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6화 〉 피트니스 미녀 실장 세경이와 데이트(4)
* * *
아, 세경이 하이힐 신어서 다리가 떨렸던 거구나.
역시 세경이는 고등학교 때 일진녀답게 담이 커서 놀이기구도 잘 타는 것 같았다.
사람들의 줄이 점점 짧아지고 드디어 우리 차례가 왔다.
“벌써 우리 차례네. 재미있겠다. 시원아.”
세경이의 입은 웃고 있는데, 얼굴은 굳어 있어서 괴상한 표정이었다.
“응. 세경아. 그런데 너는 하나도 안 무서워? 나는 막상 타니까 좀 떨리는데.”
“무섭긴. 우리 시원이가 무서우면 굳이 안타도 되는데. 우리 내릴까? 응?”
그때 마침 안전바가 어깨위로 내려오며 안내방송 멘트가 흘러나온다.
샵드롭, 안전바 내려갑니다. 팔이나 물건이 끼지 않도록, 주의해 주시구요. 샷드롭 잠시 후 카운트 다운과 함께 출발합니다. 즐거운 시간 되세요!
안전바가 어깨위로 내려오자 세경이가 불안한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거린다.
“시원아. 아직 안 늦었어. 시원이 무서우면 내가 말할게. 우리 내리자.”
“아니야. 세경아. 원래 스릴이 있어야 놀이기구가 재미있지!”
그 때, 안내방송이 나온다.
카운트다운 시작합니다! 손잡이로 안전바 꽉! 잡아주세요.
“어 세경아. 이제 샷드롭 올라가나 보다!”
내가 설레어서 세경이에게 소리치며 세경이를 바라보니, 세경이가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얼굴로 멍 때리고 있다.
마치 넋이 나간 사람 같아 보인다.
3! 2! 1!
카운트다운과 함께 샷드롭이 미친 듯한, 속도로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다.
쿠아아앙!!!!!!
그리고..........
“꺄!!!! 꺄아아아악! 어, 아빠아아아아!!!! 흐끅. 내 내려줘!!! 제발!!!! 내려달란 말이야!!!!!! 사, 사람 살려!!!!!!
세경이가 아빠를 찾으며 울부짖기 시작했다.
“하앙! 하아아앙! 흐아아아앙!!! 흐끅. 흐끅. 어디까지 올라가는 거야!”
세경이가 신음소리인지 흐느끼는 소리인지 모를 비명 소리를 내 지른다.
사실 내가 느끼기에도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샷드롭이 높이 올라가고 있다.
그리고!
덜컹!
드디어 정상에 다다랐는지 샷드롭이 멈추어 섰다.
진짜 100M라는 높이는 생각보다 훨씬 더 엄청 났다.
서울랜드 뿐만이 아니라 서울대공원.
심지어 과천 일대가 다 보일 지경이었다.
공기가 맑고 청량하다.
거기다 시원한 바람까지 불어주니 기분이 더 할 수 없이 상쾌.........
“흐끅. 흐끄극. 아빠... 내려 줘요. 잘 못 했어요. 저 아직 죽기에는 너무 어려요. 흐아아아앙!”
울고 있다.
일진녀 세경이가 흘러내리는 눈물을 손등으로 닦으며 흐느끼고 있었다.
나는 세경이가 걱정되어서 말했다.
“세경아. 괜찮아? 무서운 놀이기구 못타면 못 탄다고 말을 하지.”
하지만 너무 무서워서 세경이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세경이가 안전바를 양손으로 꽈악 잡고 두 눈을 질끈 감고 있다.
그런데 그 모습이 불쌍해 보이면서도 초딩처럼 너무 귀엽다.
“흐윽. 내려주세요. 잘못했써요. 앞으로 착하게 살 테니까. 나 좀 내려 줘어.......흐끄극 흐끅. 흐. 흐아아아아아앙!!!!”
큐아아아앙!!
정점에 다다른 샷드롭이 굉음을 내려 아래로 곤드박질 치기 시작한다.
“끼악! 꺄아아아악!!!!!! 아빠아아아앙!!! 흐윽. 그, 그만! 제발 그만해에!!! 흐윽”
거의 바닥까지 곤두박질 친 샷드롭이 다시 올라간다.
푸슈슈슉
“흐윽. 또? 또 가는 거야? 흐아아앙! 하, 하지 마! 제바알.... 이제, 제발 그만 해 주세요! 용서 해 주세요!!!”
그런데 세경이가 내 뱉는 말을 듣고 있으니, 이상하게 자지가 꼴린다.
아빠. 제바알. 그마안.
윽. 나는 어디까지 변태인 것인가?
자괴감이 들긴 하지만, 놀이기구 타는 것보다 세경이 신음소리를 듣는 데 더 정신이 팔려있다.
몇 번이고 샷드롭이 위로 올라갔다가 내려갔다를 반복했다.
“흐아아앙. 아빠아아아아앙. 차, 참을 수가 없어요! 흐윽. 이제 용서해 주세요. 그만..... 흐윽 나 진이 다 빠져 버렸어. 실신할 것 같단 말이야. 흐끅. 흐끅. 제발 이제 그만 멈춰 주세요. 이렇게 빌게요. 용서해주세요. 또, 또 온다아! 아아아앙앙!”
세경이가 고양이 귀를 펄럭펄럭 거리며 빨간색 치파오를 입은 채 계속해서 야한 자극을 불러일으키는 신음소리를 내 뱉고 있다.
윽.
이건 참기 힘들 정도로 자지가 발딱 서고 있다.
하지만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
샷드롭이 지상에 내래서고 안전바가 올라갔다.
"아쉽지만 샷드롭 여기까지였고요. 서울랜드에서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안내원의 멘트와 함께 드디어 샷드롭에게서 세경이가 해방되었다.
진이 다 빠져 버려서 창백해진 얼굴로 세경이가 샷드롭에서 내렸다.
다리가 풀려서 제대로 걷지를 못하고 갈팡질팡 한다.
나는 재빨리 세경이를 부축해 주었다.
물컹물컹! 탱글탱글!
세경이의 풍만한 젖가슴이 내 가슴에 와 닿는다.
나는 세경이를 부축해서는 의자에 앉혔다.
“세경아. 괜찮아? 무서운 거 못타면 못 탄다고 말을 하지. 왜 바보같이 끝까지 탄다고 해서.”
세경이가 아직까지 창백한 얼굴로 나를 보며 말한다.
“아, 아니야. 무섭긴 누가 무서워. 얼마나 재미있었는데.”
에휴. 하여간 남녀가 역전된 세계에서의 여자들의 가오란.
그렇게 울면서 아빠를 찾았으면서, 아직까지 남녀역전 세계말로 여자다운 척을 하고 있다.
“진짜 하나도 안 무서웠어? 그런데 왜 그렇게 아빠를 찾으면서 엉엉 울었던 건데?”
“나, 나. 아빠 찾은 적 없어. 시원이 네가 잘 못 들은 거야. 내가 나이가 몇 살인데 아빠를 찾으면서 울어. 울기는.......”
세경이가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부정을 한다.
흐음. 요것 봐라. 쉽게는 인정 안 하겠네.
“그거 시원이 네가 잘 못들은 거야. 나 아니고. 그, 그래. 내 옆에 앉은 초딩 남자애가 소리친 건데, 시원이가 잘 못 들었어.”
그렇게 서럽게 아빠 찾으면서 오열해 놓고는 이제 와서 발뺌을 하려고 한다.
아직 눈물 자국도 눈가에 선명하게 남아있는데.
“그래? 그럼, 내가 잘 못 들었나 보다. 그러면 우리 다음에는 저거 탈까?”
나는 손을 들어서 사람들이 미친 듯이 비명을 지르고 있는 놀이기구를 가리켰다.
도깨비 바람이라는 놀이기구였는데, 무섭기로 따지자면 샷드롭보다도 더 한 놀이기구였다.
더군다나 놀이기구 쿨타임도 길어서, 놀이기구를 잘 못 타는 초보자가 탔다가는 그야 말로 지옥을 몇 번 왔다, 갔다 할 정도의 난이도였다.
놀이기구에 거꾸로 매달려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던 세경이가 딸꾹질을 하기 시작했다.
“저, 저거? 흐끅! 시, 시원이가 원하면 타, 탈까? 흐. 흐끅.”
세경이의 표정을 보니 완전히 창백하게 시체처럼 얼어붙었다.
에휴, 곧 죽어도 나에게 겁쟁이로 보이기는 싫었나 보다.
그래, 내가졌다. 졌어!
나는 세경이의 손을 잡고 도깨비 바람과는 반대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도깨비 바람과 멀어지자 세경이의 얼굴에도 다시 혈색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시원아 우리 어디 가는 거야?”
나는 말없이 세경이의 손을 잡고는 아이들로 가득한 곳으로 걸어왔다.
그리고 그 곳에는 바로 놀이동산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회전목마가 있었다.
샷드롭 탈 때 세경이의 패닉 온 상태를 보니 세경이가 소화 할 만한 놀이기구는 회전목마, 범버카 같은 초딩용 놀이기구뿐이었다.
나는 세경이를 목마에 태우고 나도 뒤에 탔다.
“이거 너무 어린이용 놀이기구 아니야?”
세경이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얼굴은 서울랜드에 오고 처음으로 편안해 보였다.
“아니야, 이거 어른들도 많이 타거든. 그 드라마에서도 남자 여자 주인공이 회전목마 많이 타잖아.”
“아, 맞다. 헤헤.”
세경이가 활짝 웃는데 보조개가 귀엽게 들어간다.
“그런데 회전목마 시원이랑 같이 타니까. 꼭 우리가 커플인 것 같다.”
“커플? 우리 그러면 오늘부터 1일 할까?”
내가 장난스럽게 말하자, 세경이의 얼굴이 발그레 졌다.
“노, 농담하지 마. 시원아. 치.”
그렇게 세경이와 담소를 주고받는데 회전목마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렇게 같이 회전목마도 타고 사진도 찍으니까 진짜 우리가 무슨 영화 속 남녀 주인공이 된 것 같다.
느리게 돌아가는 회전목마.
그리고 잔잔하게 들려오는 신비한 오르골 소리.
동화 속 세계에 빠져든 것 같다.
세경이가 목마에 탄 채 쭈뼛 거리며 나를 자꾸만 할 말이 있는 듯 바라본다.
“세경아, 왜 그래? 뭐 할 말 있어?”
세경이가 나를 바라보며 붉은 입술을 몇 번 떼었다 닫았다를 반복하다 끝내 입을 열었다.
“저기 시원아. 실은 나 오늘 너에게 할 말이 있어. 사실 며칠 전부터 생각하던 건데. 오늘 시원이를 보니 마음이 정해져서 말이야.”
세경이가 분위기를 잡는다.
“응 뭔데? 말해 봐. 세경아.”
“그게. 말이야. 시원아, 괜찮으면. 나.... 나.......”
그 다음 말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지 세경이가 망설인다.
내가 재촉하지 않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자 세경이가 마침내 망설임을 끝내고 속에 담아두었던 말을 내 뱉었다.
“시원아. 괜찮으면........ 나, 너의 슈터가 되면 안 될까? 너무 부담은 가지지 말고. 나도 지금 당장 대답을 바라는 건 아니지만 너무 오래는 말고. 한 달 안에만 대답해 주면 좋겠는데.”
슈터?
슈터라는 건 남녀역전 세계에만 있는 남자에게만 유리한 개사기 문화였다.
그러니까 지금 세경이가 나만을 바라보는 구애자.
슈터가 되고 싶다고 말을 하는 것이다.
슈터는 오직 한 명의 남자만을 만날 수 있고, 그 남자의 사랑을 얻기 위해 다른 슈터 여자들과 경쟁을 하며 모든 정성을 다 해야 한다.
반대로 남자는 여러 명의 슈터 여자들 중에서 한 명을 여자 친구로 선택하기 전까지, 아무 여자나 골라서 만날 수 있다.
즉 여자는 한 남자에게만 구속되고 남자는 공식적으로 바람을 필 수 있는 세상인 것이다.
여자에게만 불리한 악조건 같지만, 그렇게 해서 슈터라도 되지 않으면 남자친구를 사귈 기회는 영영 안 올지도 모른다.
괜찮은 남자들은 대부분 여러 명의 여자 슈터가 구애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자가 슈터를 요청하면 남자는 거절을 하거나 슈터를 허락하는 서약 키스로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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