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7화 〉 피트니스 미녀 실장 세경이와 데이트(5)
* * *
나는 천천히 생각을 해 보았지만, 결론은 바로 나왔다.
세경이 같이 귀엽고 예쁜 여자가 내 슈터가 되고 싶다니.
당연히 나에게는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다.
세경이가 내 대답을 기다리며 초조한지 손톱을 예쁜 입술로 깨물며 바라보고 있다.
“하, 한 달은 너무 짧나? 미안. 내가 너무 조급했나 봐. 언제까지든 기다릴게, 시원이 마음이.......”
나는 세경이를 바라보며 그녀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그래. 세경아. 오늘부터 세경이는 내 슈터야.”
내 갑작스러운 말에 세경이가 놀랐는지 귀여운 눈이 더 동그랗게 커졌다.
“시원아. 바, 방금 뭐라고 한 거야?”
“세경아 못 들었어? 그러면, 이리 가까이 와봐.”
내가 세경이를 부르자 세경이가 회전목마를 탄 채 허리를 뻗어 나에게 얼굴을 가까이 대었다.
가까이에서 본 세경이의 작은 브이라인 얼굴은 그야말로 동화 속에 나오는 공주님처럼 완벽했다.
단아하게 뻗은 눈썹과 눈처럼 하얀 피부.
토끼처럼 큰 눈.
그리고 귀여운 코.
모든 것 하나 안 예쁜 곳이 없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손을 뻗어 세경이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루비처럼 반짝이는 붉은 입술을 향해 내 입술을 덮쳐갔다.
상큼한 과일향이 나는 부드러우면서 촉촉한 감촉.
투명한 눈처럼 반짝거리는.
세상에서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신비로운 느낌.
그 것이 바로 내 스무 살 여름.
내 첫 번째 슈터 신세경과의 첫 번째 서약 키스였다.
회전목마에서 내린 세경이와 나는 살짝 어색해졌다.
세경이가 내 슈터가 되고 싶다고 고백하기 전 까지는 그저 섹스가 가능한 사람 여자친구 정도였다면, 지금의 세경이와 나는 친구와 애인의 중간 경계 그 어디쯤.
즉 썸타는 관계가 되었기 때문이다.
세경이가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먼저 말을 건다.
“시원씨. 배고프지 않아요? 우리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 내가 살게요.”
세경이가 썸 타는 관계가 의식이 되는 듯 나를 시원씨라고 부른다.
하지만 평소에 나는 딱딱하게 누구누구 씨~ 라고 말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세경아. 그냥 우리 말은 예전처럼 편하게 하자. 세경이 네가 내 슈터라고 해도 시원씨라고 하는 건 어색해.”
세경이가 흠칫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그. 그럴까? 아니 나는 드라마에서 보통 슈터가 남자를 만날 때 존칭을 해서, 나도 해 봤는데. 역시 어색하다. 그치? 나도 시원이랑 그냥 편하게 말하는 게 더 좋아. 가자, 나 배고파.”
세경이가 자연스럽게 내 손을 잡고 서울랜드 내 식당이 모여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간다.
놀이동산을 가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보통 놀이동산에서 파는 음식들은 그 퀼리티에 비해 폭리를 취한다.
세경이가 꽤나 번듯 해 보이는 레스토랑으로 들어와서 자리를 잡는다.
“여기 메뉴판 주세요!”
점원이 가져다 준 메뉴 판을 보며 세경이가 마른 침을 꿀꺽 삼킨다.
“시원아. 뭐 먹고 싶어? 먹고 싶은 거 다 골라! 스테이크 먹을래? 아니면 해산물 요리?”
내 슈터 세경이가 나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꽤나 노력하는 중이다.
하지만, 피트니스 센터에서 강사로 일하는 세경이의 월급 수준은 사실 뻔하다.
내가 이 번듯한 식당에서 스테이크라도 먹겠다고 나서면, 세경이의 하루 일당이 점심 한 끼로 사라질 판이다.
내가 원래 있던 세계에서는 남자가 여자랑 썸 탈 때, 여자한테 잘 보이기 위해서, 격식 있고 분위기 있는 고급 식당에 데리고 간다.
그리고 힘들게 번 월급을 식사 한 끼로 갈아 넣는다.
그런 남자들의 마음을 잘 아는 내가 세경이의 귀에 대고 작게 속삭인다.
“세경아, 있잖아. 우리 그냥 분식 먹으면 안 될까? 사실 아까부터 떡볶이가 먹고 싶었어.”
세경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본다.
“응? 시원아. 나 오늘 고백 성공하면 너랑 여기 오려고 할인 카드도 가지고 왔.........”
여기까지 말하던 세경이가 급히 입을 손으로 막았다.
왜냐하면 남녀가 역전된 세계에서는 여자가 고급식당에서 할인카드를 써서 할인을 받으면, 없어 보인다고 남자들이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세경이의 손을 잡고 일어서며, 점원에게 말한다.
“다음에 올 게요~”
그리고는 세경이의 손을 잡고 식당을 나와 야외에 마련된 분식 코너로 간다.
“세경아. 오늘 날씨도 좋은데, 밖에서 먹는 게 좋지. 안 그래?”
세경이가 나를 바라보며, 살짝 부끄러운 얼굴로 말한다.
“치. 솔직히 시원이 너. 나 돈 쓸까 봐, 내 생각해서 분식 먹자고 한 거지?”
“아니야. 내가 무슨, 세경이 네 걱정을 하냐. 그냥 진짜 분식 먹고 싶어서 그랬어. 아, 맛있겠다. 떡볶이랑 오뎅!”
세경이가 그런 나를 살짝 감동 먹은 눈빛으로 바라본다.
“시원이 너는........ 진짜 다른 남자들과 다른 것 같아.”
그렇게 혼잣말로 중얼 거린다.
“여기, 떡볶이 2인분 이랑요. 오뎅 2개. 김밥 1인분 주세요.”
내가 푸드코너 점원에게 주문을 하자, 세경이가 자연스럽게 지갑을 꺼내며 말한다.
“시원아. 사람이 두 명인데!”
응? 내가 너무 많이 시켰나.
하긴 세경이는 여자니까, 양이 작을 수도 있겠다.
떡볶이는 1인분만 시킬 걸 그랬나보다.
하지만,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리고, 순대 2인분. 간도 많이 넣어주시고요. 모둠튀김 한 개. 쫄면 한 개. 아 그리고.....”
허억!
세경이가 무슨 먹방 뉴튜버도 아니고, 저걸 다 먹는 다고?
내가 놀란 입을 다 물지 못하자, 세경이가 내 눈치를 보며 점원에게 말한다.
“이, 일단 그렇게 주세요!”
그렇게 분식을 주문하고 자리에 앉아있는데, 서울랜드 입구에서 봤던 세 명의 여자들도 분식을 먹으로 왔는지 우리 옆 테이블에 자리를 잡는다.
그 중 섹시한 긴 머리의 여자가 한숨을 쉰다.
“하아. 역시 오늘도 남자랑 모텔에 가는 건 무리인가? 어떻게 남자한테 말 거는 족족 차이냐. 진짜. 옛 성인 말에 열 번 찍어서 안 넘어가는 미남 없다고 했는데, 씨발.”
단발머리의 귀엽게 생긴 여자가 역시 한숨을 쉬며 고개를 푸욱 테이블에 기댄다.
“그거야 네 얼굴이 존나 야하게 생겨서 그런 거지. 날티 나게. 요즘 세상에 너 같이 얼굴에 섹스하고 싶어! 자지 핥고 싶어 미치겠어요! 라고 써진, 야하고 엉큼한 여자를 어느 남자가 좋아하냐?”
“뭐야! 너 말 다 했어? 야하게 생겼다니! 안 그래도 보지는 꼴리고 헌팅은 안 돼서 짜증나 죽겠는데.”
“아니. 아직 말 다 안했다. 옷은 또 왜 그렇게 야하게 입고 와서. 같이 다니면 남자들이 우리도 변태라고 생각할 거 아니야.”
야하게 입었다는 말에 나도 자연스럽게 긴 생머리의 섹시하게 생긴 여자가 입은 옷에 눈길이 갔다.
검은색 세미 정장 스타일의 마이에, 안에는 속이 다 비치는 시스루 스타일의 짧은 하얀 드레스를 입고 있다.
너무 짧아서 바람이라도 불면 엉덩이가 다 보일 정도다.
마이만 벗으면 바로 섹스가 가능한 그야 말로 언박싱 직전의 상품 같다고나 할까?
거기다가 표범무늬의 하이힐 구두에 검은색 망사 스타킹을 신고 있다.
내가 원래 살던 세계의 남자들이 봤다면 환장하고 달려들 정도로 섹시한 옷차림이다.
단발머리의 귀엽게 생긴 여자가 말일 이어 나갔다.
“그리고 젖가슴 큰 거 자랑하는 것도 아니고, 브라자는 왜 안하고 다니는 건데? 가슴도 나보다 작은 주제에.”
그렇게 말한 단발머리의 여자가 가슴 부심이라도 부리 듯, 양손으로 가슴을 최대한 끌어 모은다.
그녀의 하얀 젖가슴이 풀어헤쳐진 그녀의 하얀색 셔츠 사이로 출렁출렁 흔들린다.
적어도 D컵은 되어 보이는 풍만한 젖가슴 이었다.
이에 질세라 긴 생머리의 여자도 팔짱을 끼며 최대한 가슴을 영혼까지 끌어 모은다.
단발머리 여자의 젖소같이 큰 가슴보다는 작지만, 그래도 C컵은 되어 보이는 상타치의 젖가슴이다.
음.......
이건 내가 원래 살던 세계에서 서로 자기 꼬추가 더 크다고 좆부심 부리는 남자들을 보는 것 같다.
그런 그녀들을 보고 있던 금발로 머리를 염색한 갸루 스타일의 화장을 한 여자가 짜증을 낸다.
“씨발. 지금 너희들 나 보라고 일부러 가슴 부심 부리는 거지? 아. 씨발. 짜증나서 진짜!”
금발로 염색한 갸루 스타일의 여자를 보니.......
슬프게도 색기가 줄줄 흐르는 섹시한 얼굴에 비해 가슴은 그야 말로 평평하다.
한 마디로 슬랜더 몸매의 빈유다.
가슴 부심을 부리던 두 여자가 눈을 깐다.
“미안해, 선미야.”
“미안.”
금발로 염색한 갸루 스타일의 여자 휴우.... 한 숨을 쉰다.
“내가 진짜, 이번 알바비 타면 가슴 수술부터 제일 먼저 한다. 가슴 수술 하면, 그래도 모솔에서 탈출 쌉 가능할까?”
“미친년아. 가슴 크다고 남자랑 떡 칠 수 있었으면 내가 지금까지 딜도나 붙잡고 자위하고 있겠냐? 남자랑 매일 모텔가서 떡치지. 가슴 크기로는 그래도 상위 10프로 안에 들어가는데.”
가슴 크기로는 최상위 티어인 단발머리 여자를 보며 다른 두 여자가 한숨을 내 쉰다.
“그래, 씨발. 우리 주제에 남자는 무슨 남자냐. 야동이나 보면서 자위나 하자. 그런데 최하나 너 오늘 좀 까칠하다. 아침에 자위 안하고 나온 거야?”
단발머리의 귀엽게 생긴 여자가 크윽 입술을 깨문다.
“티나냐? 씨발. 오늘 아침에 먹음직스러운 두꺼운 오이를 아빠가 사왔기에 몰래 빼돌려서, 자위를 하는데 말이지. 한참 절정에 올라서 기분 좋았는데, 그만 오이가 뚝! 하고 부러져 버려서 제대로 싸지를 못했더니 기분이 하루 종일 영 보지같다. 야.”
긴 생머리의 섹시한 여자가 크큭 거리며 웃는다.
“하나는 채소파였던 거야? 가끔은 애호박이나 오이도 좋지만. 역시 뭐니 뭐니 해도 자위용으로 가장 좋은 건. 빠삐코 아니겠어! 빠삐코야 말로 자위용으로는 최고지! 처음 넣을 때는 딱딱해서 기분이 좋고, 자위를 하다보면 어느 사이엔가 살짝 녹아버려서, 탱탱하면서 부드러운! 그야말로 이 구조야 말로 발기된 성인 남자의 자지와 같다고나 할까! 흐윽. 또 생각나 버려서 안 되겠다. 오늘 집에 갈 때 빠삐코 사가야지. 그나저나 선미 너는 아침에 뭘로 자위했냐?”
금발로 염색한 갸루 스타일의 여자가 부끄러운 얼굴로 대답한다.
“그.......... 그게 말이야. 나는 아침마다 딱풀로 자위하는데. 딱딱하고 기분이 좋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