를 하며 여름휴가를 보내고 싶어 하겠지.
하지만 이번 여름휴가는 고양이처럼 귀엽고, 풋풋한 내 첫 번째 슈터 세경이와 함께 보내기로 한다.
“좋아. 세경아. 일정 정해지면 일주일 전에 연락 해. 그리고 부담 갖지 말고 좋은 호텔로 잡아. 호텔비는 내가 낼게.”
“진짜? 시원아. 이번 여름에 나랑 같이 바닷가로 여행가는 거야!”
세경이가 너무 좋아서 달아오른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정말로 기분이 좋은지 세경이의 머리띠에 달린 귀여운 고양이 귀가 마구 앞, 뒤로 인사를 한다.
“너무 좋아. 시원이랑 함께하는 여름휴가라니. 꿈만 같아. 그리고 시원아. 모든 비용이랑 일정은 나만 믿어. 시원이 마음은 잘 알지만, 나도 여자인데. 네가 자꾸 돈 낸다하면 자존심 상하거든. 치.”
세경이의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을 보니, 덩달아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역시 스무 살의 풋풋한 소녀의 텐션은 다르구나.
이래서 자고로 아저씨들이 산삼 보다는 어린 여자가 보약이라고 했나보다.
어느 덧 밀프녀들한테 빨려 버린 기가 다 충전된 것 같다.
세경이는 자연 비타민C 라고나 할까?
* * * * *
그렇게 인적이 드문 오락실에서 세경이와 격렬한 섹스를 하고 난 후 우리는 범버카도 타고, 의자가 움직이는 3D 영화도 관람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무서운 놀이기구를 못 타는 세경이를 배려해서, 바이킹이나 롤러코스터 같은 놀이기구는 피했다.
그동안 여자를 만나면 다짜고짜 무지성 섹스만 했는데, 오늘 처음으로 제대로 데이트다운 데이트를 하는 것 같다.
“시원아, 사실 처음에는 그냥 시원이랑 모텔에서 넥플릭스나 보면서 쉬고 싶었는데, 막상 나오니까 너무 좋다. 고마워, 시원아.”
“고맙긴. 나야 말로 세경이 때문에 빨렸던 양기도 다시 충전........ 아, 아니. 세경이같이 귀여운 여자랑 같이 시간도 보내고 정말 좋았는걸.”
“정말? 내가 귀여워?”
“응. 귀여워. 세경아. 고등학교 때는 그냥 양아치 일진녀 인줄 알았는데. 세경이가 이렇게 귀여운 애인 줄 알았으면, 그 때부터 확 꼬셔 버렸을 텐데.......”
세경이가 귀엽다는 말에 다리를 비비꼬며 부끄러워한다.
“고등학교 때 만났으면 시원이 너는 아마 내 보지 셔틀....... 아, 아니. 빵셔틀이나 했을 걸? 많이 컸다 찐따 시원이. 나한테 귀엽다는 말도 다 하고. 치.”
세경이가 강한 척 해보지만, 나에게 홀딱 빠져버린 세경이의 속마음을 알고 있는 나에게는 그저 귀여운 투정처럼 들릴 뿐이다.
하늘을 보니 벌써 붉은 저녁노을이 서서히 져가고 있다.
세경이와 정신없이 서울랜드에서 놀다 보니 어느 덧 늦은 오후가 되어버린 것이다.
나는 핸드폰을 열어서 카통을 확인 해 보았다.
오늘 저녁에 만나기로 한 액세서리 사장 미씨녀에게서 카통이 무려 20개나 와 있었다.
[단백질 도둑 여사장: 자기, 점심 먹었어?]
[단백질 도둑 여사장: 자기, 지금 어디야? 우리 이따 만나는 것 맞지?]
[단백질 도둑 여사장: 자기, 또 나 애태우는 거야? 자기야 답장 좀 해.]
[단백질 도둑 여사장: 설마 나 오늘 물 먹이는 거 아니지? 오늘 자기 만나려고, Spa에 가서 다리랑 보지 왁싱도 했단 말이야.]
[단백질 도둑 여사장: 자기야. 연락 좀 줘. 제발.........]
윽.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세경이랑 너무 재미있게 놀다보니 액세서리 미시 여사장의 마음을 안달 나게 만들어 버렸나 보다.
나는 액세서리 미시 여사장에게 바로 카통을 보냈다.
[나: 미안해요. 친구랑 놀다보니 이제야 카통 메시지를 봤어요. 7시까지 서울랜드 입구로 데리러 와 줄 수 있어요?]
내가 카통을 보내고 있는데, 세경이가 곁눈질로 내 핸드폰을 슬쩍슬쩍 훔쳐본다.
내가 누구랑 카통을 하고 있는지 궁금한가 보다.
그리고 내가 카통 보내는 것 끝마치기를 기다렸다가 나에게 말한다.
“시원아. 우리 서울랜드 야간 개장까지 보고 갈 거야? 아니면........ 술이나 한 잔 하고, 호. 호텔에 갈까? 오늘은 내가 풀코스로 다 살게. 시원이는 그냥 나만 따라오면 돼!”
세경이가 나름 용기를 내서 먼저 호텔에 가자고 말을 꺼냈다.
하지만, 오늘 밤은 이미 선약이 잡혀있기 때문에 세경이에게는 미안하지만 같이 호텔에 갈 수가 없다.
“미안해. 세경아. 나는 이따가 친구랑 서울랜드 입구에서 만나기로 해서. 오늘 밤에는 같이 못 놀 것 같아. 다음에 같이 놀자. 응?”
오늘밤에는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없다는 말에 세경이의 표정이 세상을 다 산 사람처럼 어두워졌다.
“진짜? 나 오늘 밤에 시원이랑 데이트 하려고. 어제 밤 새 인터넷으로 서울랜드 근처 분위기 좋은 술집이랑 모텔도 다 찾아놨는데........”
세경이는 나와의 오늘밤 데이트를 위해 꽤나 시간을 들여서 인터넷을 검색했던 것이다.
“미안해. 세경아. 다음 주에 같이 좋은 곳에 가자. 응?”
“다, 다음 주? 이번 주말도 아니고?”
다음 주라는 말에 세경이의 표정이 더 시무룩해 졌다.
아마도 세경이는 거의 매일 밤 나와 데이트 할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응. 이번 주는 수업도 들어야 하고. 공무원 공부도 해야 해서 바쁠 것 같아. 세경아.”
세경이는 이번 주에는 나와 만날 수 없다는 사실에 실망한 것 같았지만, 곧 기운을 차리고는 밝게 말했다.
“그래. 시원이도 학교생활이 있으니까, 공부도 해야 하고. 알겠어. 시원아. 나도 시원이랑 다음 주에 재미있게 놀려면 이번 주에는 열심히 회원들 PT하면서 일해야겠다. 그런데 시원이는 그 친구랑 몇 시에 만나기로 했어?”
그때 마침 카통이 울린다.
[단백질 도둑 여사장: 서울랜드 7시? 나 지금 바로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30분이면 도착해. 자기야.]
세경이에게는 미안하지만 내가 세경이와 같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은 고작 30분밖에 남지 않았다.
“응. 실은 지금 친구가 오고 있데. 30분 후면 도착한다는 데? 갑자기 이렇게 돼서 미안해, 세경아. 다음에는 늦게까지 같이 놀자.”
“아. 그래? 시원이와 같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이 30분밖에 안 남았구나.......”
세경이가 잔뜩 아쉬운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하지만 최대한 아쉬워하는 티는 안내려 한다.
“알겠어. 시원아. 사실 나도 오늘 저녁에 약속이 있는데 시원이 너 저녁에 혼자 외로울까봐. 취소할까 했지. 시원이 혼자서 서울랜드에 남아 있으면 마음이 불편할 거 아니야. 그런데 시원이도 약속있다니까. 그러면 내가 시원이 서울랜드 입구까지 데려다 줄게.”
세경이가 살짝 어색한 웃음을 짓는다.
나는 미안한 마음에 세경이의 하얗고 고운 손을 살짝 붙잡으며 말한다.
“역시. 인기녀 세경이. 저녁에 약속 있었구나. 하긴 세경이 같은 미인이 나 같은 찐따랑 저녁 시간을 보낼 만큼 한가하지 않을 줄 알았어. 안 그랬으면 나도 다른 친구랑 약속 안 잡았지. 나 약속 안 잡았으면 꼼짝 없이 혼자서 서울랜드에서 야간개장 구경 할 뻔 했네.”
세경이가 다시 활기차게 웃으며 말한다.
“그러게! 아깝다. 찐따 시원이, 서울랜드 야간개장 왕따처럼 혼자 구경 할 뻔 했는데. 치. 어서 가자. 나도 시원이 데려다 주고, 친구들 만나야 하니까.”
“응. 그래. 세경아. 세경이는 어디서 친구들 만나기로 했어?”
세경이가 머뭇거리며 말한다.
“응. 서울랜드로 오기로 했어. 시원이 먼저 가. 나는 여기서 친구들 기다려야 하니까.”
세경이와 나는 손을 잡고 천천히 서울랜드 입구로 걸어간다.
수많은 가족과 연인들이 서울랜드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중인지, 행복한 얼굴로 서울랜드 입구 쪽으로 걸어가고 있다.
아이들은 하늘하늘 거리는 풍선을 손에 쥐고 있고, 연인들은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미소를 지으며 서로를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본다.
시원한 저녁 바람이 불어오고 향긋한 풀 냄새가 코를 간질인다.
“벌서 다 왔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