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화 〉 남녀역전 된 대학교(10)
* * *
안 그래도 만날 여자는 많고, 데이트 비용은 모자란데.
게임도 할고 돈도 벌 수 있다면, 그야 말로 신세계! 파라다이스!
“그래? 그러면 그 인방으로 랄(ROL) 돌리는 남자들은 엄청 잘 생기고 게임도 잘하겠다. 게임 하면서 돈도 벌려면.......... 아, 나도 하고 싶은데. 나 정도로 흔하게 생긴 녀석은 그런 방송 하는 건 꿈도 못 꾸겠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있던 시은이가 갑자기 입에 침을 튀기며 열변을 토로하기 시작한다.
“아, 아니야! 시원아. 너 정도면 진짜 랄(ROL) 인방 하는 남자들 중에서도 탑티어야. 탑 티어! 외모랑 몸매는 진짜 너보다 괜찮은 애 랄 인방 하는 애들 중에 없다니까. 그리고 걔네들 사실 다 그거 어플 빨이야. 방송 말고 실사 보면 다 난장이 똥자루에 얼굴도 존나 크고. 완전 다르다니까. 시원이 너는 외모랑 몸매는 완성형이니까, 랄(ROL)만 골드 정도로 올리면. 랄(ROL) 인방 다 씹어 먹을 걸? 그치 하은아?”
하은이도 열렬히 고개를 끄덕인다.
“어. 어...... 나도 랄 인방하는 애들 실제로 몇 번 본적 있는데, 방송이랑 실물이랑 완전 틀려. 시원이 네가 걔네들 보다 몇 백배는 더 나아. 진심. 그리고 지금 랄(ROL) 인방 하는 남자애들 중에서 탑 티어가 플레티넘일 걸? 사실 여자애들이 남자 랄 인방 남자가 게임 잘해서 보겠냐. 그냥 귀여운 남자가 게임도 하고 리액션도 해 주니까 보는 거지. 시원이 너는 일단 외모랑 몸매가 되니까, 브론즈 때부터 인방 시작해도 시청자 수 많이, 확보할 수 있을걸? 시원아 내가 도와 줄 테니까. 너도 랄(ROL) 인방 해라. 진짜. 너 하면 내가 친구들한테 다 카통 돌려서 구독과 좋아요 존나 찍어줄게.”
“나, 나도! 내 친구들 다 동원해서 시원이 너 랄 인방 지원해 줄게. 랄 인방 하게 되면 꼭 알려줘. 알겠지?”
시은이와 하은이가 너무 든든하게 랄 인방 시작하면 지원해 준다고 하니까, 정말로 랄 인방 시작해 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티어는 브론즈이지만 사실 내 원래 티어는 다이아몬드다. 그것도 마스터 가기 직전의 다이아몬드까지 찍어 봤다.
랄(ROL) 실력으로는 자신이 있었다.
나는 시은이와 하은이의 손에 내 손을 한 쪽씩 올렸다.
내 손이 닿자 시은이와 하은이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살짝 부들부들 떨기까지 한다.
순진한 여자애들 같으니라고, 분명히 둘 다 딜도 처녀일 것 같다.
“하은아, 시은아. 고마워. 진짜. 나, 이제 교양수업 들으러 가야 하니까, 나중에 카통하자.”
“으응! 시원아. 내가 고맙지.”
“시원아. 나 오늘 손 안 씻을게!”
귀여운 녀석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천천히 학생식당 입구로 걸어가다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아! 하은아, 시은아. 우리 다음에 농구 한 번 같이 하자. 알겠지? 농구 싫어하면 족구도 괜찮고. 다음에 봐~”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손을 휘휘 흔들며 유유히 사라졌다.
* * * * *
시원이가 떠나고 나자 둘만 남게 된 하은이와 시은이.
둘 다 시원이가 유유히 사라져가는 모습을 시원이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보고 있다.
그러다가 마치 꿈에서라도 깬 듯 시은이가 먼저 말을 꺼낸다.
“야........ 우리가 방금 만난 건 사람이냐 천사냐?”
시은이보다 더 충격을 받은 하은이는 시원이가 만졌던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냄새를 맡는다.
“하아....... 시원이는 냄새마저 고급지다. 오늘 이 손으로 최소 자위 10번은 칠래. 미치겠다. 진짜.”
“미친년아. 하여간 생각하는 거라고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시은이도 빨리 화장실에 가서 시원이가 만져준 손을 보지에 쑤셔 넣고 싶어서 못 견딜 지경이었다.
“얼굴도 귀여워. 몸매는 모델이야. 그런데, 성격은 또 존나 털털하고. 랄(ROL)까지 해! 진짜 미친 거 아니냐? 거기다가 농구나 족구라니. 후아. 현실 세계에 저런 남자가 존재할리 없어. 나 오늘 당장 유시원 팬클럽 만든다. 씨발. 나 오늘부터 내 이상형은 유시원이다. 다른 남자 아이돌 그룹 사진 오늘 폴더에서 다 삭제한다.”
“미친년아. 내가 시원이 팬클럽 만들거야. 너는 부회장이나 해. 하아...... 존나 쩐다. 진짜. 세상에 밥 사는 남자가 아직 존재하다니. 저기다가, 해외 축구까지 좋아하면 진짜 그는 신이다. 신.”
시은이의 말을 들은 하은이가 기가 찬다는 듯이 말했다.
“미친년아. 말이 되는 소리를 해. 롤 좋아해, 농구도 할 줄 알아. 거기다가 해외축구까지 좋아하는 남자가 세상에 어디 있어. 그나저나 네가 말 하니까 생각나네. 오늘 토트넘 손흥미 언니 골 넣었냐?”
“아, 잠깐만. 시원이랑 얘기하느라 깜빡했네. 인터넷 찾아 볼 테니까.”
그렇게 시은이와 하은이는 유시원의 좆뱀질에 충실한 노예가 되어가고 있었다.
* * * * *
교양수업을 들으러 강의실에 들어가자 아직 사람이 많지 않았다.
나는 핸드폰을 꺼내서 인터넷 창을 열었다.
그리고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당연히 해외축구 소식이다.
비록 축구선수들이 다들 남자에서 여자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대한민국사람이 해외 프리미어 리그에서 선수로 뛴다는 것은 자랑스럽고 신나는 일이었다.
[대한민국 손흥미 선수! 오늘 리버플과의 원정에서 2골 1어시스트! 득점왕 후보 유력.]
아, 짜릿하다!
역시 손흥미 누나!
내가 원래 살던 세계에서도 넘사벽의 실력을 가진 월클의 축구선수였지만, 남녀가 역전된 세계에서도 월클이었다.
아니 남녀역전 세계에서는 월클 중에서 탑 티어다.
토트넘과 레알의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이 다음 주에 있는데.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인터넷으로 해외축구 소식을 정신없이 보고 있는데, 등 뒤에서 누가 손으로 툭툭 친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뒤를 돌아다보았다.
그런데 나를 손으로 툭툭 친 녀석은 다름 아닌, 재수 없게 존나 잘 생긴 김지훈이라는 미소년 녀석이었다.
나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지훈이라는 녀석에게 말했다.
“무슨 일이시죠?”
지훈이라는 녀석이 나를 보며 말한다.
“그, 오늘 교양 수업 휴강이래요.”
어? 그 말은. 이 김지훈이라는 녀석도 나랑 같은 수업을 듣는다는 거네.
잘생긴 녀석을 자주 보는 건 반가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휴강이라는 걸 알려주었으니 고맙다는 말은 해야겠지.
“네, 감사합니다.”
김지훈이라는 녀석이 내가 고맙다고 인사를 했는데도, 가지를 않고 나를 바라본다.
잘 생긴 미소년 녀석.
볼수록 재수 없다.
그런데 녀석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나온다.
“아, 부럽다........ 그렇게 키가 크면 힘도 쎄죠?”
뭐 하자는 거지. 이 녀석은?
“예? 무슨 말인지?”
김지훈 녀석이 흐으...... 한숨을 내쉬고는 꾸벅 인사를 하고는 다시 자기 자리로 걸어간다.
도대체 뭐하는 놈인지.
괜히 와서 이상한 말이나 건네고.
걸어가던 미소년 김지훈 녀석이 뒤를 돌아서 나를 바라보며 한 마디 더 한다.
“그, 바꿀 수 있을 거 같은데........”
바꿀 수 있다니 뭐를?
꺼림칙한 녀석이다. 아무리 봐도.
녀석이 손을 들어서 나를 가리킨다.
녀석의 손에서 이상한 빛이 나오는 것 같다.
그리고 뭔가를 중얼거린다.
뭐지? 기분 나쁘다.
현기증이 난다.
그런데.
“지훈아! 여기서 뭐해. 오래 기다렸는데! 수지, 수영 누나도 다 기다리고 있어. 빨리 와!”
아이돌 같이 귀여워 보이는 은정이라는 여자가 강의실 안으로 들어오며 김지훈이라는 녀석을 부른다.
덕분에 김지훈 녀석이 나에게 걸던 이상한 주술이 깨져버린 것 같다.
현기증 나던 머리도 울렁거림이 덜 해졌다.
“쳇. 거의 다 됐는데..........”
김지훈이라는 미소년 녀석이 그렇게 말하고는 강의실 밖으로 은정이라는 여자와 함께 나간다.
씨발. 사람한테 이상한 주술을 사용하려 해놓고 그냥 가 버린다고!
나는 화가 나서 자리에서 일어나 녀석을 붙잡으려 했다.
하지만 역시나 김지훈 녀석의 주술 효과 때문인지 머리가 어질어질해서 다시 자리에 털썩 앉고 말았다.
그리고 머리를 책상 바닥에 푹 꼴아 박고 눈을 감았다.
그렇게........
나는 빙글빙글 도는 세상 속에서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잠에 빠져 들었다.
* * * * *
“학생, 일어나요. 오늘 수업 없어요.”
허스키한 여자의 목소리에 잠이 깼다.
눈을 떠보니 청소복을 입은 아주머니가 나를 깨우고 있었다.
“학생, 청소해야 하니까 다른 강의실 가서 자요~ 알겠죠?”
청소 아주머니 목소리조차도 상냥하다.
역시 남녀가 역전된 세계의 미남자한테는 그 거친 청소 아주머니조차도 상냥하구나!
내가 원래 살던 세계의 청소 아주머니는 남자들이 오줌 싸고 있는데도 막무가내로 화장실로 침범해서 발 치워! 청소하게 라고 소리치던 세렌디아 초원의 거칠 것 없는 한 마리의 숫사자였는데.
아,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지.
그 병약해 보이는 이상한 주술 쓰는 새끼 어디 갔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시계를 보니 어느 덧 오후 3시였다.
하으........
내가 너무 깊이 잠에 빠져있었구나.
무려 1시간이나 지난 후였다.
어차피 다음 수업시간에 또 볼 녀석이니까, 그 때 녀석을 잡아서 족 쳐도 늦지 않는다.
기분 나쁜 미소년 자식.
역시 미소년 혹은 잘생긴 녀석들은 다들 기분 나쁜 녀석들 밖에 없다.
그래서 내가 원래 세계에 있을 때도 잘생긴 녀석들과는 친구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보았다.
이제는 더 이상 현기증도 없고 머리가 아프지 않았다.
녀석의 주술 효과가 깨진 모양이다.
강의실 밖으로 나오니, 수업이 갑자기 취소 된 것이라 마땅히 갈 곳이 없었다.
흐음........
그래서 시간은 이르지만, 섹시한 채영 교수님과 만나기로 한 인문경상관 3층 교수실로 가보기로 마음먹었다.
교양관에서 인문경상관 까지는 걸어서 10분 정도 걸리는 거리다.
하지만 시간이 널널하니까 천천히 걸어갔다.
학교에 산이 있어서 그런지 공기가 상쾌하고, 바람이 시원하다.
그래도 계단을 올라가는 건 힘든 일이다.
헉! 헉! 거리며 인문경산관에 도착.
다시 3층을 더 올라가 교수실로 올라갔다.
채영 교수님......
채영... 채영........
교수님 이름이 써진 교수실 방을 하나씩 살펴보며 걷고 있는데.
오른쪽 구석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
내 귀는 남녀역전 세계로 평행이동 하게 되면서부터 굉장히 예민해 졌다.
그래서 남들이 잘 듣지 못하는 소리도 집중을 하면 잘 들린다.
특히 지금은 오후 3시.
교수실들에 남아있는 교수는 거의 없다.
다들 수업 중이거나 외부 업무를 보고 있다,
그러니까 3층 교수실들 전체가 거의 쥐 죽은 듯이 조용한 상황.
그리고 들리는 소리는..........
"응. 하아앙. 아흑. 시. 시원아..... 하윽. 시원이 자지 너무 커. 나, 가버릴 것 같아아.... 하으응!“
음란하게 내 이름을 부르며 신음소리를 내고 있는 섹시한 여자의 목소리였다.
* * *