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7화 〉 경국지색 형준이 어머니
* * *
[케빈클라임]
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드디어 그나마 마음에 드는 브랜드의 속옷 상점을 찾았다.
내가 원래 살던 세계에서는 남자 언더웨어 따위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그래도 그나마 먹어주던 게 바로 케빈클라임!
팬티 calvin claim 로고가 보이도록, 살짝 힙합바지를 내려 입는 게 유행인 시절도 있었으니.
지금 생각하면 촌스러워서 부끄러울 정도지만.
하여간 나는 남자 속옷 종류가 몇 가지는 있을 것 같은 케빈클라임으로 발길을 옮겼다.
여자 속옷이야, 어디를 가나 풍족하니 걱정 없지만, 남자 속옷은 워낙 천대를 받는 까닭에 보통 언더웨어 샵에 가면 몇 종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서오세요! 손님.”
케빈클라임 샵에 들어가니 화장한 남자점원이 나에게 말을 건다.
기분 나쁘다.
보통 이런 샵에는 예쁜 여자직원이 있어야 정상 아닌가?
예쁜 여직원의 아슬아슬한 눈길을 받으며 속옷을 고르고 싶었는데.
그렇다고 나갈 수도 없으니 일단 샵 안을 둘러본다.
“손님, 기능 보정용 속옷을 찾으시나요? 아니면 귀여운 속옷을 찾으시나요?”
아........
그렇구나. 여기는 남녀가 역전 된 세계.
언더웨어 샵에는 여자속옷은 안 보이고 현란하게 진열된 남자 속옷들만 즐비하다.
흘러내리는 배와 엉덩이 라인을 잡아주는 기능용 팬티부터, 올 해 패션쇼에 남자 모델이 입고 나왔던 신상품 컬렉션까지.
대충 할인하는 팬티나 몇 개 사려고 했는데, 종류가 너무 많으니 이건 또 그 나름대로 곤란하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저기, 여자 속옷은 저게 다에요?”
남자 팬티 매장이 2구획 정도의 크기를 차지하고 있는 데에 반해, 여자 속옷은 구석에 있는 트레일러 안에 담긴 세일 품목이 다이다.
그것은 마치 내가 원래 살던 세계에서 대충 구석에 쌓아놓은 남자 속옷들 같았다.
거기다가.....
[여자 언더웨어 전격 세일! 3개에 20,000원!]
무슨 시장 바닥도 아니고.
대충 골라잡으면 3개에 2만원 이었다.
남자 속옷은 팬티 한 개에 2만원이 넘는데, 존나 쌌다.
물론 그만큼 퀼리티는 남자 속옷에 비해 떨어지겠지만.
아..... 사실 형준이 어머니나 채영 여교수. 유리누나들이 입었던 속옷을 생각해 보니,
물론 기본적으로 야하고 섹시하기는 했지만 여자 팬티나 브라자 퀼리티가 뭔가 어설프고 떨어진다고 생각했더니 바로 이런 이유였구나.
돈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여자들이 속옷에 대한 열망과 진심이 일단 없다.
그러다 보니 만드는 사람도 대충. 사는 사람도 대충이다.
트레일러 안을 뒤적거리며 대충 보니, 봉투 안에 든 속옷 무늬도 다르고 제각각이다.
정말 내가 원래 살던 세계의 남자들이 속옷을 사는 것처럼 대충사서 대충 입는 건가?
브라자도 대충 얼버무려 A~B. C~D컵. 이런 식이다.
적당히 어울리면 다소의 사이즈 차이는 알 바 아니라는 무책임한 속옷회사라니!
그리고 보니 형준이 어머니만 해도 그녀의 풍만한 젖가슴 사이즈에 비해 브라자가 너무 작아 보이긴 했다.
유리 누나는 위, 아래 속옷이 미묘하게 다르기도 했던 것 같고.
하아.... 할 수 없지.
내가 제대로 보고 즐기기 위해서는, 스스로 야한 속옷을 골라 줘야지.
"어머, 손님. 여자친구 분 입을 속옷 찾으시나 봐요? 여자친구분은 좋겠다."
재수 없게, 어머! 라니.
남자새끼가.
역시 속옷 매장에서 일하는 남자 녀석이라서인지 한층 더 여자 같다.
하으.....
빨리 고르고 나가자.
나는 속옷 매장 점원에게 가격에 상관없이 가장 섹시한 여자 속옷을 몇 개 골라주라고 했다.
그러자 매장에 안 보이던 여자 속옷들을 가지고 와서 보여준다.
고급지고 비싼 여자 속옷들은 일반 손님들에게는 인기가 없어 한쪽에 치워두었던 것 같다.
그래서 제법 섹시하고 요염해 보이는 몸에 닥 달라붙는 전신 하얀색 팬티스타킹 한 개와, 플라이버니 티팬티, 가터벨트 스타일의 요염한 검은색 란제리를 하나씩 구매 했다.
눈을 감고, 이 섹시하고 야릇한 언더웨어를 입은 형준이 어머니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아으......!
반짝거리는 금발머리에 작은 브이라인 얼굴.
요염하고 큰 여우같은 눈.
크지도 작지도 않은 귀여운 코
루비처럼 반짝 거리는 붉은 입술.
얼굴만 상상해도 섹시함이 줄줄 흘러내린다.
그런데 거기다가
태닝한 구릿빛 피부에
탱탱하게 출렁거리는 뚜렷한 볼륨감이 살아있는 젖가슴.
군살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그녀의 잘빠진 복부와 가녀리고 잘록한 허리.
그리고 그 잘록한 허리와는 반대로 운동으로 다져진 탱탱하고 육덕져 보이는 엉덩이.
농염하고 섹시한 것으로 따지면 내가 본 여자들 중에서 밀프인 형준이 어머니가 최고다.
이렇게 섹시하고 농염한 형준이 어머니가 육덕진 바디에 딱 달라붙는 하얀색 전신망사 스타킹을 입고 있다고 생각하니 자지가 발딱 서다 못해 쿠퍼액이 흘러내릴 정도다.
내가 형준이 어머니를 상상하며 멍해져 있는데, 재수 없는 목소리가 들린다.
“저기 손님. 남자 속옷은 어떤 거 보여드릴까요?”
내가 꽤나 고가의 여자 속옷을 샀기 때문에, 속옷 매장 직원이 기대감에 부풀어있다.
아마도 손님한테 많이 팔면 커미션을 받는 시스템인가 보다
나는 귀찮은 듯 무성의 하게 대답했다.
“그냥 싸고, 무난한 거요. 세일 하는 거 없어요?”
기대감에 부풀어 있던 속옷 매장 직원이 당황한다.
“네? 네???”
“아, 싸고 무난한 거요. 대충 주세요. 그 싸이즈는 XL로. 제가 좀 좆이 커서.”
원래 내 속옷도 좀 좋은 걸로 살려고 했는데, 형준이 어머니 속옷 사느라 무리했다.
뭐, 남자 속옷이 대충 싸이즈만 맞으면 돼지.
떨떠름한 표정의 속옷 매장 직원이 한 쪽 구석을 가리킨다.
아! 여기도 있네. 남자 속옷 3개에 삼 만원.
여자 속옷은 3개에 이 만원 이면서, 남자 속옷은 3개에 삼 만원?
남녀역전 세계에 와서 처음으로 손해 보는 기분이다.
나는 대충 내 사이즈에 맞는 팬티 세 개를 고르고는 계산대에 가져갔다.
“네, 총. 92,000원입니다.”
남자 팬티는 비쌌지만, 여자 속옷이 품질에 비해 싸서 생각보다는 적게 나왔다.
그래도 하루에 50,000원 받아서는 이 생활을 유지하기 힘들다.
나는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하아......
역시 여자를 마음껏 만나기 위해서는 돈이 문제구나.
머릿속으로 돈을 어떻게 벌지를 생각하며 천천히 형준이 어머니를 만나기로 한 한정식집 청담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 *
네이바 지도를 보고 찾아간 한정식집 청담(?)은 마치 유럽에나 있을 법한 성처럼 생긴 식당이었다.
식당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웅장하고 럭셔리 해 보인다.
지붕은 유럽 덴마크에나 있을 짙은 회색의 로마네스크양식이였고, 건물 벽은 눈처럼 하얀색이었다.
건물 밖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비싼 스포츠카와 세단들이 즐비해 주차되어 있었다.
연청색의 멕라렌 720S 스파이더, 빨간색 2020 람보르기니 우라칸 에보.........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은색의 롤스로이스 팬텀이었다.
튼튼하고 간지 나는 롤스로이스 팬텀을 실물로 보는 건 처음이었는데, 과연 그 아우라와 간지가 쩔었다.
이렇게 럭셔리한 명품 차들이 주차되어 있으니, 나는 청담이라는 한식당에 들어가기 전부터 살짝 긴장한 상태가 되었다.
하지만, 남자는 원래 당당함 빼면 시체지.
끼이익!
나는 자신감 있게 청담 한식당의 문을 확 열고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예약 하셨는지요?”
문을 열고 들어가자 여자 같이 예쁘게 생긴 남자 녀석이 나에게 상냥하게 예약 여부를 물었다.
아, 이럴 줄 알았으면 형준이어머니와 만나서 같이 들어오는 건데.
이렇게 고급식당에 와 본적이 있어야지.
내가 우물쭈물하고 있자, 예쁘게 생긴 남자 종업원 녀석이 내 옷차림을 보더니 살짝 건방지게 말한다.
“예약 안 하신 것 같은데, 저희 한식당은 골드회원만 이용할 수 있는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어서요. 저희 식당 겉모습만 보고 호기심에 들르신 거라면, 손님께 맞는 다른 식당에 가보시는 게 좋겠네요.”
내 옷차림이 명품으로 도배를 한 옷차림이 아닌 평번한 옷차림이어서, 저 녀석 나름대로 사람을 평가하는 거다.
이대로 쫓겨나는 건 자존심 상하는데.
“예약 있어요. 손나은이라는 이름으로. 체크 해 주실래요?”
내 행색을 다시 살피며 미소녀처럼 생긴 남자녀석이 말한다.
“손나은 회원님? 죄송하지만, 본인 이름은 아니시죠? 본인이 오셔야만 입장 가능합니다. 다음에 다시 오세요.”
아, 씨발.
새끼, 존나 까칠하네 진짜.
내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나가려는 순간, 한정식집 청담 문이 열린다,
그리고 마치 구세주처럼 형준이 어머니가 눈부시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들어섰다.
형준이 어머니는 형준이네 집에서 보았을 때랑은 전혀 다르게 마치 어느 유서 깊은 귀족 가문의 귀부인처럼 아름답고 요염한 모습이었다.
그야 말로 경국지색(?國之色)!
나라를 기울어지게 할 만큼의 미모였다.
원래도 아름답고 요염한 건 알고 있었지만, 오늘 형준이 어머니는 평소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생각 될 정도다.
다이아몬드처럼 눈부시도록 빛을 내고 있다.
섹시하게 태닝 된 구릿빛 피부와 잘 어울리는 금발의 긴 생머리.
잘 세공된 에메랄드를 그대로 박아 넣은 듯한 신비스럽고 투명한 눈동자.
형준이 어머니가 저 우아하고 요염한 얼굴로 살짝 미소라도 지으면, 아무리 남녀가 역전된 세계라고 할지라도 그녀의 유혹에 안 넘어갈 남자들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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