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3화 〉 피트니스 미녀 실장 세경이와 데이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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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아! 같이 가!”
뒤를 돌아보니 세경이가 눈부시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평소의 세경이는 피트니스 클럽 강사답게 아디다스나 나이키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거나, 털털한 성격에 맞게 간편한 옷차림을 입는다.
하지만 오늘은 마음먹고 꾸미고 나왔는지 평소와는 너무 달랐다.
나를 향해 환한 미소로 웃고 있는 세경이는 걸그룹 아이돌처럼 예뻤다.
하얀 피부에 잘 어울리는 청순한 검은 생머리.
거기에 귀여우면서 섹시한 치파오 스타일의 옷을 입고 있었다.
검은 머리에 하얀 얼굴.
거기에 붉은 색의 치파오는 찰떡같이 잘 어울렸다.
살짝 가슴 골 부분이 파져있어서 세경이의 예쁘고 풍만한 젖가슴이 더욱 더 돋보였다.
세경이가 너무 귀엽고 예뻐서 놀란 눈으로 바라보자, 세경이의 얼굴이 살짝 빨개졌다.
“시원아! 뭘 그렇게 뚫어져라 봐. 부끄럽게.”
“어? 아니. 세경이가 너무 예뻐서........”
빨간색 치파오에 섹시한 검은색 망사 스타킹을 신은 세경이를 넋을 놓고 바라봤다.
“치, 나 예쁜 거 이제 알았어? 부끄러우니까, 그만 봐.”
세경이가 귀엽게 총총 걸어서는 나에게 다가왔다.
오늘은 평소에 신던 운동화가 아닌 굽이 높은 하이힐을 신었다.
안 그래도 섹시하고 귀여운 세경이인데, 하이힐을 신으니 각선미까지 살아난다.
하지만 하이힐을 신고 걷는 것이 익숙지 않은지 세경이의 발걸음이 넘어질 듯 불안해 보였다.
나는 얼른 다가가서 세경이를 부축해 주었다.
세경이가 하얗고 고운 손으로 내 어깨를 붙잡았다.
“미안해, 시원아. 하이힐 신는 건 처음이라. 아직 익숙지 않아서”
“진짜? 하이힐 신은 거 처음이야? 왜 하이힐 신었어. 오늘 놀이동산에서 신나게 놀려면 많이 걸어야 할 텐데.......”
“그야, 시원이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작게 말하는 세경이의 얼굴이 발그레 빨갛게 달아올랐다.
나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평소에 신지도 않던 하이힐까지 신고 나오다니.
안 그래도 예쁜 세경이가 더 예뻐 보였다.
역시 세경이는 나와 같은 스무 살이라서 그런지 미씨나 밀프녀들에게 느낄 수 없는 풋풋함과 청순함이 있다.
“자, 처음에는 하이힐이 익숙하지 않아서 넘어질 수 있으니까 내 손 잡아 세경아.”
나는 그렇게 말하며 세경이의 하얗고 고운 손을 잡았다.
세경이가 꽉 잡은 내 손을 바라보며 말한다.
“고마워, 시원아. 시원이는 진짜 다른 남자들이랑 다른 것 같아. 다른 남자들은 이렇게 여자를 배려해 주는 남자가 없는데. 너랑 있으면 마치 내가 남자가 된 것 같아.”
세경이를 바라보니, 내 배려에 감동이라도 먹은 듯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다.
가까이에서 본 세경이는 물광 메이크업을 했는지, 얼굴이 아기 같이 깨끗하고 광채가 난다.
더군다나 독한 향수가 아닌, 그녀의 상큼한 샴푸냄새와 살 냄새가 기분 좋게 코를 간질인다.
역시, 세경이는 내가 만났던 다른 미씨 스타일의 여자들과는 달리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세경이이의 손을 잡고 대공원역을 빠져나가 밖으로 나왔다.
아침 햇살이 눈부시게 우리를 비추었다.
“오늘 날씨 진짜 좋다. 시원아. 밖에서 만나길 잘한 것 같아.”
세경이가 숨을 크게 들이쉬며 대공원의 맑은 공기를 흡인한다.
“진짜 오늘 날씨 죽이네. 그런데 세경이랑 이렇게 걷고 있으니까, 꼭 고등학교 수학여행 온 것 같다. 그때는 너랑 나랑 이렇게 같이 걷게 될 줄 상상도 못했는데.”
세경이가 나를 그녀의 아름다운 검은색 눈동자를 빛내며 바라본다.
“그러게. 그 때는 내가 좀 놀았지. 시원이 너는 완전 범생이였고. 아쉽다. 고등학교 때 좀 더 적극적으로 시원이한테 대쉬할 걸. 그런데 그 때는 시원이 성격이 지금처럼 털털하지 않아서. 다가가기가 쉽지 않은 분위기이긴 했어.”
고등학교 때의 유시원이라.
생각해 보니 내가 이 남녀역전 세계로 빙의되기 전의 유시원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
그저 다 같이 하는 말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고만 말할 뿐.
“그래? 고등학교 때의 나는 어땠는데?”
“응? 그 때의 시원이도....... 여자들한테 인기는 많았지만. 여자들과는 선을 긋는 느낌이 강했지. 너무 조신해서 말 걸기가 어려울 정도로? 사실 토요일에 시원이 지하철에서 봤을 때, 살짝 취해있어서 쉽게 말을 걸었지. 안 그랬으면 아마 나도 아는 척 하기 어려웠을 거야. 그리고 그 때 내가 말을 안 걸었으면, 아마 호텔에서 시원이와 섹스 할 일도 없었을 테지. 지금 생각하면, 참 다행이야. 내가 그 때 용기내서 시원이한테 말 걸어서.”
역시 남녀역전 세계의 여자라서인지 섹스라는 말을 쉽게 말한다.
“그런데 시원아. 그 혹시....... 너 실망했지?”
“응? 실망하다니? 무슨 실망?”
세경이가 얼굴을 붉히며 말한다.
“내가 그날 밤 시원이 만족도 못 시켜주고, 혼자 너무 빨리 가버려서....... 처음이라 그래. 다음에는 진짜 잘 할 수 있어.”
아........
역시 남녀가 역전된 세상이구나.
원래 내가 살던 세상으로 치면, 남자가 처음이라 너무 빨리 사정 해 버려서 혹시나 여자가 만족하지 못 했을 까봐 걱정하는 것과 같은 이치인가?
이건 또 진짜 생각도 못했다.
“아니야. 세경아. 너도 처음 치고는 괜찮았어.”
나는 세경이의 등을 토닥이며 위로 해 주었다.
세경이가 기쁜 듯이 나를 바라보며 말한다.
“진짜? 그치? 나 조루 아니지? 처음인데 그 정도면 괜찮은 거지? 아, 다행이다. 집에서 혼자 얼마나 고민했는데. 내가 섹스 잘 못해서 시원이가 나한테 연락 안하는 줄 알고. 친구 새끼들도 다 내가 섹스 못 해서 시원이가 연락 안하는 거라고 하고. 나쁜 새끼들. 진짜. 이제 겨우 처녀 졸업했는데, 응원은 못해 줄 망정, 저주나 하고.”
아, 남녀역전 세계의 여자들은 남자랑 섹스 한 얘기도 자기들 끼리 많이 하는구나.
하긴 내가 원래 살던 세계의 남자들도 야한 얘기 하면 시간 가는 줄 몰랐으니.
“아니야. 세경아.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그렇게 우리는 잡담을 나누며 코끼리 열차에 올라탔다.
정말 오랜만에 타보는 서울대공원 코끼리 열차였다.
세경이는 마치 다시 어린아이라도 된 듯 신나 보였다.
“와! 코끼리 열차다. 나 이거 중딩 급식 때 타보고, 처음 타 보는 것 같아.”
하긴 내가 원래 살던 세계로 치면, 여자친구가 없는 이상 남자 녀석들 끼리 징그럽게 서울랜드나 대공원 따위를 올 일은 없을 테니.”
부우웅! 출발합니다!
간단한 안내 멘트와 함께 코끼리 열차가 출발했다.
그런데, 코끼리 열차에 타고 있는 커플들의 눈길이 나와 세경이에게 유독 집중되었다.
남자는 세경이를.
여자는 나를 바라본다.
그러다 남자가 먼저 열 받았는지 여자에게 소리를 지른다.
“아니, 누나 지금 어디 보는 거야? 남자친구를 앞에 두고, 왜 자꾸 저 남자 몸을 자꾸 샅샅이 훑어보는 건데? 아주, 그냥 눈알이 튀어나오겠다. 튀어나오겠어! 아예, 가서 사귀자 하지 그래. 아~ 그건 또 저 여자보다 못 생겨서 자신 없나 보지?”
“아니, 지태야. 그게 아니라. 그냥 저기 호수 본 거야. 호수. 호수가 너무 예뻐서. 아, 진짜. 나는 우리 지태 밖에 없지. 알면서 그래.”
“으이구. 화상아. 어디서 또 거짓말이야. 거짓말이! 누나는 항상 그렇게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하더라. 오늘은 이대로 못 넘어가!”
남자가 집요하게 나오자 여자도 열 받았는지 버럭 소리쳤다.
“아니. 진짜. 누나가 그렇다면 그렇다는 줄 알지. 지태 너는 왜 또 하이에나처럼 물고 늘어지는 건데. 그리고 지태 너도 저 여자 뚫어져라 쳐다봤잖아. 누나가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지태 너 가만 보면 예쁜 여자만 보면 정신 못 차리고 남자가 헤프게 꼬리치고 다니더라.”
남자가 헤프다는 말에 지태라는 녀석이 열 받았는지 잔뜩 토라진 얼굴로 말한다.
“뭐? 누나 지금 말 다 했어? 어이가 없어서 정말. 그래! 나 헤픈 남자다. 그러니까 우리 헤어져.”
“아, 아니. 지태야. 그게 아니라. 지태야. 또 왜 그러니. 누나는 우리 지태 없으면 못 사는 거 알면서. 지태야. 누나가 잘 못했어. 응? 화 풀어 지태야. 아, 진짜. 귀여운 우리 왕자님. 지태. 누나가 잘 못 해또요~”
하으.........
이건 뭐.
보기가 안쓰러울 정도로 지태라는 녀석한테 모델같이 예쁜 여자가 저 자세로 나온다.
사실 내가 원래 살던 세상이라면, 저 키 작고 배 잔뜩 나온 지태라는 녀석이 모델 정도로 예뻐 보이는 여자와 같이 말을 섞는 것 자체만으로 완전 계 탄 날일 텐데.
역시 남녀가 역전 된 세상에서는 자지에 금테를 두른 게 확실하다.
좆만 있으면 누구나 왕자님 취급을 받는다.
“치. 알겠으니까 그만 해. 누나. 그러면 나 이따 백화점에서 구찌 신상품이나 하나 긁어 줘. 알았지?”
“알겠어. 지태야. 누나가 할부로 갚는 한이 있어도, 우리 지태 원하는 건 다 해줄게.”
말은 그렇게 하고 있지만 여자의 안색이 안 좋아 보인다.
지태라는 녀석도 조금 미안했는지 여자의 품에 안기며 말한다.
“대신에 대공원 갔다가 잠깐 쉬었다 가자. 누나. 오늘 누나한테 서비스 확실하게 해 줄게.”
쉬는 곳에서 확실하게 서비스를 해 준다는 말에 여자가 급 달아올라서 흥분한 목소리로 말한다.
“진짜야. 지태야? 고마워. 우리 지태. 에이 기분이다. 이따 백화점에서 발렌시아가 신발도 하나 골라. 사랑해. 지태야!”
역시 남녀가 역전 된 세계에서는 남자가 여자한테 한 번 대준다 하면, 게임 끝이구나.
그런데 두 커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세경이가 잔뜩 달아오른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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