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5화 〉 피트니스 미녀 실장 세경이와 데이트(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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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자유 이용권 어른 두 장이요.”
내가 표를 사기 위해 매표소에 서서 돈을 건네려는데, 세경이가 급하게 막아섰다.
“시원아. 내가 살게.”
“됐어. 세경아. 누가 사면 어때.”
“시원아. 너 자꾸 이럴래? 내가 산다니까. 진짜.”
우리말을 듣고 있던 주위 여자들이 한 마디씩 한다.
“와! 저 남자 뭐야? 완전 천사 아니야. 얼굴도 잘생겼는데, 매너도 쩌네.”
“저 여자가 재벌이라서 사귀는 거 아니었어?”
“요즘 세상에 남자가 여자 대신에 돈을 낸다고? 저 정도 매너면 진짜 오크여도 무조건 사귄다. 좆만 달려 있으면.”
여자들이 웅성거리는 말을 듣던 세경이가, 무슨 생각인지 큰 소리로 말한다.
“시원아~ 저 번에 네가 일식집에서 제일 비싼 코스 요리도 사고, 5성급 호텔! 호텔! 비용도 네가 냈잖아. 그러니까 이건 내가 살게! 응?”
세경이의 말을 들은 여자들의 웅성거림이 더 심해진다.
“미친 거 아냐? 저 여자는 전생에 나라를! 아니 세계를 구한 여자인가?”
“밥을 산 것만 해도 이미 넘사벽인데, 호텔까지 계산을 해? 아니 호텔에 가주시기만 해도 엎드려서 절을 해야 할 판인데.”
“내가 서른 살만 어렸어도 저 남자 꼬셔버리는 건데. 빼앗고 싶다. 저 매력적인 남자.”
세경이가 더욱 내 곁에 꽈악 붙으며 주위의 여자들을 바라본다.
그러니까 세경이는 지금 나 같이 괜찮은 남자가 호텔비까지 내줬다는 걸 뽐내며 다른 여자들의 질투어린 시선을 즐기고 싶은 거다.
그러면 이럴 때는 세경이가 좀 더 주목 받도록 해줄까?
나는 한 발 양보하며 일부러 큰 소리로 말했다.
“그래, 세경아. 그러면 이건 네가 내고 이따가 호텔비는 내가 낼게.”
물론 오늘 세경이랑 호텔에 갈 생각은 없었지만, 세경이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서 거짓말을 했다.
주위의 여자들이 다들 부러워서 죽겠다는 표정으로 세경이를 바라본다.
“아, 나도 저렇게 노골적으로 호텔가자고 하는 야한 남자 만나고 싶다.”
“저렇게 섹시한 남자와 호텔이라니, 거기다가 비용도 남자가 계산? 분명 저 여자는 거유에 보지가 존나 꽈악 쪼이는 명기 일거야. 그러니까 저렇게 잘생긴 남자가 호텔비도 계산한다고 하지.”
거유에 명기?
내가 원래 살던 세계로 치자면, 여자가 대물 남자한테 빠져서 정신 못 차리는 상황인건가?
세경이가 수줍어서 살짝 발그레 달아오른 하지만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젖가슴을 활짝 폈다.
치파오 노출 된 곳 사이로 보이는 세경이의 풍만한 하얀 젖가슴이 출렁출렁 거린다.
“아니야! 시원아. 이것도 내가 내고 이따 호텔비!도 내가 낼게! 말이라도 고맙다. 그래도 어떻게 남자한테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호텔비를 내라고 하니.”
세경이가 특히 호텔이라는 말에 힘을 주어 말하며 주위 여자들을 바라본다.
다들 이건 도저히 이길 수 없어! 라는 표정으로 세경이를 바라본다.
세경이는 아주 만족한 얼굴로 놀이동산 자유이용권 2장을 샀다.
서울랜드 입구에서 표를 보여주자, 나와 세경이의 팔목에 자유이용권 팔찌를 채워주었다.
어린 팔찌를 하는 건 초등학교 때 해 보고 거의 처음인 것 같은데?
사실 나도 남녀가 역전이 된 세계에 와서야 여자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그것도 대부분 섹스를 위해서 만났다.
이런 내 나이 또래의 여자애와 설레는 데이트는 처음이다.
[서울랜드 친구들 모두 여기모여 떠나자 떠나자!
어디라도 나는 좋아 너와 함께 할 수 있다면 새로운 모험의 친구들이 우리를 기다리잖아!
꿈과 희망 가득한 캐릭터 패러다이스! 서울랜드!]
서울랜드에 들어서자 흥겨운 분위기의 서울랜드 주제가가 흘러나온다.
이제야 진짜 놀이공원에 온 기분이다.
세경이와 손을 잡고 서울랜드 안을 걷고 있는데, 캐릭터 상점이 보인다.
나는 세경이의 손을 잡고 캐릭터 상점으로 이끈다.
세경이가 짐짓 부끄러운 척 하며 말한다.
“캐릭터 상점은 왜? 사고 싶은 거라도 있어? 아, 이런 곳은 여자가 가기에 좀 창피한데.”
아, 그러고 보니.
남녀가 역전된 세계의 여자들은 속옷도 대충 입는 정도인데, 당연히 캐릭터 상품에도 관심이 없겠구나.
사실 내가 캐릭터 상점에 가자고 한 것은 세경이에게 꼭 사주고 싶은 게 있어서다.
나를 위해서는 아니다.
나는 세경이의 팔을 손을 꼭 잡고는 캐릭터 상점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내가 원하던 것을 찾아냈다.
“세경아. 이거 완전 귀엽다. 세경이하면 진짜 잘 어울릴 것 같은데?”
나는 귀여운 고양이 귀 머리띠를 잡아들었다.
뇌파를 통해 귀가 움직이는 머리띠였다.
빨간 치파오에 고양이 귀 머리띠까지 한 거유 세경이라니!
이건 못 참지.
“아, 시원아. 여자가 이런 걸 부끄러워서 어떻게 해. 이런 귀여운 건 남자나 하는 거지. 그냥 가자. 응?”
나는 거의 강제로 세경이의 긴 검은색 생머리에 고양이 귀 머리띠를 씌워 주었다.
“와! 세경아, 너 고양이 귀 머리띠 하니까 너무 귀엽다.”
정작 씌워 줄때는 부끄러운 티를 팍팍 내더니, 막상 머리띠를 하고나자 세경이도 마음에 드는지 거울로 자기 얼굴을 바라보며 말한다.
“진짜 귀여워?”
세경이가 살짝 윙크를 하니 고양이 귀도 따라서 앞으로 숙이며 인사를 한다.
아, 진짜 너무너무 귀엽다!
요염한 섹스 상대로야 미씨나 밀프녀들이 좋지만, 역시 건전한 데이트를 하기에는 여동생 스타일의 귀요미가 꼴리지.
나는 당장에 세경이의 손을 잡고 카운터로 가서 계산을 했다.
세경이도 마음에 드는지 거절하지 않는다.
그렇게 세경이에게 어울리는 검은색 고양이 머리띠를 사고는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서울랜드 안을 걷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문득 눈에 띄는 놀이기구가 있었다.
최근 유행하는 라바 캐릭터를 타고 빙글빙글 회전하는 놀이기구였다.
아이들도 타는 걸로 봐서는 별로 안 무서울 것 같았지만, 첫 놀이기구니까 워밍업 정도로 괜찮을 것 같았다.
나는 라바 트위스터를 가리키며 말했다.
“세경아, 우리 저거 타자. 라바 귀엽다.”
라바 트위스터를 바라본 세경이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저, 저거 막 하늘 위로 빙빙 돌면서 회전하는 거 아니야?”
“응. 맞아. 왜? 세경이 놀이기구 잘 못 타? 저렇게 어린아이들도 타는데?”
라바 트위스터는 사실 어린이용에 가까운 놀이기구였다.
“아, 아니야. 혹시 시원이가 무서울까봐 그렇지. 타, 타자! 나 놀이기구 완전 잘 타! 에이 사실 저건 좀 시시하다.”
“아, 세경이 놀이기구 잘 타는 구나. 다행이다. 일단 처음이니까 워밍업으로 저가 타고 다음에는 샷드롭 타러 가자! 요즘 서울랜드에서 제일 무서운 놀이기구 중에 하나인데, 재미있데!”
“뭐! 제일 무섭다고?”
세경이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하지만 곧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며 내 손을 잡고 라바 트위스터를 타기 위해 입구로 다가갔다.
두 명이서 같이 탈 수 있었기 때문에 세경이와 나는 같이 라바에 탔다.
그리고, 천천히 라바가 빙빙~ 돌면서 하늘 위를 날기 시작했다.
라바를 타고 공중을 날며 서울랜드의 멋진 풍경을 보는 건 좋았지만, 아함~ 생각보다 훨씬 더 안 무서워서 지루 할 정도였다.
내 손을 꼭 잡고 있는 세경이를 바라보았다.
세경이도 그닥 무섭지 않은지 표정의 변화가 없다.
역시 이건 어린이용이구나.
그런데, 이상하게 마치 마네킹처럼 너무 얼굴이 굳어있다.
[다 끝났습니다. 오른쪽 출구로 나가시면 됩니다!]
놀이기구가 멈추자 안내멘트가 나왔다.
세경이가 라바에서 내리며 파랗게 질린 얼굴로 우윽! 소리를 내며 숨을 거칠게 몰아쉰다.
“히익. 흐윽. 히엑..........”
응? 설마 세경이 이거 무서웠던 건가?
나는 세경이가 걱정되어서 말했다.
“세경아. 괜찮아? 너 무서우면 샷드롭은 나 혼자 타도되는데.”
세경이가 귀엽게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며 말한다.
“아니야! 무섭긴. 빙빙 돌아서 어지러워서 그래. 하, 하나도 안 무서워. 가, 가자! 샷드롭 타러!”
아, 역시 세경이도 무서운 건 아니었구나.
이게 너무 빙빙 돌아서 어지러운 거였어.
샷드롭은 그냥 위로 올라갔다가 아래로 떨어지는 거니까 세경이가 타도 문제없겠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세경이와 함께 샷드롭이 있는 곳으로 갔다.
웅성웅성웅성!
역시 샷드롭은 서울랜드의 인기 놀이기구여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줄을 서면서 먼저 놀이기구를 탄 사람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
줄 서서 샷드롭을 구경하는 세경이의 눈동자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정사각형 모양의 프레임에 설치된 의자에 앉은 사람들이 하늘 높이 올라가기 시작한다.
끝도 없이 올라간다.
사람들이 하늘 위로 올라갈수록 내 손을 잡고 있는 세경이의 손이 마치 전동 딜도처럼 부들부들 떨린다.
“시, 시원아. 왜 저거 끝도 없이 올라가? 고장 난거야? 저 사람들 다 죽는 거야?”
“응? 우리 세경이 농담도 잘하네? 그런데 높기는 높다. 100M까지 올라간다고 하더니.”
“배.... 백 미터!!!!”
세경이의 다리가 후들후들 거린다.
“왜 그래, 세경아. 지금 다리 떨고 있는 거야? 무서워서 못 타겠어? 무서우면 여기 앞에서 잠깐만 기다려. 혼자 타고 올게.”
세경이가 떨고 있던 잘 뻗은 섹시한 다리를 겨우 진정시키며 말한다.
“아니야. 시원아. 나 괜찮아. 진짜 괜찮아. 하이힐 처음 신어서 다리 균형 잡기가 힘들어서 그래! 무섭긴! 시원이 같은 남자도 타는데. 여자인 내가 설마 이 따위 게 무섭겠어! 자, 빠,빨리 타자! 아, 재미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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